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300년전, 대륙이 평화의 시대를 맞이하기 전의 이야기다. 이때는 모든 국가들이 공격적으로 영토를 확장하며 강자가 약자를 짓밟던 약육강식의 시기였으므로 대륙 중앙 산맥에 위치한 조그마하고 가난한 소국조차 이 시기를 비껴나갈 순 없었으니. 이 전쟁의 서막은 한 광부로부터 시작된다. 그가 마지막이라고 믿으며 수십 년도 더 전에 닫힌 폐광으로 곡괭이를 짊어졌던 그날, 곡괭이가 박힌 자그마한 틈새로 은은한 빛이 그에게로 쏟아졌다. 이 날,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허겁지겁 뛰어온 광부는 서둘러 왕을 아뢰옵길 청하였다. 초라한 행색이었던 그를 막은 기사들에게 오색빛깔의 보석을 보여주자 기사들은 서둘러 광부를 왕에게로 데려갔다. 기사들은 광부가 들고있던 통을 열어 안에 있는 보석들을 왕에게 보여주었다. 보석들을 보자마자 백성들을 먹여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부푼 왕은 크게 놀란 듯 왕좌에서 일어나 보석을 조심스럽게 움켜쥐었다.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보석에 순식간에 매혹된 왕은 한동안 보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나라 안에 경사스러운 잔치가 열리고 온 산맥이 시끄러워졌다. 금은보화가 있다는 소식에 대륙 곳곳에서 장사치들이 수십 대의 마차를 이끌고 찾아왔다.
왕국에 있는 모든 수레와 광부들을 동원해서 매시간 빠짐없이 캐내는 데도 줄줄이 쏟아져 나오는 보석들은 그칠줄을 몰랐다. 녹이 쓴 운반차에 기름칠을 하고 낡은 바퀴를 움직일때마다 빛의 향연이 지하에서부터 이어졌다.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왕은 크게 기뻐하며 광부에게 기사작위를 내리기에 이른다. 아무도 명예로운 기사가 된 광부에게 이의를 던지지 않았다. 그는 가난한 소국을 부자로 만들어준 은인이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바람을 타고 소문은 빠르게 확산되어갔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소문들은 전쟁자금이 부족해 곤욕을 치르고 있던 왕들의 귀에까지 넘어갔다. 보석이 발에 채일 정도로 굴러다닌다는 소문은 그들의 호기심과 탐욕스러움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일부는 그들과 통상을 맺기를 바랬지만 다른 이들은 약탈을 하길 바랬다. 일개 소국에 지나지 않은 나약한 왕국은 보물을 지킬 힘조차 아직 없었다. 그 중에는 대륙에서 가장 강했던 로우든 제국도 있었는데, 조정에서 더 자라기 전에 싹을 잘라야한다는 귀족들의 요구가 빗발치자 황제는 무리한 요구가 담긴 서한을 그 자리에서 써내려갔다. 그러나 아침부터 계속된 아이지카의 귀족회의는 쉽사리 답을 내놓지 못했고 며칠이 지나도록 답장은 오지 않았다. 황제는 속국주제에 황명을 무시한다는 명분으로 군대를 움직였다.
산을 넘어 대군이 움직인다. 만년설이 무너져내리고 산 아래에서 본 왕국은 보잘 것 없었다. 기껏해야 한나절 안에 전멸시킬 수 있을만큼 조악한 성벽, 공성무기를 가져오지 않은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낮은 높이에 황제가 검을 치켜들며 비웃었다. 종이 불길하게 울리고 새들이 날아올랐다. 산 너머에서 대군이 급작스럽게 쳐들어오자 평화에 젖어있던 왕국은 혼란에 빠졌다.
소식이 들어오자마자 귀족회의가 열렸으나 진전된 것은 없었다. 회의장의 육중한 나무문을 열어젖히고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지만 서로를 헐뜯는 것에 정신이 팔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테이블의 구석에서는 회의 참석 전부터 이미 소식을 접한 귀족들이 항복을 선언하자고 입을 모아 말하기 바빴다. 그도 그럴 것이 양과 질, 지휘관까지 모든게 부족했다. 대신들의 아우성에 왕 또한 마음이 점점 기울어져갔다. 이에 잠자코 듣고만 있던 남자가 책상을 두 손으로 내리치며 소리쳤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일개 광부에 지나지 않았던, 모든 일의 원흉이었던, 명예기사 바란차크 백작이었다. 푸른빛 히오스에서 묻어나오는 빛과 굳건한 신념, 충성으로 무장한 눈빛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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