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바니온 아이템의 획득과정이 쉽고 어렵고의 난이도의 문제라기보단, 그 과정속에서 해당 아이템이 게임내에서 가지는 의미를 얼마나 부여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현재 데바니온 퀘스트는 단순히 "좋은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한 동기부여밖에 못하고 있다는게 문제입니다.
반대로말하면.. 만약 향후 레벨제한이 풀리고 현재의 50레벨 데바니온 아이템보다 더 나은 성능의 아이템이 나온다면, 단순히 50레벨대의 레벨업을 위해서.. 혹은 단순 콜렉션의 의미로라도 데바니온세트를 모을 유저는 거의 없다는 말이죠.
좀더 게임의 완성도에 신경을 쓰는 기획이라면, 단순히 '지존급 아이템이기 때문에 얻기 어렵게 만들면되'라는 마인드가 아니라, 아이템과 아이온의 세계관을 연결시켜 해당 아이템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이템의 고유의 가치를 만드는게 더 낫지 않을까요?
와우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어느정도 답이 나올 거라 생각됩니다.
와우에도 아이온의 데바니온 세트같은 시쳇말로 "지존급" 아이템이 존재합니다. 와우내에선 이를 "레전드 등급"이라 부르고, 일반적인 레어, 에픽 아이템들에 비해 더 나은성능은 물론이고 고유의 능력치와 외형까지 가지고 있죠..
이를 소유하기 위해선 당연히 아이온의 데바니온 퀘스트만큼이나 그 난이도가 높습니다.
대표적인 레전드 아이템이 "설퍼러스 - 라그나로스의 손", "썬더퓨리 - 바람추적자의 성검", 그리고 최근 확장팩에서 등장한 "발아니르 -고대왕의 망치" 등이 있죠.
이중에 가장 초기에 등장한 레전드리인 썬더퓨리만 보면 ..
키가되는 모든 재료들은 화산심장부와 검은날개 둥지라는 40인 레이드 인스턴트에서 드랍합니다. 총 5가지의 해당 재료와 전문기술인 연금술로 1일(오리때는 2일)에 한개씩 변환해서 만드는 아케이나이트주괴가 100개가 더 필요하죠..
키가되는 재료중 바람추적자의 족쇄는 오른쪽과 왼쪽 두가지를 모두 구해야하는데 40인 레이드인던의 네임드보스 단 2종만이 지극히 낮은확률로 드랍하고, 아는분들은 아시겠지만, 와우의 레이드인스턴스는 1주일의 귀속기간을 가집니다.(즉, 한번 클리어했는데 나오질 않았다면 1주일을 기다려야한다는말이죠..)
여기에더해 이 해당재료를 모두구한뒤 퀘스트를 통해 썬더란이라는 "레이드 보스"를 잡아야 완성됩니다.
해당 퀘스트를 모두 완료하기위해선 당시 기준으로는 아무리 빨라도 2개월 정도가 걸렸고, 검은날개 둥지를 제외한 화산심장부가 솔플이 되는 80렙 만렙인 현재에도 만들기가 힘든 아이템입니다(저는 효리한번 들고 싶어서 2달 내내 화심 족쇄주는 몹만 매주마다 주구장창 잡았지만 족쇄 구경도 못해서 결국 쥐쥐쳤습니다 -_-).
주목할건.. 레전드리 아이템이라곤 하지만, 60레벨 시절의 기준이고, 80레벨로 풀린 현재의 와우내에서는 실상 노스렌드는 물론 70레벨대의 아웃랜드 파템과 비교하면 스펙면에서는 "쓰레기"아이템임에도 지금도 이 아이템을 얻기위해 애쓰는 사람이 많다는 점입니다... 아니.. 애쓰는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60레벨제의 하급 레전드리를 위해 수만골씩을 들여서 제작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죠..
단순히 구하기 어렵다 라는 이유만으로 설명하기엔 힘든 부분으로, 그만큼 아이템이 게임내에서 가지는 상징성을 높였다고 봐야 옳을듯합니다.
가령 오리지널 와우 마지막 레이드인스턴스인 낙스라마스에서 얻을 수 있었던 (에픽이지만)레전드리인 '애쉬 브링거"의 경우엔 이를 얻고난뒤 40레벨 5인용 인스턴스인 '붉은십자군 수도원'에 입장할경우 원래 적으로 등장하는 인던의 모든 몹들이 우호적이되고 관련된 이벤트가 진행되는걸로 유명하죠..
물론 아이온의 데바니온퀘도 퀘스트를 진행하게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데바니온세트에대한 의미와 만드는 과정의 의미를 NPC들이 열심히 설명을 해주긴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아이템을 얻는데있어 단순한 진행척도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요?..
더구나 퀘스트를 진행한다기보단 재료가 되는 아이템을 수집하는데 더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데.. 아이템을 얻을 때쯤되면 그 과정을 통해 아이템의 상징성을 되새기는것 보단 "아 진절머리 나는 퀘스트(노가다) 였어.. 다시는 하기 싫다.."라는 감정이 더 앞서지 않을까요?
단순히 재료수집의 난이도를 높이고 낮추는 형태의 퀘스트 디자인은 유저가 과정속에서 게임의 흥미를 느끼기보단 지루함을 느끼기 쉽고, 심지어 게임자체의 흥미를 잃어버릴 수 있는 문제가 있기에 이런형태의 퀘스트 디자인이 지양되야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다시말하자면 데바니온세트와 같은 게임내에서 최상급의 아이템을 획득하는 과정의 난이도를 낮추라는 말이 아니라, 아이템을 획득하기위한 과정을 진행하면서 좀더 보편적인 성취감을 느끼고 이를통해 게임속에서 아이템이 고유의 가치를 얻도록 했다면.. 하는 아쉬움에 장황하게 끄적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