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STORY] 장르의 재정립, 그 최종 진화 앞둔 '보더랜드'의 역사

기획기사 | 강승진 기자 | 댓글: 4개 |
게임 업계에는 여러 혁명적인 순간이 존재합니다. 때로는 기술의 발전이 장르의 변혁을 이끌고, 어쩔 때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장르의 유행을 이끌기도 합니다. 2009년 출시된 '보더랜드' 역시 그런 게임 중 하나였습니다.

롤플레잉 슈터라는, RPG와 FPS의 조합은 본격적인 루터 슈터의 대중화를 가져왔습니다. 보더랜드는 두 장르의 기계적 결합을 넘어, 서로의 아쉬운 지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르적 결합, 새로운 장르 탄생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이후 등장하는 여러 오픈 필드 슈터부터 라이브 서비스 게임까지 보더랜드의 루터 슈터를 차용하고 각자 발전시키며 장르를 확장해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그걸 창시한 보더랜드의 큰 성공이 있었기에 이런 장르적 결합이 인정받았던 걸 겁니다. 보더랜드3 출시 시기 이미 시리즈 전체 수익 10억 달러를 넘기며 역사에 이름을 남긴 비디오 게임 프랜차이즈가 됐습니다. 그런 보더랜드 시리즈의 신작, 보더랜드4가 3편 이후 약 6년 만인 9월 12일 출시됩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기존 게임의 단점은 개선하고, 수많은 요소들을 꼼꼼하게 채워 가장 큰 변화가 예고된 타이틀이기도 한데요. 장르를 재정립한 보더랜드 메인시리즈의 역사, 그리고 출시를 앞둔 4편이 어떻게 바뀌고, 또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하나의 이야기로 전해드립니다.


마법 같은 조합 | RPG와 FPS를 떠올린 랜디 피치포드


보더랜드의 출발은 기어박스의 대표이자, 공동 창립자인 랜디 피치포드와 초기 개발진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그만큼 랜디 피치포드라는 인물에 대해 안다면 이 시리즈의 시작을 더 정확히 알 수 있겠죠?

어린 시절부터 시작한 프로그래밍 실력을 쌓아간 피치포드는 유능한 프로그래머인 동시에 훌륭한 마술사기도 했습니다. 학창시절 마술 클럽에서 마술을 선보이며 번 돈으로 학비를 충당하기도 했는데 그의 삼촌 영향을 받았던 거죠. 피치포드의 삼촌은 20세기 최고의 마술사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카디니였습니다. 당연히 마술에 대한 애정도 컸고, 훗날 비디오 게임을 '마술과 기술의 교차점'이라고 설명할 정도였으니까요.




1990년대 FPS 황금기를 겪은 그는 '듀크 뉴켐 3D'의 개발 프로그래머로 참여했고 섀도우 워리어부터 어포징 포스, 플루 쉬프트 등 하프라이프 확장팩을 개발하며 맵/레벨 디자인을 맡기도 하고, 작품의 각본을 써내려가기도 했죠. 1999년 설립한 기어박스 소프트웨어에서는 프로덕션 부분에 비즈니스까지 게임 서비스에서 더 많은 부분에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2005년 보더랜드 프로젝트의 출발도 피치포드 대표의 주도 아래 진행됐습니다. 2007년 게임을 처음 선보이고, 2009년 게임을 출시하기까지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시리즈를 상징하는 만화책같은 연출 기법은 개발이 70%를 넘어갔을 정도에서야 도입됐죠. 실제로 당초 리얼리스틱 그래픽으로 개발되던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은 다른 SF처럼 어둡고, 개발진 스스로도 마치 폴아웃을 연상케 할 정도로 특색이 없었거든요.

