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 페스티벌 구역의 푸드존은 점심 시간이 되면 금세 북적인다. 각국에서 몰려든 개발자, 아티스트, 기획자들이 쟁반을 들고 빈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나도 그 중 하나였다. 핫도그 하나를 손에 들고 겨우 찾은 자리에는 이미 두 명이 앉아 있었다. 게임 업계에서 일하는 작가들이었다.
가벼운 인사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졌다. 그때 누군가가 다가와 합석을 구했다. 자리를 내어주며 서로 소개를 나눴다.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엔지니어였다. 채팅 몇 줄만으로 게임 개발을 도와주는 도구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순간, 두 작가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 이어진 어색한 웃음을 시작으로, GDC 기간 내내 컨퍼런스 홀 곳곳에서 흘러나오던 이야기가 이 작은 식탁 위에서 다시 펼쳐지기 시작했다.
엔지니어는 낙관적이었다. AI를 활용하면 개발자들은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에서 해방되어 진짜 창의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AI와의 공존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창의성이 AI로 대체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작가들의 생각은 달랐다. AI가 일정 관리나 단순 반복 작업에는 쓸모가 있겠지만, 이야기를 만들고 글을 쓰는 일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보다 더 솔직한 고백도 나왔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직접 문장으로 빚어내는 그 과정 자체가 즐거움인데, 그것이 '그럴듯하지만 아무 의미 없는 무언가'로 대체되는 게 두렵다고.
두 사람이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AI 그 자체가 아니었다. AI의 효율에만 눈이 멀어 있는, 돈과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다.
작가는 말을 이어갔다. 주니어 작가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 끝에 시니어로 성장한다. 하지만 누구나 AI를 이용해 '그럴듯한' 이야기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에서, 경영진이 굳이 주니어 작가를 채용할 이유가 있을까. 푸드존 옆 전시장에서 계속 울려펴지는 '쉽고 편한 AI' 구호와 동시에, 누군가는 자신의 성장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올해 GDC에서 공개된 설문 결과는 이 식탁의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었다. 개발자 응답자의 52%가 생성형 AI가 게임 산업에 부정적이라고 답했으며, 좋다고 답한 이들은 7%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을 위한 강연을 하는 YBCA 극장에서는 빅테크와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이 업계가 AI를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한목소리로 안타까움을 표했다.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의 게이밍 헤드 모리츠 바이어-렌츠(Moritz Baier-Lentz)는 "충격적이고 슬프다"는 표현까지 썼다. 개발자들이 AI를 '악마화'하고 있다고도 했다. 엑스포 플로어에서 목격한 장면은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다. 게임 업계 종사자들의 노조 결성을 지지하는 부스 바로 옆에, "AI와 채팅 몇 줄로 게임 전체를 만들 수 있다"고 홍보하는 AI 스타트업 부스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
대화가 무르익을 즈음, 피자를 들고 늦게 합석한 게임 디자이너가 한마디를 보탰다. 그는 내내 묵묵히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사실을 업계가 깨닫게 되기까지, 아마 꽤 큰 희생을 치르게 되겠지만."
희생은 누가 치르게 될까. 투자자도, 경영진도, 기술을 만드는 엔지니어도 아닐 것이다. 아마도 아직 경력을 쌓기 시작하지도 못한, 이 업계에 발을 들이려는 누군가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희생이 쌓이고 나서야, 우리는 뒤늦게 무언가를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