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box는 일찌감치 자사 윈도우 스토어는 물론 경쟁 게임 플랫폼이었던 스팀에도 게임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이미 차기 휴대용 게임기 Xbox Ally에 스팀, 에픽게임즈 스토어, GOG 등 외부 서비스의 이용을 알렸고, 차기 Xbox 거치기기에 스팀을 포함시킨다는 루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소니 역시 절대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독점 게임들을 PS 독점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PC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마치 PC 게임의 성장은 콘솔 시장의 쇠락을 가져오는 듯 묘사되어 왔다. 하지만 사실상 거치 콘솔의 선두가 된 PS5는 이전 세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황금 시대를 열었다.
소니의 꾸준한 성장, 동시에 일어나는 PC 시장의 약진, 그리고 차세대 시장의 영향까지. 단편적으로 분리된 조각들을 하나의 이야기로 짜맞춰봤다.
이전 시대를 넘어선 PS5
소니의 회계연도 2025년 1분기(2025년 4월 1일~6월 30일) 게임&네트워크 부문의 실적은 매출 9,365억 엔, 영업 이익 148억 엔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8%, 영업 이익은 127%나 오른 수치다.
소니는 이러한 실적을 매출 부문에서는 자사 콘솔 역사 중 최대 중흥기였던 PS4 시절과 비교한다. PS3의 막대한 실적 저하로 골머리를 앓던 소니는 PS4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리고 PS4가 주력이던 회계연도 2018년 1분기와 비교해 실질 이용자 수는 무려 32%나 늘었다. 구독제 서비스를 포함한 네트워크 서비스 매출 역시 당시와 비교해 50% 증가했다. 매출 비중도 20% 가까운 수준이다.

이러한 성장세에 PS5 시대는 소니 게이밍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시대가 됐다. 지난 6월 공개된 소니 회의에서는 2024년까지 PS5 시대 영업 이익이 13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PS1부터 PS4 시대의 10억 달러(PS1 3억 | PS2 2억 | PS3 -4억 | PS4 9억 달러)를 합산한 것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PS5 단 한 개 시대에 달성했다.
이 같은 성적을 단순히 물가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의 결과로 치부할 수도 있다. 실제로 현재 판매 중인 PS5 프로의 가격은 699달러로 PS1, PS2의 299달러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차이나는 가격이다. 물가 상승 인플레이션을 고려, 시장의 비정상적 가격 상승을 불러온 팬데믹 시기를 기준으로 하면 PS5 시기 영업 이익은 PS4 시기보다 비슷하거나 약간 낮은 정도다.
물론 이같은 성적은 5개 연도만에 달성했다는 걸 함께 고려해야 수치 성과를 더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PS4의 성적이 출시 후 7개 연도 성적을 합쳤던 만큼, 꾸준히 높은 수준의 영업 이익을 내는 PS5의 최후 성적은 PS4를 넘어서는 게 기정사실이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을 단순 적용해도 700달러인 PS5 프로는 790달러 정도인 PS3보다 낮은 가격이다. PS3 시대는 PS2 시절보다 1.5배 높은 7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4억 달러의 영업 손해를 봤다. 이 부분을 떠올리면 소니가 PS5 하드웨어 마진과 유통 개선 노력이 성과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넘어 플랫폼으로
PS5 하드웨어 라인업 판매량의 꾸준한 증가와 빠른 속도는 이미 PS4 시절을 능가했다. 하지만 PS5 시대, 그리고 소니의 지난 분기 실적 호조의 배경은 소니가 강조한 이용자 증가 추세가 실질적인 핵심이다.
소니는 2024년을 자사의 대표 프랜차이즈 타이틀이 없는 해로 선언했다. '아스트로 봇'이 여러 매체에서 올해의 게임으로 소개되고, '파이널 판타지7 리버스', '스텔라 블레이드' 등이 서드 파티로 출시되어 성과를 냈다. 그럼에도 갓 오브 워와 마블 스파이더맨 수준의 폭발적인 판매량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소니의 소프트웨어 부문 매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소니의 게이밍 부문 매출이 단순히 독점 게임 한둘을 넘어서는, 주요 수익원을 챙겼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게 바로 DLC, 인앱 결제를 포함한 애드온 콘텐츠 매출과 네트워크 서비스의 약진이다.

