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잔잔한 만우절, 장난의 경제학

칼럼 | 강승진 기자 |
2014년 4월 1일. 구글은 구글 지도에 다가올 엄청난 업데이트를 예고했다. 경로 안내, 근처 음식점이나 주유소 안내 등 지금보다는 간단한 기능만을 제공했던 구글 지도에 포켓몬 마스터를 위한 포획 훈련 도구를 선보였다. 전세계 곳곳에 있는 야생 포켓몬을 찾고, 수집하러 다니는 것이다.

사실 실제로 구글 지도에 제공된 기능은 그저 지도 위에 클릭만으로 포켓몬을 찾아 잡는 수준에 그쳤다. 영상의 진중한 톤이 주는 유머, 포켓몬 IP의 브랜드 파워와 향수가 잘 결합되며 지금도 기억하는 최고의 만우절 장난 중 하나로 꼽힌다. 기술의 발전으로 2년 뒤인 2016년 포켓몬GO가 출시되며 그 결합은 현실이 됐다. 이를 계기로 당시 만우절 장난을 되돌아보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구글 만이 아니다. 게임사, IT 기업들은 이날 하루를 위해 다양한 장난과 거짓말을 준비했고, 큰 투자도 이어갔다. 블리자드처럼 충성도 높은 팬심을 가진 회사는 인게임, 외부 공지 등으로 유연하게 이어지는 만우절 농담으로 매년 화제가 됐다. 구글, 과거의 페이스북(현 메타), 닌텐도, 캡콤, EA, 유비소프트, 넥슨, 워게이밍 등 국내외 기업들도 저마다의 만우절 장난을 준비해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일부 장난은 진짜 게임으로, 또 현실로 이어지며 게이머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러한 만우절 장난도 언제부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잔잔해진 만우절은 올해는 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조용히 지나갔다. 단순히 분위기의 변화만이 아니다. 만우절 장난의 축소는 철저한 계산 안에 이루어진 결과다.


허락된 하루, 계산된 웃음
기업의 무기'였'던 만우절




▲ 올해도 인상적인 만우절 장난을 보여준 세가

2010년대 중반까지 기업들은 만우절을 하나의 기회로 삼았다. 이날 벌어지는 장난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마케팅, 아이디어 테스트를 가장 저렴하게 해결하도록 만들었다.

과거 게임과 IT 회사는 기계적이고 냉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긴 수치로 표시되는 사양이나 성능 지표, 패치노트 등은 그런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한몫 했다. 실제로 버그나 기기 결함에 대한 용인도가 낮았던 만큼, 기업들도 공식적이고 전문적인 톤을 선호하며 딱딱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만우절은 그런 기업들이 자신의 유머감각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허락된 하루였다. 기업들의 장난은 '우리도 유머를 알고 사용자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드러냈다. 이는 이용자들이 딱딱했던 브랜드를 더 가깝고, 친숙하게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런 친숙함을 가진 유머는 간단한 장난만으로도 온라인에 더 쉽게 노출될 기회를 얻었다. 소셜 미디어 등에 신기하고 특별한 무언가로 소개되기 시작하면 그것이 진짜인지 사람들이 더 쉽게 공유하고 이야기했다. 만우절 장난 하나 잘 준비하면, 수백만 노출을 얻으면서도 별도의 마케팅 비용 역시 크게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이는 곧 더욱 참신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려는 방향으로 발전해나갔다. 결국 유저가 재밌어하고,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장난이 필요하다. 게임사들은 경쟁적으로 더 재미있는 것을 준비했고, 만우절 장난 역시 스케일을 키우거나 전에 생각하지 못한 수준의 기발함을 더해 공개되고, 공유됐다.


장난보다 빠른 세상
특별함이 소멸되는 만우절


하지만 만우절 장난은 더 이상 저렴한 브랜드 홍보의 장이 아니다. 만우절 장난에 여전히 저비용을 통한 높은 바이럴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온라인 정보 이용 패턴의 변화와 그에 따른 리스크 증가가 그걸 쉽게 달성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과거 게임/IT 기업이 냉정한 톤을 유지했다면 오늘날에는 소셜 미디어나 라이브 서비스를 통한 적극적인 소통으로 무게추를 옮겼다. 상품이 하나의 완제품에서 라이브 게임이나 구독형 서비스처럼 계속 운영하는 서비스로 변화하면서 기업은 새로운 콘텐츠와 정보를 계속 제공하도록 바뀌었다. 침묵보다는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피드백 순환 구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유리한 상황인 것이다.




이건 단순히 게임/IT 기업의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형성된 커뮤니티가 사업 성과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이용자는 물론 기업들도 훨씬 적극적으로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하루에도 셀 수 없는 숫자의 이벤트, 프로모션, 그리고 농담을 쏟아낸다.

자연스레 만우절 장난이 가지는 특별함은 전보다 축소됐다. 그런데 전보다 많은 정보에 소셜 미디어의 관심 흐름은 훨씬 빨라졌다. 수십 분이면 새로운 이슈가 기존 정보를 덮어버린다. 결국 만우절을 위한 하루짜리 농담이 의미 있게 남기 어려워졌다.

