[인터뷰] 로블록스에선 누구나 크리에이터, AI로 완성하는 '창작 혁신'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글로벌 몰입형 플랫폼 로블록스(Roblox)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진행중인 GDC 2024 기간 도중 다채로운 신규 발표를 진행했다. 생성형 AI를 통해 창작자가 보다 쉽게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도록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크리레이터 펀드를 강화해 창작자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또한 로블록스는 여러 주제로 나뉜 강연을 통해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비즈니스 성공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해 설명하고, 실제로 성공적인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개발자들을 초청해 패널 토론도 진행했다. 해당 현장에서 패널들은 다년간의 게임 서비스를 통해 탄탄한 커뮤니티를 구축한 개발자로부터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노하우를 공유했다.

이후 마련된 인터뷰 세션에서는 로블록스의 여러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대표들을 만나 몰입형 플랫폼으로서 '로블록스'가 지향하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왼쪽부터 첸 젱(Chen Zheng) 디스커버리 부문 총괄, 매튜 커티스(Matthew Curtis) 개발자 관계 부문 부사장
티안 림(Tian Lim) 로블록스 크리에이터 제품 부문 부사장

플랫폼에 대한 제약 없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것을 창작할 수 있도록

로블록스는 "개발자가 온전히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인프라를 지원한다"는 전략을 통해, 다른 개발 툴 대비 상대적으로 접근이 용이한 개발 환경을 구축하는 데 힘쓰고 있다. 모바일과 PC, 콘솔은 물론 VR에 이르는 플랫폼을 모두 지원하며, 창작자가 넷코드 등과 같은 기술적 제약 없이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백엔드 또한 케어하고 있다.

또한, 매튜 커티스 부사장은 로블록스가 가진 소셜 환경이 상당히 강력한 차별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블록스 생태계 내에 접목된 여러 소셜 네트워크 요소들은 창작자에게는 자신의 게임을 좋아하는 두터운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플레이어 측면에서는 친구들과 간편하게 만나고 즐기며 자연스럽게 플랫폼 체류 시간을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로블록스 이용자는 접속 후 평균 2.4시간 이상을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날 그가 강조한 것은 창작자가 로블록스에서의 창작 활동을 통해 경제적인 성공을 도모할 수 있기까지 필요한 대부분을 플랫폼 측면에서 제공해 준다는 것이었다. 지난해부터 발표된 생성형 AI가 접목된 기술들은 창작 과정에서 어려운 단계를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도 있지만, 보다 전방위적으로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하는 형태로 공격적인 도입을 지속할 계획이다.



▲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창작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는 로블록스

지난해 발표한 코드 어시스턴트가 그 대표적인 예다. 창작자는 스튜디오 내 AI에게 필요한 사항을 직접 질문해 그 해결책을 구할 수도 있고, 필요한 스크립트 생성을 요청하거나 코드에 대한 설명을 요청해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서서히 배워나갈 수도 있다.

지난 2월 도입된 AI 자동 번역 서비스는 글로벌 플랫폼인 로블록스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창작자들은 자동 번역 시스템을 통해 자신의 언어권이 아닌 곳의 이용자들에게도 창작물을 선보일 수 있게 되고, 이에 따라 유저 풀 확장이나 보다 높은 경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안전 측면에서도 AI의 힘을 빌려 보다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발생하는 안전 문제를 조정하는 입장에서 그쳤다면, AI의 알고리즘을 통해 이슈를 레이블링한 뒤 모든 상황에 발빠르게 대처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이 로블록스의 입장이다.



