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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후기, 장문)3년간의 기다림 끝에 드래곤볼 완성

아이콘 Anyname
댓글: 34 개
조회: 732
추천: 22
2019-05-02 20:47:36


제가 기어이 이 미션을 성공해버렸네요.

생각한 것보다 감동이 훨씬 적어서 오히려 놀라고 있는 중입니다.

작년쯤에는 이거 성공하면 슼자타임와서 접어버리는거 아닌가 생각했는데...

지금의 감상은 오랫동안 묵혀뒀던 방학숙제를 끝내서 속시원한 그 느낌이에요.

그래도 기쁘게 웃으면서 후기글을 쓸 수 있겠어요.

오늘 바쁠 줄 알았는데 별일없이 퇴근해서 결과물 확인하고 아주 좋습니다.


2016년에 제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아주 가벼운 마음이었습니다.

한참 한쿠가 끝물이고, 한쿠의 굇수분들이 하나둘 게임을 접거나 줄이고 계셨죠.

뮤즈 파이널 시기이기도 했고 다들 럽뽕이 빠지는 추세였다고 보셔도 좋을 것 같네요.

그래서였는지 어느 날, 어떤 이야기가 럽벤에 하루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러브라이버로서, 스쿠페서로서 뭔가 이루고 싶은 목표를 이야기해보자... 는 거였죠.

전 그저 호노카와 뮤즈가 좋고, 뮤즈의 노래와 스쿠페스라는 게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뭔가 목표를 정하고 그걸 위해 노력하면 더 즐거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목표가 좋을까?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게, 럽라와 뮤즈에 대한 애정을 담아서...

라고 생각하고 정했던 게, 지금은 드래곤볼이라고 부르는 이 미션이었습니다.

'뮤즈 멤버 9명의 이벤트를 한 사람당 하나씩 1위~9위 로 모아보자'

순서를 어떻게 해야 멋질지 생각하는 시간이 오히려 목표 정하는 시간보다 길었었죠.

보쿠히카 가사대로 할지, (호노카-노조미-린-하나요-니코-코토리-우미-에리-마키)

슼페 게임 엔트리 순으로 할지, (호노카-에리-코토리-우미-린-마키-노조미-하나요-니코)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솔직히 편하고 싶어서 이미 달성한 멤버가 있는 순서로 결정해버렸죠.

키라센세 라이브 시작하기 전, 멤버들이 결의를 다지면서 외친 호령 순서

호노카-코토리-우미-마키-린-하나요-니코-노조미-에리

일전에 에리 9위를 달성한 적이 있어서 이걸 선택했노라고 지금은 말할 수 있습니다.

(에리오시이신 모 핵노삶님과 점수빵에서 패배했던 스노우볼이 이렇게 굴러갔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제일 좋은 방법은 간단합니다.

자신이 그런 목표를 정했고, 달성할 거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거에요.

전 그렇게 했고, 게시판에 공언한 대로 이벤트가 열리는 족족 순위들을 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쿠의 동지들은 협조적이셨고, 이벤트 컷은 바닥을 기었으며, 전 젊어서 체력이 충분했습니다.

서너달 정도면 끝나겠네 하고, 그 뒤에 일어날 일은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마음을 놓고 있었고...


약 두달 뒤, 한쿠는 글쿠에 통폐합되어버립니다.

멤버 다섯명까지 모은 상태에서, 드래곤볼 수집은 무지막지한 암초에 걸려버리고 말았습니다.

우선 컷이 확 뛰어버린데다, 다른 사람들의 협조는 언어의 장벽이 상당히 방해하고 있었죠.

슼페에는 아쿠아가 참전했고, 뮤즈 이벤트는 아쿠아 이벤트와 번갈아가며 개최되었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저는 이벤트 랭킹을 '랭킹 순위보상 SR'로 정리하고 있었는데...

이벤트 방식이 더블 이벤트로 pt보상과 순위보상을 구분해서 주게 되어버립니다.

그래서 제가 원하는 멤버가 순위보상일 때만 기회고, pt 보상이면 그냥 날려버리게 되었습니다.



당시의 제 심정은 대충 이랬던 것 같습니다.

변명할 필요도 없는데 변명하자면 제가 이거 하는데 3년이나 걸린건 다 톲슶틊 때문입니다.

걔들이 조금만 운영을 똑바로 했어도 한쿠가 계약연장이 되었을거고

적어도 제가 드래곤볼을 완성할 때까진 살아있었을겁니다. #아님 #하지만욕하고싶었음

아무튼 글쿠에서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고, 전 바로 개최된 호노카 이벤트에 도전합니다.

그리고 나름 자신이 있었는데, 정말 처절한 참패로 금관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제가 가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정을 짜내고 짜내서 도전한 이벤트였는데도요.

