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SLG 개척에 100억원 투자한 '에임드' 임형철 대표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5개 |
어떻게 하면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과 같은 메이저 게임사를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우리가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현실적으로 한국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장르가 무엇일까 찾다가 SLG(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확신을 얻었습니다.



▲ 에임드 임형철 대표

벤처 스튜디오 에임드(Aimed)의 임형철 대표는 SLG 장르에 대한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에임드는 3년간 개발한 SLG 신작 '뉴포리아(neuphoria)'의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있다. 외부 투자 없이 투입된 개발비만 100억 원에 달한다.

게임 업계에서 '에임드'라는 이름은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스타트업계에선 유명하다. 에임드는 여러 산업에서 회사를 설립해 손익분기점을 넘기면 자회사로 분사시키는 '벤처 스튜디오'다. 투자사 '블로코어', 마케팅사 '마티니 io', 캐주얼 게임사 '게임베리 스튜디오' 등을 자회사로 두고 성공적으로 운영해왔다.

15년간 창업가이자 벤처 투자자로 활동한 임 대표는 투자한 게임사들의 성공을 보며 '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크래프톤'의 뒤를 잇는 메이저 게임사를 직접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는 "단순히 게임 한두 개를 잘 만드는 것을 넘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야 대형 게임사로 도약할 수 있다"고 믿었다.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없는 시장, "그것이 기회"




그가 주목한 것은 SLG였다. 20년간 시장을 지배해온 MMORPG의 아성이 흔들리고 , '라스트 워' 같은 중국산 SLG가 매출 1위 자리를 꿰차는 현상을 보며 시장의 지각 변동을 확신했다. 임 대표는 "성장, 경쟁, 성취감 등 게임을 하는 근본 동기가 비슷해 SLG가 MMORPG 유저를 흡수할 가장 유력한 장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국내 SLG 시장은 수요만 있고 공급이 없는 기형적인 구조였다. 그는 그 이유를 '자금'과 '의지'의 문제로 진단했다. SLG 개발비 100억 원은 중소 개발사에겐 부담이고 , 대형 게임사들은 이미 막대한 수익을 내는 MMORPG의 핵심 인력을 빼내 불확실한 신규 장르에 투입할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주변의 만류도 많았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이 에임드에게는 다시없을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42번의 테스트와 과감한 피봇…'뉴포리아'의 탄생




'뉴포리아'의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30명 규모의 '이클립스' 팀이 개발 중인 이 게임은 처음에는 4X와 오토배틀러를 결합한, 세상에 없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했다. 하지만 1년간의 시도 끝에 너무 어려운 도전임을 깨닫고 과감히 방향을 틀었다. 그 대안이 4X와 가장 유사한 SLG였다.

방향 전환 후에도 수많은 시행착오가 이어졌다. '검은사막' 글로벌 강건우 PD가 프로젝트를 이끌며 완성도를 높여갔다. 아트 스타일도 처음에는 고품질 3D 그래픽을 추구했지만, 더 폭넓은 유저층에게 다가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더 캐주얼한 방향으로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핵심 재미 요소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야심 차게 도입했던 오토배틀러 시스템은 TFT(전략적 팀 전투)처럼 구현되었으나, SLG의 대중화를 지향하는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결국 핵심 시스템에서는 제외하고, 유저 간 대결(아레나) 같은 일부 콘텐츠로 축소하는 결정을 내렸다.

기존 SLG는 초반의 지루하고 반복적인 건설 과정에서 대부분의 유저가 이탈합니다. 우리는 그 행위 자체를 재미있게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뉴포리아'의 가장 큰 혁신은 SLG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초반 허들'을 넘었다는 데 있다. 버튼만 누르던 기존 방식과 달리, 유저가 직접 캐릭터를 조종해 나무를 베고 자원을 옮겨 건물을 짓게 했다. 하이퍼 캐주얼 게임의 문법을 차용한 이 방식은 노동 행위 자체에서 직관적인 재미를 느끼게 했고, 자신이 직접 일군 영토에 대한 강한 애착을 형성시켰다.



▲ "재미라는 감정, '왜 재미있는지' 논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1년 반 동안 해외에서 진행한 42번의 테스트를 통해 이 모델을 완성했고, 10%대에 불과했던 첫날 리텐션(재방문율) 지표는 50%에 육박할 정도로 올랐다.

에임드의 자신감은 탄탄한 데이터 분석 역량과 확고한 개발 철학에서 나온다. 게임베리(사명 변경 전 에임드) 시절부터 Ad-tech 사업을 통해 축적된 UA(사용자 획득) 노하우는 국내 최고 수준이다. 임 대표는 "중국 게임사 사례를 보면, SLG의 성공은 UA 역량에 달려있다"며 "우리는 광고 매체의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예측하고 유리하게 활용하는 기술까지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경영 철학 또한 독특하다. '재미'라는 추상적인 감정을 "왜 재미있는지" 논리적으로 해석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한 성공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분석적 접근은 벤처 투자와 사업을 병행해 온 그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임 대표는 "뉴포리아는 곧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데, 그때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한다. SLG는 출시 직후가 아닌, 1년 이상의 꾸준한 라이브 서비스와 개선을 통해 임계점에 도달했을 때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J커브'를 그리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에임드는 그 임계점을 특정 매출액으로 설정하고, 이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게임을 다듬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서비스 방식 역시 장기적인 수명을 고려해, 시즌마다 모든 것을 리셋하는 방식 대신 새로운 서버를 계속 추가하는 모델을 채택했다. 당분간은 게임의 핵심 재미를 완성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 준비된 세계관을 활용한 IP화 작업은 잠시 미뤄둘 예정이다.

임형철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유저들이 공부하지 않아도 SLG 본연의 재미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는 것"이라며 "뉴포리아가 한국형 SLG의 성공적인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러한 장기적인 도전을 함께할 동료를 찾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에임드는 '뉴포리아'를 개발하는 '이클립스 팀'의 SLG 게임 기획자를 비롯해 퍼포먼스 마케터, 서비스 기획자 등 다양한 직군의 인재를 상시 채용 중이다.

에임드가 추구하는 인재상은 '논리적인 전략가'이자 '협업하는 크리에이터'로, 문제 해결을 즐기고 합리적인 피드백을 통해 동료와 함께 성장하는 사람이다. 이는 "치열하게 토론하며 가장 좋은 솔루션을 함께 찾는" 에임드의 조직 문화와도 맞닿아 있다.



▲ 에임드는 게임 개발과 벤처 투자 등 다양한 사업을 영위한다



▲ 스튜디오 중앙에 자리한 원형 회의실, 투명한 벽이 인상적이다



▲ 서초 마제스타시티 타워 2개 층을 사용하는 에임드 사옥, 자유로운 소통을 위한 타운홀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 에임드는 성장을 함께 이끌어갈 다양한 직군의 인재를 채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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