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유저분께서 롤과 팀포트리스를 함께 사랑하시는걸 보고 고대 유물을 잠시 꺼내봤습니다. 초기 습작인만큼 별건 없지만 그래도 디자인적인 도움이 되거나 혹은 영감이 떠오를수 있는 소재가 된다면 기쁠것 같아서요. 부끄럽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파이로스타나. 방독면은 안썼으니 말은 제대로 할겁니다 아마도.>

<쉔상님. 항상 쉔상님은 여러 여캐들을우리들을 위기에서 구해주시죠.>

<쉔파이. 담배를 어디로 피우는지 물으신다면 지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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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재미없는 내용입니다. 뭐 대단한 글도 아니니 맘에 안든다 싶으시면 넘겨버리세요.
가끔씩 제게 "무뚝뚝하다"라는 이야기나 "댓글에 답을 안해주시는게 아쉽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거 같아서 썰좀 풀어볼게요. 사실 저는 주댕이 놀리는걸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웃고 즐기는 것 역시 좋아하구요, 여러분의 반응 역시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팬아트를 보고 웃기 위해서 팬아트 게시판(꼭 인벤이 아니더라도)에 접속하면 마음아픈때가 많습니다. 마치 워해머 40k의 "There is only war"마냥, 어느 게시물 어디선가는 다들 싸우고 계시는걸 보게 되거든요.
무슨 이유로 싸우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유야 저도 모르는 노릇이지만(자주 접속하진 못하니까요), 무엇이 사람들을 싸우게 하는지는 어렴풋이 짐작을 해봅니다. 바로 커뮤니케이션이 안되어서지 싶습니다. 무슨 뻔한 소리냐, 에라이 씹선비야 하실수도 있습니다만, 몇줄만 더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인터넷 환경이란게 그렇지만, 직접 만나서 말할수는 없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허연 화면에 적힌 몇줄의 글과 팬아트 작품의 이미지를 보고 대상에 대한 감정을 결정하게 되죠. 근데 이게 굉장히 무서운 일입니다. 사람이 말을 할때 분위기를 나타나는 요소가 얼마나 많은데요. 목소리, 표정, 단어 선택까지.. 모든게 커뮤니케이션이고 모든게 대화입니다. 그런데 오직 글 한가지만으로 모든게 결정된다니, 얼마나 어렵습니까? 한둘이서 진솔하게 이야기할 공간이 난다면 모를까, 게시판에 간단하게 적은 두줄짜리 글로 숨겨왔던 나의 소중한 마음을 읽어낸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 될 거에요. 실제 예로, 누군가는 간곡한 부탁을 표현하기 위해 이모티콘도 웃음도 싹 빼고 최대한 정중하게 다나까체로 글을 썼는데, 누군가의 눈에는 그게 경고투의 싸가지없는 표현으로 보인다고 하더군요. 커뮤니케이션 전공 수업시간의 내용인만큼 아주 틀리진 않았을거에요 아마. 그래요, 인터넷 공간에서 쓰는 글은 마치 "씨1발"과도 같은 것입니다. 감탄에 붙이면 감탄이 되고 욕설에 붙이면 욕설이 되니까요. 인지부조화가 아니더라도 이 뉘앙스까지 읽는이에게 이해하라는건 가혹합니다.
이렇게 하나를 보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이 다 다른데, 제가 함부로 글을 놀리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생각없이 가볍게 쓴 글로 다른 사람들의 눈을 찌푸리게 하기는 싫을 뿐더러, 제가 별 생각없이 예시로 든 그림을 보고 누군가는 "저 씨1발롬이 왜 날 걸고 넘어져"라고 생각하실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단순한 답변으로 끝나기에 좀 길어지겠다 싶은 것은 그냥 댓글을 작성하지 않습니다. 97년쯤부터 집에 인터넷이 있었으니 대충 15년쯤 써온 셈인데, 인터넷의 오해가 사람들을 싸우게 하는걸 많이 봅니다. 그렇다구 오해를 풀러 생업을 포기하고 돌아다닐수는 없으니 남은 방법은 오해를 안사는 방법이 될 것이구요.
가끔은 대답을 안하는 것이 모욕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위하여, 쪽지로는 최대한 답변해드리고 있습니다. 궁금한 점 있으시거나 대차게 까야겠다 싶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
지금까지 안팔리는 합성쟁이 김양국이었습니다. 제가 답글은 못드려도 항상 지켜보고 있습니다. 마음만은 빅 부라더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