소니의 2분기 게이밍 부문 매출은 9,365억 엔이다. 그중 하드웨어가 1,532억 엔, 네트워크 서비스가 1,726억 엔이다. 연말 시즌 등 하드웨어 판매 호조 시기를 제외하면 네트워크 서비스가 하드웨어 판매와 비슷한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여기에 기타 매출을 빼도 57% 이상인 5,401억 엔은 소니 게이밍 부문의 핵심 분야 소프트웨어에서 나온다.
이 소프트웨어 매출도 단순히 게임 판매에 집중되던 시기는 지났다. 실물 판매 매출은 227억 엔에 불과하며 소프트웨어 판매 매출 1,995억 엔을 더해도 전체 매출의 50%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 매출 대다수인 2,926억 엔은 위에서 언급한 DLC, 인앱 결제 등의 애드온 콘텐츠 매출이다.
이러한 인앱 콘텐츠 매출은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플랫폼을 단순히 소프트웨어 판매를 위한 콘솔 개념의 플랫폼 홀더를 떠나, PS 스토어라는 장기적인 ESD 플랫폼으로 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게 효과적으로 작용해 매출 신장까지 이루고 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PC 성장? 함께 늘어온 이용자
플레이스테이션의 이용자 증가는 성장하는 PC 시장을 일차적으로 견주어 비교하면 예상 외일 수 있다. 스팀, 나아가 PC 게임 시장은 모바일 게임 부문의 성장 이후 가장 눈에 띄게 성장하는 게이밍 부문이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과 달리 PC 게임은 어디까지나 코어 게이밍을 위한 부문으로, 고전적으로 이 분야를 가지고 있던 콘솔 게이밍 시장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는 계산에서다.
물론 PC 게임과 콘솔 게임이 시장을 공유하는 부분은 분명히 존재하고, PC나 콘솔, 어느 하나 만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PC와 콘솔이 단순히 하나의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것만이 아니기에, 두 시장 모두 성장하는 현재의 그림이 그려진다. 여기에 거대한 게임 시장 자체의 성장도 한몫하고 있고 말이다.
PC 게임은 2025년 기준 게임 시장의 주류로 발돋움했다. 실제 이용자 역시 콘솔을 넘어섰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특히 스팀덱의 등장 이후 휴대용 게이밍 시장의 확장은 PC 시장을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단순히 휴대용 게이밍 시장 자체가 늘어서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더 다양한 옵션의 게임을 출시한다는 게 더 큰 이유다. 게임 개발 비용이 오르며 PC/콘솔 동시 출시로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류 시장이 된 PC 게임을 대표하는 플랫폼인 스팀 역시 큰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중국 이용자가 그간 빠르게 늘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단순히 PC 뿐만이 아니라 콘솔 역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이는 단순히 PC와 콘솔, 어느 한 분야의 성장이 다른 분야의 시장 규모를 잡아먹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PC, 콘솔을 같이 즐기는 이들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하이엔드 게임의 플레이 가능 여부다. 전 세계 PC 게임 중 하이엔드 시스템을 이용하는 이용자는 15%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거치형 콘솔의 경우 프로 정도의 구분만 있을 뿐 기본적으로 모든 게임이 실행되는 구조다. 반면 휴대용 기기를 포함해 기기 사양이 천차만별인 PC는 일부 하이엔드 이용자 외에도 소규모 인디 게임, 저사양 구작이 돌아갈 정도의 사양에 이들만 즐기는 플레이어 역시 존재하는 시장이다.
이렇게 하이엔드 게임 플레이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은 보급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거치 콘솔의 특성상, 가지고만 있다면 PC보다 비교적 제한 없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콘솔 가격의 상승이 이어지지만, PC 게임의 핵심 부품인 그래픽 카드가 과거 가상화폐부터 현재 AI까지 필수 부품으로 자리 잡으며 가격이 오른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GTA6 출시까지 목표는 콘솔 1위
비교적 제한 없는 하이엔드 게임의 플레이는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의 매출 전략과도 이어진다. 바로 라이브 서비스의 안정적인 운영이다. EA 스포츠 FC, NBA 2K, GTA 온라인, 포트나이트 등 안정적인 시리즈 신작, 혹은 F2P 게임의 인앱 결제는 모바일을 제외하면 PC보다 콘솔의 비중이 훨씬 높다.
