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서양인의 눈으로 본 편의점 알바 생활, '인콘비니'

게임뉴스 | 기자 |



"게임 이름은 인콘비니(inconvenience, 불편)면서, 왜 이렇게 편의점 음식들을 쌓아놨어?"

역시, 서구권 사람이나 일본에서 편의점을 '콘비니'라고 부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다 싶었다. 아니나다를까 인콘비니의 부스를 방문한 사람 대부분은 저런 질문을 하곤 했으니까. 하지만, 서양 개발자들이 만들고 있는 이 일본 편의점 운영 시뮬레이션의 이름은 불편이 아니라 'IN 콘비니'다.

아직까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아, 유튜브에서조차 그 흔한 트레일러 하나 찾아볼 수 없는 이 게임은 말 그대로 일본의 편의점을 직접 운영하는 일종의 힐링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방학 기간 동안 이모가 운영하는 편의점을 도맡게 되고, 재고 관리부터 매대 정리까지 편의점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일들을 하게 된다. 물론, 이따금씩 손님이 방문하면 일일이 바코드를 찍어 주기도 해야 하고.

하지만, 직접 체험을 해본 바 '인콘비니'는 편의점 경영의 탈을 쓴 스토리 게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업무 사이에 숨어있는 작은 스토리 단서들을 통해, 게임은 편의점을 중심으로 각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를 조용하게 풀어나갈 전망이다.



▲ 진짜 일본 음식으로 가득 꾸며 놓은 인콘비니 전시대

개발자가 직접 명상적인(meditative) 게임이라고 표방한 만큼, '인콘비니'의 편의점 업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만큼 격정적이지도, 다사다난하지도 않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때 이어지는 주인공의 내레이션을 살펴보면 "왜 이모가 이런 외딴 곳에서 아직도 장사를 계속하는지 모르겠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적어도 학원 끝나고 무더기로 찾아오는 학생 무리나 밤중에 늘 피우던 거라며 담배를 달라는 취객은 오지 않겠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개점 준비도 꽤나 느긋하게 할 수 있었다. 데모 빌드에서는 업무를 처음 시작한 주인공 마코토의 모습이 그려지는데, 낮 시간 아르바이트생이 남겨놓은 메모를 따라 재고를 맞추거나, 진열대를 고치는 등 일거리를 하면 됐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될 때 가게 팻말을 'OPEN'으로 바꿔두면, 머지 않아 손님이 하나씩 찾아오는 식이다.



▲ 기본적으로는 편의점을 운영하는 시뮬레이션이지만, 스토리에 비중을 더 두고 있다



▲ 아무렇게나 정리해도 패널티가 없는데, 괜히 오와 열을 맞추게 싶어진다

데모 버전에서는 자신을 치프(chief)라고 부르는, 이모의 지인 아저씨가 편의점을 찾아왔다. 이모에 대한 근황 이야기를 늘어놓는 아저씨에 맞춰 여러 선택지를 골라 가며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으며, 이야기가 끝나고 나면 느긋하게 쇼핑을 즐기는 아저씨를 지켜보는 시간이 이어졌다.

아니나 다를까. 아저씨는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주인공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기 시작한다. 라면 진열대에 자신이 좋아하는 라면이 없다는 둥. 고양이가 아픈데 어떤 사료를 먹이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둥 하면서 말이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나(주인공)는 하나둘씩 아저씨의 요구 사항에 맞춰 최대한 친절한 모습을 보여주려 편의점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녔다.

이렇게 말하니 상당히 기계적인 편의점 운영 시뮬레이션처럼 들리겠지만, 사실은 아니다. '인콘비니'의 이야기는 이렇게 편의점을 찾는 사람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진다. 다시 아저씨가 요구하는 사항을 되짚어 보면 이렇다.

최근 불행한 일들을 연속적으로 맞이했던 아저씨는 뭔가 자신의 인생이 180도 달라질 것이라는 일종의 '계시'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혹시 자신이 최애 라면이 매대에 없다는 것이 그 계시가 아닐까 생각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할 기회가 아닌가 하고 말이다. 또, 아저씨를 불행에 빠지게 한 원인 중에는 갑자기 아파진 자신의 고양이도 있다. 알러지에 좋은 사료를 사기 위해 폭우를 뚫고 편의점에 왔던 것이다.




플레이어, 그러니까 주인공 '마코토'는 이런 아저씨의 부탁을 하나씩 들어주면서, 계산까지 다 마친 뒤에는 불행이 계속된다고 여기는 아저씨에게 무언가 위로의 한마디를 건넬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물론, 위로를 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플레이어의 선택이지만.

계산을 모두 마치고 나면, 편의점을 나서 멍하니 서 있는 아저씨를 마주하게 된다. 뭐 더 필요하신 게 있으세요? 라는 물음에 아저씨는 그저 하늘을 바라보며 석양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하고, 그러자 멈출 줄 모르고 내리던 비가 개며 아저씨의 입가에도 웃음이 피어난다.

아주 짧은 분량의 데모였지만, '인콘비니'는 나름 여운이 남는 스토리를 통해 앞으로의 이야기에 더 많은 기대를 갖게 했다. 게임의 이야기는 편의점 운영이라는 메커니즘 속에 아주 미묘하게,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 테이블을 치우다가 발견하는 한 아이의 노트 안에도, 그리고 사무실 선반에 삐져나와 있는 이모의 옛날 사진 속에도.

제한 시간을 두고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하는 타이쿤 식 게임보다는, 잔잔한 음악과 함께 일상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선호하는 게이머라면, 앞으로 출시된 '인콘비니'를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 서양인이 만든 90년대 일본 편의점 감성, 나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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