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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팬픽션]종말의 시2

KYOh
조회: 270
추천: 2
2026-05-01 02:44:04



※ 이 글은 로스트아크 세계관과 카멘을 바탕으로 한 비공식 2차 창작 소설입니다.

※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과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 게임 내 1부 시나리오 이후를 바탕으로 상상한 이야기입니다.

※ 카멘 및 메인 스토리 관련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대표 이미지는 AI로 만들었습니다. 




2. 가디언



이후로도 소녀는 매일 찾아왔고, 찾아올 때마다 동굴을 향해 짧은 인사를 했다.


“동굴 아저씨. 안녕하세요.”


다음날도.


“좋은 날이네요. 동굴 아저씨”


그다음 날도.


“안녕? 동굴 아저씨.”


소녀는 가끔 양배추나, 당근 등을 들고 왔다. 경계가 조금 느슨해지기도 했지만, 소녀는 짧은 인사 외에는 루를 당황하게 만들지 않았다. 루는 이제 소녀를 기다리게 되었다. 기다린 것이 소녀인지 싱싱한 당근과 양배추인지 헛갈릴 만큼 루는 소녀가 가져온 선물을 야무지게 먹어 치웠다.


비가 오던 어느 날, 소녀가 오지 않았다. 다음 날도 오지 않았다.

동굴의 경계 끄트머리에서 비를 피하던 루는 밖을 내다보았다. 가장 무서운 적에게 등을 돌린 꼴이었지만, 또 등을 돌렸기에 형제이자 배신자였던 가디언에게 죽음을 맞이했지만, 루의 시선은 소녀가 달려오던 암벽을 향해있었다.


[그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걱정되는군.]


들어줄 이도, 알아듣는 이도 침묵 속 악마뿐이었다.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말에, 검은 실루엣은 다시 눈을 떴다. 새어 나온 안광은 등을 돌린 가디언을 향하고, 이내 동굴 밖으로 옮겨갔다. 그리곤 다시 눈을 감았다.



다음 날까지도 소녀가 오지 않자 루는 안절부절못했다. 결국 소녀가 집이라 가리킨 방향으로 달렸다. 루는 멀찍이 뛰어가다 동굴을 돌아보았다.

가디언으로서의 의무가….

하지만 소녀도 걱정되었다. 잠깐이라면 괜찮겠지. 동굴 속 악마는 소녀와 처음 만난 날 이후로 작은 미동조차 없었다. 그 악마가 날렸던 검기는 암벽을 갈라냈다. 이는 의도치 않게 소녀와 작은 가디언이 드나들기엔 충분한 길을 만들어주었다.



암벽 사이의 길을 지나 덩굴을 헤집고 나오면 소녀가 말한 집이 보였다. 

단란한 가족이 머물렀을,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집은 폐가가 되어 있었다. 뒤뜰의 큰 흑단나무가 일부 지붕을 부수고 울타리까지 넘어져 있었다. 본래는 잘 가꾸어진 정원이었을 터였다. 루는 가까이 가보았다. 놀랍게도 나무와 달리 앞뜰에는 정갈하게 가꾼 텃밭이 있었고 당근과 양배추가 곳곳에 심겨 있었다.

이곳은 천국인가.

싱싱하고 맛있는 채소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니. 어리고 미숙한 몸은 그것들이 필요했다. 루는 신이 나서 닥치는 대로 먹었다. 배가 빵빵하다 못해 터질 만큼 불렀을 때, 드디어 동굴의 감시를 풀고 나온 목적이 눈앞에 나타났다. 소녀는 화를 냈다.


“너! 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니? 내가 제일 큰 걸 너에게 선물로 줬잖아. 다 자라면 더 주려고 한 건데.”


소녀는 루를 와락 끌어안았다. 루가 도망치기도 전에 소녀의 손에 잡혔다. 묵직해진 루를 옆구리에 낀 채, 소녀는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암벽 사이의 틈을 지나 동굴로 향했다. 소녀가 동굴로 다가가자 루는 더욱 버둥거렸다.


[안돼! 어, 어딜 가려는 게냐. 날 내려놔라. 내가 미안하다 얘야! 그래도 저긴 안 돼!]


이번만큼은 동굴 안의 어둠까지 몇 걸음이나 들어갔다. 소녀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용기였다. 

