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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팬픽션]종말의 시5

KYOh
조회: 200
추천: 1
2026-05-04 02:46:14


이 글은 로스트아크 세계관과 카멘을 바탕으로 한 비공식 2차 창작 소설입니다.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과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게임 내 1부 시나리오 이후를 바탕으로 상상한 이야기입니다.
카멘 및 메인 스토리 관련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 대표 이미지는 AI로 제작하였습니다.






5. 해가 떠오를 때까지



모험가가 벼랑 위의 현장을 찾은 건 해가 뜰 무렵이었다. 

현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만, 불길한 흔적과 땅을 가르듯 쭉 뻗은 자국뿐이었다. 그리고 끔찍한 시체 더미가 있었다. 모두 황혼의 사제들이 이송하던 다른 마을의 환자들이었다.


바로 전, 그가 쫓은 마차들에서는 수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마차 하나는 의료 용품과 환자들의 짐이 실려있었다. 다른 하나에는 거동이 힘든 환자와 일반 사제들이었다. 

난감하던 차에 수상한 사제 하나를 뒤쫓았고 이곳을 찾을 수 있었다.



모험가는 소녀의 마을을 다시 찾았다.

인근의 여러 마을과 영주의 성까지 발칵 뒤집힌 상태였다. 실리안이 보낸 병력이 생존자들을 찾아서 치료와 상황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특히 벼랑까지 올라간 사람들은 진술에 두서가 없었다. 사제와 신성 기사들의 만행은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는 제각각 달랐다.


그러던 중 보육원 원장이 뛰어와 모험가와 기사들에게 호소했다. 간밤에 환자였던 아이가 사라졌다고. 아이를 찾으려 몇몇 병사와 기사들이 수색대를 꾸렸다. 수색대의 노력과 달리, 그 아이는 한나절이 지나기 전에 나뭇가지 하나를 휘저으며 경쾌하게 뛰어왔다.

전날 밤의 악몽을 겪은 사람들과는 다르게 조금은 밝은 모습이었다. 

보육원 원장은 울며 소녀를 끌어안았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서야 모험가는 소녀를 찾아갔다.


“동굴 아저씨가 구해줬어요.”


모험가가 물었다.

동굴 아저씨?


소녀는 양팔을 좌우로 활짝 폈다.


“네. 나쁜 사람들이 이만큼 많았는데 동굴 아저씨가 다 물리쳤어요. 난 눈을 꼭 감고 있어서 잘 못 봤지만요. 베른에서 무지무지 쎈 기사였나 봐요.”

베른의 기사? 어떻게 알지?

“아빠의 기사 도감 책에서 본 적 있어요. 동굴 아저씨도 검고 무서운 갑옷을 입고 있었거든요. 어제는 좀 달랐지만.”

혹시 베른 남부 쪽의 기사인가?

“그건 잘 몰라요.”

언제 만났니? 어떤 사람이야?

“아저씨는 산에 뭐가 ‘쿵’하고 떨어진 이후에 나타났어요.”

쿵하고 떨어져?

“네.”


모험가는 옆에 있던 보육원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대신 설명을 더 해주었다.


“아, 산에 운석 같은 것이 떨어졌었나 봐요. 큰 소리가 났었죠. 벌써 몇 주도 더 지난 일이네요. 그 때문인지 한동안 산짐승이 내려왔었어요. 다른 마을에선 악마들도 출몰했었고요. 악마는 이제 없어진 줄 알았는데, 일부가 남아있었나 봐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때 실리안 폐하께서 기사단을 파견해 주셔서 모두 토벌됐다고 합니다.”


원장의 설명이 끝나기 전부터 소녀는 무언가 계속 말을 하고픈 눈치를 보냈다. 모험가는 아이에게 시선을 돌려주었다.


“그리고 동굴 아저씨는 평소에 말이 없는데, 가끔 말하는 게 다 농담이에요.”

무슨 농담?

“아저씨는 ‘누누’랑 같이 있는데, 참, ‘누누’는 정말 예쁜 아기염소예요. 당근과 양배추를 좋아하고요. 근데 누누가 가디언이래요.”

아, 그래? 재미있는 사람이구나.

“네. 어젯밤에도 날 안고 가주면서도 한마디 한 게 농담이었어요. 내가 이름을 물어봤거든요.”

그래? 이름이 뭐래?

“글쎄, ‘카멘’이래요. 카멘. 그거 엄청 무서운 악마 이름 아니에요? 후-아. 정말 너무해.”


모험가는 잠시 말을 아꼈다. 지난날의 끔찍한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래도 그 이름이 어린아이의 농담 속에서나 등장하는 지금이 무엇보다도 다행이었다.