반면 만우절 장난이 하루만 남아야 한다는 점은 비용 투자를 어렵게 만든다. 사실상 콘텐츠 제작부터 브랜드 관리 리스크, 홍보 비용까지 고려하면 전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게 됐다. 그런데 이 예산이 결국 만우절 하루를 위해 투입되기에 같은 비용이면 장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커뮤니티 이벤트, 캠페인 등에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인 상황이 되어 버렸다.



같은 광장은 없다
분산된 플랫폼, 나뉜 게이머


정보 과부하에 만우절 장난의 바이럴을 성공시키려면 전보다 큰 투자가 필요해졌지만, 막상 이 마케팅 비용을 태울 마땅한 플랫폼을 찾기도 어렵다. 오늘날 콘텐츠와 소셜 정보 소비가 전보다 훨씬 파편화됐기 때문이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 대표 소셜 플랫폼의 광장형 타임라인이 정보를 이끌었다. 이용자들은 비교적 공통된 내용을 함께 공유했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서 소셜 공간은 기존의 대형 플랫폼에 더해 틱톡, 디스코드, 트위치, 스냅챗, 레딧, 스레드, 블루스카이 등 수많은 구조로 쪼개졌다.

그리고 이마저도 세대별, 관심사별로 쓰는 플랫폼이 천차만별이다. 기본적으로 Z세대는 디스코드, 틱톡, 스냅챗 등에 익숙하고, 밀레니얼 세대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X) 등을 이용한다. 시니어 세대는 페이스북 이용 비중이 높다. 이런 분류마저도 이용자의 관심사에 따라 활용하는 플랫폼이 또 달라지고 이용 행태도 다르다.

만우절 농담 하나를 선보이는데 수많은 플랫폼과 이용자를 고려하고, 거기에 맞춰 콘텐츠 내용을 가다듬고, 또 비용을 써야 한다. 그렇게 어느 특정 플랫폼에서 주목을 끌더라도 노출은 전보다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그마저도 주요 콘텐츠가 관심 여부와 관계 없이 오래 눈에 띄며 반복 소비되던 과거와 달리, 알고리즘과 AI 추천이 일상화되며 더 쉽게 추천 피드에서 사라지게 됐다.



▲ '요시'와 슈퍼마리오 갤럭시에서 '요시' 목소리를 연기한 마이클 글로버와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스파이더맨 밈

파편화는 만우절 장난이 공유되는 소셜 플랫폼은 물론, 소모 대상인 이용자에게도 일어나고 있다. 인기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장기화, 그리고 스팀이나 콘솔 ESD의 대중화에 따른 완성형 패키지 게임의 공급 폭증은 자연스럽게 플레이어층을 조각나게 했다. 과거에는 만우절 장난이 게이머라면 대부분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면, 이제는 게임을 오래 즐긴 유저만 알아듣는 내부 농담으로 축소되어 버렸다.

같은 게임을 하고, 같은 잡지를 읽는 세대. 동일한 맥락을 공유하는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여러 게임사들이 파편화된 플랫폼과 소비 행태 속에서, 적어도 확실하게 반응을 만들 수 있는 내부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만우절 농담을 만드는 방향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점도 이런 상황 속에서 나온 결과물인 셈이다.

세가의 로고 색상 유머나 '니어: 코스믹 호러(NieR:COSMIC HORROR)' 정도를 제외하면 가장 큰 성과를 낸 게임 관련 만우절 장난이 LA 다저스에서 나온 점도 이런 파편화를 어느 정도 드러내는 부분이다.


거짓과 불신의 세상
브랜드 신뢰와 만우절 장난의 충돌


루머에 대한 접근 방식이 달라진 부분 역시 과거와 달리 큰 리스크로 떠오르면서 만우절 장난에 신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있다.

만우절 장난에 게임사들이 점점 진심이 되면서 농담은 과장되고, 장난은 때론 현실인지 거짓인지 모호해지기도 했다. 유저들은 농담과 진실을 혼란스러워하면서도, 하루짜리 농담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소셜 미디어의 과부하 정도가 오늘날보다는 훨씬 적었으니 말이다.

지금은 다르다. 가짜뉴스는 2020년대 들어 크게 늘어났다. 가짜뉴스는 과거에도 만연했지만, 21세기 정보 확산의 전환점으로 꼽히는 팬데믹 시기 이후 잘못된 내용의 무분별한 확산은 전 세계적으로 급증했다. 특히 알고리즘 추천과 맥락 없이 결론만을 제공하는 숏폼 콘텐츠, 봇 계정의 등장은 가짜뉴스가 더 빠르게 퍼지는 이유가 됐다.



▲ AI, 딥페이크 기술로 목소리와 립싱크를 맞춘 일론 머스크 영상으로 크립토 투자 사기는 수십억 달러의 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했다

여기에 진짜와 유사한 음성과 영상, 이미지를 포함한 AI 생성 콘텐츠와 딥페이크가 등장했다. 팬데믹 이후 전쟁, 정치 이슈가 복합적으로 엮인 허위 정보는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식별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그리고 이런 그럴 듯한 가짜뉴스는 과장과 농담에 대한 피로감으로 이어졌다.