▲ GDC 2024 현장에서 로블록스에서 비즈니스 활성화 방안에 대한 발표를 진행한 매튜 커티스 부사장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로블록스가 분명 방대한 플랫폼을 구축한 것은 사실이나 기존 게임 업계 입장에서는 아직도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 매튜 커티스 부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나 자신도 지난 10여년 간 게임 업계에 몸담고 있었던 만큼, (로블록스가) 외부에서 바라보기에는 이해하기 힘들 환경일 수도 있다"며, "실제로 이번 GDC에서 조차 로블록스가 자체적인 개발 환경인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로블록스가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는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기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해 기준 로블록스에서 게임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개발자들은 총 7억 4천 1백만 달러(한화 약 9,94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로블록스 내 게임 개발자 12,000여 명의 수익을 합한 규모이며, 매튜 커티스 부사장은 TOP 100 안에 든 게임 개발자들은 평균 5백만 달러(한화 약 67억 원)의 수익을 달성했다고 강연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또한, 그는 로블록스 플랫폼만의 특징으로 '실패해도 계속 반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을 꼽기도 했다. 스튜디오가 제공하는 빠른 이터레이션 과정과 분석 데이터를 통해, 창작자는 자신이 개발중인 게임의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를 점차 수정해 나가면서 다시 이용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현재 주류 게임 시장은 게임 개발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고, 한 번 모객에 실패한 게임을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이 매우 힘든 환경이 되었다.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매우 높은 시장이다. 이러한 기존 시장의 틀을 부수고자 하는 목적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와 창작자의 접점을 강화하는 '디스커버리' 혁신

이처럼 첫 출시에 주목받지 못한 게임이, 수 많은 반복 작업과 개선을 거쳐 성공적인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는 로블록스의 또 다른 노력이 주효했다. 바로 창작자들의 작품을 이용자에게 소개하는 과정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이다.

첸 젱(Chen Zheng) 로블록스 디스커버리 부문 총괄은 로블록스 합류 이전, 넷플릭스에서 알고리즘 혁신 작업을 맡았던 경험을 토대로 추천 콘텐츠 순위 시스템과 신규 제품 경험 영역을 확장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AI의 힘은 이곳에서도 발휘된다. 첸 젱 디스커버리 총괄은 "로블록스는 매우 다이나믹하고 수백, 수천만 개의 경험과 그에 맞먹는 이용자들이 존재하는 공간이다. 이에 따라 어떤 유형의 플레이어에게 어떤 창작물을 추천해줄 것인지를 결정하고,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닥"고 전했다. 이와 함께 목표로 하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대규모 언어 모델(LLM)등 AI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매튜 커티스 부사장은 "로블록스는 모든 디바이스를 아우르는, 경험을 나누는 플랫폼이다. 그만큼 창작자들의 작품을 이용자에게 선보이는 공정한 방법이 필요하다. 여타 모바일이나 콘솔 플랫폼과 달리, 이용자 모객을 위해 게임을 전면에 추천하는 것에 대해 창작자들에게 비용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단순히 창작자의 창작 활동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봐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 추천 시스템은 무궁무진한 경험을, 관련 있는 소비자에게 소개해야 하는 사명을 띈다

이들이 밝힌 로블록스의 '디스커버리' 시스템은 AI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그간 축적해 온 내부 지식과 경험, 이용자들의 상호작용 히스토리를 기반으로 특정 이용자가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만한 창작물을 소개하는 역할을 한다. 그 뿐 아니라, 만들어진 지 오래 된 게임이라도 최근까지 반복적인 개성 작업을 해 왔다면 언제든지 플레이어에게 자동으로 소개될 수 있다는 것이 매튜 커티스 부사장이 밝힌 특장점이다.

그는 이처럼 게임이 개발 기간에 관계 없이, 창작자가 들여온 노력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가장 적합한 로블록스 게임 사례는 '건 파이트 아레나'다. 로블록스 안에서 1인칙 슈터를 개발한 이 작품은 초창기에 기술적이 도전을 극복하는 데만 치중해 '재미'를 놓쳤다. 이후 개발자들은 거기서 포기하기 않고 디자인을 교체하고, 수 차례 테스트를 지속했다. 그 결과, 현재 로블록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FPS 반열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한편, 강화된 디스커버리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IP 도용 문제나 카피캣 게임과 같은 플랫폼 매 문제에도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로블록스는 최근 IP 홀더들이 로블록스 내에 도용 혐의가 있는 게임을 검색하고, 해당 서비스의 중단을 요청하는 손쉬운 프로세스를 구축할 계획을 밝혔다. 다만, 이는 IP 홀더에게 하나의 옵션을 제공하는 것일 뿐, 팬덤 문화의 한 축을 지탱하는 팬 콘텐츠 생태계를 위축시키려는 의지는 없다는 것이 매튜 커티스 부사장의 설명이다.