…그러게. 농담이래도 좀 지나치구나.


이쯤 되면 아이의 대답에서 신빙성을 가려들을 필요가 있었다.

소녀는 팔짱을 끼며 화를 내는 투로 말했다.


“그러게요. 동굴 아저씨는 끝까지 진짜 이름을 안 알려줬어요. 난 내 이름 제대로 알려줬는데…아닌가?”


소녀는 잠시 생각하는 듯했다.

이름을 물어봤을 때, 동굴 아저씨는 잠시 후에야 딱 한마디 대답했었다.

‘…카멘.’

‘에이, 거짓말. 농담…이죠? 그거 무서운…악마 이름이잖아요. 아저씨, 진짜 이름은…뭔데요?…내 이름은 에…보….’

라고 말하다 잠들어 버렸었다.


“내가 금방 잠들어서 아저씨가 못 들었을 수도 있겠네요. 히-힛. 아저씨가 진짜 이름을 말해줄 때까지 나도 안 알려줘야지.”


모험가는 소녀의 작은 결심을 지켜보았다. 이제 현실적인 질문을 해야 했다.


그래서 어디에 있었니?

“깨어보니 우리 집 앞이었어요.”

너희 집?


소녀는 산봉우리 하나를 가리켰다. 비교적 가까웠지만, 상당한 규모의 큰 산이었다.


“네, 저기 산으로 올라가면 엄마랑 같이 살던 집이 있어요. 아저씨가 있는 동굴과 가까워요.”

동굴? 그래서 동굴 아저씨였구나.

“네. 원래 동굴을 가려면 저 멀리 돌아가야 하는데, 어느 날 보니까 길이 생겼어요. 뭐가 ‘쿵’하고 떨어진 다음에요. 동굴에 가보니까 아저씨도 있고, 누누도 있었어요.”

그렇구나.


보육원 원장이 좀 더 가까이 다가왔다. 소녀는 원장보다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험가에게 집중했다.


“참, 동굴 아저씨는 집이 멀리 있나 봐요. 아까 헤어질 때, 아저씨한테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거든요.”

어디인데? 베른이 아니야?

“네. 페트…페 뭐더라. 아, ‘페트라니아’래요. 거기가 어디예요?”


모험가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 농담한 거 같구나. 거긴 악마들의 세계거든.


소녀는 조금 심통 난 표정이 되었다.

“에잇. 아저씨 정말 너무해.”


어설프게 낀 팔짱을 풀며 소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 그래서 내가 동굴 아저씨한테 별명도 지어줬어요.”

뭐라고 지어줬니?

“동굴 아저씨니까, 케이브. ‘케이브’라고 지어줬어요.”

좋은 이름이네. 동굴 아저씨도 좋아하겠구나.

“좋은 건지, 싫은 건지 잘 모르겠어요. 아저씬 표정이 별로 없어요. 그래도 난 동굴 아저씨가 좋아요. 어젯밤에 조금…아니 엄청 무서웠거든요. 근데 아저씨가 갑자기 나타나서 괜찮아졌어요.”

갑자기 나타나?

“네. 갑자기. 딴 사람들은 아저씨가 나타난 걸 잘 모르는 거 같았어요. 마을 사람들도 그렇고, 나쁜 사람들도요. 아저씨가 막 나쁜 사람들 다 쫓아낼 때, 전 무서워서 아저씨 옆에 꼭 붙어 있었거든요.”


소녀는 두 손으로 무언가를 안아 올리는 시늉을 했다.


“제가 무서워하니까 아저씨가 이렇게 안아줬어요. 그래서 괜찮았어요. 그때 봤는데 동굴 아저씨 눈은 호박색이에요.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호박색 눈이요.”

그래? 좋은 사람인 것 같구나. 너는 정말 괜찮니?

“네. 아저씨가 이름도 이상하게 알려주고, 너무 졸려서 깜빡 잠들었고, 눈 떠보니 우리 집 앞이었고…아저씨는 그냥 서 있기만 했어요. 힘이 세니까 제가 무겁지도 않았나 봐요. 아, 누누도 함께 있었어요. 해가 뜨고 내가 늦잠 자는데도 안 깨우고. 누누도 잠꾸러기였어요. 그래서 지금 온 거예요.”


그러니까 과묵하지만, 가끔 농담은 잘하는 과거가 수상한 호박색 눈의 아저씨가, 갑자기 나타나서 수십 명이 넘는 사제와 기사들을 흔적도 없이 지워놓고, 밤새도록 소녀를 안고, 새끼염소와 함께 집 앞에 서 있기만 했다?

