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이름은 닥터페피.오늘은 연구일지 002번을 기록한다. 참고로 999번까지 쓰고 싶어서 000으로 시작한 건 아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연구일지 001의 아리아 노래 가사에 대해, 한 분께서 오타를 알려주셨다.
닥터라는 이름을 달고 오타를 내니, 부끄러웠다페페. 바로 수정했다페페. 제보 고맙다페페.
그래서 오늘 연구일지는 아키에이지의 우리말에 대해 다뤄보기로 했다.
한글날도 다가오고 있으니, 마치 미리 준비한 것 같은 주제가 되어버렸다.
(어쩌면 미리 준비했을 지도? 아미고의 메인 타이틀에 페피가 있는 것이 우연일까? 비밀은 저 너머에.)
아키에이지에는 우리말을 살려 쓰려고 한 노력이 엄청나게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아키에이지의 우리말에 대해 아키에이지 개발자들을 만나 직접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그들을 만나기 위해 마리아노플의 도시 순환선 9와 4분의 3 승차장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밭으로를 타고 거침없이 돌진. 나는 아키에이지 본부에 진입할 수 있었다.
(지금 당신이 읽고 있는 건 해리페피와 마법사의 돌?
아니다! 당신이 읽고 있는 건 올가을 추천 도서, 닥터페피 연구일지! 가자 999!)
아키에이지 본부에 진입한 나는 우선 각 팀을 찾아다니며, 질문을 던지고 자료 수집을 시작하기로 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페피도 사랑이 이루어질 수 있게 해줘페페!
아무튼, 나는 첫 번째 팀으로 곧장 달려갔다.
기획자 한 명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 사람 뭐지?
닥터페피의 질문아키에이지에서 우리말을 잘 살렸다고 생각하는 이름을 알려주세요!
기획팀
귀띔말: 팁이라는 표현보다 귀띔을 해준다는 표현이 정감있어요.
저녁 어스름: 어감이 좋고, 어둑해진다는 효과와 이름이 비슷해서 좋아요.
소드락질: 영어 같은 영어 아닌 우리말
바라기 마을, 동틀녘 반도: 느낌 좋아요
수줍은 소녀의 입맞춤: 치유 물약 이름이 시적이예요.
때릴테면 때려봐라, 막을 수 있다면 막아봐라, 앉으나 서나 활력 생각: 아이템 이름이 재미있죠? 들어보셨나요?
밭으로: 생활점수로 사는 느낌을 잘 살린 것 같아요.
더 많았지만 주로 이름을 짓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은 자화자찬 같아서 얼른 다음으로 넘어가 보기로 했다.
애니메이터라는 사람이 날 반겨주었는데?

뭐지? 이 사람도 야타?
아트팀야타: 나도 야타라고 외쳐보고 싶다.
별똥별: 한글 이름이라 재미있어요.
달구지: 촌스러운 듯하지만 외형이나 둔한 속도가 잘 어울립니다.
다음 업데이트를 준비하며 뭘 만들고 있을지 궁금했지만,
오늘의 목표는 이것이 아니었으니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사실 야타에게 물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설마 다음 사람도?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목베개까지 하고 오다니!
QA팀
구르미: 보드를 순우리말 느낌을 살려서 표현해서 좋습니다.
용오름 날틀: 많이 들어본 친숙한 ‘용오름’이라는 말과 아키에이지 게임 만의 아이템 유형인 ‘날틀’로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해요.
폭풍/천둥/당근질주: '질주’라는 단어에 각 탈것의 특색을 담은 한글을 합성하여 만든 명칭이 개성 있고 정감이 갑니다.
주택 향기 품은 나팔꽃, 이슬 맺힌 나팔꽃: 시적으로 표현하여 좋습니다.
누이/살피/서녘마리: '마리’가 우리말 느낌이라 좋습니다.
했다치자: 일상 생활에서 쓰이는 표현을 게임 내에 적용시켜 참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첫걸음 아이템들: 초심자 느낌을 한글로 잘 표현 한 것 같습니다. 아기자기한 느낌이 있네요.
수박에 풍덩/딸기에 퐁당/ 망고에 풍당 소환 주문서: 축제에 사용한 아이템인데 과일의 무게의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꾸밈옷: ‘외형 변경 복식’이라는 의미를 잘 함축한 명칭으로 생각합니다.
능력 갈무리: 능력을 저장하는 것을 잘 표현한 단어 갈무리네요.
다음은 누구냐페페! 여기 페피는 없냐페페?

