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⑤] 서브컬처 게임계, 핵심은 4가지 키워드

기획기사 | 윤서호 기자 | 댓글: 3개 |
올해 인벤은 격변하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 속에서 게임사들이 준비하고 있는 신작과 함께 게이머들과 업계인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6가지 핵심 키워드를 선정했다. 2026년, 게임 산업은 기술적 진보를 넘어 ‘총체적 경험의 확장’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올해는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에 집중해야하는지 함께 짚어보자.
2026년 INVEN 신년 기획기사
[5부] 서브컬처🐱 서브컬처 게임계, 핵심은 4가지 키워드
[6부] 소통 ⭐ 유저의 마음을 훔치는 '진정성 소통법' (예정)
[7부] 게임중독 💊 게임, 정신 질환이 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예정)

서브컬처, 이제는 일각에서 '서브'라는 말이 무색하다고 할 정도로 최근 몇 년 사이 게임계의 화두로 자리잡은 분야다. 불과 십여 년만 해도 국내에서는 극히 일부의 유저층만 향유하고, 이를 드러내는 것조차도 부끄러워했지만 이젠 각종 오프라인 이벤트까지 시도하면서 게임업계에서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그렇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서브컬처' 게임도 장르의 기본기를 다져오면서 발전과 확장을 이어왔기 때문이었다. 초기에는 그저 예쁜 캐릭터를 어필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왔으나, 점차 캐릭터의 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스토리와 연출 그리고 그들의 활약을 담아낼 게임플레이 등 전방위적인 부분에서 퀄리티를 업그레이드해왔던 것이 서브컬처 게임의 그간의 흐름이었다.






▲ AGF 2025에는 1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모일 만큼, 서브컬처는 이제 핵심 장르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코어팬뿐만 아니라 회색지대에 있던 유저들을 점차 끌어당기기 시작했고, 국내에서도 그간 덕심을 온전히 발휘하지 못했던 오타쿠 개발자들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블루 아카이브', '승리의 여신: 니케' 등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어필하는 서브컬처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그간 서브컬처 게임과 접점이 없던 회사들까지도 서브컬처 게임에 발을 걸치기 시작하는 한편, 이전 작들과는 또다른 시도를 한 다양한 작품들이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기도 하다.

신작들이 소강 상태였던 2025년 서브컬처 게임계와 달리, 첫 달부터 '명일방주: 엔드필드' 등 굵직한 소식을 들고 온 2026년 서브컬처 게임계, 그 흐름을 어떻게 봐야 할지 4개의 키워드로 정리해보았다.


'도시'와 일상까지 온전히 담아낼 정도로 더 밀도 있는 오픈월드




▲ 2020년 출시한 '원신'은 서브컬처 게임계의 규모와 기술력을 확장한 결정적인 계기 중 하나였다

2020년 '원신'의 글로벌 흥행 이후, 한동안 서브컬처 게임계에서 '오픈월드'는 제일 큰 화두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서브컬처 게임은 비용과 인력을 크게 투자하지 않고 미소녀 일러스트를 앞세운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원신'이 트리플A급 개발비로 콘솔 게임 문법을 접목한 방대한 오픈월드를 성공적으로 구현하면서 또다른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일러스트와는 다소 차이가 있던 3D 카툰렌더링 모델링도 최대한 일러스트에 가깝게 구현, 그간 서브컬처 유저들이 꿈꾸던 애정캐와의 모험을 충실히 담아내면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 받는 게임으로 자리잡았다.

그 뒤 5년 동안 '타워 오브 판타지', '명조' 등 오픈월드 신작이 뒤를 이은 가운데, 또다른 유형의 서브컬처 오픈월드 게임들도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1월 13일 1차 CBT를 진행한 '실버팰리스'와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테스트를 예고한 '이환', TGS 2025에서 처음으로 인게임 플레이를 공개한 '무한대'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도시'라는 밀도 높은 공간을 더 정밀하게 구현하고자 한 시도들이다. 그간 서브컬처 오픈월드 게임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모험을 떠나는 횡적인 규모가 강조가 됐다. 그러나 최근에 출시를 예고한 신작들은 어느 한 도시를 중점으로 밀도 있는 구조와 내러티브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각 게임들의 시연 및 테스트를 통해 고층빌딩 혹은 수많은 행인 사이를 누비면서 숨어있는 이상 현상을 찾아내거나, 괴이한 존재를 탐색하는 등 '도시'라는 공간에서 일상과 비일상을 오가는 밀도 있는 체험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일상의 과정을 더욱 정교하게 보여주기 위해 광원이나 물에 젖는 효과 등 그래픽의 디테일까지 한층 끌어올린 구성들도 눈에 띈다.