과거 과장된 농담이 만우절에는 허용되는 하루짜리 농담이었다면, 지금은 자칫 이용자에 대한 기만과 브랜드 신뢰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굳이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운 만우절 농담을 위한 위험 부담까지 감수할 필요가 없어졌다.

여기에 게임의 흥행과 인지도가 지역적인 구분을 넘어선 것 역시 현실과 장난을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스퀘어에닉스는 현지 시각으로 만우절이 된 1일 0시에 맞춰 니어 공식 계정을 통해 '니어: 코스믹 호러'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시각에 만우절 장난이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반대로 기존 시리즈와 유사한 공지, 짤막한 티저, 니어와 어울리는 분위기, 그리고 요코오 타로라면 마케팅 활용 티저로 쓰일 수 있다는 추측도 이어졌다. 특히 서구권 시간대에서는 만우절이 아니었기에 신작 공개에 대한 기대가 커지기도 했다.

이에 스퀘어에닉스는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해당 내용이 만우절 장난이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니어 자체의 신작이 없어 마케팅 효과를 크게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기대감을 키우는 것에 우려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게임 하나가 게임을 개발한 한 국가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가지면서 생겨난 리스크다.



▲ 시차, 게임 이미지 등이 겹쳐 진실 공방이 이어진 니어: 코스믹 호러
결국 스퀘어에닉스는 만우절이 지나기도 전에 만우절 장난임을 밝혀야 했다


장난도 측정이 필요한 시대
호황 속 불황이 바꾼 만우절의 공식


앞선 이유들과 함께 만우절 장난의 축소 이유 중 가장 크게 지목되는 것은 글로벌 불황이다. 장난 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시작은 팬데믹이었다. 2020년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코로나19 질병 확산으로 전 세계적인 거리두기와 질병과의 전쟁이 이어졌다. 만우절 농담에 항상 진심으로 임하며 큰 투자를 단행했던 구글은 공식적으로 만우절 계획을 취소했다. 주요 개발사들 역시 의료진과 연구진, 지자체 공무원과 군/경/소방에 대한 존경을 표하는 방향으로 만우절 장난을 대신했다.

이유는 달랐지만 '만우절 패싱' 기조는 팬데믹 이후에도 이어졌다. 재택 근무와 원격 수업은 사람들을 내부 활동에 집중하게 했다. 이는 곧 게임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에 많은 투자사들은 게임 시장에 주목했고, 게임사에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 게임사 역시 투자금을 기반으로 스튜디오 인수와 인력 확충에 나섰다.

하지만 엔데믹과 함께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애초에 게임 산업이 숏폼이나 OTT 등 여타 콘텐츠와 경쟁해왔던 상황에서 사회적 활동이 늘어나자 성장률은 둔화됐다. 특히 게임 쪽으로 쏠리던 투자금이 축소됐다. 반면 전반적인 개발비 상승은 프로젝트 실패에 게임사가 막대한 손해를 보는 구조를 만들었다. 시장의 자금도 대규모 게임이나 유저 층을 확보한 라이브 서비스 게임 구조로 흘러들며 시장 리스크가 확대됐다.




이에 여전히 좋은 수익을 내는 게임들을 기준으로 글로벌 게임 시장은 성장하지만, 이익률 하락은 보유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AI의 도입으로 기존 인력 대체에 대한 여유가 생겼고, 또 해고를 위해 AI로의 대체를 이유로 활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 상황이 너무나 쉽게 공유될 수 있는 상황에서 그저 웃긴 장난을 위한 콘텐츠 제작은 회사 내부에서도, 그리고 이용자 입장에서도 마냥 웃을 수는 없게 되어버렸다.

이러한 호황 속 불황은 만우절 장난을 더욱 냉정하게 평가하도록 만든다. 만우절 장난은 팬덤을 향한 애정보다는, IP에 대한 관심과 수요를 가늠하는 저비용 마케팅 실험이 되고 있다. 실제로 여러 컨설팅 업체는 만우절 마케팅의 효과적인 제작 기법과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또 무엇이 잘 된 만우절 마케팅인지 SNS와 실제 이용자 전환율을 비용과 비교해 측정한다.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만우절을 즐기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플랫폼은 이미 파편화됐고, 유저는 쪼개졌으며, 만우절 장난의 경제학도 바뀌었다. 만우절 장난 하나가 전세계 게이머들에게 웃음을 주는 시대는 더는 없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올해도 여러 만우절 장난이 나왔다. 파편화된 만큼 만우절 장난은 각자의 팬덤 안에서, 각자가 플레이하는 게임 안에서. 그렇기에 만우절 장난의 빈자리는 단순히 유머의 실종이 아니다. 이는 유저와 함께 웃을 여유마저 마케팅 보고서의 한 항목으로 전락해 가는 과정을 드러낸다. 그 방향이 얼마나 가속화될지, 아니면 순수한 웃음과 융합될지, 그 답은 다음 만우절이 말해줄 것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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