여기에 게임을 상징하는 SF 우주 서부극 판도라 행성은 게임의 디자인이 모두 결정된 다음에야 디자인에 맞춰 구축됐습니다. 그만큼 게임의 디자인은 프로젝트의 핵심이자, 출발점으로 삼았죠. 바로 'FPS와 RPG의 융합'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마술에 대한 애정이 이런 창의적인 발상을 가져왔다고도 하고, FPS 게임 개발 이력, 또 '넷핵'이나 '울티마', '디아블로' 같은 게임을 특히 즐겼던 피치포드의 게임 업계 경력이 만든 결과라고도 봅니다.

중요한 건 이 디자인과 색다른 여러 시도가 보더랜드라는 시리즈를, 루터 슈터(혹은 루트 슈터)라는 장르를 본격적으로 대중화시켰다는 점입니다.



▲ FPS와 RPG, 그 조합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있었다


보더랜드1 | 장르의 탄생, 기대 이상의 반응


2009년 출시된 보더랜드는 앞서 언급한 FPS 플레이와 RPG 플레이의 융합을 달성해냈습니다. 기어박스가 부르는 롤플레잉 슈터, 시자에서 흔히 말하는 루터 슈터는 보통 '헬게이트 런던'이 이 장르의 시초로 여겨지지만, 본격적으로 장르의 특성을 정립하고, 훗날 게임에 영향을 준 건 보더랜드로 꼽힙니다.

보더랜드 첫 작품이 보여준 장르의 융합은 단순히 FPS에 RPG 요소를 더한다는 수준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건 개발진의 철저한 게임 프로세스 분석을 통해 완성됐는데요. 기본적으로 성장과 거대한 목표들을 수행해 나가는 RPG의 장기적인 게임 구성은 슈터 게임의 짧고 간결한 액션 요소와 서로 사이클을 달리하는 특성이라고 봤습니다. 즉 서로가 다른 장르의 빈 곳, 지루함 등을 채워줄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던 거죠.



▲ 핵심인 슈터 플레이는 가져가면서 RPG의 요소들이 그 빈 시간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래서 보더랜드의 디자이너인 매튜 암스트롱은 RPG 요소는 RPG 특징을 가져와도 최소한의 것만 차용했던 기존 슈터와 달리 던전 크롤링의 요소에 디아블로처럼 장비를 파밍하는 요소까지 살려냈습니다. 여기서 장비를 파밍한다는 개념은 루터 개념의 확장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드롭되고 획득하는 무기들이 절차적 생성을 통해 무작위로 생성되는 거죠. 당시에는 생성되는 무기 변형이 최대 1,700만 가지로 소개됐습니다. 단순히 대미지 변화부터 연사 속도, 여러 원소 피해량도 옵션으로 붙었죠.

마치 같은 캐릭터를 골라도, 전혀 다른 빌드를 만들어내듯 총기를 통한 다양성을 만들어냈죠. 이렇게 총기에 따른 빌드 변화도 구축했지만, 동시에 4종의 서로 다른 직업의 캐릭터를 통한 다양성 역시 함께 확보했습니다. 롤랜드, 릴리스, 모데카이, 브릭 등 서로 다른 캐릭터는 각자 강점을 가지는 무기 타입, 게임의 분위기를 바꾸는 액티브 스킬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스킬 역시 트리 시스템으로 선택하도록 해 전혀 캐릭터에 따라 다른 플레이 스타일을 가지도록 했습니다.

이런 캐릭터 분화는 게임 자체의 다양성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멀티플레이에서 협동의 재미를 높여주는 요소이기도 했죠. 멀티플레이 요소 자체에 대해 이래저래 신경 쓴 부분도 많았고요.




이렇게 여러 캐릭터가 장비를 수집하고, 적을 처치하는 캐릭터의 특징에 어울리는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볼트 헌터라는 설정, 그리고 판도라의 상자 신화에서 영감을 받은 시스템적 요소를 더했죠. 사실 롤플레잉 슈터라는 특징을 살리기 위해 플레이어가 모험하고, 전리품을 얻어가는 요소에 집중하도록 했습니다. 그만큼 스토리는 덜 강조했죠. NPC와의 대화, 복잡한 시나리오도 의도적으로 줄였습니다.

