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추억 기댄 그냥 SRPG가 아니라 전략과 전술이야

리뷰 | 강승진 기자 | 댓글: 17개 |

하면 할수록 더 깊어지는


게임 플레이 만듦새와는 별개로 옥토패스 트래블러가 보여준 HD-2D의 비주얼은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는 독특한 감성을 전달했습니다. 어릴 적 파이널판타지 게임팩과 주요 대사 A4 용지에 몇 장 적힌 번역본 사 들고 밤잠 잊고 몰래 게임하던 추억. 그 감성은 평생 잊을 수 없을 테니까요.

옥토패스 트래블러의 스퀘어에닉스 아사노팀이 다시 옛 감성을 되살린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는 그래서 출시 전부터 관심을 끌 수밖에 없었습니다. 체험판 하나에 과거의 명작들을 줄줄이 읊어가며 고전에 대한 헌사를 바칠 정도였죠. 그렇게 출시일만 손꼽아 기다린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는 꽤 독특한 작품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단순히 옛 감성을 살린 비주얼만이 아니라 게임 자체의 분위기도 과거 느꼈던 그것들과 비슷하거든요. 그러면서도 출시 전 비견된 전설의 오우거 배틀, 택틱스 오우거,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와는 다른 전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색이 너무 뚜렷해서 다른 한쪽의 플레이를 기대한 게이머들에게는 제대로 먹히기 어렵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요. 하지만 그러한 뚜렷한 특징은 이른바 진입 장벽 정도입니다. 다회차를 상정해두고 만들었듯 플레이할수록, 게임에 빠져들수록 재미를 느끼도록 만들어진 구성입니다. 그리고 폭죽 터지는 적을 도륙 내버리는 SRPG가 아니라 진중하게 전략을 탐구할 택틱스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다면 일단 한 번 읽어보고 도전해봄 직한 작품일 겁니다.




게임명: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TRIANGLE STRATEGY)
장르명: 택티컬 RPG
출시일: 2022. 3. 4.
개발사: 스퀘어에닉스, 아트 딩크, Netchubiyori
서비스: 닌텐도
플랫폼: 닌텐도 스위치

관련 링크: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 오픈크리틱 페이지



강제된 캐릭터 역할이 벼려낸 전략성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에서 스트래티지(Strategy). 그러니까 전략적인 부분에서의 전투와 플레이는 최근의 SRPG와 달리 꼭 짚어보고 넘어갈 게임의 핵심 중 하나입니다.

사실 게임이 주는 분위기는 앞서 언급했듯 2D 그래픽으로 택티컬 부분을 강조했던 파판택, 오우거 배틀 사가의 분위기를 내지만, 근본적으로 고정된 직업. 그리고 고정된 역할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상위 클래스로의 진급은 있지만, 게임이 끝날 때까지 마법사는 마법사로만, 전사는 전사로만 플레이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커다란 직업군이 아니라 개별 캐릭터의 역할군을 직업이라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세분했거든요. 같은 전사라도 탱커형 캐릭터는 적을 도발해 어그로를 끌고 반격하는 능력에 치중되어 있고 적의 공격을 반격하는 검사형 직업의 주인공은 보다 공격적인 능력에 특화되어 있고요.

마법사를 예로 들면 더 이해가 쉽습니다. 단순히 흑마법, 백마법 같은 스퀘어에닉스 게임에서 자주 등장한 역할군의 개념을 넘어 얼음 마법사, 화염 마법사, 회복술사, 지원형 캐릭터가 다 따로 구분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캐릭터 역할군이 강조되어 있다는 건 큰 틀에서 보면 플레이어 주도적인 전략성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기도 합니다.




어쨌든 내가 직접 이런저런 조합을 구성하기보다는 주어진 캐릭터 역할 안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하니 마치 답이 정해진 문제, 즉 맵을 클리어해나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죠. 캐릭터의 활용법이 단조롭고, 특정 방향으로 강조되었을 테니까요.

아마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가 지형과 방향, 그리고 순서라는 인물 이외의 전략 요소를 충분히 담아내지 않았다면 맞는 표현일 겁니다.

앞서 말한 세 가지는 사실 이 게임의 스트래티지를 완성하는 요소기도 합니다. 그리고 게임의 여러 시스템과 거미줄처럼 얽혀 그 복잡함과 깊이를 더하기도 하고요.

