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언노운 월즈 경질' 크래프톤, 2.5억달러 이슈 걸릴까

기획기사 | 이두현 기자 | 댓글: 1개 |
지난 7월 1일, 크래프톤이 '서브노티카'의 개발사 언노운 월즈(Unknown Worlds)의 리더십 교체 및 '서브노티카 2'의 출시 연기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서브노티카'의 창조자인 찰리 클리블랜드와 맥스 맥과이어 등 창립 멤버들이 모두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크래프톤은 '품질 향상'을 위한 결정이라 밝혔지만, 해고된 창업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2억 5천만 달러(한화 3,437억 원) 성과 보너스(언아웃) 지급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혹이 제기되며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크래프톤과 찰리 클래블랜드 등 언노운 월즈 창립자들(이하 찰리 측)의 입장을 종합하면, 이슈는 ▲출시 지연 사유 ▲리더십 교체 이유 ▲개발 철학 등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1. 출시 지연: '품질'인가 '의도'인가

크래프톤의 공식 입장은 단호하다. 플레이 테스트를 통해 얻은 피드백을 충실히 반영하고, 더 높은 완성도와 최고의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팀에 시간이 더 필요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결정이 "계약상 또는 재정적인 요인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으며, 2억 5천만 달러 규모의 언아웃 조항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반면, 찰리 클리블랜드 전 대표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게임이 "얼리 액세스 출시를 위해 준비되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2026년으로의 출시 연기가 창업자들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이었다고 분명히 했다.

이 지점에서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는 파장을 키웠다. 보도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연기가 "특정 수익 목표 달성 시 지급되어야 할 2억 5천만 달러의 보너스 지급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적인 지연"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인수 계약상 보너스 지급 기한이 2026년 중이었기 때문에, 이번 경질은 이 조항을 사실상 무력화시킨다.

크래프톤은 "최대 2억 5천만 달러에 달하는 언아웃 보상의 약 90%를 전 경영진 3명에게 배정하며 '서브노티카 2' 개발에 대한 리더십과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 경영진은 부여된 책임을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당초 2024년 초 얼리 액세스를 목표로 했던 개발 일정이 상당 기간 지연된 배경에는 이들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2. 리더십 교체: '새 활력'인가 '저항 제거'인가




리더십 교체에 대해 크래프톤은 '서브노티카 2' 개발에 "새로운 활력과 추진력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라며, 이는 리더십 교체 이전부터 논의되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찰리는 이 조치를 사실상의 '경질'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이번 주에 일어난 사건들은 상당한 충격"이라고 표현하며, 20년 가까이 일궈온 회사를 떠나게 된 상실감을 토로했다. 출시 지연을 강행하려는 크래프톤에 반대하는 창업자들의 저항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해고라는 극단적 조치를 취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핵심 리더십의 부재가 방향성 혼란과 프로젝트의 중대한 지연을 초래했으며, 현재 버전의 콘텐츠 볼륨 역시 부족하다고 판단, 경영진 교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크래프톤의 설명이다.


3. 개발 철학: '완성'인가 '과정'인가




이번 사태의 근간에는 게임 개발을 바라보는 두 회사의 철학적 차이가 자리 잡고 있다. 크래프톤은 더 많은 콘텐츠를 추가해 "더 완전하고 만족스러운 작품"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반면 찰리 클리블랜드는 얼리 액세스야말로 '서브노티카'의 성공 공식이라고 믿는다. 그는 "우리의 게임은 그것(얼리 액세스) 때문에 번창했다"며, 커뮤니티와 함께 게임의 재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핵심으로 여긴다. 심지어 과거 한 게임의 실패 원인을 얼리 액세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회고하며, 크래프톤의 현재 결정이 과거의 실패를 반복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찰리 전 대표가 공개적으로 부당하다고 주장한 만큼, 나아간다면 소송 제기까지 생각해볼 수 있다. 이때 분쟁의 핵심은 '서브노티카 2'의 출시 지연이 '정당한 품질 관리 목적의 경영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거액의 보너스 지급을 회피하기 위한 부당한 계약 이행 방해'였는지를 법적으로 가리는 데 있다.

찰리 측은 크래프톤을 향해 '품질'은 주관적인 잣대이며, 이 게임을 가장 잘 아는 창업자들의 판단을 강조할 것이다. 크래프톤의 '의도성'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입증하느냐가 소송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크래프톤은 모회사로서 산하 스튜디오의 최종 출시일을 결정할 권한이 있으며, 이는 게임의 장기적인 성공과 브랜드 가치 보호를 위한 정당한 권리 행사라고 주장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플레이 테스트 결과 등 '품질 미달'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며, 재정적 동기가 없었음을 거듭 강조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다.



▲ 크래프톤 김창한 대표

한편, 크래프톤의 입장문에선 거액의 보상으로 경제적 자유를 얻은 창립자들이 과거와 같은 절박함과 개발에 대한 헌신을 잃었다는 취지가 읽힌다. 크래프톤이 공식 발표문에서 언급한 '정기적인 마일스톤 평가'는 나태해진 개발팀을 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였으나 결국 실패했다는 판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크래프톤은 찰리 클리블랜드에 대해 "'문브레이커' 실패 이후 '서브노티카 2' 개발에 전념해달라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게임 개발 참여 대신 개인 영화 프로젝트에 집중했다"고 폭로했다. 또한, 찰리와 맥스에게 각각 게임 디렉터와 테크니컬 디렉터로 복귀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두 사람 모두 이를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창립자들의 해고는 반대 의견을 묵살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표류하는 프로젝트를 구하기 위한 처방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 IP의 가치를 지키고 막대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모회사로서,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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