퐈퐈고 돌려서 보다가 묘한 번역말투가 거슬려서 번역체 수정 + 의역 + 수식어 조금 붙여서 적어범. 일본어 잘 몰라서 퐈퐈고 돌렸기 때문에 오역이 날 수 있음. (능력이 없어서 ㅈㅅ) 폰으로 올리는 거라 컴으로 볼때 불편할 수도 있슴니다.
에메트셀크- 그렇게 나를 부르는 소리가 의사당 입구에서부터 울려퍼졌다. 그 부름을 들어버렸으니 어쩔 수 없군, 퇴관하기 위해 서두르던 발걸음을 멈추고 그 소리를 향해 뒤돌아본다. 나를 부른 목소리의 주인이 종종걸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하얀 로브를 뒤집어 쓴 작은 체구의 청년이다. 14인의 위원회를 나타내는 붉은 가면이 그의 신원을 물을 필요도 없이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동료 엘리디부스다.
무슨 일인지 눈길로 그에게 묻자 한숨 한번을 내쉰 후에 그가 매우 심각하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자네, 다음 의제가 될 화산 건에 대해 알고 있나?”
“아, 대분화가 가깝다고 하는 그 화산 말인가? 그리 복잡한 안건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최근 14인의 위원회로 제출된 보고에 따르면 한 외딴 섬의 화산에서 불 속성 에테르의 비정상적인 활성화, 즉 분화 징후가 관측되었다 한다. 그 섬에는 마을 하나와 광대한 농장이 있다고 했지. 분화가 시작되면 모두 삼켜져버리겠지만..... 어쩔 도리가 있을까. 예의 일들처럼 순리일 뿐이다. 섬 주민들도 그 흐름을 받아들이고 원한다면 이주를 시작했을 터였다. 위원회에서도 대응을 검토하긴 하겠지만, 그 이상의 결론이 나올 것 같진 않다.
한편으로 이런 식으로 마무리될 안건을 엘리디부스가 자신에게 제안해왔다는 것은__ 불길한 예감밖에 들지 않았다.
“사실 아젬이 그 산에 갔어. 폭발을 멈추겠다고 하더군.”
젠장, 불길한 예감은 어찌 이리도 잘 맞을까. 미간을 찌뿌리며 뇌리까지 치솟은 짜증을 꾹 눌러 참는다. 몇 초를 허비하여 스스로를 달린 다음에야 ‘어떻게?’라고 다음 말을 이을 수 있었다.
엘리디브스는 여전히 진지함을 고수하며 말한다.
“자네라면 화염의 정령 이프리트를 알고 있겠지.”
“아. 라하브레아가 만들어낸 이데아 중에서도 가장 걸작 말인가.”
그러자 고지식함을 표방하며 단단하게 다물어져있던 엘리디부스의 입이 기쁨의 호선을 띈다. [그렇고말고, 정말로 훌륭하지.] 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에는 그가 라하브레아를, 또 동료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평소 같았다면 그 말에 흐뭇함을 느꼈겠지만, 이제는 그가 말하는 바를 알고 있으니 다시 미간이 찌푸려진다.
불의 정령 이프리트는 불 속성의 에테르를 묶어 만들어내는 환상생물이다. 그렇다면, 아젬이 어떻게 분화를 멈출지 상상이 간다. 화산에 가득 찬 불의 힘을 이프리트의 형태로 바꾼 후, 다른 장소에서 무산시킨다. -- 즉, 토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1명, 협력자가 필요하다. 이프리트의 이데아를 아젬에게 넘겨준 사람. 그것이 라하브레아가 아니라 한다면....... 오직 한 사람 뿐이다. 모든 이데아를 통제할 수 있는 ‘창조물관리국’의 국장. 그 정도 지위면 아무리 엄중한 이데아라도 꺼내올 수 있다. 뇌리에 즐거운 미소를 띄며 아젬을 배웅하는 친구의 모습이 떠올라 가면채로 이마를 쓸어내렸다. 엘리디부스는 그 행동을 다른 의도로 이해한 것만 같지만.
“걱정은 없지만, 사태가 커지게 된다면 아젬은 또 혼날지도 모르겠어. 가서 아젬을 도와줘, 에메트셀크.”
“그래.... 상황은 제대로 이해했다. 하지만 괜찮은건가? 조정자 엘리디부스가 그 녀석의 편을 들어줘도?”