소녀는 버둥거리는 새끼 염소를 내려놓았다.


“아저씨! 아저씨 염소가 우리 엄마의 밭을 엉망으로 만들었어!”

루는 소녀의 치맛자락을 물었다.


[무슨 짓이냐? 죽을 셈인가! 나와라. 어서!]

소녀는 꼼짝도 안 했다. 배은망덕한 새끼염소의 주인은 이 부당한 현실의 해결사가 되어야 했다.


“내가 매일 와서 돌봐준 건데. 어쩔 거예요! 아저씨 염소 나빠. 이 예쁜 모습 속에 나쁜 악마가 들었어.”

[제발, 나가자꾸나. 얘야. 내가 미안하구나. 그러니 어서 나가거라.]


소녀는 새끼염소를 노려보았다. 날카롭지만 눈물이 글썽하게 맺힌 눈이었다. 눈물은 삼키는 호흡으로 삭아 들어갔다.


“놔, 이 못된 염소야!”

필사적인 새끼염소가 소녀의 치맛자락을 물어대는 중에도 침묵은 이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가디언.”

낮고 그리 크지 않았지만, 영혼을 울릴 듯한 목소리였다.


“네?”

[뭐?]


루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바위 위의 실루엣을 바라보았다.


“그는…가디언이다.”


잠시 간의 침묵 끝에 소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와, 아저씨 드디어 말했다.”

“…….”

“그런데 얘가 가디언이라고요. 농담이죠?”


더 이상의 대답은 없었다.

새끼 염소의 귀여운 메에-소리가 대답을 대신했다.


[그대가 대신 말해 주니…고, 고, 고맙네.]


루는 서둘러 소녀의 치맛자락을 물고 밖으로 이끌었다. 소녀는 저항하지 않았다. 다만 동굴 밖으로 나가면서도 이 귀여운 도둑에게 조잘거렸다.


“아저씨 말할 줄 아는구나. 가면 때문에 그런가? 목소리가 이상해. 무섭게 들려. 루테란의 기사 아저씨들은 안 그렇던데. 그런데 아저씨 가면은 왜 눈이 빛나? 파랗게 빛나는 거 너도 봤니?”


대답도 잊은 채, 루는 곁눈질로 뒤를 보았다. 그는 다시 눈을 감으며 검에 기대어갔다. 그는 여전히 고요를 원할 뿐이었고, 이는 루에게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평소보다 좀 더 멀리 떨어진 후에야 루는 소녀의 치맛자락을 놓았다. 소녀는 허리에 주먹을 올리며 심통 난 여운을 토해냈다.


“너 그런데 나한테 사과도 안 하니? 항상 네 집에 못 들어가게만 하고. 텃밭은 엉망으로 만들고.”

[그건 너를 위해서다. 그리고 텃밭 일은…미, 미안하구나.]


‘메-에’울다 슬며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정말로 사과하는 듯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소녀는 다시 활짝 웃으며 루의 목을 끌어안았다.


“너, 내 말 다 알아듣는구나. 괜찮아. 먼 여행을 떠난 우리 엄마도 용서해주실 거야.”


루는 새파란 눈을 크게 뜨며 소녀를 보려 했다. 소녀는 꾹 끌어안은 하얀 털에 뺨을 비비며 한동안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는 며칠 동안 오지 못한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사실, 아파서 못 오는 동안 네가 보고 싶었어.”


소녀는 끌어안았던 새끼 염소를 놓아주었다. 그리고는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여기에 나쁜 조각이 생겼대. 엄마가 돌아가신 것도 이것 때문이래. 아빠는 전쟁 때문에 더 오래전에 돌아가시고. 그래서 보육원에서 지내야 하는데, 더 싫은 건 애들이야.”

[안됐구나. 소녀여. 너의 운명이 그렇게 가혹하게 어그러지다니.]

“친구들이 내가 곧 악마가 될 거라고 놀려. 우리 엄마는 악마로 변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붉은 달에 오염된 사람들은 악마가 되거나 죽을 거래.”

[……!]


루는 소녀에게서 어렴풋이 느껴지던 혼돈의 기운이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500년 전만큼 심하지는 않았지만, 붉은 달의 여파는 이미 수많은 생명에게 영향을 주었다. 지금은 붉은 달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의 고통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소녀는 풀밭에 앉아서도 넋두리를 계속했다.


