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아침에 궁 밖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거지를 만나게 되었다.
왕이 거지에게 물었다.
˝그대가 원하는 게 무엇인가?˝
거지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내 소원을 다 들어 줄 것처럼 말씀하시네그려.˝
왕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어허, 다 들어 주고 말고. 그게 뭔가/ 말해 보게.˝
˝다시 한 번 더 생각해 보지 그러슈.˝
왕이 재차 말했다.
˝그대가 원하는 건 뭐든지 다 들어 주지. 내가 바로 왕이란 말일세. 왕인 내가 들어 주지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아, 그래요. 아주 간단한 겁니다. 이 동냥 그릇이 보이시죠? 여기다 뭘 채워 주시렵니까?˝
˝그야 어렵지 않지.˝
왕은 선뜻 대답하고 신하에게 명령했다.
˝이 동냥 그릇에 돈을 가득 담이아 줘라.˝
신하가 재빨리 돈을 한줌 가져와 동냥 그릇에 담았다. 그런데 그릇에 담은 돈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신하가 다시 돈을 가져와 그릇데 담았지만 돈은 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아무리 돈을 갖다 부어도 거지의 동냥 그릇은 즉각 비워지는 거였다. 그러자 왕궁에서는 난리가 일어났다.그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고, 왕의 위신이 위태로운 지경에 놓이게 되었다.
마침내 왕이 말했다.
˝내 재산을 모두 잃어도 좋다. 난 각오가 되어 있으니까. 그러나 저 거지에겐 절대 승복할 수 없다.˝
급기야는 갖가지 보석들이 날라졌고, 왕궁의 보물 창고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거지의 동냥 그릇은 여전히 텅 비어 있는 거였다. 그 그릇에 들어가기만 하면 뭐든지 즉각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이윽고 해가 기울기 시작했다. 왕이 조용히 나서더니 거지 앞에 무읖을 꿇었다.
˝내가 졌소이다. 당신이 이겼소. 딱 한 가지만 묻겠는데, 떠나기 전에 말해 주시오. 이 동냥 그릇은 대체 무엇으로 만든 것이오?˝
거지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이거 말이오? 이게 뭘로 만들어졌는지 아직 모르겠소? 그건 사람의 마음이오. 별것 아니라니까. 그저 사람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거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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