“편을 들어줄 생각은 없어. 다만, 그 화산의 건은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지. 그렇다면 분화를 멈추고 싶어하는 아젬의 의견도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해.”
망설임없이 잘라 말하는 그 모습에 반론도, 찬동도 하지 못한채로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아젬은 자기 시대의 조정자가 이 마음씨 고운 청년임을 감사해야 할 것이다.
“맞아, 분화를 막고싶어하는 이유는 들었나?”
떠나기 직전에 엘리디부스에게 그리 묻자, 그가 ‘아니.....’라고 말하면서 생각에 잠겼다. 아마 아젬과의 대화에서 정중하게 살펴보고 있을 것이지. 근거 없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조정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던 중에 뭔가 짚인 것이 있는지 흠칫, 몸을 떨더니 중대한 사실을 밝히는 듯이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
“그 섬에서 만들어지는 포도가 맛있다고 했지...... 섭리를 거역해서라도 존속시켜야한다고 생각한 것 같군!”
“그럴지도......”
그의 철벽과도 같은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도록 맞장구를 쳐주면서, 머릿속에 나쁜 친구 두명에게 나중에 제대로 설교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복잡한 심중을 아는지 모르는지 엘리디부스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아젬의 견해는 언제나 신선하니까.]라고 인자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결국 엘리디부스는 그런 청년이었다. 역할을 충실히 하는 한편 누구보다 14인의 위원회 동료들을 사랑하고 존중했다. 그를 동생처럼 여긴 자들도 많았다. 조디아크의 소환에 핵으로 삼기 가장 적합한 사람이 엘리디부스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엔, 사명에 눈이 멀어있던 위원들조차 엘리디부스와의 이별을 슬퍼했을 정도다.
그렇기에 그와의 예상치 못한 재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조디아크를 별의 의지로 삼아 종말의 재앙을 물리친 직후에, 어떤 미래를 그리는지에 따라 사람들의 의견이 크게 갈렸다. 대부분은 새 생명을 싹틔우기 위해 조디아크에게 바쳐진 동포들을 되찾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한 한편으로, 새로운 생명에야말로 별의 미래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또한 뿌리깊게 존재하고 있었다. 우리가 판단을 재촉당할 때, 갑자기 조디아크로부터 무엇인가가 흘러내렸다. 그것은 잠시 꿈틀거리다 이윽고 사람의 형상을 갖추었다. 주위가 조용히 지켜보는 가운데에서 그 입매가 어색하지만, 확실하게 미소를 띄웠다.
“괜,찮,아.......”
너희들의 판단은 옳고, 마땅히 해낼 수 있어..... 엘리디부스가 도와줄게.
그 후, 세는 것도 끔찍할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갈레말 제국의 국부 ‘솔’의 역할을 마친 나는 차원의 틈에 떠있는 어두컴컴한 거점에서 오래간만의 깊은 잠에 빠져드려 하고 있었다. 솔의 육신은 원초세계에 놓아두었기에 마치 망령과도 같은 형체없는 존재인 상태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옛날의 모습을 취할 수 있었다. 잠을 자고 있으면, 다른 사람을 연기한 시간이 벗겨지는 것만 같았다.
자기 자신을 유지하는 것에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스스로를 버리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런데도 나 이외의 두 ‘오리지널’의 상태를 생각한다면...... 내가 계속 고집하는 것 외에 다른 특별한 이유가 주어지는 것 같았다.
에메트셀크- 라고 나를 부르는 소리가 울려, 잠의 마수에서부터 끌어올려진다. 피곤하여 무시하고 싶은데 목소리의 주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다가와 다시 내 이름을 부른다. 오래 전에 날 의사당에서 불러세운 것과 같은 목소리......일 터인데 마치 다른 사람처럼 들리는 것은 태도가 전혀 다르기 때문일까, 아니면 실제로 변질되어 버린 것 때문일까.
날 부르는 목소리의 주인, 엘리디부스가 곁에 서서 숙연하게 고했다.
“라하브레아가 졌다.”
몸을 일으켜 엘리디부스를 마주한다. 그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나와 그를 감싼 긴 침묵이 라하브레아의 패배가 진실임을 말해주고 있다. 아씨엔에게 죽음은 삶의 끝을 뜻하는 말이 아니다. 그러니 그렇구나. ‘졌다’라고 하는 말은.......
“알고 있었을거야, 우리들은. 머지않아 이 날이 오리라는 것을.”
