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이니까 장문 읽기 싫은 게이들은 뒤로 가고.
나를 현타 오게 하는 것들은 거의 대부분이
본인이 하는 일이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믿는 그릇된 신념을 가진 아지매들임... 오늘도 아지매 하나 때문에 기운 쭉 빠짐... 얘기가 길어지는데 일단 회계감사와 관련된 일임.
회계감사의 원칙은 재무제표는 회사가 작성하고 제시해야 하는 거임. 회계사들은 공시되는 재무제표의 앞 5~6페이지만 책임을 지는 거임. 이 5~6페이지에 적힌 문구들 덕에 오늘도 이 한국의 자본시장이 그나마 꾸역꾸역 돌아가는 것이고. 아는 사람들은 누군가가 한번 검토한 숫자가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 일 인지는 잘 알것임. 여튼 이 맘때 슬슬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되는 상장사의 감사보고서를 한번 열어 보면 독립된 감사인의 감사보고서 뒤에 붙어 있는 재무제표에 아래 문구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음.
이 말인 즉, 회계사들은 감사보고서 이하에 별첨된 재무제표의 작성 책임이 없다는 것임. 감사보고서 이하 재무제표를 비롯한 주석의 작성 책임은 모두 회사에 있음. 공시되는 재무제표와 주석은 회계사들이 검토를 거친 재무제표와 주석일 뿐이지 그 숫자와 내용의 작성 책임은 모두 회사에 있다는 거임.
근데 병신같은 선배 회계사라는 윗대가리 집단이 수십년간 만들어 온 K-회계감사시장은 회계 감사 시장의 단가를 후려치는 것도 모자라서 소위 말하는 서비스까지 해준다는 명목으로 클라이언트 비위 맞춰 준답시고 재무제표 작성 및 주석 작성까지도 젊은 회계사들 시켜서 만들어 온 거임. 이러다보니 회사 경영자들은 회계를 소위 개좃으로 보고 회계 관리하는 인원은 마지막에나 충원한다는 마인드로 회사를 운영해 왔고, 그 덕에 한국의 회계청렴도가 다른 선진국 대비 바닥을 치는 거임. 이게 십수년이 유지되다 보니 이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전반적으로 너무 많이 팽배해져 있음.
그나마 이게 몇 년 전부터 회계사들이 회사의 재무제표와 주석을 작성한 다음 그 재무제표를 스스로 감사하는 게 말이 되느냐? 라는 이른바 '자기 검토 이슈'가 점점 격화 되면서부터 외부감사법이 개정되고 회계감사인들이 회사 재무제표를 대리 작성하면 금감원이나 한국공인회계사회의 높은 분들이 빠따 들고 회사하고 회계사 둘 다 혼꾸녕을 낸다고 몇 년 동안 으름장을 놓고 강조해오면서 이제는 상장사나 대형비상장사들은 본인들이 돈을 써서 다른 회계사를 시키든(이게 소위 말하는 PA업무를 맡겼다고 하는 거) 아니면 회계사 출신의 회계 인력을 회계팀에 고용해서 재무제표 및 주석을 작성하고 있음.
그렇다고 해도 이게 뭐.. 잘 되는 거 같진 않음. 회계사들도 나중에 답답하면 그냥 이 주석은 이렇게 써야 합니다! 이러면서 회사에는 대충 주석 작성법 알려줘서 본인들이 작성하는 경우도 왕왕 있음. 근데 이건 그냥 이상향과 바빠 뒤질거 같은 현실의 경계에서 '답답하면 니들이 하던가'를 현실화 하여 '그래 시발 그냥 우리가 한다'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서로 선을 타고는 있는 거. 아무튼 이런 법안 자체가 회사의 재무제표 작성 책임에 대한 인식을 많이 개선시켜주긴 했음.
근데 맨파워가 다들 딸리는 중소형 비상장에서는 애초에 기장을 본인들이 하지 않거나 기장을 해도 대부분 혼자 하다보니까 재무제표나 주석을 만들래야 만들 수가 없음. 이 현실을 잘 아니까 금감원이나 한공회도 그냥 '에휴.. 비상장사 느그들은 봐도 못 본척 눈 감아 줄게 너무 대놓고 티내지만 말어라..' 이러면서 애써 외면하는 거임. 그러니 회계사들이 소형 비상장사 같은 곳으로 감사 나가면 회사가 ERP에서 대충 뽑은 재무상태표하고 손익계산서, 명세서랑 원장에 기타 추가자료 조금 더 받아 나머지를 회계사들이 재무제표 감사해서 숫자 맞추고 주석 뽑아다가 회사에 던져 주는 거임.
그 외에 회계감사에는 기타 여러 행정절차도 있는데, 비상장사는 상장사 대비 되게 간략하게 넘어 가는 게 많음. 근데 원칙은 상장사든 비상장사든 거의 대부분의 감사 절차상 해야 하는 건 똑같음. 비상장사는 그냥 '회계기준'을 적용하는게 조금 여유가 있을 뿐이지 '회계감사' 절차나 외감법적인 절차는 거의 비슷함. 근데 비상장사에게 상장사의 법적 잣대를 들이대면 살아 남을 회사나 담당자가 없어서 회계사가 그 합법과 위법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타고 다니며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이지 이게 올바른 행위는 아니라는 거임.
