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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손절을 잘한건지 모르겠다...(잡담)

아이콘 청춘지몽
댓글: 23 개
조회: 2261
2025-01-23 02:43:49
지난번, 하소연 글 이후로 생각을 많이 해보다가 어제 그 친구 손절치고 왔습니다. 근데 잘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어쨌든 본국에선 다시 괜찮게 놀 수도 있지 않느냐 할 일이겠지만, 저번 일을 겪고 앞으로도 얘가 나와의 여행에서 바뀌어 있을지, 잘 노는게 후에도 가능한 일일지 확실하지 않아 손절하고 왔습니다.

당시에 도쿄를 거닐면서 저를 기쁘게 했던 일은 아래와 같습니다.

- 공항, 호텔, 길거리, 미술관 그 어딘가에서 만난 모르는 외국인과 스몰톡 할 수 있었던 일.

- 파판 1주출 영식 영상을 치지직으로 대리 구경할 수 있었던 일.

- 에오르제아 카페, 국립신미술관, 해리포터 스튜디오 등등 원하는 곳에 방문할 수 있었던 일.


이 세가지 외에는 전부 별로라고 여겨졌어요....
(친구와 관련된 조건은 그 어느것도 들어가지 않네요)

제가 객관적인 시각으로 작성한 상황에서 과연 손절한게 적절한지 싶어 제 3자의 시야가 필요해 대신 여쭤봅니다. 읽고 본인의 의견을 알려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걸 왜 적느냐 라고 하신다면, 서로 같이 여행하는 것에 있어 비단 한쪽만 잘못이 있다라고 말하기는 애매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자기 전에 적습니다.

1. 첫 날, 지연문제로 도쿄에 늦게 도착함.
계획했던 일정 대부분이 캔슬됨. 다행히도 저녁이후 시부야 스카이 예약은 남아 있었고, 저녁을 먹고 이동하는데에 중간에 계획된 '시부야 파르코'는 들리기가 애매해서 이것마저도 취소하고, 스카이만 가기로 함. 스카이 가는 중에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서 근처 카페에 들렸다가 이동했는데

스카이쪽으로 다다르면서 내가 "파르코 꼭 가고 싶었는데, 너무 아쉽다" 라며 속상해하자, 친구가 "그럼 파르코 가면 됐었잖아?"라고 내게 대답함.

계산상 파르코(백화점이고, 쇼핑 목적으로 가려했던 곳) 들렸다가 스카이 갈 때, 시간이 애매해질 가능성이 커서 취소하자고 했던건데, 일정 촉박하게 잡는거 싫어하는 애를 보고 이 대답에 의문을 가짐.
나는 거기에 "그게 안됐으니까 그랬지?"라고 대답하고 그냥 조용히 같이 이동함.


2. 둘째날, 이세탄에 들려서 크로스백을 보던 참이었음.
첫 날은 덜했지만, 이 때부터 슬슬 본인(친구) 혼자 나와 같이 돌아다니기 보다 말도 않고, 나 혼자잠깐 생각하고 있는 새에 어디론가 사라져있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음. 그래서 그려러니 하고, 한 브랜드에 예쁘진 않지만 눈에 들어오는 가방이 있어 구매하려고 함.

구매하는 과정 중 친구가 내가 남겨놓은 카톡을 보고 돌아왔고,
결제를 하려는데 내가 가격을 착각한 사실이 밝혀짐. 사실 엔에서 원으로 계산할 때, 0이 하나 더 붙는다는 걸 알았는데, 엔을 잘못본거임... 근데 친구는 내가 환율을 잘못 본 줄 알고,

스미마셍, 스미마셍 하며 나올 때 친구가 내게 이렇게 얘기했음.
"그러니까 환율을 잘 봤어야지, 니 잘못이잖아. 내 말이 틀렸어? 바보."
친구말이 틀리다고 한 적도 없었는데, 되게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었다.


3. 뭔가 모든 대화의 구체적인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항상 친구의 대화 형식은 이랬다.
"내가 맞잖아.", "그래서 제가 틀렸어요?", "그거 아니야 이 인간아."
일상적인 대화보다 그 대화의 주제가 옳은지 틀린지를 따지며 본인이 옳다고만 들었던 이야기만 했던 것 같다. 그 얘길 들을 때마다 나는 항상 "그래 네가 다 맞네~" 라고 다 내려놓은 사람처럼 대답해줬다.


4. 내가 크로스백을 오매불망 찾던 날.
사실, 크로스백을 찾는 이유는 (1). 안가져와서, (2). 디즈니 갈 때 쓰려고. 였었다. 숄더백은 갖고 다니기 불편했기에, 크로스백을 찾는 거였는데. 첫째, 둘째날 제외하고 셋째날에 친구보다 먼저 미리 나와(얘기하고 옴) 카페에서 아이패드로 작업하고 있었다.

이후, 도쿄 미드타운에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크로스백을 찾다가 친구에게 들은 얘기.

"너 어차피 아이패드 안쓰잖아? 여기 와서 꺼낸적 있어? 없잖아."

"나 오늘 아침에 카페에서 썼는데? 디즈니 가서 쓸거야."

"아니, 근데 나랑 있을 때 안썼잖아?"

"아니 쓸거라고."