이런 스토리는 기존 제작되던 게임의 특징을 어느 정도 살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원래가 진중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를 구축했고, 매드맥스나 스파게티 웨스턴으로 대표되는 서부극을 지향하고 있었거든요. 물론 게임의 아트 스타일은 오늘날 보더랜드 팬들에게 익숙한 셀 셰이딩으로 출시 전 바뀌며 만화적인 연출이 강화되긴 했습니다. 이야기도 특유의 유머가 남아있긴 했지만, 염세적인 분위기도 동시에 갖췄고요. 어쨌든 진지함이 남아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야기도 선형적인 구조였고요.

어쨌든 보더랜드는 개발진으로서도 비교적 작은 규모의 신규 IP로 도전적인 작품이었고, 개발 중간 여러 변화를 거치며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출시 전 유명 애널리스트들도 실패를 예견하는 쪽이 많았죠. 하지만 모두 아다시피 비평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거대한 성공을 거뒀습니다. 보더랜드 시리즈의 성공적 출발을 알린 겁니다.



▲ 지금의 분위기를 생각하면 많이 진지했던 보더랜드1


보더랜드2 | 보더랜드의 완전판, 스토리의 맛을 살려


보더랜드2를 설명하는 가장 효과적인 설명은 '모든 부분에서의 진화'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1편 자체가 워낙 틀을 잘 갖춰놓은 덕에 이렇게 고른 진화와 발전 자체만으로도 게임 판을 흔들기 충분했으니까요. 1편이 장르의 기반을 닦고 정립했다면, 보더랜드2는 게이머들의 테이블 위에 올라온 루터 슈터의 진수 정도가 될 겁니다.

사실 보더랜드2 개발 자체는 비교적 일찍 정해졌습니다. 게임의 출시 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작가였던 마이크 노이먼이 속편을 예고했고, 실제로 2011년부터 개발이 공식 확정됐으니까요. 다만, 목표는 보더랜드1 수준의 게임이었는데요. 예상하지 못한 성과 덕에 최대 3,500만 달러 수준의 개발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수치로는 전작의 두 배인데요. 피치포드 대표는 보더랜드 개발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시행착오들 덕에 개발비가 많이 들었다며 실제로는 3~4배 정도 더 확장된 예산으로 게임을 만들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1편의 흥행으로 더 큰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된 기어박스

어쨌든 이렇게 확장된 자본력으로 새로운 인력도 추가됐는데요. 그중에서도 앤서니 버치의 영입은 향후 보더랜드 시리즈의 기반을 마련했다고도 할 수 있는 큰 변화를 마련했습니다. 수석 작가인 앤서니 버치는 게임의 스토리텔링 부분을 전체적으로 뜯어 고쳤습니다.

실제로 전작은 스토리 부분에 많은 투자를 하진 않은 작품입니다. 스토리도 내레이션 정도로 해결하고, 이야기 구조도 설정에 맞는 이야기를 끼워 넣는 수준이었죠. 실제로 버치가 게임 내내 나오는 가디언 엔젤에 묻자 개발팀에서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설정이 없었습니다. 엔딩에서 나온 위성 장면도 출시 직전 주에 정하고 3일 만에 부랴부랴 만들어 넣어둔 것일 정도였으니까요.

어쨌든 버치의 주도 하에 게임에는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이 추가됐습니다. 대본은 7배로 늘어났습니다. 특히 오늘날 보더랜드 시리즈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소위 광적인 연출이 게임을 채우기 시작했죠. 게임에는 B급을 넘어 맨정신인가 싶을 정도의 개그와 폭력이 가득해졌죠. 버치는 게임의 대본은 95% 이상 썼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그만큼 보더랜드2의 분위기 변화를 주도했습니다.



