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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그 허무함(펀글)

아이콘 Ace향해
댓글: 9 개
조회: 288
추천: 1
2010-08-04 14:27:43
난 아침마다 20-30분간의 여행을 한다
다름이 아니고 지난 여름부터 남편의 사무실로 출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버스로는 다섯 정류장이며 보도로는 2 0-30분 거리이다
그래서 아침 운동삼아 걷기에 딱 좋은 길이다
집안일 후다닥해 치우고 집을 나서니 이젠 제법 쌀쌀한 바람이 코끝을 맵게 건드리고 지나간다
노인정을 지나 쌍굴앞의 급커브길을 올라오면
군부대 정문이 나온다. 여기만 오면 군대갔을때의 아들이 생각나서 한참을 들여다본다
요즘은 군부대의 담장도 철휀스로 되어있어서 부대안이 다 보인다
이 부대는 물품보급창고이다보니 보초병은 안보이고 정문 양옆으로 하얀 진돗개가
지키고 있다
이 녀석들 매일 지나가는 나를 보고는 무표정하게 눈만 껌벅인다
처음엔 경계하느라 어찌나 짖던지......
그래서˝진정해..나 대한민국국민일세...그놈 참 잘생겼네...앞으로 잘 사귀어보세나....˝
그 다음부턴 이놈 나를 보면 몸은 꼼짝도 않고 집밖으로 까만 코만 내놓고
귀를 뒤로 제치고 까만 눈만 껌벅인다
아마도 꼬리도 흔들것이다...개집안에서....
부대를 지나면 큰 도로에서 옛 동넷길로 접어든다
난 이길을 좋아한다 ..꼬불꼬불한 동네길이 정겹다
산밑의 옛가옥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어서 마음마저 푸근해온다
동네입구에 들어서면 길옆의 평상에 늘 같은 자리에 같은 자세로
지팡이 짚고 중절모를 쓰고 그림처럼 앉아계신 할아버지가 계신다
또 그옆엔 사람으로 치면 그 할아버지의 나이벌인 늙은 애완견(요크셔테리어)이
털이 뭉쳐서 눈도 안보이는것이 나를 보고 아구아구 짖으며 쫓아온다
이방인이 나타났다는 신호이다..그래서 ˝그러지마아...너 이동네 지킴이로구나..자주 볼껀데 잘 사귀어보자...응?...˝
이놈 계속 짖으면서 할아버지 발밑으로 숨어든다
아마도 도시에서 자식들이 기르던 애완견이 늙어서 할아버지댁으로 온것같다
이 동넨 집집마다 예전엔 고급스러웠을 애완견들이 늙어서 털이 뭉치고 볼품없어져서 줄에 메여있는 개들이 많다..
그런데 오늘은 그 중절모의 할아버지가 콩밭에서 콩검부지기를 태우던 할머니에게
부지깽이로 다리를 얻어맞고 계시는게 아닌가...
할머닌 허리가 많이 굽으셧는데 아주 깔끔하시고 부지런하시며
성격또한 괄괄하셔서 목소리도 크시다
할아버지를 때리며 ˝이 영감탱이야..왜 빨리 죽지도 않고 속을 쌕여...아이고....˝
할아버지는 백내장이 있는 듯한 눈을 슬프게 내리깔고 말이 없으시다
난 속으로 그 할머니 참 고약하시네...라고 생각햇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하루는 할머니가 나를 붙들고 하소연을 하신다
˝에고....저 영감이 나보다 먼저 죽어야 하는데....내가 먼저 죽게 생겻어..
그래서 나보다 먼저 죽어야 내가 안심을 하지...˝
하며 할아버지가 성질이 고약하셔서
자식들과도 살지 못하신단다. 그래서 자식들이 모신다고 해도 안가시고
오로지 할머니가 거둬주셔야만 한단다
할머니가 먼저 돌아가시면 자식들도 괴롭고 또 며느리에게 구박받을까봐
할머닌 그게 가장 큰 걱정이신게다
하긴 알고 보니 할머니를 이해하겠다
모두가 자식과 할아버지를 편하게 하자는 깊은 뜻이었다
갑자기 선듯한 바람이 가슴으로 파고 든다
저분들도 젊어서는 자식들과 얼마나 행복하게 살으셨을까...

어느듯 자식들 다 키워서 출가하고 하늘을 보니

하늘은 파랗고 강산은 그대론데 자신들은 허리가 굽고 눈이 침침하고

백발이 성성하니............

이 두분을 뒤로하고 성 같이 큰 부자집의 뒷길로 접어드니

물빛같은 햇살에 담긴듯한 구기자가 보석처럼 영롱하게 반짝인다

마음과는 달리 나의 손은 어느새 그 빨간 구기자를 몇알갱이 따서

비닐봉지에 담고 있다

가을녘은 가난한 처갓집보다 낫다는 말을 중얼거리면서

따다보니 꾀많다

그러다 어느새 발길은 나즈막한 고얌나무까지 와있다

어렸을적 초등학교때 하얀꽃의 고얌나무를 본 이래로 처음이다

쌀쌀한 바람에 익어가느라 흙갈색으로 변해가는 고얌을 하나 따서

깨물었다...알싸하고 떱떨음한 맛의 향수가 추억을 부른다

다시 순무와 김장배추를 다 뽑은 텅빈 할머니밭을 지나는데

올해 탄저병으로 병들은 고추밭의 희멀겋게 말라 비틀어진 고추들이 퍼런하늘아래 서럽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고추가 아깝다

밭둑에 듬성듬성 심어논 엄청나게 큰 수수도 가을바람에 솨아 솨아 소리를 내며

쓰러져서 힘겹게 몸부림친다

아름다운 가을뒤의 모습은 자연의 섭리로 처음으로 돌아가기위한 과정으로

그 매맞던 할아버지의 모습에 클로즈업이되어 내 가슴속을 헤집는다

이렇듯 나의 초 겨울은 날마다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늦은 가을 날엔 허드러진 봉숭아꽃잎의 장렬한 붉은 색에 서러웠고

오늘은 노부부의 애틋한 말로에 가슴이 아린다

나의 가을도 이렇게 가고 있더이다

~~어느해 가을의 어느날,,~~~

Lv37 Ace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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