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2조 원' 시장, H5에서 미래를 엿보다 - 투바이트 장영국 사업총괄

인터뷰 | 김규만 기자 | 댓글: 1개 |
"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간 대격변 이후, 다음 전환점이 VR인지, AR인지, 아니면 H5인지 고민했다. VR과 AR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 반면 H5 게임 시장은 이미 글로벌에서 움직이고 있다. 조심스러운 추측이 아니라 실제로 증명되고 있는 흐름이다.

투바이트(2bytes)는 2020년 5월 창업하여 게임 QA·번역·현지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다. 140여 개 고객사를 상대로 번역과 QA를 제공하며 사업을 꾸려왔지만, 국내 게임 업계의 침체와 함께 아웃소싱 물량도 줄어드는 현실에 직면했다. 활로를 모색하던 투바이트가 주목한 것은 HTML5(H5) 게임 시장이었다.

장영국 투바이트 사업 총괄(CBO)은 개발 PD 출신이다. 약 20년간 게임 개발 현장에 있다가 퍼블리싱 쪽으로 전향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11년, SK 재직 시절 스마트폰 연구 부서 신설을 건의했던 그는 이듬해 모바일 대격변의 시대를 직접 목격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H5 게임이 모바일 이후의 차세대 플랫폼 변화를 이끌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 장영국 투바이트 사업 총괄

글로벌 H5 게임 시장, 이미 12조 원 규모로 성장




▲ 중국의 메신저 플랫폼, '위챗'의 미니 게임은 대표적인 H5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장영국 총괄이 H5 시장을 확신하게 된 배경에는 글로벌 시장의 급격한 성장이 있다. 해외 주요 플랫폼의 미니 게임 시장은 2023년 3.8조 원에서 불과 2년 만에 12.5조 원 규모로 폭발적으로 커졌다. 공식 서비스 중인 게임만 1만 개 이상이며, 실질적으로는 2만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내 구글 플레이 매출 상위권에 있는 '화이트아웃 서바이벌(WOS)'이나 '버섯커 키우기' 같은 타이틀도 원래 H5 게임으로 서비스되고 있을 정도다.

" 예전에 H5 게임이라고 하면 조잡한 플래시 게임을 떠올렸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고품질 타워 디펜스, RPG, 내러티브 게임까지 H5로 구현되고 있다. 다운로드가 필요 없고, 별도 로그인도 필요 없다. 플랫폼에 접속한 상태에서 바로 게임에 진입하는 구조라 접근성이 압도적이다.

H5 게임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플랫폼 사업자들의 니즈가 있다. 커머스, 핀테크, 배달 앱 등 모든 플랫폼이 유저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쓰고 있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게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배달 앱 안에서 미니 게임을 하고 포인트를 모아 다시 배달을 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

" 모든 플랫폼이 유저를 5분 체류시키는 데도 막대한 비용을 쓴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 유저를 잡아둘 수 있는 콘텐츠가 게임이다. 단, 게임이 재미있어야 한다. 포인트만 준다고 되는 게 아니라 양질의 게임이 들어가야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한편 일본에서도 미니 게임 플랫폼 'G123'이 2018년 게임 3종으로 시작해 답보 상태를 겪다가,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연 매출 1천억 원을 달성하고 나스닥에 상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장 총괄은 이처럼 글로벌 각지에서 H5 시장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2천 개 게임 중 9개만 선별... 투바이트의 '품질 철학'




▲ 카카오페이와 협업해 '미니 게임 센터'를 구축한 투바이트

투바이트의 H5 시장 전략은 단순한 게임 유통이 아니다. 장 총괄은 스스로를 슈퍼 앱과 게임 개발사를 연결하는 '허브'로 정의한다. 플랫폼에 미니 게임 센터를 구축해주고, 게임 SDK 개발부터 백엔드 세팅, 광고·결제 연동, 운영·CS까지 전 과정을 대행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게임 선별에 대한 철저한 기준이다. 투바이트는 지금까지 약 2천 종의 게임을 테스트하고, 그중 단 9종(0.5% 미만)만을 선별해 카카오페이 미니 게임 센터에 론칭했다.

" 수량을 채우는 건 의미가 없다. 질을 채워야 한다. 300개 게임 소스를 사서 공급해주겠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거절했다. 중간에 눈 한 번 감으면 개수 채우는 건 문제가 아닌데, 한번 이렇게 시작한 이상 타협할 수 없다.