▲ 도시를 자유롭게 누비면서 다양한 캐릭터들과 일상을 즐기고



▲ 부동산 투자까지 한층 더 폭넓고 밀도 있는 활동을 접할 수 있다

아울러 '도시'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담아낸 밀도도 포인트다. 각종 스포츠나 레이싱 등을 미니 게임으로 풀어내는 것은 물론, 가게 경영이나 부동산, 하우징 등 가상의 도시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확보하며 일상적인 체험을 하는 부분까지도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또한 도시 곳곳을 누비는 재미를 위해서 탈것 커스터마이징이나 각종 상호작용까지 구비, 도시를 누비는 감각 자체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시도들도 테스트 단계에서도 엿보이고 있다.

다만 이러한 게임들은 최적화 문제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어 이 부분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일부 게임들은 게임플레이 PV에서부터 프레임드랍 등이 목격됐고, 초기 테스트에서 최적화 부분에 공통적으로 여러 이슈가 발발했기 때문이다. 이후 테스트에서 점차 폴리싱을 거치면서 나아지는 모습을 보인 만큼, 출시가 예상보다 빠를 확률도 있다.


전투 일변도를 벗어나 만들고 놀고 공유하기까지, '샌드박스' 유형


그간 서브컬처 게임들이 여럿 등장했지만, 대다수가 '전투'에 초점을 둔 구성이었다. RPG를 즐기는 유저층에게 가장 친숙한 형태이자, 빠른 시간 내에 임팩트를 전달할 수 있는 요소가 '전투'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을 어떻게 차별화해서 구현하느냐도 서브컬처 게임 신작들이 안고 있는 고민 중 하나였다.

한편으로는 또다른 장르의 문법도 도입, 전투 뿐만 아니라 다른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오는 1월 22일 출시하는 '명일방주: 엔드필드'가 대표적인 예다. '엔드필드'는 태그 방식이 아닌 팀원이 같이 필드에서 전투하는 협동 방식을 채택하면서 색다른 전투 경험을 제시하는 한편, 시뮬레이션 요소를 도입해 '공장'을 돌리는 또다른 재미를 유저들에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이다.



▲ 연계 스킬과 협동 전투로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 공장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를 결합해 또다른 재미를 추구하는 '엔드필드'

전투 외에 다른 요소들을 가미해 재미의 바리에이션을 늘린 것은 그간 타 서브컬처 게임도 취한 방식이지만, '엔드필드'는 조금 결이 다르다. '전투'만큼이나 '공장'의 비중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엔드필드'는 그간 테스트를 통해 장비나 소비품 대다수가 필드에서 재료를 구한 뒤 직접 만들어내는 구성을 선보였다. 이미 문법처럼 자리잡은, 행동력을 소모해서 장비를 파밍하는 그런 루틴에서 탈피해 공장 시뮬레이션의 비중을 끌어올린 것이다. 즉 좋은 장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캐릭터 육성 뿐만 아니라, 공장 시뮬레이션을 꼬박꼬박 하면서 테크 레벨이나 생산 설비를 갖출 필요도 있는 셈이다.

2024년 공개 이후 최근 넥슨과 한국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 출시 준비 중인 '아주르 프로밀리아'도 유사하다. 군함을 모에화하고 횡스크롤 슈팅 형태로 풀어낸 전작 '벽람항로'와 달리, 이번에는 판타지 대륙을 배경으로 신비한 생물 '키보'와 유대를 쌓고 협력하는 형태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간 공개된 영상을 보면 미소녀들과 키보와 협동해 전투하는 장면뿐만 아니라, 키보와 함께 탐험, 건설, 농사 등 오픈월드 크래프팅을 더욱 강조한 것이 눈에 띈다.