아무래도 과장과 상상이 섞인 것 같았지만, 모험가는 ‘그렇구나.’하고 대답해주었다.


“참, 우리 아빠도 기사였어요. 붉은 달이 뜨던 날, 아빤 악마들과 용감하게 싸웠대요. 그날 이후로 아빠는 돌아오지 못했지만….”


모험가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세상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기사의 아이에게 조금은 숙연해진 마음이 들었다. 그런 아이가 어제와 같은 위험한 일을 겪게 하다니.


미안하구나. 안 좋은 이야기를 꺼내게 해서.

“아니에요. 난 아빠가 자랑스러운걸요. 그래도…가끔 아빠가 보고 싶긴 해요. 엄마도 보고 싶고….”


소녀가 조금 침울해지자, 보육원 원장이 다가와 아이의 손을 잡았다.


“얘야, 이제, 그만 들어가자. ‘왕의 기사’님은 바쁘신 분이니 시간을 더 이상 뺏어선 안 되잖니? 가서 씻고 치료도 하자. 내게도 얘기해주렴.”


소녀의 눈이 크게 떠졌다.


“네? 왕의 기사님이라고요? 와-”


두 손을 모아 잡은 소녀를 향해 모험가는 살짝 미소 지어 주었다. 보육원장은 다른 감독교사를 불러 소녀를 맡겼다. 모험가는 원장과 마주했다. 원장은 멋쩍은 표정이었다.


“죄송해요. 기사님의 시간을 뺏었네요. 어제의 상황은 아까 이야기한 것과 같습니다. 세이크리아의 사제들이 갑자기 아이를 데려가겠다며 한밤중에 찾아왔었어요. 저는 망설였지만, 그들은 막무가내였죠. 마지못해 아이들 방으로 갔더니 저 아이만 없었어요. 그 이유는 아이의 말을 들어봐야겠네요.”


원장은 슬쩍 목소리를 낮추었다.


“저 아이의 병 때문에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할 때가 있어요. 아이들이 가끔 놀리기도 했죠. 그래서 더욱 상상 친구에 매달린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그럴 시기는 지난 나이지만. 500년 전처럼 핍박은 없어도 사람들의 편견이 아이를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제가 좀 더 보살펴줬어야 했는데.”

동굴 아저씨는 누굽니까?

“저도 잘은 모릅니다. 가끔 아이가 언급하긴 했는데. 저는 그냥 상상 친구로만 생각했거든요. 진짜 존재하는 사람이라면, 제가 나중에 한 번 만나보도록 해야겠죠.”


모험가는 마을의 상황을 더 살피다 돌아갔다.


이곳의 상황은 실리안 국왕에게 보고되었다.

사건 현장에 어둠의 기운으로 예상되는 흔적이 있지만, 아직 확실치 않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자세한 분석을 위한 전문가의 파견을 요구했다. 생환자들의 진술이 일정하지 않아 구체적 상황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도망치는 과정에서 외부인의 도움을 받았던 것으로 추측된다는 내용도 함께였다.


황혼 세력의 만행과 그들의 용의주도한 침투에 대한 대책도 강권했다. 또, 가장 참혹한 현장에서 가장 무사히 살아남은 소녀에 관한 내용도 짧게 보고되었다.


이후 루테란 왕성으로 교황 구스토의 서신이 도착했다. 내용인즉, 세이크리아는 내전의 여파로 아직 치유 사제를 파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곧 실태 파악을 위한 새벽의 사제들을 보내겠다는 내용과 안전을 위한 그들의 명단까지 전해졌다.

실리안은 모든 치유시설과 사제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감사를 명령했다.



전날 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사람들이 다 도망친 뒤였다. 

루는 소녀를 안고 내려오는 혼돈의 존재와 마주쳤다. 소녀는 잠들어 있었고 그는 조용히 걷기만 했다. 루도 별말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소녀의 집 앞에 다다를 때까지도 두 존재는 말이 없었다. 처음 마주쳤을 때, 루가 소녀의 이름을 부르려다 말았던 것이 전부였다.


소녀의 집 앞에서도 그는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소녀를 침대에 눕혀준다거나 따듯하게 담요를 덮어주는 등의 행위는 몰랐다.

그저 안고만 있었다.


해가 떠오를 때까지.



=====



바라트론에도 디아스페로에도 옥좌 같은 게 있는 거 보면, 

페트라니아에는 의자는 있는 거 같은데,

과연 침대는 있을까요? 


이야기 시점은 여름에 있을 세이크리아 라사모아 이후라고 생각하고 써봤습니다.

빨리 새로운 대륙 새로운 스토리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카멘, 카마인 스토리도 너무 궁금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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