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GTA6는 기회라는 유비, 최악의 위기일지도 모른다

기획기사 | 강승진 기자 | 댓글: 10개 |
동네에 오픈런을 해도 점심 끝자락에서 맛이나 볼 수 있을까 싶은 맛집이 곧 들어옵니다. 골목 다른 음식점 자영업자들은 손님 뺏길 걱정을 할까요? 그게 적당한 맛집이라면 그럴 수 있겠죠. 그런데 너무 맛집이라 멀리 다른 지역에서도 맛을 보러 옵니다. 자연스레 더 많은 손님이 몰리고 맛집에서 미처 음식 맛 못 본 손님, 입맛에 맞지 않아 다른 음식이 더 낫다고 생각한 이들은 주변 음식점을 찾을 겁니다.

대형 맛집의 등장이 상권을 확장하니 오히려 좋아. 이게 GTA6를 바라보는 유비소프트의 입장입니다.





GTA6 출시?
유비소프트에게도 긍정적

유비소프트는 현지 시각으로 18일 2024-2025년 1분기 실적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GTA6에 대한 질문은 여기서 나왔습니다. 2025년 가을 출시를 알린 GTA6의 출시로 유비소프트가 시장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는 없는지 묻는 내용이었죠.

실제로 유비소프트는 회사의 핵심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은 어쌔신 크리드를 비롯해 액션, 슈터, 택티컬 슈터, 어드벤처 등 다양한 게임을 오픈 월드로 구축하는 회사 중 하나입니다. 분명 같은 부류의 게임 출시가 유비소프트 게임 성과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상황이고, 투자자나 애널리스트에게는 민감한 내용일 겁니다. 하지만 이브 기예모 대표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GTA가 출시될 때 일반적으로 더 많은 사람이 게임을 즐기러 오기에 전체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 시기에 출시된 다른 게임들도 잘 팔리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이미 몇 번 경험했다. GTA5가 출시됐을 때, 새로운 콘솔로 리마스터가 나왔을 때, 모두 매우 좋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즉, GTA라는 대형 게임의 출시가 게임 시장에 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이게 다시 다른 게임으로의 관심으로 이어진다는 거죠. 기예모 대표는 이게 단순히 추측이 아니라 지난 경험을 통한 내용이라고 말했습니다. GTA의 성공이 유비소프트의 성공에 영향을 준다는 게 '직관'에 반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게' 작용했다고 재차 확인까지 했습니다.

GTA5 때도 그랬으니, GTA6 성공도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계산 말입니다.


문화 현상된 GTA5
시장의 규모를 바꿨나

샌드 박스 게임으로 전 세대에 걸쳐 게임판의 흐름을 바꾼 게 마인크래프트라면 청소년 이상 대상 게임으로는 GTA5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입니다.

3억 장을 판매한 마인크래프트에 이어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된 비디오 게임이 GTA5입니다. 5월 실적 발표에서 2억 장 판매를 알렸으니 2013년 첫 출시 이후 10년 조금 넘은 기간 만에 이런 수치를 달성한 셈입니다.




이렇게 꾸준히, 오래도록 판매되는 것도 놀랍지만, 사실 출시 초기 기록은 당시에도, 지금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 대단했습니다. 출시 당일에 8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약 1,100만 장이 팔린 셈이었고 출시 첫 주에 1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지금 환율로 따지면 대략 1조 5천억 원 정도입니다. 당연히 '가장 빠르게'가 붙은 판매 기록은 이때 싹 갈아치워졌죠.

유비소프트가 파 크라이3 출시 전후, 어쌔신 크리드3와 블랙 플래그로 본격적으로 비상하던 때의 연간 매출이 15억 달러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GTA5의 성과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 감이 잡히는 수치죠.

이런 판매량은 곧 시장 규모의 확장을 가져왔습니다. 특히 출시 1년 만에 PS4, Xbox One으로 새로운 버전이 출시됐는데요. PC 출시 없이 콘솔로만 출시되며 두 콘솔의 초기 판매량을 견인한 타이틀로 꼽힙니다. 당시만 해도 콘솔 판매의 핵심을 독점 타이틀로 바라보았는데 서드 파티 게임이 킬러 콘텐츠로 떠오르며 독점론에 대한 시각도 어느 정도 물렁해졌고요.

이러한 흥행과 인기에 GTA5는 음악, 예술 등 게임을 너머 사회 전반의 다른 콘텐츠로 확장됐습니다. 당연히 그러한 확장은 게임에 관한 관심으로 다시 돌아왔고요. 분명 새로운 유저도 늘었겠지만, 평소에 게임을 덜 즐기거나 관심이 줄어든 이들 역시 다시 컨트롤러를 잡았죠.

하나의 게임만 줄기차게 즐기는 게 가능한 이들도 있지만, 반대로 어느 정도 게임을 끝내고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는 사람, 취향에 맞지 않아 새로운 게임을 찾는 사람 역시 존재합니다. 여기서 유비소프트의 주장과 같은 결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맛집에 질려, 혹은 취향에 맞지 않은 고객이 찾아오는 구간. 그게 처음 게이머가 된 부류가 아니라, 게임을 잠시 손에 놓고 있다 GTA5로 돌아온 게이머라면 분명 새로운 게임을 찾을 테니까요.


