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수연은 그냥 두렵고 무서웠다.
카메라가 있다는 것도 무서웠고, 낯선 남자가 내 앞에 있다는 것도 무서웠다.
그런데 가장 무서웠던 건 정말로 오늘이 지나면 나는 더 이상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 아니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진짜 하는 거구나.’
머릿속에서 그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키스를 할 때도 그랬다.
입술이 닿는 순간보다도, 이게 점점 더 앞으로 이어질 거라는 사실이 더 신경 쓰였다.
누군가가 내 몸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만지는 것도 처음이었다.
가슴을 만질 때는 너무 부끄러워서 어디를 봐야 할지도 몰랐다.
몸은 자꾸 굳는데 이상하게 손길이 계속 이어질수록 조금씩 긴장이 풀렸다.
‘이런 느낌이구나.’
누가 내 몸을 만지는 감각.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손 때문에 내 몸이 반응하는 감각.
그게 너무 낯설었다.
아래쪽을 만지기 시작했을 때는 더 심했다.
손가락이 닿을 때마다 허벅지에 힘이 들어갔다.
나도 모르게 다리를 모으려고 했다.
그런데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몸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반응했다.
부끄럽기도 했고, 이상하기도 했다.
‘왜 몸은 이렇게 솔직하지?’
나는 긴장하고 있는데 몸은 점점 뜨거워졌다.
그리고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왔을 때 처음으로 확실히 생각했다.
‘아… 나 진짜 이제 하게 되는구나.’
그 전까지는 촬영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갑자기 현실처럼 느껴졌다.
조금 있다가 그 사람이 완전히 옷을 벗었을 때 나는 정말 당황했다.
남자의 발기한 성기를 그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도 처음이었다.
생각보다 크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에는 걱정됐다.
‘저게 진짜 내 안으로 들어온다고?’
솔직히 겁이 났다.
괜히 계약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아주 잠깐 들었다.
도망가고 싶다기보다는, 그냥 몇 분만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느낌이었다.
그 사람이 내 다리 사이로 들어왔을 때 심장이 너무 빨리 뛰었다.
성기가 내 질 입구에 닿는 순간에는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잠깐.’
정말 그 말밖에 안 나왔다.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벌써 겁이 났다.
숨을 몇 번 크게 쉬었다.
‘여기서 멈추면 어떻게 될까.’
‘아니야. 나는 알고 선택했잖아.’
그렇게 스스로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먼저 천천히 해달라고 말했다.
처음 귀두가 들어올 때는 따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진짜 들어오고 있어.’
그 감각이 너무 선명했다.
몸 안쪽이 억지로 벌어지는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다.
생각했던 것처럼 영화처럼 자연스럽지도 않았고, 처음부터 기분 좋은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에는 아프고 무서웠다.
조금 들어오다가 멈췄을 때 속으로 안도했다.
‘이 정도만 들어와도 이런데, 더 들어오는 거야?’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몇 초 가만히 있으니까 조금 괜찮아졌다.
그래서 내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더.’
조금 더 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시트를 꽉 잡았다.
질 입구가 점점 더 벌어지고, 안쪽까지 묵직하게 차는 느낌이 났다.
끝까지 들어왔을 때는 이상하게 현실감이 사라졌다.
‘지금 내 안에 남자의 성기가 전부 들어와 있는 거야?’
그 생각만 계속 들었다.
믿기지 않았다.
내가 평생 상상만 해봤던 일이 지금 정말 일어나고 있었다.
그 사람이 처음 움직였을 때 나는 다시 긴장했다.
빠질 때는 몸 안이 비는 느낌이 났고, 다시 들어올 때는 안쪽이 꽉 차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몇 번은 아프다는 생각이 더 컸다.
‘이게 원래 이런 건가?’
‘다른 사람들도 처음엔 이랬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숨을 쉬었다.
그런데 정말 조금씩 달라졌다.
몸이 익숙해지는 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들어올 때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갔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힘을 조금씩 뺄 수 있었다.