“전쟁 때문에 엄마는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었지만, 난 사제님들이 잘 치유해주시는데 말이야. 너 알아? 우리 마을에 멀리서 오신 사제님들이 많이 있다. 약 잘 먹고, 치료도 잘 받으면 나을 수 있댔어.”

[그건 다행이구나. 소녀여.]

“그런데 보육원 친구들은 자꾸 내가 악마가 되거나 죽을 거래.”


소녀는 어설프게 팔짱을 끼며 코웃음 쳤다.

“…근데, 뭐, 죽더라도 괜찮아. 죽으면 엄마, 아빠를 만날 수 있으니까. 난 죽는 건 안 무서워.”


어린아이의 투정이었지만 내용은 심각했다.


[그런 소리 하면 못쓴다. 얘야. 어리석은 아이들의 말에 자신을 버리지 말거라.]


죽음을 모르는 철부지들의 놀림이겠지만 소녀에겐 가혹한 말이었을 것이다. 루는 원망을 담아 뒤를 돌아보았다.

저 동굴 속 재앙은 알고 있을까?

그가 이 소녀의 비극을 만든 원흉이란 사실을. 루는 고개를 흔들었다. 누굴 탓하겠는가? 자신이 미력하여 죽음을 맞이해야 했고, 지금은 이렇게 에버그레이스님의 생사조차 알 수가 없는데. 소녀는 루의 한탄을 몰랐다. 제때 대답해주는 새끼 염소를 보며 싱긋 웃을 뿐이었다. 그리곤 새끼염소의 큼직한 코를 톡톡 두드렸다.


“너 정말 똑똑하구나. 밭은 내가 다시 잘 해볼게.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정성스럽게 가꾼 거니까. 너도 다시는 망쳐선 안 돼.”

[…그러마.]


비극적 운명과 어울리지 않게 소녀는 한껏 밝은 표정이 되었다. 그간 못 본 사이의 응어리를 풀어내듯 소녀는 마음껏 루를 쓰다듬고 부둥켜안았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이 되어서야 발길을 돌렸다.

루는 소녀가 암벽 사이의 길로 사라질 때까지 괜스레 지켜보았다.


한편으로 루는 먼 옛날, 애니츠의 인간들이 왜 자신에게 경작물을 바쳤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들은 소중한 것을 바쳐 자신에게 보답한 것이다. 그런 것이 없어도 루는 인간을 보살폈었다. 생전의 강대한 권능을 가졌을 땐 경작물을 섭취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소녀가 가져다주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했다.

그것은 소녀에게도, 자신에게도 비할 바 없이 값진 것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석양이 지고 달이 떴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이 되었을 때 루는 동굴 안으로 한 발자국 더 들어섰다.


[그대도 느꼈겠지만, 그 소녀는 유독 명이 짧다네. 부디 그 아이를 해치진 말아주게.]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어둠 속 존재는 답이 없었다.


[그 아이의 비극적 운명에 그대의 책임도 있지 않은가!]

조금은 격양된 소리였다. 루는 조금 더 용기를 내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곳에 다시 나타난 건가? 카제로스는 이미….]


내가 악마에게 무얼 바라고 말하는 건지. 천장에서 흘러들어온 달빛 너머, 어둠 속 존재는 여전히 멈춰 있었다. 

그는 고요를 원하고 있다.

루는 자리에서 돌아앉았다. 그를 더 원망할 수는 없었다. 

그가 마음만 먹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물론, 얼마든지 이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대륙 전체가 난리가 날 수도 있다. 그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이 고요가 오래 가길 비는 수밖에. 

루는 더 이상 붉지 않은, 아크라시아의 달을 보며 속을 달랬다.

아주 잠깐, 어둠 속 실루엣이 미세하게 움직였고 푸른빛이 새어 나왔지만 루는 알지 못했다.



=====





물론, 이 동굴 아저씨가 아닙니다.





AI로 만들어본 아기(염소)사슴 같은 루.

팬픽을 쓰면서 몇몇 이미지를 요청해 보았는데, 가장 마음에 들게 나왔던 이미지네요.




이런 도야지같은 버전도 있습니다.






Lv18 KY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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