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문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현재 뚜벅이들 처지는 상당히 개선됐음. 그리고 계속 개선되고 있고.
하지만 아직 인식은 안 좋은 게 사실이지. 성능 문제는 아님. 인식이 안 좋기 때문에 인식이 안 좋은 악순환의 연속이지. 사실상 그냥 낙인 효과임. 우디르가 버프와 룬 패치 이후 정글 승률 3위권에서 내려간 적이 없다는 걸 백날 말해봐야 응~ 그래도 뚜벅이~ 하면서 팩트를 부정하고 승률을 부정할 수 있는 논리를 짜냄. 뭐 픽률이 낮아서 장인들만 한다라던가 저티어에서만 먹힌다던가 뭐 어떻다던가 이러쿵저러쿵. 걍 다 개잡소리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인식이 이렇다는 게 사실이지. 우디르 좋다는 말은 약팔이 내지는 비웃음거리임.
이걸 바꾸려면 부정할 수가 없는 팩트가 필요함. 솔직히 승률도 부정할 수 없는 팩트지만, 그보다 더한 팩트. 예컨대 대회에서 뚜벅이들이 1티어를 먹어야 인식이 좀 개선됨. 지금 스카너가 그렇지. 스카너는 재발굴되더니 정글 1티어 되고, 너프까지 예정되어 있잖아?
하지만 스카너와 우디르는 좀 다른 게 있다. 우디르는 솔랭에 적합하고, 대회에 적합하지 않으며 메타도 잘 안 맞음. 대회에 나올 일이 없어. 하지만 스카너는 오히려 솔랭보다 대회에 더 적합하고, 메타가 웃어주고 있어. 뭐 결국 본인이 사랑하는 우디르에 대한 인식 개선은 아주 먼 일이 될 거임.
그래도 스카너를 비롯한 뚜벅이들의 극적인 재발견은 분명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 얘기를 좀 하겠음.
2. 뚜벅이?
이동기 없는 챔피언을 이렇게 부르지. 이속 증가 정도론 안 되고 벽을 넘을 수 있던가, 어쨌든 접근이 가능한 스킬이 있어야 뚜벅이가 아님.
하지만 뚜벅이가 절대적인 문제점이나 결함은 아님.(그렇게 믿고 울부짖는 뚜벅무새들의 세계관과는 달리) 챔피언 특성상 이동기가 없다는 게 크게 문제가 안 되거나, 아니면 이동기가 없지만 그 대신 다른 능력이 아주 뛰어나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 사거리가 길고, 템으로 생존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많은 미드 챔피언들이 그렇고, 보다 민감한 원거리 딜러라도 바루스는 딜링이 우월하고 라인전이 강하다는 이유로 명백한 뚜벅이지만 원딜 1티어임. 심지어는 돌진기 유무에 크게 영향받는 근접 챔피언에도 좋은 사례가 있지. 갱플랭크의 경우 이동기 없는 근접 챔피언임에도 불구하고 붙어서 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뚜벅이임에도 불구하고 뚜벅이라서 문제라는 소리는 크게 듣지 않았음.
결국 뚜벅이=붙어야 하는데 붙을 방법이 걸어가는 것 말곤 없는 챔피언. 정도로 재정의가 되는 거지. 지난 칼럼에서도 이 얘기를 했었음. 뚜벅이 전사나 탱커는 적의 주요 딜러를 무는 대신 앞에 있는 탱커 패고 있어야함. 그리고 롤이란 게임이 언제나 그랬지만 탱커를 때리는 건 딜러를 때리는 것보다 언제나 손해임. 그래서 뚜벅이 챔피언들이 좋은 소리를 못 들었던 거고.
3. 1년 반 동안의 극적인 개선
라이엇 게임즈가 생각이 바뀐 걸까? 뚜벅이들에게 조금씩 관심을 가져주더니 내가 저번 칼럼에서 지적했던 문제점이 점차 개선됐음. 내가 그 때 "뚜벅이들은 깡스펙 센 게 가장 큰 장점인데 왜 너프할 때 깡스펙을 깎는 거냐!!!"라고 울부짖었던 게 무색하게 약한 뚜벅이들의 깡스펙을 그냥 늘려준 거야. 옛날이었으면 대처할 수 없음~ 이라는 말로 차일피일 미뤄뒀을 텐데 말이야.
가렌, 우디르, 볼리베어. 셋 다 뚜벅이이기 이전에 바닥이었던 애들이 직접적인 상향을 받아서 가렌은 적당한 초보자 챔피언, 우디르와 볼리베어는 이제 바닥보다 천장이 더 가까움.
이런 게임사의 적극적인 관심 덕에 인식을 제외하면 현재 시점에서 고인이라고 부를 만한 뚜벅이는 없음. 솔직히 하고 싶은 말과 주제는 그러니까 편견에 사로잡혀서 우디르 까지 말라는 건데 칼럼이니만큼 좀 더 건설적인 얘기를 해보자.