낮은 곳에서는 높은 곳을 공격하기 어렵고, 추가 피해에 이동도 제한이 있는 등 고저차에 따른 이점도 절대 무시할 수 없지만, 더 넓게는 전장의 특징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죠. 이동이 수월하지 않은 구간에 아군을 배치해 적의 공격을 틀어막는다든가 전략적 요충지를 빠르게 선점하는 길을 찾는 식으로요.

그리고 이 전장은 단순히 캐릭터 하나가 차지하는 공간의 개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지형으로 그려지죠. 단단한 땅은 냉기 마법으로 얼릴 수 있고 이곳을 지날 때 이동 속도는 줄어듭니다. 여기를 불로 덥히면 물웅덩이가 생기고 번개 마법은 물웅덩이 전체로 퍼져 나가 피해를 주죠. 나무 방책은 불로 피해를 입히면 그냥 파괴되는 게 아니라 불에 타오르고 지나가는 캐릭터에게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높은 곳에서는 적을 밀쳐낼 수도 있고요.



▲ 못 올라가는 지역은 대장장이가 사다리를 설치하면 끝 캐릭터 역할이 확실히 구분되어 있다
약사는 회복 아이템 효율 올리는 데 특화되어 있기도 하고

유리한 지역을 어떻게 먼저 손에 넣는지가 게임의 핵심이 된다는 거죠. 다만 전장에 나설 수 있는 캐릭터의 수는 한정되어 있어 필연적으로 옆이나 뒤에서의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적에게 뒤를 내주면 적이 아군 캐릭터를 사이에 두고 서게 되는데 이런 포지션에서는 협공이 이루어집니다.

협공이 꽤 위협적인 건 게임이 각 캐릭터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도록 유도하는가와도 연결되죠. 개발진은 의도적으로 하나의 캐릭터가 강력해지는 걸 배제했습니다. 맵마다 적정 레벨이 존재하는데 이게 조금만 차이가 나도 경험치 보정이 크게 이루어지도록 폭을 넓혔죠. 적정레벨에서 5레벨 정도 낮으면 공격, 회복 한번에 바로 레벨을 올리지만, 레벨이 조금만 높아도 입수하는 경험치가 거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게임 오버로 전투를 다시 시작해도 패배한 전투에서 입수한 경험치 자체는 그대로 이어지게 만들어 적정 레벨까지 올리는 건 쉽지만, 그 이상으로 올리는 건 어렵게 만든 거죠. 즉, 개발진이 그 맵에서 플레이하도록 상정한 레벨 한도 안에서 머리를 써가며 플레이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거죠.




게임이 강제하는 또 하나는 행동 순서입니다. 전투는 단순히 ‘아군 턴 다음 적 턴’ 형태가 아니라 캐릭터별 순서에 의해 정해지죠. 아군을 위험한 위치로 잘못 옮겼는데 다음에 적 여럿의 차례가 몰려있다면 혼자 흠씬 두들겨 맞고 전장 이탈하기 그만입니다. 내 턴만이 아니라 상대 턴까지 고려해야 하고 적 범위, 아군 순서까지 생각한 후에야 편리하게 적 잡아내는 게 가능합니다.

사실 이렇게 고려할 부분이 많아지면 SRPG 최강의 비기인 ‘네가 와’를 시전하는 게 가장 편리한 방법이 됩니다. 굳이 기다리는 적의 입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거죠. 이런 플레이를 근본적으로 막아내는 게 TP 시스템입니다.

특수기 사용 시 필요한 일종의 마나 개념인 TP는 캐릭터 턴마다 1개씩 차오릅니다. 기본 클래스에서는 총 3개까지 보유하고 상위 클래스에서 4개, 최상위 클래스가 5개까지 보유할 수 있는데 보통 공격 스킬은 2개, 많게는 그 이상을 필요로 하죠. 즉 방어 라인 뒤 멀리서 공격해야 할 특수 스킬을 많아야 2번 정도만 연달아 쓸 수 있다는 겁니다. 다가오는 적을 충분히 녹여버리기 전에 아군 탱킹 라인이 뚫려버리겠죠.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이동 시 적의 사정거리를 기본으로 표시해주고 TP 회복이 가능한 클래스가 있기도 합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어느 한 방향으로의 전략이 통하지 않도록 만들고 전장이나 상황에 따른 고민이 담기도록 구성했죠.