또한, 카피캣 게임에 대해서는 타이틀이나 설네일의 유사성이 발견되는 이를 알리거나, 플레이어가 기대했던 경험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추천 랭크를 하향시키는 자동화된 파이프라인도 구축할 계획이다. 첸 젱 총괄은 "유행에 따라 똑같은 방식의 게임을 추천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최대한 유니크하고,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디스커버리 시스템을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급성장 보이는 아시아 시장, "앞으로의 잠재력이 기대된다"

2023년 4분기 기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로블록스가 운영되고 있는 전 세계 시장 중 가장 빠른 성장을 나타냈다. 성장률은 전년 대비 27%를 기록했으며, 23년 4분기 기준 일간 활성 사용자(DAU)는 1,700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일간 활성 사용자수는 2020년부터 지금까지 총 300%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시장에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시장조사기업 센서타워가 지난 11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 우리나라의 '로블록스' 매출 비중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미국과 영국 캐나다에 이어 세계 4위를 기록한 바 있다.

매튜 커티스 부사장은 이처럼 기반은 크지 않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 대해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게이밍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는 재능이 많은 개발자들 많지 않나, 이용자 기반도 인상적이지만 앞으로 아시아의 개발자들이 보여줄 독창적인 디자인이 기대된다. 그들만의 노하우나, 게임의 뉘앙스가 로블록스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티안 림(Tian Lim) 로블록스 크리에이터 제품 부문 부사장은 일본의 한 샐러리맨이 글로벌 바이럴에 성공한 게임을 만들어낸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샐러리맨은 이제 회사를 그만두고 풀 타임 로블록스 개발자로서 활약하고 있다"며, "이런 사례를 앞으로도 세상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도입된 자동 번역 AI는 이같은 글로벌 성공을 한 단계 더 앞당기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로블록스에서 높은 성과를 이룬 개발자들이 패널로 참석해 조언을 주기도 했다

서구권과 비교해서는 조금 늦게 시작한 아시아 지역의 개발자를 위한 몇 가지 팁도 공유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로블록스가 서비스 된 북미에서는 이미 15년째 하나의 게임을 서비스하며 탄탄한 커뮤니티 풀을 구축한 사례가 많이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3명의 개발자가 게임을 만들기 시작해 현재는 250명 규모로 확장된 사례 또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매튜 커티스 부사장은 로블록스의 생태계는 성공을 위한 다양한 길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마켓플레이스에서 UGC를 제작하는 것이나 브랜드 협업, 서드 파티 콘텐츠 등 사업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돋보이는 아이디어다.

이어 그는 "과거 모바일 게임 시장 초기에, 대형 회사들이 그 시장만이 가진 뉘앙스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실패를 거듭하는 모습이 있었다. 로블록스 또한 플랫폼만이 가진 뉘앙스가 존재한다. 소셜 기능이 대단히 강조된 환경이며, 몰입형 플랫폼이라는 점이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를 만들어낸다"며, "먼저 부담 없이 로블록스 안에서 생태계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플랫폼이 제공하는 요소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한다면, 성공을 도모할 수 있는 창의적 여정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최근에도 로블록스와 기업 사이에는 꾸준한 협업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강연 자리에서, 패널 토론의 사회자로 참석한 매튜 커티스 부사장은 패널 개발자들에게 5년 뒤 로블록스에서 보고 싶은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인터뷰 자리에서 똑같은 질문을 그에게 해 봤다.

"로블록스 안에서 일어하는 거의 모든 일들은 생태계 안의 이용자들, 그러니까 창작자와 플레이어가 주도한다. 우리의 역할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과 기술을 제공하는 것에 그친다"고 입을 뗀 매튜 커티스 부사장은 "로블록스의 특징은 특정 하드웨어에 묶여 있지 않다는 것이다. 앞으로 5년 내에 게임 산업에 어떤 놀라운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포지셔닝할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고 전했다.

젠 쳉 디스커버리 총괄은 앞으로 소비자와 창작자의 경계는 더욱 더 희미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디스커버리 시스템을 통해 창작자의 작품을 접한 소비자의 피드백이 다시 창작자에게 되돌아가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전하는 한 편, 텍스트와 이미지, 비디오를 넘어서는 새로운 몰입형 환경을 제공하게 되면 좋겠다는 희망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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