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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팬픽션]종말의 시4

KYOh
댓글: 2 개
조회: 273
추천: 2
2026-05-03 01:24:57



※ 이 글은 로스트아크 세계관과 카멘을 바탕으로 한 비공식 2차 창작 소설입니다.

※ 개인적인 캐릭터 해석과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 게임 내 1부 시나리오 이후를 바탕으로 상상한 이야기입니다.

※ 카멘 및 메인 스토리 관련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대표 이미지는 AI로 제작하였습니다.




4. 어둠이 움직인 밤



소녀와 함께 있던 사람들은 공포에 떨었다. 

앞서가던 마차의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또 다른 마차의 사람들은 얽히고설킨 시체 더미가 되어 있었다. 그들을 보호했어야 했을 신성 기사들의 검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 기사들이 소녀와 사람들을 벼랑 쪽으로 밀어갔다.

상급 사제로 보이는 남자가 그들을 둘러보았다.


“아까운 실험체들을 이렇게 낭비해야 하다니.”


상급 사제는 저편에 쌓인 시체들을 보았다.

“일부는 광기에 미쳐 날뛰고”


그리고 소녀와 함께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일부는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뛰어내릴 터이니, 합당한 심판을 받고 신의 품으로 돌아가리라.”


상급 사제가 손짓하자 신성 기사들이 소녀와 일행을 둘러쌌다.


“왜 이러시는 겁니까?”

“치료해주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우린 아무 잘못 없어요!”


사람들의 절규에 가까운 변명은 절벽 위에서 울려 퍼졌다. 그러나 숲은 너무 어둡고 깊었다. 벼랑 끝까지 몰린 사람들은 울부짖었다.


“살려주세요!”

“우리는 악마가 아닙니다!”

“아이만이라도 살려주세요! 제발.”


사람들의 울부짖음은 계속되었지만, 사제와 신성 기사 누구도 그것에 응답하지 않았다. 소녀도 어깨를 움츠리며 사람들과 나란히 섰다. 비명과 혼란 속에 소녀는 덜덜 떨었다. 소녀만큼 어린, 다른 아이는 엄마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또 다른 아이는 아빠와 함께, 할머니와 함께, 누나와 함께 울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소녀는 눈물을 삼켰다. 소녀는 혼자 울어야 했다.


그때, 옆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소녀는 두려움 속에서도 확연한 존재감에 옆을 올려보았다. 그동안 보아오던 실루엣과 달랐다. 후드 그림자에 얼굴이 반쯤 가려 있고, 새하얀 머리카락이 어깨를 타고 흘러내린 모습이었다. 소녀는 그가 동굴 아저씨란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이번엔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째서…두려워하는가. 소녀여. 삶이 끝나면 죽은 부모를 만날 수 있다 하지 않았는가.”


가면에 가린 무서운 목소리도 아니었다. 

자비로운 신처럼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듣는 진짜 목소리인데, 반가움보다도 잔인한 내용이 비수가 되었다. 소녀는 눈을 꼭 감으며 고개를 숙였다.


“아, 안 무서워. 나는 엄마랑 아빠 둘 다…만날 거야.”


소녀는 다시 이 잔인한 아저씨를 올려보았다.


“아저씨는 누굴 만날 거야?!”

“…….”


조금은 가시 돋친 질문이었다. 

그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어둠에 가린 시선으로 내려볼 뿐이었다.

말과 달리, 소녀는 덜덜 떨며 두 손을 모아 잡았다. 이 위기에 동굴 아저씨가 나타났다. 아저씨는 기사였던 것 같지만, 저 많은 사제와 신성 기사들을 상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소녀도 알고 있었다. 동화나 전설 속 영웅은 현실에 많지 않다는 것을. 

그랬다면 엄마도, 아빠도 잃지 않았을 테니까.


한편으로 소녀는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여느 사람들과 다른 확연한 존재감인데, 주위의 사람들은 물론 사제와 기사들까지도 그를 인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아니, 피하는 듯 보였다.

실험체를 정렬시키던 기사 하나가 ‘어?’하고 의문을 표했을 뿐이었다.

‘처분해야 할 실험체 중에 저런 자도 있었나?’

신성 기사는 그에게 다가오다 멈칫했다.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고 한 걸음 물러섰다. 기사는 우물대다 서둘러 저편으로 이동했다.


곧 신의 질서를 지킨다는 명분 아래, 양심의 가책을 해소하기 위한 기도가 낮게 깔렸다. 신성 기사들은 하나씩 칼을 들고 다가왔다. 첫 희생자의 비명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두 번째 비명이 울렸다. 선혈이 튀며 비명이 이어지자, 울부짖는 소리도 더욱 커졌다.