▲ 안전지역은 파랗게, 적의 공격이 닿을 구간은 보라색으로

생각할 게 많다 보니 일반 난이도에서도 패배 화면을 보는 게 그리 드문 일은 아닙니다. 또 모든 캐릭터를 전장에 남기고 클리어하는 건 더더욱 어렵고요. 그래서 최근 택티컬 게임 중에 이 정도로 전투 부분을 따로 설명하고, 그 의도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게임이 있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당연히 이런 방식을 모두가 반기는 건 아닐 겁니다. 디스가이아처럼 끊임없는 성장을 통한 파고들기를 즐기는 이들도 있고 보다 간결한 전투로 스토리를 즐기는 데 익숙한 팬들도 있을 거고요. 그래서 일반적인 시뮬레이션 RPG보다는 성장의 요소가 한정되고 전략에 중심을 둔 게임이라는 걸 분명히 설명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쪽 취향을 즐길 수만 있다면 충분히 머리 쥐어짜며 플레이할 만한 요소가 담뿍 담겼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또 전략적 플레이를 달성했을 때 얻는 포인트로만 구매할 수 있는 상점도 존재하는 걸 보면 그걸 즐기도록 유도한 개발진의 고민도 느껴지고요.



선택과 결정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그리고 뒤늦은 완성

기존 BD11. 지금의 CBU2에서 아사노 토모야가 이끄는 일명 아사노 팀의 이야기는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고전적인, 또는 한계가 뚜렷한 JRPG. 그 이상도 아니었고 그보다 못 미칠 때도 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주인공들의 여정을 그다지 깊이 있게 그려내지 못하기도 하고 오늘날 보기에는 세련되지 못한, 유치한 느낌이 날 때도 있었죠.

브레이블리 시리즈나 옥토패스 트래블러 등 이들의 작품 시나리오 라이터가 모두 달랐음에도 이렇게 일관된 아쉬움이 나왔기에 프로듀서나 제작자 단계에서 이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 눈에 보이는 비주얼에 비해 내용 자체는 아쉬움이 더 컸던 옥토패스 트래블러

그래서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꽤 대담하게 그려졌다 평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내용이 아니라 그 이야기의 구성 자체에서부터 말이죠.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의 트라이앵글(Triangle)은 게임 속 가상의 3개 국가를 상징합니다. 소금이 전략적 자원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 세계에서 그린부르크, 에스프로스트, 하이샌드 등 3국이 서로 균형을 유지하다 일련의 사건들로 이것이 깨져버린 이야기를 다루죠.

물론 주인공은 공격을 받고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그린부르크 가문의 젊은 새 영주 세레노아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앞서 말했듯 거대한 국가 간의 전쟁으로 뒤덮이고 주인공 개인보다는 전쟁과 암투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흐름도 이 거대한 이야기에서 여러 국가와 다양한 인물들의 상황을 보다 다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그려지죠. 분명 주인공의 입장에서는 쭉 진행되어야 할 이야기임에도 중간중간 월드 맵을 통해 굳이 주인공의 이야기를 선택할지 묻도록 하는데요. 이때 고개를 돌리면 같은 시기, 다른 나라나 다른 인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자신의 이득을 취할지 고민하며 야합하는 모습이 제삼자의 시선으로 그려집니다.

즉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성도, 개발진이 플레이어가 바라보게 만드는 것도, 모두 전쟁과 삼국의 관계라는 큰 틀에서 다루고 있도록 한다는 거죠.



▲ 주인공 외의 주변 스토리를 꽤 많이 다루며 여러 시선에서 이야기를 그립니다

이렇게 넓은 이야기를 초반부터 광활하게 펼쳐내다 보니 플레이하는 게이머에게는 곤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초반부터 이 나라 저 나라에 존재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름이 끊임없이 쏟아집니다. 물론 이렇게 대규모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게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게임은 그걸 효과적으로 살려낼 요소들을 그다지 잘 활용하고 있지 않죠.

인물들의 움직임이 HD-2D의 장점을 살려 3D 배경과 어우러지게 그려진다고는 하지만, 세밀한 묘사나 컷 이미지 활용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사실상 대화를 통한 텍스트로 모든 내용이 전달되고 있다는 거죠. 또, 그 분량도 전투 파트와 비교하면 어마어마할 정도입니다. 전투까지 이벤트 내용이 긴 파트라면 십 수분은 대화만 줄곧 보고 있어야 하죠.

