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형 변호사는 다양한 노동정책 변화 중 게임 산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핵심 정책으로 '포괄임금제 금지', '노란봉투법(원·하청 교섭 제도)', '플랫폼 노동자 보호' 세 가지를 꼽았다. 이는 게임업계의 고질적인 '크런치 모드' 관행부터 외주 개발사와의 관계, 그리고 스트리머·모더 등 새로운 협업 형태까지 전방위적인 변화를 예고한다.

'크런치 모드'의 종말? 포괄임금제 금지의 파장
"근로감독이 훨씬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

게임업계에 가장 직접적이고 큰 영향을 미칠 정책은 단연 '포괄임금제 금지'다. 이 정책은 ▲포괄임금제 금지를 법률에 명문화하고 ▲사용자에게 실근로시간 측정·기록 의무를 부과하며 ▲기존 임금이 저하되지 않도록 하는 보완 방안을 골자로 한다.
과거 판례는 근로시간 측정이 어려운 경우에만 포괄임금제를 예외적으로 허용했지만, 법제화가 이루어지면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이 훨씬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노동자 입장에선 '크런치 모드'와 같은 집중 근로 시, 일한 만큼의 정당한 초과근무수당을 보장받을 법적 근거가 강화된다. 실근로시간 기록 의무화는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사측은 근로시간을 분 단위로 정확히 측정하고 관리해야 하는 시스템 구축 부담이 발생한다. 또한, 초과근무수당 지급 증가로 인한 인건비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

크래프톤 등 일부 게임사가 시행하는 '고정OT제'는 포괄임금제와 다르다는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 고정OT제는 ▲일정 시간의 초과근무수당을 미리 지급하되 ▲실제 초과근무가 이를 넘어서면 차액을 정산하고 ▲근로시간 기록·측정을 전제로 하기에 적법한 제도로 평가된다.
다만, 구자형 변호사는 "실제 근로감독 과정에서 고정OT제가 실질적인 포괄임금제처럼 운영되지는 않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며 형식적인 도입만으로는 법적 문제를 피하기 어렵고 오히려 집중 감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섭의 확장, '노란봉투법'과 게임산업
"원청이 이를 거부하면 형사처벌 대상"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포함된 '원·하청 교섭 제도'는 산업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제도는 직접적인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 사업자라 하더라도 하청 업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한다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인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동자로선 외주·하청 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진 원청을 상대로 직접 교섭할 권리를 얻게 된다. 이를 통해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화 창구가 마련될 수 있다.
사측은 직접적인 고용 관계가 없는 하청 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할 법적 의무가 발생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어, 협력사와의 관계 및 계약 구조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구 변호사는 "외주 개발사 노동조합이 원청 게임사를 상대로, 또는 자회사 노동조합이 모회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했다.
새로운 노동자의 등장, 스트리머·모더도 '보호 대상'
"플랫폼 노동자로서 해당 법률의 적용 대상이 될 수도"
'플랫폼 노동자 보호 정책' 역시 게임 산업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정부는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모든 일하는 사람의 권리 보장'을 위한 기본법 제정을 추진 중으로 , 특히 프리랜서에 대한 '근로자 추정' 제도가 도입될 경우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구 변호사는 "스트리머, 모더 등이 게임사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플랫폼을 통해 관리가 가능하다면 플랫폼 노동자로서 해당 법률의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넥슨 '메이플스토리 월드', 크래프톤 '인조이' 모드 기능이 해당될 수 있다.


창작자 입장에선 플랫폼 노동자로 인정될 경우, 기존에 보장받지 못했던 기본적인 권익 보호를 받을 길이 열린다. 나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4대 보험, 퇴직금 등 더 폭넓은 법적 보호를 받게 된다.
회사는 협업 관계에 있는 스트리머나 모더가 근로자로 인정될 경우, 예상치 못한 법적·재정적 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창작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계약 및 협업 구조를 명확히 설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게임사는 스트리머나 모더와의 협업 시 이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일방적인 지시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예고된 변화에 대응하는 게임사의 자세
"긴급 대응 업무 가이드라인부터 경영 투명성 문제까지"

예고된 변화 속에서 기업들은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구 변호사는 긴급 대응 업무 가이드라인부터 경영 투명성 문제까지 폭넓은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긴급 서버 장애 대응, 라이브 서비스 업데이트 등 24시간 대응이 필요한 업무를 위해 현행법상 다양한 방안들을 고려할 수 있다.
▲재량근로시간제는 신기술 연구개발이나 정보처리시스템 설계·분석 등 법률로 지정된 업무에 한해, 근로자 대표와 서면 합의로 정한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2주, 3개월, 6개월 등의 단위 기간을 평균하여 주 40시간을 맞추는 방식으로, 특정 주에 업무 시간을 집중시킬 수 있다. ▲교대근무는 위 제도들을 적용하기 어려운 상시적 업무의 경우, 교대근무 방식 도입을 고려할 수 있다.
구 변호사는 "각각의 제도별로 요건과 절차가 다르므로, 근로계약서, 취업규칙 등을 제도에 맞춰 개정하고 고용노동부 신고 및 노사 합의 요건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이사제는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근로자 참여를 확대한다는 긍정적 취지가 있으나, 사측에서는 민감한 정보 관리나 신속한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노사 양측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 모색이 요구된다.
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구 변호사는 "인사관련 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하여, 인사 정책에 대한 사전적인 논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선제적 변화의 요구, 게임업계 노무관리의 미래는?
"당장 시작해야 한다"
이러한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게임사들은 더 이상 과거의 관행에 머무를 수 없게 됐다. 구자형 변호사는 기업이 당장 시작해야 할 선제적 조치들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PC오프제, 근로시간 자동 집계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특히 휴게시간이나 개인 용무 시간 등을 근로시간에서 정확히 제외하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사무실 출입 시간 등 기업에 가장 불리한 시간을 기준으로 근로시간이 산정될 위험이 있다.
재량근로제,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법적으로 허용된 유연근로제를 취업규칙에 명시하고, 필요한 경우 노사 합의를 미리 체결해 두어야 한다. 또한, 현재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에 남아있는 위법한 포괄임금 조항은 즉시 개선해야 한다.
성과 중심 평가 및 보상 체계 강화는 연장근로 감소로 인한 임금 하락은 핵심 인력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막연히 긴 근로시간을 요구하는 대신, 성과에 대한 엄격한 평가와 보상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저성과자에 대한 연봉 조정이나 교육 근거 규정을 취업규칙에 명시하는 것도 방법이다.
결론적으로, 노동정책의 변화는 게임 업계에 '시간' 중심에서 '성과'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주 52시간제를 초과하는 근로는 법적 책임(형사처벌, 과태료, 민사 책임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따라서 기업은 PC오프제 도입 등 정확한 근로시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노동자는 변화된 제도 안에서 자신의 권리를 보호받으며 효율적으로 일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