후드를 쓴 존재만이 그 혼돈 속에서도 고요했다. 그의 고요를 깬 건 소녀였다. 소녀가 뛰어들며 그의 망토에 매달렸다.


“…어, 엄마. 무서워.”

“…….”


소녀는 그렁한 눈으로 그를 올려보았다.

모두를 구할 수 있는 영웅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소녀는 외쳤다.


“아저씨. 나, 나 무서워. 더 살고 싶어. 사, 살려줘요, 살려줘!”


후드 속의 굳은 턱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그가 순간 떠올린 존재는 또 다른 자신이었다. 그 오랜 세월 찾아 헤매던 진정한 자신.

카마인.

어둠과 같은 세월에 끝을 고할 시간이 왔다. 그가 말하는 대로 하나가 될 순간이었다. 그가 손을 내밀어 왔다. 그 손을 잡을 때까지도 몰랐다.

카마인의 손을 잡은 순간, 떠오른 찰나의 감각은

‘나는 사라진다.’

였다.


동시에 그는 힘을 빨아들이는 탐욕의 손을 내쳤다. 그 충격은 두 존재의 손에 상흔을 남겼다.

그때 또 하나 깨달은 것이 있었다.

신의 자아 앞에서 그가 자각한 ‘나’는 이 아이와 다름이 없었다.

거대한 우주 속에서 떠도는 한 톨의 먼지.

그 아이가 말했다.


‘두렵다. 살고 싶다.’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혼돈의 존재가 움직이기까지는.


그는 서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건틀릿이 깨져 드러난 창백한 피부 위에는 어둠이 일렁였다.

소녀의 뒤에서 칼을 내리치려던 기사가 멈춰갔다. 신을 향한 기도도 멈췄다. 신성 기사들을 통솔하던 상급 사제는 이 마법이 누구의 짓인지 눈동자를 굴렸다. 멈춘 세상 속에서 후드를 쓴 존재가 보였다.


아우성치는 사람들 속에서도 홀로 고요한 존재.

자신들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존재.

애써 외면하고픈 공포와 절망.


상급 사제는 소리치려 했지만, 외마디조차 내지르지 못했다. 뻗어가는 어둠의 줄기가 그들을 삼켜갔다. 어둠의 줄기를 피한 자들은 날아오는 검기에 온몸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헐레벌떡 뛰어가던 루는 저편으로 날아가는 검기를 보았다. 

세상을 가를 듯한 검기는 숲의 거대한 나무들을 쓰러트리고 저 멀리 산까지 날아갔다. 그것은 바위산까지 갈라내고서야 사라졌다. 루는 검기가 시작된 방향으로 급히 뛰었다.



사람들은 사제와 기사들이 사라지는 광경에 넋을 놓았다.

몇 초, 몇 분, 영원과도 같은 정적이 흘렀다. 피조차 남기지 못한 조용한 사멸. 그것은 오직 신의 명분을 받든 사제와 기사들에게만 일어났다. 살아남은 자들은 다시 큰 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뛰었다.


후드 그림자에 가린 눈은 고요히 그것들을 살펴보았다.


아내를 끌어안고 뛰어가는 남자, 

동생의 손을 잡고 뛰어가는 여자, 

늙은이를 부축하는 젊은이, 

젊은이의 시신을 붙잡고 통곡하는 늙은이.


그는 아래로 시선을 옮겼다. 소녀는 망토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눈을 꼭 감은 채, 세상을 단절한 모습이었다. 그는 다시 저 인간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한 남자가 작은 아이를 안아 올리고는 필사적으로 뛰었다.

그 간절한 표정은 품 안의 아이를 절대 놓지 않겠다는 결의였다.


그는 또다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소녀에게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소녀는 꽉 쥔 망토 자락을 놓지 않으려 더욱 붙어왔다. 그는 소녀의 잔뜩 웅크린 어깨를 잡았다. 부서질 듯한 느낌에 손을 떼었다. 건틀릿의 손은 허공에서 잠시 움직거렸다. 차가운 금속이 사라지고 창백한 피부의 손이 드러났다. 그리곤 다시 소녀의 어깨를 조심스레 잡고는 안아 올렸다.

갑작스러운 시야의 전환에 소녀의 그렁한 눈이 크게 떠졌다. 그때 잠깐, 후드 그림자에 가린 눈과 소녀의 눈이 마주쳤다.


아, 동굴 아저씨 눈은 원래 호박색이구나. 예쁜 호박색.


조금 전의 공포와 긴장은 스르르 사라져갔다. 소녀는 기억 속의 아빠보다도 더 높고 딱딱한 어깨에 뺨을 기대며 눈물을 흘렸다. 그것은 공포와 절망을 녹여내는 안도였다.