▲ 익숙한 보더랜드 분위기도 2편에서 시작됐다

주연 캐릭터 4명의 설정과 NPC들의 관계 설정은 판도라 행성을 보다 생동감 넘치는 세계로 만들었습니다. 전작의 볼트 헌터들이 캐릭터가 NPC로 등장해 시리즈 이야기의 연속성도 만들었고, 이들까지 더해 갈등 구조를 더욱 복잡하게 깔아놨죠. 보물찾기를 위한 설정 정도가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확장됐습니다.

이런 갈등 구조를 완성하는 인물은 핸섬 잭입니다. 버치 스스로 자신의 성격을 반영했다고 밝힌 핸섬 잭은 자신을 영웅으로 믿는 나르시시즘적 인물로 잔혹함과 오묘한 유머가 결합된 복합적인 인물이죠.

시리즈를 넘어 게임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악역 중 하나로 꼽히는 이 인물의 추가로 게임은 내러티브 역시 채워진 작품이 됐습니다. 이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작품은 여러 각본상 후보에 올랐고, 핸섬 잭을 연기한 데이미언 클라크는 오늘날 더 게임 어워드의 전신인 스파이크 비디오 게임 어워즈에서 연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 복합적인 설정의 악역 핸섬 잭의 존재는 이야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이야기와 함께 게임플레이의 성장도 눈에 띄는 변화였습니다. 전작에서 게임의 핵심인 루트 시스템은 참신하긴 했지만,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무기 자체의 성능이 제멋대로라 막상 힘겹게 무기를 얻어도, 그전에 쓰던 무기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루터 파트는 게임의 몰입감과 파고들기 요소로 핵심이 되는 만큼, 개발진은 희귀도 적용 방식을 완전히 뜯어고쳤습니다. 뜯어 고쳤다고 표현하는 게 실제로 맷 찰스 프로듀서가 만든 내부 개발 툴을 통해 총기 개발이 쉬워졌거든요. 그 덕에 전작의 모든 무기를 폐기하고, 완전히 새로 만들면서도 더 다양한 특징을 가진 무기 체계로 뜯어 고쳤습니다.

다양한 무기만큼이나 스킬 시스템도 재편, 부가 능력 정도에 집중했던 스킬 트리를 최종 스킬 활용 자체를 바꾸게 만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분류된 캐릭터들도 저마다 플레이 방식이 다른데 스킬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성장이 가능하니까요. 대신 무기 숙련도는 삭제돼 다양한 무기를 두루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요.

개발 중 방향을 틀어 급하게 만들어진 셀 셰이딩 방식의 연출은 정신 아찔해지는 게임 분위기와 더욱 어울리게 되면서 형형색색의 색상이 더해지며 더욱 만화적인 작품으로 그려낼 수 있었습니다.



▲ 새로운 개발 툴 덕분에 무기 시스템을 개편하고, 완전히 새로운 무기들로 게임을 채웠다



▲ 캐릭터 안에서 빌드 구분이 본격적으로 생긴 스킬 트리

이처럼 게임의 모든 부분이 개선되고, 강화되며 실제 성과로 성공이 증명됐습니다. 총 2,800만 장이라는 기록적인 판매량은 보더랜드 시리즈를 단순히 독특한 게임을 넘어, 완성된 IP로서 가치를 가지게 했으니까요.

또한, 스토리가 좋은 평가를 받은 만큼, 핸섬 잭을 주인공으로 하는 2편의 과거 이야기 '보더랜드 프리 시퀄', 2편의 이후 이야기를 다룬 텔테일 사의 어드벤처 '테일즈 프롬 더 보더랜드'로까지 확장되기도 했습니다.


보더랜드3 | 게임 플레이의 변화, 거대 프랜차이즈로의 성장


보더랜드2 이후 7년만에 출시된 보더랜드3는 오랜 개발 기간만큼이나 시리즈 가장 큰 게임으로 표현됐습니다. 실제로 많은 게임사가 그랬듯 팬데믹 시기 개발의 어려움도 있었고, 개발이 약 1년간 지난 상황에서 언리얼 엔진4로의 엔진 교체를 결정하며 작업 과정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힘든 개발 과정이 이어졌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투자도 이어졌습니다. 그 덕에 게임 월드의 확장으로 여러 구역과 행성을 그려 가능한 다양한 무대, 그리고 게임 플레이 부분에서의 변화가 크게 눈에 띄는 작품이 됐습니다.