왜 우디르는 승률이 그렇게 좋은데도 대회에 안 나오는 거고, 스카너는 지금도 그냥저냥한 챔피언인데 왜 그렇게 대회에 자주 나오는가? 더 나아가서 왜 솔랭 승률이 바닥을 기고 있는 라이즈 등은 대회에서 OP인 걸까? 에 대한 설명도 되겠지.
4. 대회 환경-못 쓰는 이유
대회와 솔랭은 완전 다름. 일단 플레이어들 수준부터 그렇지. 가장 못하는 프로게이머조차 기본적으로 마스터 아니면 챌린저야. 대략 상위 0.05% 안에 드는 사람들임. 롤을 너무나도 잘하는 나머지 롤만 해도 밥을 먹고 살 정도의 실력을 가진 고수들이 모인 곳이 프로고, 그런 사람들이 자기보다 더 잘하는 사람들한테 밟히기도 하는 곳이 프로 경기의 수준임. 적어도 프로 중에 챔피언 대처법을 몰라서 어버버하고 당해줘버리는 그런 머저리는 없어.
설령 진짜로 대처법을 모른다고 할지라도 그냥 옆 팀원들에게 물어보던가, 팀 차원에서 소통하고 대처법 찾으면 그만임. 이게 진짜 핵심인데, 대회에서는 조합을 짜고 그 조합에 따라 전략을 수립한다. 그리고 그 조합을 어떻게 짜느냐, 핵심 챔피언에 주목해서 조합을 짜고 전략을 수립하지. 그러면 그 핵심 챔피언이 뭐냐고?
당연히 딜러임. 딜러가 있어야 상대를 죽일 거 아니야. 보통 미드, 아니면 원거리 딜러. 이게 일단 기본형임. 탑정글에 딜러 쓰면 해설이 불안정한 조합이라던가 아군 탑정글의 캐리력을 믿는거라던가 그런 얘기 하잖아? 그런데 그런 경우라도 탑정글 딜러에겐 유통기한이 있음. 한 40분. 풀템까지임. 롤이라는 게임이 원거리 딜러의 성장력이 그 어떤 챔피언보다도 우월하고 압도적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그들에게 주인공 자리를 넘겨줘야함.
그런데 딜러라는 건 그 딜링의 포텐셜에 비해서 리스크도 올라감. 생존기가 없다던가, 더 나아가서 유틸리티도 적다던가, 초반에 끔찍하게 약하다던가. 등등. 그걸 보완하기 위한 가장 편한 방법은 다른 라인을 그걸 보완하는 애들로 구성하는 거임. 다른 라인을 초반에 강한 것들로 구성하던가. 그것도 아니면 걍 탱커 뽑는 거임. 탑이나 정글에 탱커 넣으면 원딜의 유틸리티 부재라던가 생존력 부족 문제를 아주 깔끔하게 해결할 수 있음.
그리고 대회에서는 탱커 챔피언을 쓰는데 주저함이 전혀 없음. 솔랭, 특히 티어가 내려갈수록 다들 딜러를 고집하잖아? 딜러가 더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아군을 믿을 수가 없는 거임. 아군이 못할 때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싫은 거고. 하지만 대회에서는 우리 딜러의 수준을 모두가 알고 있고, 딜러가 못 미덥더라도 믿으며 플레이함. 그게 팀이니까.
그러면 뚜벅이들을 쓸 이유가 있는 거 아닌가? 뚜벅이들은 기본적으로 몸이 됨. 이동기, 생존기가 약한 대신 몸을 튼튼하게 해서 밸런스를 맞춘 거지. 그런데 뚜벅이들은 보통 딜도 잘 나오거든? 그러면 딜도 탱도 되는 챔피언이란 말이야? 일단 그 말은 맞음. 정확히 말하면 딜하고 탱만 됨. 탱커에게 기대하는 아군 보호, 유틸리티, CC기. 죄다 빈약해. 즉 뚜벅이들은 조합을 짤 때 탑이나 정글에게 기대하는 능력이 결정적으로 결여되어 있다는 거야. 그리고 뚜벅이들은 보통 탑이나 정글 외엔 갈 수 있는 곳이 없음. 그래서 못 써. 얘들 쓸려면 얘들을 위한 조합을 아예 짜줘야함.
그런데 앞서 말했지만 탑이나 정글에 의존하는 메타는 필연적으로 후반에 약하고 리스크가 좀 있음. 심지어 뚜벅이들은 대처법이 아주 명확하면서도 간단해. 결국 그들을 위한 조합을 짜는 것 자체가 그냥 비효율적이야. 그래서 솔랭에선 성과를 거둬도 팀원들 간에 유기적인 호흡이 가능한 대회에서는 얘들은 좋더라도 안 쓰는 거임. 얘들을 쓰려면 너무 좋아서 성능이 OP여야 좀 쓸까 말까 하지.