선별 기준도 명확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지표와 게임성을 갖추고 있을 것, 충분한 콘텐츠 보유량이 있을 것, 그리고 장르가 중복되지 않을 것. 예를 들어 퍼즐 게임이라도 각각의 메커니즘이 달라야 하고, 캐주얼 게임은 최소 1천 스테이지 이상의 콘텐츠를 보유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장 총괄 본인이 하루에 20~30종씩 직접 테스트하며, 각 게임에 대해 사운드, BGM, 그래픽, UI 편의성 등 항목별 평가와 테스터 5명의 상세 리포트를 작성해 개발사에 피드백한다. 합격이든 탈락이든 2주 안에 리포트가 나간다.

" 게임을 보내주시면 무조건 2주 안에 상세 리포트를 드린다. 왜 떨어졌는지, 어디가 부족한지까지 다 써서 보낸다. 그게 파트너를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투바이트의 소싱 과정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돼지 대탈출'이다. 이 게임은 보기에는 단순한 퍼즐 게임이지만, 글로벌 H5 시장에서 약 6개월간 인기 순위 2위를 기록하며 광고 매출만으로 600억 원 이상을 벌어들인 타이틀이다. 겉모습과 달리 개발팀만 100명에 달하는데, 게임 안에 11종의 서브 게임이 탑재되어 있어 사실상 하나의 플랫폼에 가까운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돼지를 양으로만 바꾼 카피캣이 수백 개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지만, 레벨 디자인과 밸런스, 연출의 디테일에서 정품과 카피 사이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장 총괄은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검증된 게임일수록 판권 확보가 극도로 어렵다는 점이다. 글로벌 H5 시장에서는 퍼블리셔들이 개발 단계부터 게임의 글로벌 판권을 선점해두는 관행이 있어, 흥행 이후에는 돈을 아무리 써도 판권을 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 총괄에 따르면, 100건 가까이 판권 협상을 시도했을 때 90건이 거절이었다고 한다.

" 돈의 문제가 아니다. 그쪽이 생각하는 금액의 단위와 우리가 생각하는 단위가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이미 내수에서 충분히 수익을 내고 있으니 한 국가 판권을 떼어주는 것 자체를 귀찮아한다.



▲ 위챗 미니게임 1등을 기록한 돼지 대탈출(중국명: 주러거주대작전)

결국 투바이트가 '돼지 대탈출'의 한국 판권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인적 네트워크 덕분이었다. 장 총괄은 이 게임 개발사의 창업 초기 투자자를 직접 찾아가 관계를 맺었고, 투바이트 대표가 직접 600판 이상을 플레이한 영상을 찍어 보내며 게임에 대한 진심을 전했다. 돈이 아니라 게임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에게 판권을 내어주는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 투바이트의 게임 선별 철학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가 '인피니티 다이스'다. 이 게임은 주사위를 조합해 올라가는 RPG 디펜스 게임인데, 장 총괄이 처음 접했을 때 솔직한 감상은 "비주얼이 성의 없다"는 것이었다. 다른 게임들과 비교해 떨어지는 그래픽 때문에, 카카오페이의 톤 앤 매너에 전혀 맞지 않았다는 것.

" 비주얼이 정말 아닌데, 게임을 못 놓겠는 거다. '이 문법은 뭐지?' 싶어서 팀원들한테 뿌려봤더니 다들 괜찮다고 하더라. 우리는 전부 '겜돌이'들이니까.

장 총괄은 고민 끝에 이 게임을 카카오페이에 밀어넣었다. 카카오페이라는 금융 플랫폼에서 코어 게이머 취향의 RPG 문법이 통하는지 테스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인피니티 다이스는 돼지 대탈출 다음으로 높은 성과를 기록하며 당당히 2위에 올랐고, 1인당 평균 광고 뷰가 18~20회에 달했다.

주목할 점은 카카오페이에 론칭한 9종 가운데 7종이 기존 앱 마켓 어디에서도 서비스되지 않았던 완전한 신작이라는 사실이다. 나머지 2종은 이미 앱 마켓에 출시된 적이 있는 타이틀이었는데, 성과 차이는 극명했다. 기존에 노출된 적 있는 게임은 유저 반응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반면, 신작 타이틀은 압도적인 지표를 기록했다. 장 총괄은 이 결과를 H5 게임 유저들의 트렌드 민감도로 해석했다. 이미 다른 플랫폼에서 접한 게임은 '지나간 트렌드'로 인식되기 때문에, H5 플랫폼에서는 유저가 처음 만나는 신선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까다로운 선별의 결과는 전체 수치로도 증명됐다. 카카오페이 론칭 후 1인당 평균 광고 뷰는 카카오페이가 예측한 3~4회를 훨씬 넘어 15~18회를 기록했고, eCPM(Effective Cost Per Mille, 광고 노출 1,000회당 발생하는 수익)은 1만 5천 원에서 2만 원 사이를 오가고 있다. 대표 타이틀인 '돼지 대탈출'의 평균 체류 시간은 피크 시 40분, 안정화 이후에도 20~40분을 유지하고 있다. D+1 리텐션은 70%를 기록했다.