야타 3종을 예상했는데,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사업팀
매일매일: 정말 하루하루 진행해야만 할 것 같은 재미있는 이름이네요
하슬라: 강릉의 옛 지명으로 알고 있는데 부르기 좋아요.
신기루 섬: 환상의 섬 같은 느낌으로 현 세계와 동떨어진 공간임을 쉬운 표현으로 나타낸 것 같아요.
공간의 틈: 포탈을 우리말로 잘 바꾼 것 같아요.
덮치기, 재빠른 몸놀림, 물러서기, 죽은 척 하기, 방울방울, 그림자 밟기: 우리말 기술 이름이 많네요. 직관적이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함
금화/은화/동화: 많은 사람들이 골드라 부르지만, 한글날이라도 금화/은화/동화라고 불러보는 건 어떨까요?
이제부터 사진은 생략하도록 한다.
통합운영팀
아련한 공간의 기억: 주로 ‘귀환’ 으로 인지되는 기능인데, 귀환보다 ‘아련탄다’라는 말이 생길 만큼 예쁜 아키에이지만의 기술 이름이라고 생각 되요.
불꽃송이: 옆동네 게임의 화염구의 한자어와는 다른 느낌의 기술명이라 좋아요.
으르렁거리는 섬: 무법자 세력과 잘 어울리는 이름 같아요
무한한 상상의 나래: UCC의 자유로운 표현에 잘 어울리는 이름입니다
날틀: 날개가 아닌 ‘날틀’, 날틀 아이템을 설명하기 딱 좋은 이름같아요.
끝없는 생명의 수레바퀴: 6단계 물약인만큼 이미지와 부합되는 이름 같습니다
싹둑이: 정겹기도 하면서, 무섭기도 한 그 이름..
신명: 낭만이라는 특성에도 매우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스킬 효과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별똥별: 다른 게임에서는 메테오라는 말로 자주 쓰이지만, 별똥별도 어감과 느낌이 좋아요.
고객지원팀
농부의 작업대: 꼭 농부가 작업해야 할 것처럼 생겨서 정감이 갑니다.
별의별일: 별의별 퀘스트가 다 있을 것 같아요.
적진으로: 적에게 갈 수 밖에 없는 이름이네요.
조급한 마음: 조급해서 빨리 캐고 싶은 이름입니다.(하리하란 종족 기술)
집에 가고 싶어: 집에 가고 싶네요…(하리하란 종족 기술)
피로 그린 꽃: 멋진 한글 이름의 아이템도 있다니 기분이 좋네요
어느 정도 자료 수집을 끝났다고 생각하고, 야타에 지친 내가 늘어진 몸을 이끌고 다시 마리아노플로 돌아가려고 했을 때,
누군가 나를 잡아챘다.
한 가지 이름의 유래가 궁금하지 않으냐며.
그의 얼굴을 올려다본 나는!
페페페페. 페페페페.
울었다. 드디어 페피를 만났다!

(그의 신상을 보호하기 위해 사진은 싣지 않았다. 대신 닥터페피의 사진으로 대체)
익명으로 내보내 달라고 신신당부하던 그는, 오랜 시간 뜸을 들이다가, 마침내 결심하였는지, 입을 열었다.
그는 아키에이지의 다양한 이름을 지으면서 있었던 다양한 자료들을 보여주었다.
불꽃송이라는 이름을 짓기 위해 몇 달 동안 회의를 했으며...
명칭 하나를 정하는데도 수많은 메일을 주고받았고,
사내 게시판을 통한 다양한 토론(?)도 했다며.


그리고 그는 덤이라며 이런 말을 남겼다.
“야타”는 “야! 타!”에서 왔다고 하는데, 왜 혼자 타는 거죠?
예쁜 이름으로 뽑힌 밭으로! 내 밭으로는 2인용인데, 왜 나는 혼자 타고 있는 거지?
나도 울고, 밭으로도 울고, 등짐도 울었다.
닥터페피는 연구일지를 써야 할지 말지 고민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의 피로를 풀어줄 물약 한 잔!

다음 연구일지는 언제 또 쓸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다음 일지에서 만나자페페!
한글날 연휴도 즐겁게 보내길 바라!
닥터페피가 아미고 아키에이지 유저 여러분께 던지는 질문아키에이지에서 우리말을 잘 살렸다고 생각하는 이름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