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바야흐로 몇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네요.
저는 집에서 게임을 잘하지 않습니다.
지인들과 함께 피씨방을 가는 걸 좋아해서요.
그래서 집 컴퓨터도 그리 좋진 않죠.
주로 사무용 이나 웹서핑 용이니깐요.
그래서 디아블로를 즐기러 피씨방을 주로 다녔죠.
물론 피씨방에서 겜을 하다보니 디아3 구매도 안했구요.
그러던 어느날 지인들도 디아블로3를 많이 떠나가고 같이 피씨방을 갈 사람이 없으니
피씨방에서 겜을 하는게 무료해 지더군요.
그러던 차에 디아블로3을 플스 콘솔게임 이식이 훌륭하게 잘 되어있다는 말을 들었고
키보드로 게임을 하는 것이 손목도 아프고 책상에 앉아 있다보면 피로감도 심하기에
콘솔로 갈아타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집에 플스3이 있었고.
플스3 으로 디아블로3 대악마판 (오리지날 합본)을 구매 했습니다.
신세계 더군요.
편하게 쇼파에 기대 앉아서 패드 하나 들고 게임을 하는 조작감이란.
제법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강령술사 패치 이후 시작 되었습니다.
플스4 디아블로는 계속 업데이트가 되었지만.
플스3 디아블로는 플스4에 밀려 더이상 업데이트가 중단 되었거든요.
강령술사만 아니라면 그깟 패치야 없어도 그만이야 하면서 계속 즐겼을텐데.
강령술사 이후로 플스4 욕심이 나더군요.
그래서 플스4랑 플스4용 디아블로 대악마판을 추가 구매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순간 겜덕후 기질이 발휘되어서.
이왕 플스4로 넘어갈거면 플스3에서 할수있는건 다 해서 완벽하게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플스도 계정 연동이 되어서 플스3 정보를 플스4로 넘길수가 있거든요.
이놈의 덕후 기질.... 그게 사건의 시작이었죠.
디아블로 초창기에 한정판을 구매하면 주던 하얀 엔젤릭 날개 그게 가지고 싶었습니다.....
콘솔에 디아블로가 나왔을 때에도 초회 한정판에는 그 날개를 주는 코드번호를 주었거든요.
빌어먹을 날개가 가지고 싶어서
이미 디아블로3 (오리지널+대악마판 합본) 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아블로3 오리지널 초회 한정판 미개봉 신품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걱정이 되더군요.
발매된지 몇년이 지난 제품이라 혹시나 아직도 그 코드번호가 유효 한건지.
그래서 블리자드 고객지원에 문의를 했습니다.
여차저차 콘솔로 디아블로를 즐기고 있는데 플스4로 넘어가기 전에 플스3로 디아블로 한정판을 구하고 있다
코드 미사용 미개봉 신품을 사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한정판이다 보니 가격이 프리미엄이 붙어있어서
걱정도 되고 확실하게 확인하고 구매 하려고 한다.
한정판 코드를 아직도 사용이 가능하냐
혹시 유효기간이 있다거나 하진 않은거냐
뭐 그런 질문들 이었죠.
하루만에 답이 왔습니다.
따로 정해진 유효기간은 없다고
미사용 코드가 맞는지 미개봉제품이 맞는지 잘 확인 하고 구매하시면 게임이용에 불편이 없을거라고
그렇게 답이 왔었어요.
블리자드 게임을 블리자드에 물어서 답을 들었으니 의심할 여지가 없었죠...
그래서 이 미친 덕후같은 저는
단지 그 날개 하나 달아보겠다고 미개봉 한정판을 개인 판매자에게 10만원에 샀습니다.
발매당시 소비자 가격이 5만5천원 이었던걸 생각하면 거의 두배 가까운 가격이죠...
그래도 집에서 눕다시피 편하게 등을 기대어 앉아서 패드로 디아블로를 즐길 생각에.(또 이왕 즐기려면 날개정도는 간지나게 달아줘야 기분이 좋으니깐요 ㅎㅎ)
미개봉 제품을 뜯었습니다.
그리고 설레는 맘으로 코드를 입력했죠.
허나....
이 코드는 유효하지 않다더군요.
다시 블리자드에 문의를 했습니다.
코드가 유효하지 않다고.
블리자드 상담원 분은
혹시 미개봉 신품이 아닌 코드를 이미 사용한 중고를 구입하신거 아니냐고
잘 확인해 보라고 하시더군요.
하지만 플스를 즐겨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플스 게임씨디엔 커버에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로고가 적힌 비닐끈을 제거 하지 않으면 제품을 뜯을수가 없게 되어있어서
미개봉 신품인지 아닌지 정도는 구분이 쉽게 되거든요.
정말 어이가 없어서 미개봉 신품이 맞다고 이야기 했더니
코드번호를 한번 확인해 보겠다고
코드 번호를 달라더군요.
적어줬습니다.
그랬더니 다음날 확인해 볼라고 했는데 콘솔게임은 게임 운영을 소니에서 하는것이라
자기들이 코드를 확인할수가 없다고 소니에 문의해 보라고 하더군요.