"그치만... 너 나랑 있을 때 안썼잖아???"

"ㅋㅋㅋㅋㅋ 난 너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어.
하루이틀 본 내용가지고 추측하는거야??? 아니, 네 말이 맞아. 어.
네 말이 다 맞아~~"

이러고 놓고 가려다가 그냥 꾹 참고 같이 돌아다녔다.
(이후, 얘 없을때 어찌저찌 맘에 드는 크로스백 구해서 디즈니에서 아이패드로 잘 작업했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본인의 편협한 생각으로 상대를 재단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걸까....


5. 친구가 내가 점점 표정도 굳고, 말도 잃어가는걸 보고(평소랑 다르니까) "혹시 스트레스 받는거 있어?"라고 물어보길래,

애써 돌려 "신체적으로 피곤하긴 피곤하지.. 우리 둘 다 그간 많이 걸었잖아.(하루 당 2만보씩은 평균으로 걸었다.)"라고 대답하니,

"아니... 그... 뜻이 아니고, 정신적 스트레스."

"솔직하게 말해줘?"

"응."

"사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하지만 너도 같이 나랑 거닐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나만 받는 건 또 아니니까. 당연히 고생하는 거라고 생각해. 너는?"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음ㅋ"

"?"

이럴거면 내게 왜 물어봤지 싶으면서... 이후에 고프로를 내가 많이 쓰는 것 같다고 하니까 그냥 대답없이 넘어갔다. 사실, 고프로 가져갈까?  고민이야! 가져가고 싶어!라고 여러번 얘한테 이전에 물어보면서 확인 받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던걸까.

위 대답도 너무 내가 직설적으로 말안한게 실수였던걸까...



6. 안내 데스크에 길을 묻거나, 뭔가 물어보려고 하면 어딘가로 사라져있었다. 초반엔 그러려니 했었지만 갈수록 나를 당황하게 했다. 보통은 "나도 저기서 물어보고 올게!" 라던가, 동행자 근처에 같이 붙어 있어야 맞을텐데, 이건 저의 일반화된 생각인걸까요.


7. 해리포터 스튜디오에 들어갔다.
굿즈를 보고 오겠다고 하니 "다녀와"라며 본인은 가운데 넓은 자리에 앉아있겠다고 했다. 굿즈를 둘러보고 나오니, "어? 입구가 여기 앞에 있었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군." 하는 나를 보고

"네가 그러고 싶어했잖아?"

라고 친구는 대답하더라.

이후 상처입어서 혼자 좀 멀찍히, 그래도 친구 보이는 근처에서 돌고 있었는데, 또 어느샌가 애가 안보임. 그 장소 부근을 다 뒤져봤는데 애가 사라져있음. 길 따라서 종점에 먼저 가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외국인 분들에게 부탁하면서 사진이라도 열심히 혼자 건져옴.

이후 뒤늦게 온 카톡을 보고 길따라 나가니 사람들 사이에 멀찍이 혼자 앉아있더라. 나보고 하는 말이 "가자." 해서 군말없이 따라가다가, 앉아서 버터비어 먹고 싶어서(굿즈샵에서 병째로 이미 산 하나가 있긴 했지만), "나 저거 먹고 싶은데, 먹고 가면 안돼?"라 하니

"그럼 빨리 시키고 와."

그래서 줄 설려고 가보니까 너무 길어서 포기.
다시 그 장소로 돌아갔지만 친구는 그 자리에 또 없었고,
또 길따라서 종점에 먼저 가있겠구나 싶어, 이어진 장소들을 꼼꼼히 탐험하고 싶었으나 그러지도 못하고 대충 훑어보고, 몇 군데만 들어가 구경하다가 나옴.

또 다시 앉아있는 친구를 찾아 앞에 나왔다고 나타나니 하는 말,

"왤케 빨리 나왔어? 천천히 좀 보고 오지.




마지막에 나올때 호그와트 모형 되게 예쁘더라."

....



쓰면서 제 경험면에서 쓰다보니 객관체라고 하기에도 굉장히 부끄러울정도로 썼네요. 사실 한국에서 이후 행보를 나와 어떻게 할지 지켜볼걸 그랬나 싶으면서도, 참으면 호구였을까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 저는 직설체를 쓰는 편인데, 둥글게 대했던게 스노우볼이 된걸까. 아니면 직설적으로 말했으면 문제가 최소화됐을까. 이런 생각을 빨리 접어야 하는데, 접기도 힘드네요.

필요한 손절이 맞았던 건지도 모르겠고...
일단 겪었던 상황으로는 크게 위와 같이 있었다는 걸 적는 자신을 보며, 그래도 너무 힘들었었다는 사실만이 남아있네요.
(그 친구한테 다신 보지말자고, 나 힘들었다고 장문의 내용을 보냈는데, 본인도 힘들었다고 온 내용을 보니 마음이 미묘합니다.)

손절의 큰 이유도, 성격/성향 차이보다는
"사회성 결여"적인 이유라 생각되는 내용이 커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거였는데...

그냥 오늘은 일단 누워야겠어요...
내가 1주출을 도쿄 대신 선택했더라면 정말 시간도, 돈도, 인연도 다 안버렸을텐데.... 후회만이 어제의 자리를 지키는 지금이 속탄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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