▲ 비주얼적으로 큰 성장을 보인 보더랜드3

판도라를 넘어서는 여러 행성과 지역은 세미 오픈 월드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다중 행성 시스템을 통해 전체적인 규모, 그리고 그에 따른 다양함까지 동시에 챙기고자 했습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리며 전보다 더 크게, 일부는 더 작게 만들어 개성을 살리는 형태로 그려지기도 했고요.

특히 게임 플레이의 핵심인 이동 액션과 캐릭터 성장 방식의 다양성은 더욱 강조됐습니다. 여전히 비교적 수평적인 지역을 탐험한다는 느낌을 전하던 작품에 슬라이딩이나 난간이나 벽을 타고 오르는 파쿠르 시스템을 일부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전작보다 역동적인 전투 액션을 움직임 자체에서 그려내고 있습니다.

캐릭터의 성장 방식은 액션 스킬의 다양성으로도 2보다도 더 다양하게 캐릭터 성장을 가능하게 만들었는데요. 캐릭터별로 아예 별도의 스킬 트리를 두고 스킬 트리에 따라 캐릭터 방향을 다르게 만드는 방식으로 확장했습니다.

캐릭터 모즈만 예로 들어도 탄창의 크기를 늘리고 탄 재생에 집중해 끊임없이 피해를 주는 무한 탄창, 폭발 피해와 스플래시 대미지로 많은 적을 처리하는 데 집중하는 데몰리션 우먼, 최대 체력이 낮을 수록 더 큰 피해를 주는 복수의 실드 등 플레이 방향이 아예 달라지게 됩니다. 4명의 볼트 헌터들 모두 다양한 빌드를 가지고 있고, DLC로 추가 스킬 트리까지 생기니 볼트 헌터는 넷이지만, 플레이 방식은 훨씬 더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게 된 거죠.



▲ 빌드에 따른 역할 자체를 바꿔버리며 멀티플레이, 싱글 모두 새롭게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게 됐다

스킬 트리 방향에 따라서는 멀티플레이에서 활용도도 더 높아지도록 구성할 수 있고, 액션 스킬과 엮이지 않는 다양한 패시브 스킬로 스킬 포인트 하나하나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만들기도 했습니다. 스킬들의 시너지 강화나 스킬 트리 최종 단계의 캡스톤 스킬의 강력함으로 스킬 포인트 투자 방향, 또 게임의 성장 목표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걸로 캐릭터의 빌드를 구성하면서 멀티든 싱글이든 다양하게 시도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셈이죠.

무기 시스템도 보다 개선됐는데 대체 발사 모드를 통해 같은 무기라도 다른 방식의 공격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무기를 교체하지 않아도, 상황에 맞는 공격 형태를 구상할 수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무기의 제조사마다 가지는 특징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새로운 무기 획득을 위한 루트에도 신경쓰도록 했고요. 유물 등을 통한 파밍의 깊이도 늘렸습니다.




보더랜드 시리즈가 장르의 정립과 혁신을 가져온 것은 맞지만, 그간 많은 게임들이 루터 슈터의 특징을 도입해왔습니다. 여기에 라이브 서비스 타이틀들은 서비스 중 업데이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게임의 콘텐츠를 확장, 발전해왔고요. 그래서 보더랜드 시리즈의 게임 플레이도 분명 에밍과 슈팅이라는 전통적인 슈터 플레이에 머물렀던 것도 사실입니다. 보더랜드3는 그런 플레이에 변화를 그린 작품이 되겠고요.

다만, 내러티브와 대본 부분에서는 혹평도 나왔습니다. 인기 있는 사이렌들의 이야기를 핵심으로 삼으면서 정작 플레이어인 볼트 헌터들은 아예 이야기의 핵심에서 빠져버렸습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총을 든 카메라라는 비판도 나왔고요.

