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크래프톤 손현일 인도법인장, 개척에 이어 확장으로

인터뷰 | 이두현 기자 | 댓글: 1개 |
크래프톤이 인도 게임시장 개척에 이어 확장에 나선다. 자체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이하 BGMI)는 인도 국민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크래프톤은 젭토랩의 '불릿 에코'를 인도에 서비스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크래프톤의 인도 게임시장 개척, 확장 앞단에 손현일 인도법인장이 있다.

현지에서 느낀 인도 게임산업
"인도인들이 쉽게 접근하고 즐겁게 즐길 만한 게임을 런칭하는 데 포커스"



▲ 크래프톤 손현일 인도법인장

현지에서 느낀 인도 게임산업의 특징이 궁금하다. 인도 지역별 차이가 나라 대 나라 차이만큼 크다고 하더라.

손현일 인도법인장 = 인도는 지역별로 언어, 문화, 경제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크다. 인도 게이머의 숫자가 4억 5천만 명이 넘는다는 조사 보고서가 있기는 하지만, 다양한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 내 결제를 하거나 할 가능성이 있는 게이머의 숫자는 전체 게이머 중에 1/3에서 1/4 정도로 보고 있다.

우선은 특정 언어나 문화권을 타깃으로 하기보다는 보편적으로 인도인들이 쉽게 접근하고 즐겁게 즐길 만한 게임을 런칭하는 데 포커스하고 있다. 다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BGMI)처럼 이미 큰 규모의 성공을 거둔 게임의 경우는 추가 성장을 위해 특정 언어나 지역에 맞는 특화된 마케팅 캠페인을 하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인도 게이머는 PC나 콘솔로 게임을 즐긴 적이 없이, 스마트폰으로만 게임을 즐겨온 게이머들이라 한국의 게임 시장과 발전 단계를 단순히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 인도 게임 시장의 규모는 매출 기준으로 한국 대비 1/5 정도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여러 데이터를 보면 인도 게임산업이 크게 성장하는 중이라 알려져 있다.

= 인도 게임산업은 모바일 플랫폼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유저 수 기준으로는 95% 이상으로 알고 있다. 물론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는 하지만, PC나 콘솔의 비중이 유의미하게 커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현재로서는 슈팅 게임이나 카드, 보드 게임이 주류이고, 새로운 장르의 게임이나 새로운 게임 플레이를 받아들이는 게이머들은 소수이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결국은 다른 장르의 게임도 서서히 즐기기 시작할 것이라고 본다.

인도 시장의 매력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데이터 요금(매일 2GB까지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월 3천 원 수준)과 2022년 기준 46%에서 꾸준히 증가하는 스마트폰 보급률을 바탕으로 매년 10% 중반의 성장을 하는 게임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서 나오는 것 같다.


대관 관점에서 인도 게임산업의 특징이 있나? 중국에서 사업하기 위해서는 '꽌시'가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 같은 인도 산업의 특이한 점이 있을까?

= 우선은 게임 산업의 역사가 길지 않고 그 규모 또한 아직은 크지 않기 때문에, 게임 산업에서 다양한 경험과 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구하기 쉽지 않다. 그리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으나 한국이나 다른 글로벌 게임 시장에 비해서는 아직 규모가 작아, BGMI 같은 큰 성공이 아니면 개별 게임 서비스를 통해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지의 규제, 정치, 사회적인 이슈는 개별 상황은 다르지만, 인도처럼 규모가 크고 산업 초기 단계에 있는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것이며, 결국 현지 직원들과 함께 해결 방안을 찾아야만 해결 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대부분의 실무는 현지 인력 중심으로 진행되며, 중요한 의사 결정에도 당연히 현지 직원들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인도에서 K-콘텐츠에 대한 인기는 어떠한가? 게임사를 비롯해 다른 한국 회사가 후발주자로 나서 성공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은 없을까?

= K-드라마나 음악은 대도시나 글로벌 컨텐츠에 익숙한 화이트 칼라를 중심으로 어느 정도 관심을 받는 것 같다. 다만, 영화에서도 할리우드 영화가 크게 존재감이 없을 만큼 자국 문화에 대한 애착과 익숙함이 강한 것이 인도의 특징인 것 같다.

게임 분야에서는 K-콘텐츠에 대한 인기가 BGMI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BGMI도 글로벌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해 한국 게임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인도 게이머들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권 게이머들과 취향 차이가 뚜렷하며, 인도 내에서 개발된 게임이 아니면 주로 서구권 개발사에서 개발한 게임을 더 익숙하게 느끼는 편인 것 같다. 만약 국내 게임사들이 인도 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한국이나 특정 국가에서만 잘 됐거나 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유의미한 성과가 나왔거나 성과를 기대할 만한 게임을 가지고 진출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 같다.