▲ '아주르 프로밀리아'는 미소녀와 함께 전투하는 것뿐만 아니라






▲ 신비로운 생명체 '키보' 그리고 그들과 함께 터전을 일궈나가는 크래프팅 요소를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이미 원신에서 유저가 직접 창작하는 모드인 '별바다 세계'가 추가되는 등, 기존 게임들도 전투 뿐만 아니고 무언가를 만들며 즐기는 재미를 어필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유형은 그간 수집형 RPG의 주류와는 다른 문법을 적용한 만큼 일부 유저들이 적응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는 만큼, 쉽게 적응할 수 있게끔 차근차근 계단을 제시하는 것이 관건이다.

곧 출시를 앞둔 엔드필드는 시행착오 끝에 이에 대한 해답으로 다른 유저의 간접적인 도움을 받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래서 공장 시뮬레이션에 대해서 하나도 몰라도, 친구의 설계도를 공유받아서 기초적인 공장을 돌리거나 맵 곳곳에 뜬 신호기의 메시지를 보고 탐사와 개발을 이어갈 수 있게끔 한 것이다. 실제로 크래프팅 게임, 샌드박스 게임류는 단순히 혼자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만든 것을 공유하면서 즐기는 것이 주된 양상인 만큼 이런 문법을 도입한 게임들은 그간 싱글플레이 중심이었던 서브컬처 게임에 또다른 재미를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핵심은 미소녀와 함께 하는 '교감', 클래식 미연시부터 이어진 가치의 발전


최근 '서브컬처'가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했지만, 흔히 생각하는 기본 포맷은 '미소녀'와의 교류가 중심이 되는 유형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형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까지 그 맥이 이어진다. 당시에는 기술과 비용 그리고 개발 기간의 문제 등으로 인해 텍스트나 이미지로만 전개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미소녀들과 다양한 상황에서 교류하고 교감하며 애정을 느끼는 과정은 30년도 전부터 고민해왔던 화두다.



▲ 프린세스 메이커2 30주년 기념작이 나올 만큼, 미소녀 게임도 유서 깊은 분야다

이러한 영역은 유저층의 한계가 뚜렷한 만큼, 기존의 팬덤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한 퀄리티 있게 구현하기가 까다로웠다. 특히 라이트한 유저풀을 더 넓혀서 규모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전략을 시도한 신흥 대형 개발사들이 쉽게 구현하지 못한 분야였다. 그러나 점차 서브컬처 시장이 커지고 코어 유저층도 확보되면서 미소녀와 교류하며 교감하는 분야에 대해 재조명하기 시작하고, 유저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 캐릭터의 성능이 중시되었던 초기 수집형 RPG 감성에서 벗어나, 미소녀들이 유저와 함께 하는 동반자라는 인식이 퍼졌던 것이다. 자연히 전투할 때의 모습이 아닌, 미소녀들의 일상에 대해서도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결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오픈월드가 아닌 서브컬처 게임들이 '밀도'를 높이기 위해 이 분야에 주목해왔다. 이제는 서브컬처 유저들에게 친숙한 로비 화면이나 숙소, SNS 같은 콘텐츠들이 이러한 고민의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콘텐츠는 어디까지나 서브에 불과했다. 대부분 캐릭터의 호감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거나 일일퀘스트의 일환으로 소비될 만큼 짤막하게 구성됐다. 자연히 이러한 단면을 게임의 핵심으로 소개하기란 어렵다. 이런저런 콘텐츠를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앞세운 오픈월드 게임에서도 여러 콘텐츠 중 하나 정도로 소개된 정도다.

그런 만큼 넥슨게임즈의 신작 '프로젝트 RX'는 다소 이색적인 시도를 선보인 것이 눈에 띈다. 함께 맞서 싸워야 할 적이나 세계관에 대한 큰 그림, 전투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미소녀와의 일상'이라는 부분을 좀 더 주목한 구성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소녀들이 자연스럽게 일상을 영위하는 모습이나, 같이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등 다양한 공간에서 교류하는 장면들을 중점적으로 표현한 것은 그간 숙소라는 제한된 개별 인원과 교감하는 것과는 다른 시도였다.