메인 빌런인 칼립소 쌍둥이는 개성은 뚜렷했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갈 힘이 부족했습니다. 전작의 핸섬 잭이 워낙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더욱 비교되기도 했고요. 특히 게임 전체적으로 2보다 더 과도하게 밈에 의존하고, 화장실 유머로 점철된 유머 방향 자체에 대한 비판도 있었지만, 이게 칼립소 쌍둥이 역시 다르지 않아 악역으로서 특별할 것 없는 적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유머가 핵심이 되면서 메인 빌런이 매력적인 세계관과 핵심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인물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 특색은 있지만, 메인 빌런 급은 아니었다는 평가의 칼립소 쌍둥이

앤서니 버치 혼자 대부분을 담당했던 보더랜드2, 그리고 여러 외전을 통해 확대된 이야기는 이제 한 사람이 전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다랐습니다. 그래서 개발진은 일찌감치 전문적으로 이야기를 다룰 내러티브 부서를 신설했습니다. 그럼에도 발생한 스토리 부분의 아쉬움은 더 크게 다가왔죠.

하지만 다행히 이런 문제에 대해 개발진도 깨닫고 있었고, DLC를 통해 하나의 완성된 내러티브를 보여주고, 유머의 톤도 조절하는 등 개선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혹시라도 본편만 즐겼다면 꼭 DLC까지 즐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유치한 개그가 많았다는 평가에 DLC에서 곧바로 유머의 수위와 양을 조절하며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보더랜드4 | 속도감 UP X 10, 단점 가리고 장점은 진화


보더랜드3의 출시도 어느덧 6년 전. 기어박스는 새로운 보더랜드 메인 타이틀, 보더랜드4의 9월 12일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은 액션성을 크게 높여 게임 플레이 안에서의 슈터 경험을 크게 변화시키는 동시에 출시 전부터 전작의 아쉬웠던 점들의 개선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우선 모든 변화의 시작은 방대해진 세계에 있습니다. 보더랜드는 국경지대를 의미하는 단어로 장르적 경계, 판도라 행성의 게임 설정을 뜻한다고 보고 있고, 출시 이후에는 게임의 독특한 셸 세이딩 기법 아트의 외곽선을 상징하는 표현으로도 쓰였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어느 정도 세계에 한계를 지닌 표현이기도 했는데요. 이번 보더랜드4(Borderlands4)는 보더, 경계는 줄이면서(Less Borders) 랜드, 세계는 확장하자(More Lands)는 핵심 기치를 세웠습니다.

그 결과가 심리스 오픈월드입니다. 여러 개방된 지역을 별도의 이동 스테이션을 통해 옮겨다니는 형식에서, 하나의 거대한 월드로 통합시켰죠. 각각의 특색을 지닌 영토는 전작의 지역 이상의 규모를 가지고, 그렇게 이어진 땅들을 별도의 로딩 없이, 심리스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 쪼개진 지역을 여럿 돌아다니는 것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보더랜드만의 세계가 드디어 완성된 겁니다.



▲ 눈에 보이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는 심리스 오픈 월드

이렇게 전에 없던 지역 전체의 활용은 이동과 탐색이라는 부분을 더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제작진은 꾸준히 눈에 보이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자유도를 이야기했습니다. 멀리 보이는 해안이나 산 골짜기 사이에 있는 동굴, 높이 솟은 건물, 심지어 하늘에 떠있는 달까지 갈 수 있다고 설명했죠.

