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G 게임에서는 흔히,
고렙들이 쪼렙존에서 노가다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장치를 여럿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쉽고 무난한 장치는 <고렙들이 쪼렙존 갈 이유가 없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고렙이 쪼렙던전 돌면 오히려 수리비로 인해 적자를 보거나, 극도로 비효율적이거나, 렙업이 무한대인 게임에서는 일정 수준 차이나는 쪼렙몹을 고렙몹이 잡아봤자 경험치가 아예 안들어오거나 하는 식이죠.
마영전 레이드는, 그런 면에서 볼때 일종의 쪼렙존이나 다름 없습니다.
그 존이 요구하는 스펙은 100~130정도인데 10강만 넘어도 스펙이 기본적으로 200은 넘어가고, 14강, 킹무기 든 괴수분들은 400~500을 넘는 경우가 허다 합니다.
이걸 단순히 스펙만으로 보지 말고 레벨로 한번 생각해보세요. 100레벨하고 400레벨이 같은 던전을 돌고 있는 겁니다. 어떤 액션게임이든 어떤 알피지 게임이든 이정도의 스펙격차를 한 장소에 구겨넣는 게임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스펙레벨 400이 넘는 괴수들은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억지로 엉엉 울면서 수리비 본전도 못뽑는 쪼렙존에 오늘도 투입되고 있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스펙 낮은 사람들이 돌면서 간신히 파밍해야 할 던전을, 최소 보라킹에서 진짜 킹무기든 괴물들이 들어와서 썰고있으니 그게 재밌을리가 없지요. 물론 마영전 고질적인 문제인 <딜은 약한데 피통만 괴물이다> 라는 것도 있지만...
제가 아래에서 쓴 글에서는 결론적으로 <고난이도, 고보상의 레이드로 향상심, 스펙업 동기부여를 해야한다> 고 했습니다만. 여기에서는 마영전 현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좀 더 고찰해본 개선안을 더 상세하게 적어보고자 합니다.
마영전 현 상황의 특수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고스펙 유저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일반 레이드는 출발조차 힘들다>는 점.
일단 사람들의 평균 스펙이 너무 높습니다. 스펙이 100인 사람이 30명이면 스펙이 200을 넘는 사람이 70명 이상이죠.
이 게임 레이드 자체가 빨리 질리다보니 뉴비들이나 철새들이 정말 순식간에 빠져나갔는데, 그 와중에 게임에 애착이 있는 올드비들이나 스펙 투자한 것이 아까운 노기꾼들만 남으니, 평균스펙이 정말 괴랄해졌습니다. 22/200 순회방 가서 살펴보기하면 보통 서너명이 킹무기입니다.
그러다보니 뉴비가 노공제 방을 파더라도 행여 축이라도 없다면 오히려 고공제 순회보다 느리게 모입니다. 저스펙보다 고스펙이 많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둘째, <마영전 유저들이 지나치게 오랜 시간동안 이 괴랄한 레이드 시스템에 노출되어 익숙해져 있다>는 점입니다.
한번 굳은 일자목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기 힘들죠.
이게임 액션게임이라느니 이런거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느니 포장은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30레벨과 90레벨이 똑같은 고대 라키오라를 잡고 1500만골짜리 물욕을 같은 확률로 먹거나,
스펙 100짜리와 스펙 400짜리 괴수들이 같은 보스를 잡는건 액션이고 뭐고 다 떠나서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는 겁니다.
레벨 100과 레벨 400이 같은 존에서 노는건 아무리 포장해도 정상이 아닙니다. 하지만...너무 오래 지속됐어요.
쪼렙존에서 만렙이 놀고 있고 만렙존에 쪼렙이 놀고있는 것에 익숙해진 나머지 그게 당연하게 굳어져버린 겁니다.
근데 웃긴 것은, <1번과 2번의 이유를 합치면, 무작정 고스펙 컨텐츠를 내놓을 수가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왜냐하면, 고스펙 컨텐츠를 무작정 내놓으면,
1번의 이유로 저스펙 유저 인구수가 적은 관계로 남아있는 몇몇 저스펙들이 완전 실업자가 되어 붕 떠버리고,
또한 2번의 이유로 바뀐 시스템에 적응하기 싫어하는 이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마영전에 제안하고 싶은 것은,
한번에 확 엔드스펙 컨텐츠를 우르르 내놓으면 저스펙이 실업자가 되어 붕 떠버리니까, 그렇게 되지 않는 조심스러운 패치 방식을 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좀 더 확실하게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제가 지금 당장 떠오르는 건 이정도입니다.