엘리디부스가 말하는 것을 들으며 눈을 감고 순환되지 않아 답답하기 그지 없는 숨을 토해낸다. 그의 말이 옳다. 라하브레아는 오랜 세월에 걸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활동해왔다. 자칫하면 ‘지나간다.’정도로 세계를 건너 몸을 바꾸고 돌진할수록 그는 점차 파탄났다. 최근에는 어둠으로 인한 재해를 일으킨지 얼마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그것을 조장시키려는 행동마저 보이고 있었다.
불꽃같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가 고대인일 때 불꽃 환상생물을 수없이 만들어냈기 때문일까. 활활 타오르는 불사조에, 불의 정령 이프리트...... 당대 라하브레아가 만든 불길은 강렬하기 그지 없었으며 눈이 멀 정도로 아름다웠다. 라하브레아 그 자신 또한 늘 그와같이 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모든 것이 재가 된다면, 그 불꽃또한 꺼질것인데.
천천히 눈을 들어 엘리디부스를 들여다본다. 유일하게 가면에 덮여있지 않은 입꼬리에는 감정을 읽을 수 없다. 이제 예전처럼 라하브레아를 향해 경애를 드러내진 않는건가, 혹은 그 생각 자체를 이제-
“에메트셀크?”
“아, 아니다. 라하브레아 할아범이 마치 자신의 창조물과도 비슷한 삶을 살았구나 라고.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창조했어......물건.”
말을 되새기는 엘리디부스에게 분명한 곤혹의 빛이 서린다. 기억할 수 없게 된 것인가. 내가 깨닫는 동시에 그 자신도 스스로에게 무엇인가가 결여된 것을 느낀 것 같다. 주먹이 허공을 움켜쥐었다. 그는 조정자로써 14인의 위원회에 들어온 이래로, 조디아크에서 흘러내려 사람이 아닌 원념으로 연명하는 ‘무엇인가’가 되어-- 시대와 함께 변화하며 자신안의 것들을 계속 잃어만 간다.
엘리디부스, 역시 그 크리스탈을 볼 생각은 없나.
아직 그가 자신을 잃지 않았고, 라하브레아또한 그러하였을 시절에 각자 가진 위원들에 대한 기억을 모아 크리스탈에 봉인했었다. 아씨엔 중 환생자들을 다시 그 자리에 앉힐 때 그 기억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을 엘리디부스 스스로가 사용하면, 기억해낼 수 있는 것들또한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조용히 고개를 흔든다.
“나는 엘리디부스로 해야 할 일들과 그 방법을 기억해..... 그걸로 충분하다. 이것저것 기억해내봤자 싸움을 계속하다보면 또 잃어버릴 것이다.
....소중한 기억이라면, 몇 번이나 잊게 하지 말아줘.”
그렇게나 바란다면 또다시 반론도 찬동도 하지 못하게된다. 마찬가지로 어깨를 으쓱이며 이야기를 흘릴 수 밖에.
그는 전이마법을 펼치며 나에게 말했다.
“이제 나는 원초세계로 돌아가 라하브레아를 몰아붙인 영웅을 처지할 것이다.”
“알았어. 하긴 상대가 ‘영웅’이라면, 너의 적은 아니겠지.”
“하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이 위태로운 시대를 빨리 끝내기 위해서 네 쪽에서도 활동을 계속해주게.”
아니, 난 조금 더 쉬고싶은데--라는 말을 하기전에, 그 마법이 발동하여 엘리디부스의 모습이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나와 그가 직접 만난 것은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지금 나의 마법은 모두 깨져 남은 것은 자신의 존재뿐이다. 그것마저 무너져서는 바람에 흩날리는 모래처럼 돌아간다. 이제 숨 한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
그만한 싸움이었고, 그토록 격렬히 싸우지 않으면 안됐지. 내 모든 것을 걸고 이루고 싶은 소원이었으니까.
수없이 보아왔듯이 에테르가 명계로 이끌린다. 그 흐름 속에서 긴 과거를, 그리고 길지 않은 미래를 생각한다.
결말은 내 손을 떠났다. 하지만 이야기의 배우들은 아직, 기묘하게도 무대 위에 모여있다.
그렇다면 조금만 더, 막을 내려야 할 곳은 지금 이곳이 아닐 것이다. 더 이상 형태를 이루지 못하는 손으로도, 손가락 하나를 까딱인다.
보아라, 이 이야기의 에필로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