물론 이렇게 자유로운 세계 탐험은 자칫 공허한 세계를 만들 수도 있는데요. 피치포드 대표는 게임을 테스트하며 직접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을 가보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말그대로 세계 곳곳을 탐험하면서, 다른 테스터들조차 가지 않은 곳을 찾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아무것도 없다면? 디자이너에게 곧바로 이야기해 빈곳을 채워넣는 작업을 이어갔죠. 작은 스토리 퀘스트가 되기도 하고, 전리품 획득 요소를 넣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세계의 규모가 달라지다보니 탐험의 재미는 있지만, 기존의 이동 방식으로는 넓은 세계를 탐험하는 게 쉽지 않게 됐습니다. 그래서 개발진은 이동 시스템의 전면적인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기본적인 달리기 속도의 눈에 띄는 증가부터 이단 점프, 공중에서의 활강, 수영, 배트맨처럼 공중으로 날아갈 수 있는 그래플링 훅, 대시 회피에 벽타기 요소까지 추가하며 액션 요소를 다양하게 추가해 게임 플레이 감각을 완전히 바꾼 거죠. 전작에 슬라이딩, 파쿠르 정도의 기본적인 이동액션이 추가된 것과는 변화의 정도가 다릅니다.

이런 액션 덕에 맵 디자인도 단순히 넓은 평지, 뛰어서 올라가는 간단한 구조의 건축물에서 위아래 깊게 표현되는 건물부터 높은 산까지 수직으로 크게 확장됐습니다. 강 같은 물도 더이상 이동할 수 없는 제한선 역할을 하지 않았고요. 조작성을 크게 높인 탈것 디지러너는 이동 중 언제라도 소환할 수 있게 만들어 장거리 이동의 번거로움을 줄이기도 했고요.

▲ 달라진 액션성은 직접 보면 더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이동성을 크게 높이는 변화들이 적용되면서, 당연하게도 전투 스타일도 달라지게 됐습니다. 적의 공격을 좌우로, 점프로 회피하고 멀리 있는 폭발물을 그래플링 훅으로 집어 던지거나 공중에 뜬 상태로 적의 머리 위를 노릴 수도 있죠. 발을 땅에 붙인 전통적인 슈터 플레이에서 하이퍼 슈터에 가까운 플레이가 가능해졌습니다.

전투 스타일의 변화는 캐릭터 스킬에서도 잘 드러나는데요. 전작에서는 핵심 액션 스킬의 다양화와 캡스톤 스킬의 강력함을 강화 포인트로 삼았는데요. 이번에는 스킬 수 자체도 2배 이상 증가했고, 또 스킬 트리 안에서도 3개의 분기 경로를 만들어 또 한번 다양화에 성공했습니다. 보다 세밀하고, 개인화된 캐릭터 빌드를 만들 수 있게 됐죠. 스킬의 전환도 즉시 가능해 여러 실험도 보다 쉽게 가능해졌고요.

당연히 적들도 이런 플레이어의 변화에 맞춰 방패를 들고, 서로를 지원하는 등 보다 전략적인 움직임을 취합니다. 플레이어도 어떤 적을 먼저 처치해야 할지 고민하도록 만들었고요. 보스전 역시 이동과 공격의 반복을 넘어, 플레이어가 이동 액션을 적극 활용해야만 클리어할 수 있는 패턴과 기믹 플레이를 구현해내고 있습니다.

전투 감각의 변화와 함께 무기 시스템도 진화했습니다. 제조사의 역할을 보다 확장해 부품 라이선스 파츠라는 시스템으로 바꿨는데요. 하나의 무기에도 여러 제조사 특성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전보다 더 다양하고, 특색있는 무기 생성이 가능해졌습니다. 희귀도 높은 장비는 더 많은 라이선스 파츠를 장착할 수 있어 파밍에 대한 욕구,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무기 적용, 상상을 뛰어넘는 무기 조합까지 다양함 부분에서 또 한번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 스킬 트리 안에서도 분기를 나눠 더욱 다양하게 캐릭터 성장 방향을 선택할 수 있고