소니에 문의를 또 했습니다.
소니에선 코드의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하네요.
딱히 유효기간에 대해 언급되어있는 구절은 없지만 유효기간이 있다고 하네요.
그래요... 게임 아이템 하나 따위가 뭐라고 하늘이 노래지더군요.
이제는 게임 아이템 하나의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렸거든요.
첨부터 안되는걸 알았다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포기했을텐데.
그거 하나 바라보고 플스4에 플스4용 타이틀까지 구매해 놓고 보니 환장할 노릇이더군요.
돈.. 돈도 돈이지만
블리자드에 문의 하고 한정판 수소문해서 구매하고 다시 소니에 문의 하고...
등등 들인 시간까지.
돈과 시간을 들였던 만큼 정말 거대한 허탈감이 몰려오더군요.
블리자드에 따졌습니다.
당신들이 잘못된 정보를 주어서 내가 돈을 날렸다.
죄송하답니다.
소니에 따졌습니다.
제품 어디에도 코드에 유효기간이 있다는 구절은 없다.
죄송하답니다.
너무 화가 났습니다.
죄송하다는 앵무새 같이 반복되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나아질건 아무것도 없으니깐요.
블리자드us에 문의 했습니다.
블리자드kr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블리자드kr에서 왜 그 코드에 유효기간이 없다고 답변했는지 이해할수 없다더군요.
자신도 그 코드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
그건 이미 서비스기간이 만료되어 지금은 입력이 불가능하다 라고 답변하더군요.
블리자드kr에 다시 항의를 했더니
미국 본사에 이야기 해서 해결책을 찾아보겠다고 몇일을 더 기다려 달라더군요.
그리고 또 4일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전화가 와서 하는 말이.
죄송하답니다...
저도 안되는건 어쩔수 없다고 생각해서
어차피 개인에게 구매한것이고 업자가 아니라서 영수증도 없고 그냥 계좌이체 내역만 있을뿐이니
내가 웃돈을 주고 구매한것까진 증명하기 힘드니 요구하지 않겠다.
난 이미 디아블로 확장팩 합본을 가지고 있으니 이건 필요가 없다
당신들이 잘못된 정보를 주어서 필요도 없는 걸 구매했으니 소비자 정가 5만5천원 이라도 환불해 달라
게임 씨디는 택배로 당신들에게 보내주겠다.
안된답니다.
죄송하답니다.
소니에서도 환불이 안된답니다.
유효기간에 대한 언급은 안했지만 자신들은 내부규정에 유효기간이란게 있답니다.
잘못된 답을 한 블리자드에 이야기 하랍니다.
블리자드에서도 환불이 안된답니다.
자신들이 고객문의를 할때 실수를 했지만 소니에서 퍼블리싱하는 거라 자신들이 해줄수 있는게 없답니다.
모든 피해는 제가 고스란히 떠안게 생겼습니다....
서로 책임 떠 넘기기만 하고 있습니다.
내가 날린 모든 돈을 환불하라는 것도 아니고
플스4 플스4용 타이틀 모두 환불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디아블로3 오리지널 한정 초회판 소비자 정가 5만 5천을 환불 해 달라는데
그 거대한 두 회사가
서로 안된답니다.
앵무새 처럼 그냥 죄송하답니다.
방법이 없답니다.
5만5천원 때문에 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죄송하답니다.
현실세계에서의 두 거대회사의 갑질에
어릴적 즐겼던 디아블로2에 대한 향수마저 다 퇴색되고
이젠 그렇게 즐겁게 즐기던 디아3가 그냥 허탈한 그림 나부랭이가 눈앞에서 움직이는 걸로 보이기 시작하네요.
이제는 정말 게임이 하기 싫어지네요..
이제는 게임을 그만둘 때가 되었나봅니다...
직장생활 후 스트레스 해소로 즐기던 취미생활이 이젠 염증이 느껴지네요.
네 5만5천원 저도 없어도 그만인 돈 입니다.
하지만 비공식적이라 보상대상에서 아예 제외했던
한정판 프리미엄 가격, 플스4, 플스4 타이틀 등등
제가 지불했던 돈과 시간에 비례하는 게임에 대한 애정.
취미생활에 대한 열정.
등등 모든것이 5만5천원과 함께 부정당한거 같아서 정말 허탈합니다.
열심히 키우던 하드코어 캐릭이 컴터 다운때문에 죽었을 때보다 더 허탈 합니다..
이젠 정말 접어야 할 때인거 같습니다...
ps.행여나 오타쿠 같은 놈이 게임에 돈지랄 했다고 비난은 말아주세요.
정당하게 일해서 번돈으로 취미생활을 즐겼던 것뿐입니다.
남들이 낚시대를 사고
남들이 골프채를 살때
난 그 돈 안쓰고 게임이 투자했을 뿐 입니다.
뭐... 이젠 그 짓도 그만할거 같습니다만...
블리자드 랑 소니 둘다 망해 버렸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