▲ 전투나 거시적인 소개보다는 미소녀와의 '교감'에 처음부터 포커스를 맞추고 나온 '프로젝트 RX'

특히 김용하 총괄 PD는 '블루 아카이브' 제작 전에 '포커스 온 유'라는 VR 연애 어드벤처 게임으로 미소녀와 몰입감 있게 일상을 보내며 연애하는 감성을 선보인 바 있다. 이러한 점을 보았을 때 '프로젝트 RX'는 전투뿐만 아니라 미소녀들과 함께 몰입감 있는 연애와 일상을 그간의 스테이지 방식 수집형 RPG와는 또다른 형태로 더욱 폭넓게 조명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그러한 시도는 다른 회사들도 제각각 다른 방식으로 전개해온 바 있기도 하다. 파워프로식 육성 시뮬레이션을 도입하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우마무스메'도 그 사례다. 자신의 애정 캐릭터와 동고동락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쌓이는 애정을 육성 시뮬레이션으로 풀어내고, 이 과정에서 여러 일상의 단면을 오가면서 그 캐릭터에 대해 더 깊이 알아가고자 하는 욕망까지도 게임 내에서 풀 수 있게끔 했기 때문이다.

이에 영감을 받은 여러 게임사들이 뒤이어 그 방식을 도입해왔으나, 아직 서브컬처의 본산지이자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과 육성 시뮬레이션의 제작 역사가 긴 일본을 제외하면 뚜렷한 성과를 보인 작품이 등장하지 못했다. 이러한 영역에 작년 출시된 '스타세이비어'를 시작으로 라이온하트의 프로젝트 C 등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미소녀와 좀 더 몰입감 있는 연애와 교감의 감성을 전달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분야에서의 발전도 기대해볼 법하다.



▲ 작년 하반기 출시된 '스타세이비어'에 이어



▲ 라이온하트의 '프로젝트 C'까지 육성 시뮬레이션 요소를 통해 미소녀와 교감을 앞세운 신작들이 대기 중이다


대작의 파도에 마주친 기존 강자와 신규 도전자, 그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기본기'


한때는 예쁜 일러스트만 있으면 어느 정도 어필할 수 있다는 블루 오션이었지만, 지금의 서브컬처 게임계는 레드 오션을 넘어 블러드 오션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25년은 이 말이 재차 증명된 시기이기도 했다. 방대한 체급의 신작들과 각자의 주무기를 갈고 닦은 유망작들이 있었지만, 그들 대부분이 그간 기존 작품들이 쌓아온 유산을 넘어서지 못하고 기대 이하의 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출시 소식마저 다른 신작들에 묻히는 일도 있었다.

올해는 특히 연초 '엔드필드'부터 시작해 거대 공룡들이 출시 초읽기를 들어간 만큼, 작년보다도 더 치열한 구도가 이어질 확률이 높다. 어지간하면 그런 대작들과 출시일이 겹치거나 비교가 되는 상황은 피하고 싶지만, 깜짝 발표되는 신작과 경쟁작이라는 변수도 있는 만큼 이를 일일이 피하며 절묘한 시기를 캐치하기는 어렵다.



▲ 2026년은 1월부터 테스트, 출시하는 작품 라인업만 봐도 예사롭지 않다

그런 만큼 다른 작품과 차별화된 개성이나 대형 게임들이 시도하지 못한 틈새를 노리는 전략들이 주로 언급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 초 돌풍을 일으켰던 '로스트소드'나 최근 글로벌 출시 후 밈이 자리잡은 '트릭컬' 등이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깜짝 전략의 성공 이면에는, '서브컬처' 게임의 기본기 그리고 서브컬처 게임의 생태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언급되는 서브컬처의 기본기는 매력있는 '캐릭터'다. 통상 매혹적으로 잘 그려내거나 욕망을 자극하는 디자인의 일러스트 혹은 모델링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서브컬처 게임 시장이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가 된 만큼, 어지간한 퀄리티의 일러스트와 모델링만으로는 유저들을 사로잡기는 어렵다. 특히 이제는 AI로 소위 '딸깍'해서 미소녀들의 외형을 만들어내는 시대인 만큼, 어지간해서는 반응조차 오기 힘들다.