근데 계속 이러다보니까 싯팔 또또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명언 중 하나인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아는" 씹새끼들이 계속 튀어 나옴.
눈치가 좀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내가 회사 편의 봐준다고 죠뺑이 치는 게 있고, 대신 해주는 것도 있으니 고마워라도 하는데 눈치 없는 아지매들은 이걸 당연한 걸로 알고 내가 편의를 봐주는데도 고마운 줄 모르고 ㅈㄹㅈㄹ을 자꾸 함. 이게 올바른 거라고 해도 아니 그럼 과거에 해 온건 뭔데요? 과거에는 잘못 하신 거에요? 이렇게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틀린 내용으로 뻔뻔하게 나를 가르치려 드는 사람들 보면 천불이 남.
내가 고생하는거야 그러려니 함. 이 회계감사 바닥은 양복입은 3D 업종이며 노동집약적 업무로 유명하니까. 어차피 회사에 맡겨도 못 하고, (못한다 하더라도 회사 사람들에게 시켜야 한다는 건 그냥 이상론일 뿐임. 당장 내 목이 썰리기 일보 직전인데 뭐라도 해야지) 어거지로 회사에 시켜도 그 사람들이 못하면 보고서가 법적으로 정한 시간 내에 못 나가고 그러면 결국 나도 같은 가해자 취급을 받게 되니까 그냥 내가 하는 거고. 지금도 수많은 회계사들이 이런 환경에 처해서 하루에 4~5시간도 못자고 재무제표와 주석을 붙잡고 있을 뿐임.
여튼 내가 한 해에 회사 결산 검토했던 회사만 해도 적게는 7군데, 많게는 15군데이고 경력도 거진 10년 정도 쌓여서 못해도 100번 이상의 분기/반기/기말 결산을 해 오면서 원칙이 무엇인지 정확히 앎. 나이가 즈그들보다 어릴 뿐이지 결산 하라고 하면 즈그들 두달동안 일처리 엉성하게 겨우겨우 할거 나는 2~3주일이면 컷하고 제대로 된 보고서까지 만들 자신 있는 놈임. 이 바닥에서 그래도 이만큼 한 놈이 원칙을 알려주면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한마디 하는 게 그렇게 힘든가? 꼭 시발 무슨 개초딩새끼들 자존심 싸움 하는 것도 아니고 '옛날에는 안 그랬는데 올해는 왜 이뤠여 에붸붸붸붸~~' '원칙이 그렇다구요? 어머 그럼 니들 옛날에는 원칙 안 지킨거? 에붸붸붸붸~~' 이런 싯팔 키보드 자판 있는 부분으로 주댕이를 후려 쳐버릴까 십새끼들이.
속으로는 욕이 튀어 나오는데 내가 다니는 회계법인 입장에선 몇 십년을 같이 해 온 클라이언트니 내가 역정 내 봤자 돌고돌아서 결국 내 손해니 그냥 허허 웃으며 좋게좋게 설명해주고 넘어가는데 진짜 현타가 존나 쌔게 오더라. 여기까지 와서도 ㅈㄹ 했으면 진짜 개씨발년 뒤지고 싶냐 나왔겠지만.
한국놈들이 빙신같이 호구같은 부분이 있어서 회계사들도 호구처럼 일하는 거지 미국 같았으면 "오우 뻐킹 잇츠 일리걸 홀리몰리 갓뎀 뻐킹! 아임 아웃" ㅇㅈㄹ하며 파업해서 싹다 보고서 제시간에 못 내서 망하는 회사 많았을 거임.
여튼 오늘은 하도 속상해서 그냥 퇴근하고 영화 때리고 집에서 암 것도 안 했는데 잠이 안 와서 뻘글 남겨본다. 상장사 감사하는게 너무 힘들고 지쳐서 빅펌 퇴사하고 소형 회계법인 왔는데 이런 년놈들 하나둘 쌓여가다 보니 이 직장도 영 다니기가 싫어지고 그냥 아무 일도 안하고 살고 싶다. 시즌 끝나서 출근 대충하고 탱자탱자 놀면 또 다 망각해서 살만 해 지겠지만... 에휴.. 2023년부터는 원칙이 뭔지 정확하게 알려는 줘야겠다. 싯팔것들.
내일은 출근 안 하고 집에서 단순 반복적인 일이나 할란다...
세줄 요약하자면
1. 회사 재무제표와 주석 작성 책임은 회사에 있고 회계사가 이걸 작성 해주는 건 불법이다.
2. 근데 왜 해주는거냐? 어차피 해 보라고 맡겨도 못할걸 알기에 회계사가 하는 거다.
3. 그러니까 이거 해주는 회계사들한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할 망정 지랄은 떨지 말자....
무득박휘
무득박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