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길드원은 오타쿠
처음 그녀석을 만난건 내가 길드에 가입한지 한달이 채 지나가기도 전이었다. 나보다 한달 늦게 들어온 그녀석은 처음 부았을때부터 범상치 않은 놈이란 걸 느낄 수 있었고 역시나 내 예감은 맞아 떨어졌다. 녀석은 흔히 말하는 오타쿠였고 그중에서도 아주 악질이었다. 나는 원래 오타쿠에 대해서 그리 안좋은 인식을 갖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 조차도 만화를 좋아했고, 대학생때에는 친구들과 버스여행, 기차여행을 하면서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를 주제로 서로의 덕력을 대결하기도 할정도로 만화를 좋아하고 사랑했었다. 하지만 내가 오타쿠에대한 안좋은 인식을 새로 가지게 할 정도로 그녀석은 악질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녀석이 길드에 가입 할 수 있었는지 의심이 가는 정신세계와 개념을 가지고 있던 녀석은 나로 하여금 길마가 정말 제정신인가? 우리가 소규모 길드라서 정말 길드원에 목이 말라 정말 아무나 막받는것인가? 이런 놈을 가입시킨 길드마스터를 믿고 나는 여기에 남아야 하는것인가 라는 의심을 들게했다.
그녀석은 일단 말투부터가남달았다. 그 옜날 쪼렙때에는 베그라던가 빨간코라던가 하는 소환형 보스몹을 혼자 잡는건 항상 무리였다. 그래서 매일매일 보스몬스터를 잡을 때에는 그녀석과 파티를 했는데 자꾸 자기 입으로 이상한 효과음을 내는 버릇이 있었다, 캐릭터가 움직일때 마다 자꾸 레디으콜 마이크에 대고 <슉슉 휙휙" 이런 소리를 냈고 그럴때마다 나는 손발이 오그라듬을 느꼇다. 그 버릇을 당연히 길드원들이 좋아 할 리 없었다. 하지만 길드원들이 아무리 이야기를 하고 아무리 타일러봐도 고쳐지지 않았고 결국 열이 받을대로 받은 길드원들은 한번만더 휙휙 슉슉 이지랄을 하면 너를 PVP를 켜고 너를 퍽퍽 때려줄테니 제발 닥처달라고 부탁과 애원과 협박을 하며 갈궜다. 실제로 컴퓨터가 2대있는 길드원이 50레벨에서 게임을 접은 친구 계정을 빌려와 몰래 우리 오타쿠 길드원을 죽였다고 나에게 "ㅋㅋㅋ가 섞인 카톡을 보내오기도 했다"
그리고 가끔은 월드채팅에 자신의 모든 기운을 쏙아부으며 나사빠진 광역어그로를 끌때도 있었는데 그떄마다... 길마에게 귓을 했다 <제발 저새끼좀 강퇴시키자고...> 길마는 의리파였다. 한번길드원은 자기 발로 나갈때까지 우리가 키워줘야한다. 가 우리 길마의 신념이었다.
대형 길드퀘스트가 있던 날이었다. 그날 밤 모두 흑정령으로 부터 받은 극바스티어 무기 (+7 강화)를 들고 당시 경매장가가 무려 "50만 실버"를 호가 했던 <투룸족 정예 허리띠>를 먹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파밍을 하던 때 였다. 평소 길드퀘스트보다 자기 개인의 파밍이 중요하다며 단한번도 길드퀘스트에 참여한적 없던 오타쿠는 왠일인지 길드퀘를 받자마자 가장먼저 모니터 중앙에
(오타쿠님 - 루툼족 정예 궁수 처치)
1/5000 이라는 메세지를 띄웠다.
어? 오타쿠가 정신 차린것인가? 라는 생각이 들정도 반가운 메세지였다. 드디어 저 이기심많은 오타쿠새끼가 길드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나는 착각했다. 파밍시간이 어느정도 지나고 2031/5000 정도가 되었을 무렵 내가 이날 길드원 최초로 루툼족 정예 허리띠를 먹고 흥분해서 길대채팅창에 아이템을 링크하며 자랑질을 했다. 이것이 혼란의 카오스를 야기할줄은 그떈 미처 몰랐다.
레이드콜에 모두들 축하한다. 부럽다와 같은 축하의 메세지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타쿠의 목소리는 헤드셋 넘어로 들리지 않았다.
이런거에서 말을 아낄놈이 아닌데..불안함 감이 들었다
5분정도 지났을 무렵인가? 3033/5000 정도가 되었을 무렵 길드원중에 한명이 또 루툼족 정예 허리띠를 먹었다. 그또한 50만원이라는 쾌거에 흥분하여 레이드콜로 자랑을 늘어 놓기 시작했고 길드채팅에 아이템을 링크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리고 이때 오타쿠가 입을 열었다. <워리어님 그걸 님이 드시면 어떻하죠? 제가 잡은 몹에서 떨어진 허리띠인데 왜 그걸 님이 먹어요?> 오타쿠의 목소리는 평소 슉슉 휙휙을 연발하던 나사빠진 놈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왠지모를 차가움과 냉정함, 논리와 사무적 말투로 무장된 회장님 옆 비서같은 목소리였다.
아마도 오타쿠는 자신의 근처에서 루툼족을 때려 잡던 워리어가 허리띠를 먹은게 무척이나 배가 아팟던것이리라....
워리어는 대답했다 <같은 공간에서 사냥하다보면 어느 시체에서 어떤 아이템이 나오는지 이시체가 내가 잡은 몹인지. 저 시체개 니가 잡은 몹인지 어떻게 아냐? 라는 말로 오타쿠를 반박했다> 오타쿠는 지지 않았다. 루툼은정예는 정예에서만 떨어진다. 니가 잡은건 정예가 아니다, 워리어는 반박해다. 내가 R을 눌러서 먹은것이 아니다. 내 고양이거 처먹은걸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거냐? 와같은 언쟁이 레이드콜을통애 오갔고
결국 참다참다 못한 길드마스터는 오타쿠를 강제퇴출시키면서 모든것이 일단락되었고 길드는 평화로웠다.
오타쿠가 강퇴당한지 한달.
소형길드는 중형 길드가 되어 있었고
더큰 길드에 욕심이 있던 나도 오타쿠를 뒤이어 길드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