달라진 AAA 기준
GTA5급 게임인가 아닌가

세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스토리. 그리고 그걸 단순히 이어 붙이는 데 그치지 않고 수많은 시네마틱 컷을 중심으로 구현한 드라마. GTA는 여기에 문화, 예술, 사회현상 등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복잡한 내러티브 안에 담아냈습니다. GTA 산 안드레아스로 폭발한 스토리텔링이 실제 플레이어와 맞닿아있는 시기를 현실적으로 담아내며 공감대를 형성한 거죠.

리얼리티와 서브 스토리의 유기성, 레드 데드 리뎀션2로 더 강화된 내러티브 구조의 역동성은 락스타의 성공을 이끈 축 중 하나입니다. 게임의 내러티브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지만, 그 수준을 끌어올리며 AAA급 규모 게임이 보여주어야 할 스토리텔링의 완성도 기준도 높아졌습니다.



▲ 댄 하우저식 리얼리즘과 사회 풍자는 다른 게임과 비교하기 어려운 높은 수준을 담아냈습니다

눈에 직접 보이는 부분에서의 변화도 혁신적이었습니다. 이미 시장에 안착한 오픈 월드지만, 스토리텔링과 엮인 자유도, 정교하게 구현되어 상호작용이 능동적으로 일어나는 듯한 NPC 패턴 등은 경직된 여타 게임의 세계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죠.

그 뒤로 공개된 수많은 게임 중 레드 데드 리뎀션2 정도를 제외한 많은 오픈 월드 게임이 이미 한참 전에 나온 GTA5를 비교 대상으로 우위를 보여주지 못한 것처럼 말입니다.

게임 저변 확대라는 큰 역할을 이뤄낸 GTA5는 게임 개발, 기술의 표준을 높였습니다. 이는 곧 다른 게임사들도 더 높은 품질의 게임을 만들고자 하는 자극이 됐을 테고요.

그게 분명 시장 전체의 품질 향상에 기여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높아져 가는 개발비 상황에서 비슷한 투자를 하고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우 역시 많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비교 대상이 10년 전 GTA5인데 정작 투자해서 나온 게임은 그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그 이상의 투자가 예상되는 GTA6에 거는 기대가 크고요.


그래서 정말 괜찮나요?
재밌어야 GTA6 효과라도 보는 거지


12년 만에 출시될 GTA6에 대한 관심은 하루 만에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하고, 여러 기록도 싹 경신한 트레일러로도 알 수 있습니다. 또 트레일러에 등장한 무수한 밈과 문화 현상에 대한 이해, 수준 높은 그래픽을 보면 원래 잘했던 거, 그걸 이번에도 잘할 거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2억 조회수 넘기며 게임 하는 사람이라면 관심 안 둘 수 없는 대작이 되어버린 게임

GTA6는 분명 잘 나올 테고, 그 효과를 보려면 분명 GTA6보다 더 좋은 맛을 내거나, 그게 아니라면 다른 맛을 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관심이 쏠린 맛집 손님이 한 번이라도 가볼까 고민하게 할 테니까요. 비슷하다면 비슷한 맛인 오픈 월드 게임으로 그 다름을 만들어내는 건 더욱 어려울 테고요.

그 다름이 비슷한 성공작들보다 더 중요한 건 다른 맛집과는 다른, GTA5의 특징이었습니다. 바로 온라인이죠. GTA5는 캠페인으로 이야기 하나가 종결되는 스토리 기반 비디오 게임임에도 온라인 모드를 통한 게임의 수명 연장을 이뤘습니다. 이건 곧 이런 오픈 월드 게임도 장기적인 수익화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고, GTA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NBA 2K 시리즈와 함께 테이크투의 핵심 수익원이 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번 신작도 온라인 모드가 도입될 거고, 제한 없는 수의 플레이어가 기간 제한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거라는 거죠. 서버 정도의 문제가 또 발생하지 않는다면, 맛집은 맛집인데, 무한대의 테이블이 깔려 손님을 계속 받을 수 있는 맛집이 되는 겁니다.

즉, 비슷한 장르라면 GTA6와 직접 경쟁하는 시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GTA5 출시 당시 확장된 유저풀이 유비소프트 게임에 영향을 줬다는 기예모 대표의 분석은 어느 정도 맞다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GTA5의 첫 출시, 이식판 출시 시기가 유비소프트에게는 구 시리즈에서 손꼽히는 명작이자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어쌔신 크리드3와 블랙 플래그, 그리고 파 크라이4 등이 출시된 시기라는 겁니다. GTA와는 충분히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거죠.

하지만 지금의 유비소프트 분위기는 썩 좋지 않습니다. 어쌔신 크리드 섀도우즈는 그간 역사와 문화 연출에 강점을 가지던 시리즈 특징이 훼손됐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출시를 앞둔 스타워즈 아웃로 역시 공개된 플레이 영상의 미흡함에 부정적인 여론이 불타올랐죠. GTA6와 경쟁하게 될 2025년, 2026년. 이때 출시를 기대해볼 수 있는 타이틀도 스플린터 셀 리메이크나 비욘드 굿 앤 이블2, 디비전3 등 아직은 그 모습을 예상하기 어려운 게임들 뿐이고요. 비슷한 부류로 성과를 내온 유비소프트에게는 다른 맛을 내야 하는, 난이도 더 높은 시험이 1년 정도 남은 거죠.




GTA6가 스스로 넘어지지만 않는다면, 결국 GTA6의 효과는 그래도 충분히 즐길 재미가 있는 게임을 가지고 있어야 볼 수 있을 겁니다.

과연 유비소프트, 그리고 다른 대작 게임을 출시할 게임사들에게 2025년 가을, GTA6의 출시는 기회가 될까요? 아니면 위기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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