한 소녀를 안아 든 혼돈의 존재는 그렇게 멈춰 있었다.

살아남은 자들이 모두 자리를 뜨고서야 그는 질서의 잔재 사이로 걸어 나갔다.


***


그 밤, 어둠의 기운을 느낀 존재들이 있었다.

첨탑의 꼭대기에서 섬뜩한 광대가 곡예를 하다 멈칫거렸다.


“뭐야, 녀석이잖아. 놈이 왜 이곳에 있지?”


세이튼의 어깨 장식 위에 앉아 있던 작은 광대가 몸을 움츠리는 시늉을 했다.


“어-후. 무섭게 말이야.”


작은 광대는 세이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카마인 놈과 말이 잘 안 통했나 본데?”

“그거, 참-재미있게 됐네.”


작은 광대, 쿠크가 세이튼의 귀로 몸을 수그렸다.


“이봐. 이참에 카마인을 찾아서 묵사발을 내줄까? 놈보단 카마인을 처리하는 게 쉽잖아.”

“아니, 아니.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르잖아. 게다가….”


카마인은 그렇게 만만한 녀석이 아니었다. 그보다도. 

세이튼은 한번 스탭을 하고 멈춰 섰다.


“카제로스가 없는 지금, 녀석도 고삐가 풀린 상태겠지?”

“그렇지. 마치 우리처럼.”

“맞아. 어둠 그 자체가 되어 있을 거라고.”

“혼돈 그 자체!”


맞장구를 치던 쿠크가 과장된 손짓으로 입을 가렸다. 그 껄끄럽고 굵은 목소리로 여성스럽게 말했다.


“어머나. 무서워라. 그런 녀석이 아크라시아에 왔으니 이제 큰일이네, 어쩜 좋아.”

“그래, 그래. 그래서 우리가 나서자 이거야.”


쿠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손을 내렸다.


“뭐! 설마 그 녀석을 없애자고? 우리가?”

“아니.”

“그럼, 뭐?”


세이튼은 한 바퀴 회전하고는 댄스를 했다.


“우리가 스카웃하는 거야.”

“…녀석을?”

“그래. 카마인이 없다면 놈은 그냥 힘 덩어리일 뿐이잖아.”


쿠크가 박수를 쳤다.


“천잰데? 그만한 장기 말도 없지. 암, 그렇고말고. 흐흐흐-흐흐흐흐.”

“에-헷헷. 그렇지. 최고의 장기 말.”


세이튼이 지팡이를 다른 손으로 옮겨 잡고는 쿠크를 향해 말했다.


“녀석을 잘만 구슬리면 우리의 계획에 큰 도움이 될 거야. 잠시 쇼를 위한 연습 좀 해봐야겠는걸.”

“연습까지 필요해? 우리 주특기잖아.”

“그렇지.”


첨탑 위, 둘이자 하나인 그림자의 춤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


달이 지고 해가 뜨기 전, 가장 어두운 시간이었다.

불길한 포탈이 열리며 아크라시아에 또 다른 누군가가 발을 들였다. 푸른 피부의 남자는 제 붉은 머리를 쓸어올렸다. 하늘을 배회하던 까마귀 한 마리가 그의 어깨 위에 앉았다.


“어디로 갔나 했더니, 기껏 여기인가?”


그는 대지에 남은 어둠의 잔재를 둘러보았다.

군데군데 검게 피어오르는 연기가 새벽의 어둠 속으로 흩어져갔다. 대지를 가른 듯 패인 자국과 시체 더미가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가늠하게 해주었다. 카마인은 검은 기운의 잔영을 손으로 훑어보았다. 어둠의 줄기가 특정 표적만 정확하게 노린 듯했다.

절제.


“너답지 않았군. 카멘. 그 어떤 속박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자신에게 넘어온 힘은 극히 일부였다.

카제로스도, 루페온도 없는 이 세상에서 녀석은 심연의 전쟁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강대한 힘을 누리고 있을 터였다. 그런데 당치도 않게 절제라니.

카마인은 벼랑의 끄트머리에서 동이 터오는 숲을 내려보았다.


“그만큼 네가 몰렸었단 소리겠지. 후후-후. 그래, 사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제 여우가 호랑이를 사냥할 차례였다. 아주 큰 호랑이를.


=====


갑자기 카멘에 빠져서 팬픽을 구상할 때, 소재가 2가지였습니다.

1번은 지금 쓰는 이 '종말의 시'내용

2번은 아브렐슈드와의 페트라니아판 로맨스...

둘이 낳은 자식이 카단이라거나,

그래서 큐브와 혼돈의 힘으로 카단을 과거로 보냈다거나 하는 둥의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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