그리고 아픈 느낌 사이에 다른 감각이 생기기 시작했다.
묵직하고 뜨거운 느낌.
안쪽이 반복해서 눌리는 느낌.
‘이게 성관계라는 거구나.’
그때 처음 알았다.
단순히 남자가 들어오는 행동이 아니라, 몸 전체가 그 움직임에 반응하는 거였다.
내 숨도 달라지고, 다리에도 힘이 들어가고, 배 아래가 뜨거워졌다.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을 때는 정말 부끄러웠다.
‘내가 방금 그런 소리를 낸 거야?’
그런데 몇 번 더 움직이고 나서는 그걸 신경 쓸 여유도 없어졌다.
처음에는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도 계속 의식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거의 잊고 있었다.
내 안에서 움직이는 감각이 너무 낯설고 강해서 다른 걸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계속 이상한 기분이었다.
좋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조금 아팠고, 싫다고 말하기에는 몸이 점점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마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처음’이라는 게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정신없었다.
그리고 끝나고 성기가 빠져나왔을 때는 이상할 정도로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몇 분 전까지 분명히 내 안에 무언가 꽉 들어와 있었는데 갑자기 사라진 느낌.
다리를 바로 펴기도 어색했다.
그대로 누워서 천장만 봤다.
‘끝났구나.’
그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리고 조금 뒤에는,
‘나 정말 해버렸구나.’
그 생각이 들었다.
스무 살이 될 때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 몇 시간 만에 끝났다.
내 첫 키스도, 처음 받아본 애무도, 처음 본 남자의 몸도, 그리고 처음 느껴본 삽입도.
전부 오늘 하루에 겹쳐 있었다.
조금 무섭기도 했다.
조금 아프기도 했다.
그리고 아주 많이 부끄러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상할 만큼 머릿속이 조용했다.
나는 내 다리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생각했다.
‘이제 나는 처음이 아니구나.’
그 사실이 가장 낯설었다.
수연의 첫 작품이 공개된 것은 촬영을 마친 지 몇 주 뒤였다.
공개 전까지 수연은 생각보다 담담했다.
물론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서 촬영한 영상이 실제로 판매되고, 누군가가 돈을 내고 그것을 본다는 사실은 여전히 현실감이 없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휴대폰을 확인했다.
하지만 처음 며칠 동안은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수연은 오히려 조금 안심했다.
‘그냥 조용히 지나가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공개 사흘째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아침부터 사토 매니저에게 전화가 왔다.
“미오 씨, 지금 어디예요?”
“호텔인데요. 왜요?”
사토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들떠 있었다.
“판매 반응이 굉장히 좋아요.”
수연은 잠시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많이 팔렸다는 뜻이에요?”
“많이라는 수준이 아니에요. 신인 작품 중에서 지금 가장 빠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수연은 침대에 앉은 채 휴대폰을 귀에 붙이고 멍하니 있었다.
그날 오후 기획사에 도착했을 때 직원들이 평소와 다른 표정으로 수연을 맞았다.
“미오 씨, 축하해요.”
“반응 엄청나요.”
“벌써 다음 작품 문의도 들어왔어요.”
수연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회의실 모니터에는 판매 순위와 조회 수, 검색량 그래프가 띄워져 있었다.
수연은 숫자를 하나씩 바라봤다.
자신의 활동명.
‘桜 美緒’
그 이름이 순위 상단에 올라가 있었다.
사토가 말했다.
“특히 첫 작품이라는 점이 화제가 됐습니다. 표정이나 긴장감이 자연스럽다는 반응도 많고요.”
수연은 모니터를 바라보다 조용히 말했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봤어요?”
“네.”
순간 기분이 이상해졌다.
성공했다는 기쁨보다 먼저 떠오른 것은,
‘그럼 내 첫 경험을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본 거네.’
라는 생각이었다.
얼굴이 뜨거워졌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숫자도 보였다.
출연료 재협상.
차기작 계약.
인터뷰 제안.