따라서 좀 더 입체적으로 유저들에게 그 캐릭터를 어필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캐릭터 속성이나 디테일에 대한 이해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단순히 보기만 예쁜 캐릭터가 아닌, 그 캐릭터와 함께 했을 때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고 어떤 교감이 진행될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디테일은 개발자들이 얼마나 캐릭터성에 대해 공들여 고민하고 '애정'을 기울이는지에 대해 유저들이 체크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 비전문가도 몇 분 만에 끄적여서 미소녀를 만드는 시대인 만큼, AI로는 채울 수 없는 애정과 감동을 전해야 한다

이러한 캐릭터 하나하나를 구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캐릭터와 함께 하면서 유저가 접하게 될 스토리 그리고 그 무대가 될 세계관도 잘 갖춰져야 한다. '잘'이라는 단어는 두루뭉술하니 좀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현재 서브컬처 유저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스토리 유형은 대다수가 캐릭터와의 교감과 유대감이 형성되면서 함께 공동의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유형이다. 처음에 봤을 때 예쁘긴 하지만 어떤 캐릭터인지 낯선 상황에서, 어떤 위기 상황을 같이 극복하기 위해 협력하고 교류하는 과정에서 '라포르'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이런 만큼 스마트폰 시대에 등장한 서브컬처 게임들이 대체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기억을 잃은 주인공을 선택한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그렇게 해서 생긴 라포르를 점차 호감도를 쌓아가면서 애정으로 발전하고, 생활의 일부처럼 자리잡게끔 하는 것이 최근 잘 나가고 있는 서브컬처 게임들의 공통점이다. 게임플레이도 중요한 포인트이긴 하지만, 정말 단조롭고 재미없다는 말이 나올 수준이 아닌 한 서브컬처의 기본기가 뒷받침되면 어느 정도 커버가 가능하다. 자신이 애정하는 캐릭터들과 함께 한다는 경험도 서브컬처 유저들에겐 게임플레이만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기반이 마련된 게임들이 어느 정도 개선을 거쳐서 '역주행'을 하는 사례는 종종 볼 수 있기도 하다.



▲ 그간 빌드업된 스토리와 경험이 밀려오면서 유저들에게 단순 캐릭터 그 이상으로 다가오게 된다

여기에 '운영'과 'BM'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서브컬처 커뮤니티에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이 부분은 개발 후 서비스 단계에서 마주하게 될 문제인 만큼 '기본기'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문제가 제기될 때 항상 나오는 '신뢰'라는 단어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 신뢰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인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유저들은 애정을 주게 되거나 혹은 주게 될 캐릭터와 자신이 의도치 않는 외부 이슈로 인해 원치 않는 이별을 하는 상황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게임사가 안정적으로 잘 이끌어 갈 수 있는지 체크하게 되고, 이런 맥락에서,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인 '운영'과 'BM'이 자연히 언급될 수밖에 없다.

물론 기존의 강자 그리고 새로 등장할 대작들이 모두 이 기본기를 100% 완벽하게 갖춘 것은 아니다. 그들조차도 종종 삐걱거리고, 때로는 운영 이슈가 불거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간 기본기를 통해 쌓아온 신뢰가 있는 만큼, 일종의 유예가 주어진다. 사실 이러한 운영 문제는 서브컬처뿐만 아니고, 다른 게임들도 공통적으로 겪게 될 문제다. 게임 서비스가 트러블 없이 늘 완벽하게 전개되면 좋겠지만, 대내외적인 문제로 인해 트러블을 겪을 가능성은 언제나 산재해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소통'에 대한 부분은, 다음 기획 '유저의 마음을 훔치는 '진정성 소통법''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 다음 기획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서브컬처뿐만 아니라 게임계 키워드로 자리잡은 '소통'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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