▲ 제조사 특징을 한 무기 안에 다양하게 드러낼 수 있게 됐다

무기 생성만이 아니라 이걸 장착할 수 있는 슬롯의 변화도 생겼습니다. 새로운 슬롯인 오드넌스 슬롯 개념인데요. 기존의 수류탄 슬롯 정도를 생각하면 되지만, 다양한 중화기도 이쪽 슬롯에 장착이 가능합니다. 오드넌스 슬롯에 장착하는 장비들은 잔탄을 모두 소비하면 쿨타임이 지나 다시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인데요. 덕분에 수류탄이나 강력한 중화기를 탄약 아낄 필요 없이, 필요할 때 쓰고, 쿨타임 차면 또 쓰는 게 가능해졌죠. 여기에 회복 킷 슬롯도 추가되어 상황에 맞게 치유하고, 추가적인 버프도 챙길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장비 시스템의 개편에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인데요. 이는 게임의 핵심이 이 루트 파트와 엮여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걸 더 보완하기 위해 전설 아이템의 효과를 높이는 대신, 전작처럼 마구 떨어지지는 않게 조정해 그 가치를 높이고, 플레이의 목표 역할을 할 수 있게 정비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스토리입니다. 보더랜드4는 카이로스라는 새로운 행성을 무대로 우주를 가리고 무자비한 독재를 이어온 타임키퍼, 그리고 우주의 존재를 깨닫고 혁명을 일으키려는 레지스탕스, 그 사이에서 혁명군을 돕는 볼트 헌터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꺼내들었습니다.



▲ 기존 보스들과 비교하면 능력 규모부터 차이 나는 강력한 타임 키퍼

특히 개발진이 소개하는 카이로스의 상황이 꽤 음울한 모양새입니다. 행성 안에서 외부 우주를 보지 못하게 가려놓은 타임키퍼와 교단의 횡포는 디스토피아 세계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타임키퍼의 지배를 받던 사람들은 척추와 목에 볼트라는 장치를 달고, 타임키퍼가 그들의 행동을 제어하고 있었습니다. 자유가 없던 셈이었죠. 전작 이야기에서 순간이동 시킨 달이 타임키퍼가 가려놓은 베일을 부숴버리기 전까지는 말이죠.

사람들은 머리를 올려다 하늘을 보고, 타임키퍼 이상의 존재를 깨닫게 됩니다. 몇몇은 자유를 갈망하며 스스로 볼트를 뜯어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이가 목숨을 잃기도 했씁니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이들은 스스로를 리퍼라고 부르며 오더에 맞서고 있죠.



▲ 전작과 비교하면 훨씬 진지해진 분위기

이러한 이야기의 전체적인 분위기 안에서 시리즈 특유의 유머도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과도한 유머에 제대로 된 이야기 전달이 어려웠던 전작의 문제를 개선하고, 보더랜드2에 가까운 내러티브와 유머의 균형을 잡아나가는 거죠. 실제로 랜디 바넬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와 샘 윙클러 내러티브 디렉터는 3편의 DLC에서 보여준 것처럼 과도한 밈문화보다는 조금은 어두우면서도 시리즈 플레이어들이 오래 즐겨온 요소들의 균형을 중요하게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언리얼 엔진5로 게임 엔진을 업그레이드하면서 특유의 만화책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더 높은 폴리곤, 고해상도 텍스처, 물리 기반 환경 등을 통해 훨씬 수준 높은 그래픽을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피치포드 대표는 이러한 그래픽의 기반이 되는 아트와 디자인까지 모두 수작업을 통해 진행됐다며 아티스트들의 창의성을 최대한 쏟아부었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리고 이 비주얼이 게임 플레이와 내러티브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도 설명했고요.



▲ 그럼에도 한층 강화된 그래픽과 특유의 연출을 살린 유머 역시 지나치지 않게, 잘 섞어낼 예정이다

이처럼 보더랜드4는 게임 전반에 다양한 변화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좋았던 평가를 받은 부분은 발전하고, 아쉬운 평가가 나왔던 부분은 가다듬으면서 시리즈 최고의 타이틀을 위한 출시 막바지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는 9월 12일, PC, PS5, XSX|S, 닌텐도 스위치2로 출시될 게임이 어떤 모습으로 나올지, 그래서 더욱 기대되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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