" 처음에 체류 시간 40분이 나왔을 때 수치가 고장난 줄 알고 백엔드를 한참 들여다봤다. 유저들이 H5냐 아니냐를 따지는 게 아니라, 게임이 재미있으면 그냥 하시더라.


국내 빅테크 기업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이유





카카오페이 미니 게임 센터 론칭 이후, 투바이트에는 국내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연락이 "쏟아지고" 있다. 모두 자사 플랫폼에 미니 게임 센터를 구축하고 싶다는 요청이다. 해외 게임 개발사들의 입점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장영국 총괄은 이들이 투바이트를 찾는 이유가 단순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에서 H5 미니 게임 센터의 기획·구축·운영을 원스톱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이 사실상 투바이트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한 국내 빅테크 기업의 사례를 전했다. 해당 기업의 담당자에게 미니 게임 센터 구축 지시가 떨어졌지만, 국내 대형 게임사를 찾아가도 '뭘 원하시는 건지 모르겠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1년 가까이 헤매다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보고 투바이트를 찾아왔을 때, "1년 동안 고생했는데 이걸 할 수 있는 회사가 한국에 이렇게 없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투바이트의 경쟁력은 기술과 네트워크의 결합에 있다. 게임 SDK 자체 개발, 클라우드 인프라 세팅, 결제·광고 연동, 어드민 시스템, 통계 데이터 관리까지 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서, 동시에 글로벌 게임 소싱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원래 본업이었던 번역·현지화·QA·CS 역량이 받쳐준다.

"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물론 시간과 자본을 투입하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연락을 주시는 곳들의 공통점은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카카오페이도 3개월 론칭이라는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우리는 해냈다.


H5 시장의 미래, 그리고 투바이트의 비전




▲ 숫자만 많은 게임이 아닌, '양질'의 H5 게임으로 이뤄진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투바이트의 목표다

장 총괄은 현재 H5 시장의 흐름을 콘텐츠 소비 패턴의 근본적인 변화와 연결 지어 설명한다.

" 예전에 드라마가 50부작이었다가 18부작 미니시리즈로 줄었고, 지금은 7~8부작 넷플릭스 시리즈도 유튜브 요약본으로, 심지어 1.5배속으로 본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MMO에 몇 년을 투자하던 시대에서 점점 빠르고 핵심적인 경험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숏폼 콘텐츠가 커지고, 숏 드라마 시장이 성장하는데, 게임만 숏폼이 없을 수 있겠는가. H5가 바로 게임의 숏폼이라고 생각한다.

기존 앱 마켓의 한계도 H5 시장의 성장을 가속하는 요인이다. 장 총괄은 현재 모바일 게임 시장의 마케팅 비용 구조를 지적했다. CPI(설치당 비용)가 1만 5천 원까지 치솟고, 마케팅비 5억 원으로도 제대로 노출이 되지 않는 현실에서 중소 개발사들은 게임을 알릴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 "그냥 강남 한복판에 가서 1만 5천 원씩 나눠드리고 '설치해 주세요' 하는 게 차라리 효과적이지 않겠냐"고 농담한 적이 있다.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이 자본력으로 마케팅을 밀어넣으면서 중견·중소 개발사들은 노출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반면 H5 게임은 딥링크 하나로 친구에게 공유하면 바로 게임이 실행되는 구조라 유입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다. 2기가짜리 APK를 다운로드받았다가 마음에 안 들면 삭제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클릭 한 번이면 게임을 시작하고, 재미없으면 바로 다른 게임으로 넘어갈 수 있다.

투바이트의 올해 목표는 연말까지 50종의 게임을 확보하고, 자체 서비스 '투다다(TUDADA)'를 론칭하는 것이다. 카카오페이에 이어 국내 주요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도 논의 중이다. 내년에는 이 패키지를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장 총괄은 마지막으로 한국 게임 생태계에 대한 사명감을 드러냈다. 지난 1년간 주변의 스타트업 대표들이 하나둘 게임 업계를 떠나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한국에서 게임 회사에 대한 투자가 사실상 얼어붙어 있는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 이 사업이 자리를 잡으면, 한국 개발사들과 친화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같은 품질, 같은 가격이라면 당연히 한국 게임을 가져오고 싶다. 아직 국내 H5 게임의 수준이 글로벌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의 재미있는 게임들이 H5로 만들어져서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것이 꿈이다. 언제까지 수입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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