이건 몇몇 게임에 집중된 것이 아니다. 2024년 전체 이용자는 PC 이용자가 콘솔 이용자보다 많았지만, 전체 매출은 콘솔이 428억 달러, PC가 373억 달러로 콘솔이 더 높았다. 전 세계적으로는 PC 이용자보다 콘솔 이용자, 콘솔에서 지갑을 더 여는 경향이 두드러진 셈이다.
닌텐도 스위치 시절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기능 제한에 거치형 콘솔만큼의 타사 라이브 서비스 매출 성과를 내지 못한 닌텐도를 제외하면 PS5, XSX|S가 하이엔드 라이브 서비스 게임 매출을 가져왔다. 특히 Xbox가 XSX|S 시기 콘솔 서비스보다는 플랫폼 영역에 더 집중하며 소니가 확고한 거치 콘솔 1위 자리를 가져왔다.
이용자의 증가는 곧 라이브 서비스 매출의 증가로 이어지고, 이번 실적 발표에서 그걸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이용자 우위는 지금보다 내년 더 큰 매출로 이어질 예정이다. 바로 GTA6의 출시다. GTA5가 막대한 게임 판매량에 온라인 서비스로 부가 매출 역시 막대하게 발생시키고 있듯, 더 큰 규모로 선보일 GTA6에 대한 매출에 대한 기대는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GTA6 출시 이전까지 소니의 목표는 Xbox와 비교해 얼마나 많은 이용자를 유치하느냐에 있었다. GTA6가 첫 출시에 PC 출시는 이루어지지 않는 만큼, 출시 수혜는 온전히 콘솔이 입게 된다. 그런 와중에 소니가 1위 자리를 견고히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년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상승하는 분위기다. 소니의 내년 회계연도 기대 실적도 상향됐다.
소니의 목표는 무엇인가
일각에서는 콘솔 주요 소비 시장인 일본의 PC 시장이 콘솔 시장의 하락을 가져올 것이라 분석한다. 근래 PC 시장에서 가장 큰 성장을 거두고 있는 나라 중 하나는 일본이다. 밸브 역시 이번 데브컴에서 일본을 스팀, PC 게임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로 지목했다. 이러한 변화는 일본 내 업무 환경의 변화, 협동 게임에 대한 니즈, 콘솔 공급 부족과 글로벌 히트작의 스팀 서비스 등 복합적인 이유가 꼽힌다.
팬데믹 상황에 재택 근무가 증가했고, 이 시기 PC 게임 시장은 4년간 18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PS5의 공급 부족과 가격 인상은 하이엔드 게임 플레이를 위해 PC를 구매하는 이유가 됐다.
단, 시장에서는 이러한 성장세가 2027년까지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임산업 조사 업체 Newzoo는 일본의 PC 게임 성장률이 5.1%까지 둔화되는 대신, 하락세의 콘솔이 6.3%로 반등할 것이라 내다봤다. 닌텐도 스위치2를 시작으로 다음 세대 콘솔 주기가 돌아오며 콘솔 구매 역시 늘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PC의 성장세보다 경계해야 할 건 플레이스테이션, 그리고 게임 구매 생태계의 변화다.
닌텐도는 PC 시장의 확대, 플랫폼으로서의 역할 변화라는 흐름 속에서도 자사 게임의 독점 전략을 꺾지 않았다. 닌텐도 게임은 언제 사도 닌텐도 기기로만 플레이할 수 있다. 하지만 소니는 이러한 독점 전략을 PC와 공유하며 기간 독점 형태로 바꿨다.
이러한 전략은 소프트웨어의 플랫폼 확대로서의 가치는 있지만, 반대로 기기 구매 자체를 유도하는 힘은 떨어졌다. 여기에 PS5 출시로 플랫폼 확장을 선택한 Xbox 게임들이 PS5 판매 순위 상위권에 있는 모습은 일찌감치 소프트웨어 파워를 강조하는 Xbox 전략 변화가 어쨌든 효과를 내고 있다 볼 수 있다.
단순히 PC 게임 이용자 변화만이 아니라, 급변하는 시장 속에서 PS 브랜드를 플랫폼으로 변화시킨 전략이 계속 통할 수 있는 형태가 될지 함께 고민해야 할 시기다. GTA6, 콘솔 시장의 한 축인 닌텐도 스위치2 출시를 건너뛴 콜 오브 듀티 신작 등 PS 진영에 호재가 이어지지만, 흥망을 모두 경험했던 소니라면 다음 세대 콘솔과 전략에 미래가 담겨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