국민 게임으로 자리 잡은 'BGMI'
BGMI 유저 1.8억 명, e스포츠 시청자 2억 명




현재 인도 현지에서 'BGMI' 성과가 궁금하다.

= BGMI는 인도의 국민 게임으로 불린다. 출시 1년여 만에 누적 이용자 수 1억 명 돌파했고 3년이 다 돼가는 현재는 1.8억 명에 달한다. 현지 앱 매출 순위 1위 달성, 인도 역사상 최초로 TV 생중계된 e스포츠 종목으로 동시 시청자 수 2,400만 명, 전체 누적 시청자 수 2억 명 기록했다. 또 최근인 2023년 12월에 역대 최대 월 매출 기록한 바 있다.


다른 국가 서비스와 비교해서, 'BGMI'만의 특징이 있을까?

= 외출이 힘들었던 코로나 시절에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BGMI 내의 보이스 챗(voice chat) 기능을 통해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많이 활용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인도 게이머들 사이에서 BGMI는 진지하게 게임을 즐기는 것을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자, e스포츠를 통해 유명해진 대다수 인플루언서의 등용문 역할을 한 게임으로, 명실상부한 '국민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BGMI에서는 인도에서 인기 있는 발리우드 스타, 크리켓을 포함한 운동선수, 그리고 현지 인플루언서와의 다양한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런 유명 셀럽들의 이미지를 활용한 인게임 아이템들도 출시하고 있고, 매출적인 측면에서도 성공하고 있다. 물론 ‘홀리(Holi)’나 ‘디왈리(Diwali)’ 같은 인도 명절에 맞춘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홀리: 힌두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 팔구나(Phalguna) 달의 보름날(Purnima)을 맞아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됐음을 축하하는 봄맞이 축제
*디왈리: 힌두력으로 ‘새해(New Year)’에 해당해 힌두교의 신들에게 감사를 드리는 축제



BGMI 서비스는 여러 우여곡적을 겪었다. 서비스 재개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었나?

= 절차에 따라 관계 당국과 소통해 왔다. 또한 단순히 인도에서 사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및 스타트업 생태계에 기여하고 다양한 CSR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는 점도 알렸다.


성장 중인 인도 게임 퍼블리싱 사업
크래프톤, 인도 전문 퍼블리셔로 거듭날까

크래프톤은 BGMI 성공에 이어 인도 퍼블리싱 사업을 늘리고 있다. 관련 시장 상황은 어떠한가?

= 아직 대부분의 글로벌 퍼블리셔들은 인도 시장을 전담하는 개별 조직이 없는 상황이다. 상장사인 Nazara Technologies나 비상장사인 JetSynthesys 같은 현지 퍼블리셔들이 있다. RMG(Real Money Gaming) 분야에서는 Dream Sports와 MPL(Mobile Premier League) 같은 더 큰 규모의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아직은 시장을 함께 키워 나가는 입장이기 때문에, 서로 경쟁사라기보다는 동종 업계에 있는 동반자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 '배틀그라운드' IP가 접목된 '불릿 에코'

최근 인도에 정식 출시한 '불릿 에코'는 어떻게 서비스하게 됐는지?

= '불릿 에코' 개발사 젭토랩은 ‘Cut the rope’이라는 캐주얼 게임으로 유명한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재의 개발사이다. 지금까지 모든 게임을 글로벌 셀프 퍼블리싱을 해왔으며, 크래프톤과 인도 퍼블리싱 계약이 유일한 외부 퍼블리싱 사례라고 알고 있다. BGMI 서비스를 통한 크래프톤의 인도에서의 성과를 잘 알고 있었다.

‘불릿 에코’가 BGMI를 통해 배틀로얄 게임 룰에 익숙한 인도 게이머들에게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을 서로 하고 있어서 빠르게 업무 논의가 이뤄졌다. 인도 한정으로 BGMI의 아이코닉한 캐릭터를 ‘불릿 에코’에서 유저들이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한 것도 개발사에서 높게 평가했다.


인도에 진출하고 싶은 후발주자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 우선은 스마트폰 사양에 있어서 한국이나 선진국 게임 시장과는 격차가 크다는 점, 그리고 선호하고 익숙하게 생각하는 게임의 종류가 완전히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사용자가 많아지더라도 매출로 연결되지 않거나 예상보다 훨씬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당연히 우리처럼 경험과 역량을 보유한 퍼블리셔와 함께할 경우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다.


인도 개척한 크래프톤, 이제는 '확장'
"어려움 있었지만, 인도 시장에 우리의 진심을 꾸준히 어필"




2021년 8월 인도 법인장으로 선임된 이후 3년 가까이 지났다. 많은 일을 겪었는데, 그동안의 소감이 궁금하다.