1. <고스펙이 최고 난이도 하드코어 컨텐츠를 가기 위해서는 기존 레이드를 좀 돌 필요가 있도록> 만든다.
예를 들면, 지금 시즌2 레이드를 돌면 화폐로써 용인 1개를 주죠. 여기에 입장권 역할을 하는 화폐를 추가해서 레이드 클리어시 1개씩 드랍합니다. 여기서 이 가상의 화폐의 이름을 도전의 정수라고 가칭하겠습니다.
이 도전의 정수를 5개 보유한 상태에서 마영전에 추가된 고스펙 레이드를 클리어하면, 그 전투 완료시 도전의 정수 5개가 저절로 소모되면서 코어들이 나옵니다. (입장 자체는 도전의 정수가 없어도 가능하지만 전투 완료시 코어가 없습니다.)
저스펙들에게도 당연히 도전의 정수는 나옵니다. 하지만 그들의 스펙으로는 거의 클리어가 불가능한 수준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겠지요. 그런 유저들은 자신한테 쌓여가는 화폐를 보면서 (아 ㅅㅂ 나도 얼른 스펙업 해서 이 화폐 쓰러 가야지) 하는 동기 부여가 될 것입니다. 주머니 안에 들어있는것을 쓰고 싶은 마음은 전 인류 공통 아니겠습니까?
이 방법의 장점은, 기존의 레이드 순회팟이나 공방은 그대로 유지되어 저스펙 유저들을 실업자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고스펙 유저들에게 할거리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2. <하드 레이드에서 드랍하는 코어에서는 시장 경제에는 아주 미미한 영향을 미치지만 게이머들의 향상심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적인 보상을 준비>한다.
엔드스펙 레이드 드랍템이 마영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쳐서는 안되는 이유는 뭐 전 글에서도 적었지만, 이 게임이 현질게임이기 때문입니다.
드랍템이 거래불가능한 방어구나 무기일 경우에는 기존 방어구나 무기의 수요가 사라져 경제가 붕괴하고, 그렇다고 드랍템이 거래가 가능한데 아주 비싸고 가치가 높다면 그건 그것대로 고스펙 유저들의 시장 독점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든 코어가 거불템일 이유는 없지만 대부분의 코어는 거불로 나오면서도, 그 보상을 획득해도 기존 방어구나 무기에 대한 수요가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건 모든 지역 사용가능한 <신발, 투구, 장갑, 등날개>'의' 어빌리티 스크롤(거불) 이정도네요. 하지만 머리 좋은 분들이 머리를 맞대면 더 다양하게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또 당연한 말이지만. 계속 갈 가치가 있도록 만들어야죠. 뭐 중복되는 스크롤이 계속 나오면 그걸 우리 브린이나 디아난한테 찢어달라고 부탁하든가......꼭 어빌리티 스크롤이 아니더라도 브레인 스토밍 한방이면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게 튀어나옵니다.
만약 고스펙 컨텐츠에서 나오는 템이 아주 비싸게 팔린다면, 이 게임이 만렙만 일단 찍으면 <현질로 스펙을 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래와 같은 생각이 나올 것은 뻔합니다.
만렙 찍자마자 "아 저 레이드를 내가 가야만 조오온나 비싼템을 먹어서 돈을 더 잘 벌 수 있겠구나. 지금 당장은 현질로 돈을 잃더라도 나중에 본전 찾아야지" 하는 생각에 <투자> 함으로써,
바로 하드코어 레이드에 들어가 코어 뜯어서 그거 팔아서 치킨 사먹으면 노답이라는 거죠.
시간이 더 있으면 좋겠지만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적겠습니다.
사실 아이디어 부분에서는 저보다 더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런 분들이 머리를 맞대고 건의한다면 고작 제가 잠깐 생각한 것보다는 10배 100배 훌륭한 의견이 많이 나오겠죠. 저스펙과 고스펙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따윈 머리 맞대면 금방 나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