5. 대회 환경-쓰는 이유
그런데 쓰이는 뚜벅이들도 있다. 갱플랭크!..... 는 그냥 원거리 챔피언이지. 현재로써는 트런들과 스카너를 들 수 있겠군. 얘네 둘은 명백히 뚜벅이지만 탑정글에서 유의미한 수준으로 쓰임.
왜냐면 얘네 둘은 대체할 수 없는 장점을 가지고 있거든. 일단 트런들은 서포터로도 기용이 된 적 있을 정도로 유틸리티가 아주 뛰어남. 기둥. 그리고 안티탱킹. 스플릿 푸쉬. 등등. 그러면서도 기본형이 전사라 전투력이 탱커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음.
스카너의 경우 간단함. 궁극기. 스카너는 지금보다 나빴을 적에도 궁극기 하나 때문에 가뭄에 콩나듯 대회에 깜짝 카드로 나온 역사가 있음. 상대 팀 전체에게 수은 장식띠를 강요하는 그 궁극기는 대체가 아예 불가능한 스카너만의 능력이지. 포식자 룬의 등장으로 그 능력을 활용하기 훨씬 쉬워진 것도 있고 말이야.
하지만 스카너의 경우 그것보다 좀 더 복잡함. 지금 나오는 정글들은 초반에 좀 미묘해도 후반에 확실한 탱커가 되는 세주아니, 자크나, 아니면 후반에 탱킹 및 유틸리티 내다버리고 초반에 집중하는 카직스, 렝가 등의 암살자 정글이 있는데. 사실 정글러의 생태에선 초반엔 암살자, 전사다가 후반에 탱커가 되는 정글러가 있거든. 렉사이, 자르반 4세, 그라가스, 리 신. 등등. 근데 죄다 너프먹고 완전히 죽었거나 쓰기 좀 힘들어졌음. 그나마 잭스가 비슷한가? 하지만 잭스는 근본적으로 딜링에 치중되어 있어서 후반에 탱커로 쓰는 게 아주 좋다고 보기엔 힘들지.
헌데 스카너는 초반엔 수정탑 버프로 맞다이가 강한 전사, 후반엔 cc기반 탱커라는 자연스러운 전업이 가능한 챔피언이란 말이야. 심지어 그 cc가 상당히 좋아! 높은 수치의 광역 슬로우와 스턴. 그리고 대체할 수 없는 제압 궁극기. 스카너 티어가 올라간 건 당연한 거지.
자. 그런 점에서 분석 한 번 해보겠음. 볼리베어는 8.4 버전으로 패치되고 나면 대회 정글 1티어 될 거임. 롤챔스에서도 말이야. 왜냐, 볼리베어가 8.3버전까지 약했던 근본적인 이유는 딜이 안 된다던가, 탱이 안 된다는 문제가 아니라 cc가 빈약하다는 거였거든. 그런데 8.4버전에서 e에 넉백이 생기면서 부족하던 cc가 채워졌음. 후반에도 적진 한복판으로 들어가 e 한 번 쓰면 적진 완전 뒤집어짐. 갱킹 때 e-q연계가 쉬워졌고, 먼저 붙었다면 q-e연계를 써서 보다 강력한 대미지와, 긴 cc를 제공할 수도 있음.
그리고 볼리베어는 초반에 강해. 그냥 강한 것도 아니야. 정글 최상위권이야. 초반 교전 때 볼리베어만한 깡패는 극히 드물지. 그리고 볼리베어는 모두가 알다시피 탱템만 가는 챔피언임. 초반 전사 후반 탱커의 완벽한 전업이 가능하지.
물론 후반엔 좀 모자람. 순수한 탱커라고 보기엔 하자가 많으니까. 하지만 탱킹이 아주 안 되는 것도 아니고, cc도 그렇게까지 모자라진 않음. 그리고 초반은 현재 대회에 나오는 정글러 중 대적할 수 있는 놈이 없을 정도로 강하지. 그런 점에서 본인은 볼리베어가 스카너처럼 정글 생태계에 부족했던 한 축을 차지하는 녀석이 될 걸 확신함.
일단 평소에 하던대로 주절대다가 크게 질러봤고. 내 예상이 맞을지 틀릴지는 패치된 이후 롤챔스에서 확인 가능할 것임.
p.s 유럽 등지에선 이미 볼리베어가 나와서 활약했다는 소식을 듣긴 했는데, 그거 보고 칼럼을 쓴 게 아니라 칼럼을 쓰다가 그 소식을 들었음. 타 지역 메타와 한국이 비슷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고...... 어쨌든 한국에서도 볼리베어는 활약할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