= 여러 가지 에피소드나 우여곡절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 나라던 새로운 나라와 문화에 적응하려면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처음에는 PUBG: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라는 게임은 알지만 크래프톤이라는 회사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고, 게임이라는 산업 자체에 대해서 생소해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꾸준히 진심으로 우리만의 강점을 설명하고 인도 시장에서 제대로 뿌리내리려는 우리의 진심을 어필해 나가면서 점점 우리에게 우호적인 시각들이 생겨 나갔고 우리에게 도움을 주는 분들도 만나게 되었다.


크래프톤이 인도에 관심을 두게 된 시점과 계기를 소개 부탁드린다.

= 장병규 의장이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임하셨던 시절, 2018년에 인도를 답사 차원으로 방문하셨던 적이 있다. 그 이후 크래프톤 내에서 인도 시장의 잠재력에 대해서 조금씩 언급하기 시작하셨다. 저사양 PC를 타겟으로 한 ‘PUBG PC Lite’ 버전을 2019년 초에 동남아시아를 주요 타깃으로 런칭했었는데, 당시 인도 시장에서도 조금 반응이 있었다. ‘PUBG Mobile’ 역시 그즈음 인도에서 점점 인기를 얻기 시작했었다. 이러한 기회들을 통해 인도도 게임 시장으로서 잠재력이 있다는 인식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크래프톤이 인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 결국은 ‘배틀그라운드’라는 IP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 PC 및 콘솔에서 런칭한 이후 북미, 유럽을 시작으로 중국까지 배틀그라운드에 열광했고, 2018년 모바일 버전이 출시되면서 PC/콘솔로 게임을 즐기지 않던 인도, 중동 등지까지 그 파급력이 확대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안정화하고 인도 게이머들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는 마케팅, e스포츠 등을 실행할 수 있는 퍼블리셔로서의 역량 또한 그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고 본다.


최근 인도게임산업협회 IDGS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IDGS는 어떤 곳인가?

= IDGS는 2018년 인도 산업연합(Confederation of Indian Industry, CII) 후원하에 설립, 인도 디지털 게임 생태계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비영리 협회다. 산업, 학계, 정부 기관 전문가들과 협력해 정책, 시장 조사, 신흥 기술, 수출 촉진, 교육 및 기술 개발 등을 통해 건강한 인도 게임 생태계의 발전 및 인도 게임 산업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며, 인도 게이밍 쇼(India Gaming Show), 게임 컨퍼런스 및 세션 개최, 뉴스레터 및 보고서 발행에 주력하고 있다.

앞으로 부회장으로서 인도 게임산업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며, 게임 생태계 발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


최근 크래프톤이 인도 현지 인력을 크게 늘리고 있다.

= 현재 60여명 정도의 현지 인력을 유지하고 있다. 퍼블리싱, 투자, 경영지원 등의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새로운 게임들을 계속 퍼블리싱 해가기 위해 퍼블리싱 인력 충원이 가장 주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앞으로 현지 개발사를 인수하거나 작은 규모라도 현지 개발팀을 셋업 하는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적어도 내년 이맘때는 100명 전후의 규모가 될 것 같다.


인도 법인은 사업적인 목표를 어떻게 설정했나?

= 우선은 BGMI를 안정적으로 지속 성장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이와 더불어 현지 시장에 통할만한 새로운 게임들을 런칭해 나가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사용자 수와 매출을 달성하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지난 3년여간 크래프톤이 투자한 e스포츠, 디지털 콘텐츠 분야의 현지 스타트업이 성장하도록 돕고 이들과 다양한 협업을 해나가고자 한다.


사업과 별개로 인도 게임시장 성장을 위해 크래프톤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 대표적인 CSR 활동으로 인도 게이밍 인큐베이터(KRAFTON India Gaming Incubator, KIGI)를 실시하고 있다. KIGI는 인도의 게임 개발 생태계 촉진 및 차세대 게임 개발자 육성을 위해 크래프톤이 23년 10월 시작한 인도 게임 스타트업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선정 기업은 6개월에서 1년간 게임 개발, 디자인, 마케팅, 비즈니스 전략 분야의 게임 산업 전문가로부터 개별적인 멘토링을 비롯해 최대 15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 인도 게이밍 쇼에 참석한 손현일 법인장(오른쪽)

앞으로 성장할 인도 게임산업에서 크래프톤이 어떤 역할을 맡게 될까?

= GDP 기준으로 인도 경제는 10년 전에는 세계 10위, 현재는 독일에 이어 세계 5위의 경제 규모이고, 3년 이내에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게임 시장은 이보다는 훨씬 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적어도 모바일 게임에서는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본다.

이미 스마트폰이 많은 인도인들의 생활 중심에서 금융, 커뮤니케이션, 엔터테인먼트 등을 누리기 위한 메인 채널로 자리 잡았고, 게임도 당연히 그런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크래프톤이 지금 시장 지위를 잘 지켜나가고 지금 노력하고 있는 퍼블리싱, 투자, 게임 개발 생태계 지원 등의 분야에서 성과를 낸다면 인도 게임 산업에서 선두적인 기업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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