등장인물이 많아도 기존의 유명 IP를 활용한다면 몰입도 자체가 다릅니다. 또 미려한 캐릭터 디자인을 앞세우거나 개성 살린 큼지막한 3D 캐릭터로 보는 요소를 더해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일 수도 있죠.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는 이걸 그저 과거의 JRPG 보듯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벤트와 전투의 호흡이 비교적 짧았던 작품과 달리 택티컬 RPG 특성상 전투 한 번, 이벤트 한 번의 길이도 긴데 이 작품은 기존 게임보다 그 길이가 훨씬 깁니다. 다행이라면 첫 체험판과 달리 거의 모든 대사가 더빙되어 몰입에 도움을 준다는 정도일까요?

이렇게만 보면 야심 찬 이야기 전개는 꽤 실망스럽게 보일 법합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방향이 나아가는 줄기를 따라가면 아사노팀의 방향성이 꽤 그럴듯하게 작품의 의도를 보여줬다고도 볼 법합니다.



▲ 여러 결정 사안을 신념의 저울을 통해 주변 인물들의 결정에 맡기는 주인공

게임에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도덕과 이익, 자유 등 세 가지 신념이 존재합니다. 이건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대화는 물론 상점에서의 물건 구매, 전장에서의 전리품 수거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변화하죠. 처음에는 언제 얼마가 어떻게 오르는지 알 수 없고 그저 신념이 올랐다는 문구 정도만 뜨지만요.

이 신념에 따라 플레이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동료도 달라집니다. 사실상 한정된 공간에서만 이야기가 이루어지는 이번 작품에서 동료 획득과 그에 따른 게임 전략의 변화가 이 신념 수치로 결정된다는 거죠.

신념이라는 개념이 쓰이는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선택지입니다. 여러 국가 사이에서 치이며 그때그때 선택의 상황에 놓이는 주인공 일행. 주인공인 세레노아의 월호트 가문은 이러한 선택을 개인이 아니라 7명의 동료가 저울에 신념의 동전을 올려 선택하도록 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플레이어가 아니라 동료의 선택이 향후 분기를 선택하게 만드는 거죠.

물론 선택 전 플레이어가 각각의 의견을 가진 동료를 설득해 원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바꿀 수는 있습니다만, 그게 충분히 통하지 않을 만큼 자신의 선택에 굳은 의지를 가진 인물도 있죠. 그리고 이야기상 어쨌든 선택의 몫은 주인공이 아니라 동료가 하는 셈입니다.

어찌보면 거대한 이야기의 흐름부터 선택의 결정권까지 주인공은 그저 흘러가는 대로 따라가는 피동적 인물처럼 그려지는 거죠.



▲ 분명 주체적인 주변 인물들의 모습이 초중반에는 더 부각된다

대신 그동안 갈라졌던 이야기의 흐름이 짜맞춰 지고 갈등이 높아지는 중후반부에 들어서면 이러한 특징은 완전히 뒤바뀝니다. 그동안의 선택에 따른 결과. 그리고 앞으로의 운명을 가를 선택이 주인공의 손에 쥐어지고 이야기의 중심도 완전히 주인공에게로 돌아섭니다. 그리고 여러 갈등 사이에서 특색 없던 주인공이 그 세계에서 제대로 살아있는 듯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그간의 아사노팀 작품. 나아가 JRPG라고 부를 것들은 대개 이야기의 방향이 개인에서 시작해 보다 넓은 방향으로 뻗어져나갔습니다. 용사인 주인공, 나라를 잃은 왕, 비밀을 가진 마법사 등 개인으로 시작해 세계를 구하거나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오는 식이죠. 또 다른 삼국의 전쟁 이야기를 다루는 삼국연의만 해도 시작은 유비 삼형제부터 시작하잖아요.

하지만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는 앞서 설명했듯, 완벽히 반대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거대한 흐름 속에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주인공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나아가 그 중심으로 이야기가 퍼져 나가는 식으로요.