화보 촬영.
팬 이벤트 문의.
첫 작품 하나가 수연의 위치를 완전히 바꾸고 있었다.
며칠 뒤에는 기획사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작품이 월간 신인 판매 상위권에 들어갔고, 수연의 활동명 검색량도 급격하게 증가했다.
SNS 계정의 팔로워도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처음에는 몇백 명이던 숫자가 몇천 명이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몇만 명까지 올라갔다.
수연은 휴대폰 화면을 내려보다가 당황했다.
“이 사람들 전부… 나를 알고 있는 거예요?”
사토가 웃었다.
“적어도 사쿠라 미오라는 이름은 알고 있겠죠.”
그 말이 수연에게 묘하게 들렸다.
한국에서는 아무도 자신을 몰랐다.
편의점에서 일하던 스무 살 수연.
월세와 생활비를 걱정하던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불과 몇 주 만에 사람들이 자신의 얼굴과 활동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작품 제안도 바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첫 계약 때보다 출연료가 크게 올랐다.
수연은 계약서를 보다가 숫자를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다.
“이게… 한 작품 금액이에요?”
“맞습니다.”
“진짜요?”
사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연은 웃음이 나오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한국에서 한 달 동안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벌던 돈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액수였다.
첫 작품이 흥행한 덕분이었다.
그날 밤 호텔로 돌아온 수연은 통장 잔액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일본으로 오기 전에는 매달 돈이 빠져나갈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다.
그런데 지금은 처음으로,
‘당장 돈 때문에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아도 될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수연은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천장을 바라보며 웃었다.
“진짜 대박 난 거네….”
하지만 좋은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 날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고르던 중, 옆에 있던 남자가 수연을 계속 바라봤다.
수연은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남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사쿠라 미오 씨?”
수연의 심장이 철렁했다.
처음으로 길에서 자신을 알아본 사람이었다.
“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남자는 팬이라며 사진을 부탁했다.
수연은 어색하게 사진을 찍어줬다.
남자가 떠난 뒤 수연은 한동안 편의점 안에 서 있었다.
‘이제 밖에서도 사람들이 알아볼 수 있는 거구나.’
그날 처음으로 성공의 다른 면을 실감했다.
인터넷에는 칭찬도 많았지만 악성 댓글도 있었다.
외모를 평가하는 글.
몸을 평가하는 글.
개인적인 추측.
수연은 처음에는 댓글을 거의 전부 읽었다.
그러다 어느 날 새벽, 악성 댓글 하나를 보고 한참 동안 화면을 바라봤다.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 뒤부터 사토는 수연에게 댓글을 너무 많이 읽지 말라고 했다.
“인기가 생기면 좋은 말도 늘지만 나쁜 말도 같이 늘어요.”
수연은 씁쓸하게 웃었다.
“유명해지는 게 생각보다 피곤하네요.”
그래도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없었다.
오히려 자신에게 처음 생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며칠 뒤 제작사 회의에서 새로운 계획이 발표됐다.
“사쿠라 미오를 단발성 신인으로 끝내지 않고 전속 배우로 키우고 싶습니다.”
수연은 순간 눈을 크게 떴다.
전속 계약.
정기 작품.
홍보 촬영.
인터뷰.
이벤트.
본격적인 배우 활동이 시작된다는 의미였다.
사토가 수연에게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요?”
수연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일본에 올지 말지 고민하던 자신이 떠올랐다.
그리고 첫 촬영 날 손을 떨던 자신의 모습도 떠올랐다.
그런 자신이 지금은 제작사에서 전속 계약 제안을 받고 있었다.
수연은 계약서 위에 적힌 자신의 활동명을 바라봤다.
‘桜 美緒’
사쿠라 미오.
수연은 천천히 웃었다.
“해볼래요.”
첫 작품의 성공은 끝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히려 수연의 인생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바뀌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AV 업계에서 ‘사쿠라 미오’라는 이름은 신인 중 가장 주목받는 이름 중 하나가 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