▲ 중요 분기 시점이 다가올수록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이야기가 더 크게 바뀌며 주인공을 진짜 주역으로 올려놓습니다

쏟아지는 대사와 인물, 그걸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하는 초반의 이야기는 분명 진입 장벽으로 다가옵니다. 그런데 그 구간을 넘어 전쟁의 이야기에 속도가 붙고 이야기를 이끄는 인물들의 색이 명확해지며 몰입력이 살아나게 됩니다. 플레이를 해오며 조금씩 쌓인 인물들의 특징과 이야기도 눈에 더 잘 들어올 시기기도 하고요.

부족한 살을 채우는 RPG 파트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사실 RPG 파트라는 뭔가 있을 것 같은 이 파트는 그저 마을이나 전장 등 전투 전 한정된 공간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하고 정보를 모으는 정도에 그칩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그다지 인상적인 무언가를 전하지도 않죠. 곳곳에 가끔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뒤지며 아이템을 얻는 정도입니다.

그런데 사람들과의 대화는 그저 의미 없는 이야기를 듣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대화 속에서 생각지 못한 정보는 앞서 신념의 저울로 의사를 결정하기 전 동료들을 설득한 비장의 수가 되기도 합니다. 또 전장에 나서기 전 어떤 부분을 눈여겨보고, 이를 적용할지에 대한 힌트가 되기도 하고요.



▲ RPG 파트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 새로운 설득이 가능해집니다

어찌보면 별것 아닌 대화 하나도 게임의 여러 시스템과 엮어내고 그걸 전투, 이야기, 분기, 캐릭터성의 구축까지 다양하게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죠. 어느 한 부분만 신경 쓰다간 놓칠 게 많고 더 쳐다보면 빠져들어 할게 많다는 뜻이고요.

다만, 많은 대사를 원하는 방법대로 빠르게 넘길 수 있는 옵션이 존재하기는 한데 썩 용이하지는 않습니다. R 버튼으로 빠르게 넘기면 대화까지 그냥 쓱 넘어가 버리고 시도때도없이 나오는 줄임표는 어떻게 해도 스킵이 안되는 등 많은 대화량을 더 쉽고 편리하게 전달하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또 간혹 그저 이야기 전개에 편리하게 구현되는 이야기가 잔뜩 올라온 몰입도를 꺾는 점도 아쉽고요.



▲ 넘기기 안... 되는...줄임표...좀...그만...써...줘...





HD-2D 그래픽과 그에 어울리는 고전 명작들의 현대판을 예상했지만,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는 일부 고전작을 오마주한 정도에 그쳤을 뿐 기대와는 꽤 다른 게임이라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초반의 인상과 달리 그게 나쁘다는 느낌보다는 꽤 몰입해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 될 테고요.




플레이타임에 비해 전투가 이루어지는 챕터 내 배틀 수 자체는 많지 않은 느낌이지만, 2회차가 되어서야 신념 표기나 동료 획득 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고 분기도 많죠. 또 상황에 따른 엔딩 분기에 핵심 엔딩으로 꼽히는 것도 플레이를 반복하며 선택 요소들에 따라 다다를 수 있는 등 다분히 다회차 플레이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여러 번 게임을 플레이하며 다른 이야기, 다른 방향에서 인물과 사건을 다시 보며 밋밋하던 이야기가 더 입체적으로 보이게 되고요.

이야기에 쉽게 빠져들 수 있도록 만드는 건 중요합니다. 그리고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는 전투든, 스토리든 그 부분에서 굉장한 약점을 드러냈고요. 하지만 끓일수록 향이 짙어지는 허브처럼 오래 이야기를 함께할수록 전략과 인물들의 모습에 더 깊이 빠져들기에 초반이 그 무엇보다 어려운 게임이라 할 만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진할수록 플레이의 여운은 더 깊게 남고요.
  • 플레이할수록 몰입도를 높이는 이야기와 구성
  • 보유 캐릭터 역할을 중심으로 한 전략 깊이
  • 이해가 되는 적들의 움직임과 도전적 난이도
  • 다양한 분기와 함께하는 다회차 플레이
  • 여전히 빛을 내는 HD-2D 그래픽
  • 진입 장벽이 높은 초반 이야기 구성
  • 간혹 편의적으로 진행되는 듯한 이야기
  • HD-2D에 집중해 아쉬운 세부 연출
  • 지나치게 대화 위주로 몰아치는 텍스트
  • 간혹 발생하는 프레임 드롭

리뷰 플랫폼: Switch (출시 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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