(아마 슼페가 섭종하는 그날까지, 제가 확보하는 휴일의 최대치가 이때일 겁니다.)

완전히 자신감을 잃고 드래곤볼이고 글쿠 호노카 금관이고 다 접어두는 계기였죠.


그렇게 한동안 도전정신을 잃고 타성에 젖어서 스컷 각컷만 하는 나날이 계속되었습니다.

참패의 충격은 서서히 희석되고, 한쿠의 영웅분들이 슬슬 글쿠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닉만 언급하면 다 아실 그런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약간 용기가 났습니다.

'8위면 그래도 가능성이 어느 정도 보이는데 노조미 이벤트에 한 번 도전해 볼까?'

하고 생각했던 게 한동안 잠들어 있던 드래곤볼 미션의 부활이었고

이 이벤트에서 Kintolesky를 9위로 밀어내며 노조미 8위를 획득하는 데 성공합니다.

3개월만의 재도전이 가져다 준 자신감은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오고...

얼마 후의 린 이벤트에서, 저는 Kintolesky에게 밀려 목표인 5위를 달성하지 못합니다.

3인의 공동 3위와, 6위가 되어버린 저, 그리고 존재하지 않는 5위라는 순위에 절망했죠.

그리고 그 다음에 도전했던 코토리 이벤트에서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폭☆8

좌절감을 느끼는 조홍처럼, 제대로 멘탈이 깨졌던 도전 두번이었습니다.

어찌다 당시 멘탈이 심하게 깨졌는지, 최근의 성공들이 너무 쉽게 된 기분이네요.


한동안 빠져 있던 조홍감에서 벗어난 뒤에는 오늘까지 정말 모든 게 순조로웠습니다.

뭔가 맥이 빠질 정도로 쉽게 린 5위와 우미 3위를 성공해버렸어요.

앞선 두번의 실패가 가져갔던 운을 그대로 돌려준 느낌이었습니다.

린 5위 때는 4위님과 6위님이 아주 절묘한 점수차로 안정적인 5위를 선물해주셨고

우미 3위때는 아예 이벤트가 더블의 더블로 변신해서 코토리 2위와 양자택일...

그 때 우미 3위를 택하면서 '다음 이벤트가 우미면 어쩌지?' 했는데

연이어서 코토리가 이벤트로 나와주기까지 했습니다.

정말 천운이었던 것이, 만약 글쿠의 Bri와 RHA가 저에게 선택권을 강요하지 않았다면

전 그 때 우미 3위가 아니라 코토리 2위를 골랐을 거란 점입니다.

당시 전 압도적인 1위를 달리다가, 지친 척 슬쩍 1위를 내주는 전략을 짜고 있었는데...

저 두 사람이 저한테 공동금관을 제의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때 이렇게 답했죠.

'난 3등을 먹을 생각이니 여러분은 금관을 가져가세요.'

하고 우미 3위 쪽을 가져가 버렸었단 말이죠.

(사실 일쿠 이벤트 스케쥴을 봤다면 이럴 일이 없었겠지만요.)

다음이 우미일지 코토리일지도 모르면서 무슨 깡으로 저런 결정을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이벤트. 아직 미래는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지만, 다들 직감하고 계시죠?

'글쿠가 일쿠와 통합될 징후가 보인다.'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사실 여러모로 이번 이벤트의 회사 일정은 좋지 않았습니다.

휴일에는 서울 본가에 방문해야 했고, 업무일정상 이벤트 기간에 휴가를 낼 수도 없엇죠.

하지만 한쿠가 글쿠에 통합된 후 겪었던 고난을 생각했습니다.

이번을 놓치면 다음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버스표를 바꿔버렸습니다. 금요일 저녁 버스를 토요일 저녁으로 바꿨죠.

서울 본가 일정은 토요일 저녁-일요일 아침 으로 변경되었습니다.

회사에서 녹초에 파김치가 되는 걸 감수하고 하루에 잠을 3~4시간 자면서 달렸습니다.

상위권 점수차는 미묘하고,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며 그저 자신의 점수에만 집중했어요.

금-토 사이에 열심히 노력했던 게 어느 정도 성과가 나와서, 얼추 추격에 성공합니다.

'공동 1위'만 없으면 이번에 가능하다라고 감지한 것도 이때쯤인 것 같네요.

일요일에는 협상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당시 1위님과의 협상이었죠.

2위와는 나름 차이가 상당했으나, 언제 달리는 걸 멈추고 후발주자를 기다릴지 모릅니다.

'저 이번에 2위를 하고 싶은데, 단독 1위 해주시면 안되나요?'

다시 생각해도 (당시) 4위 치고는 광오한 발언이었네요.

답변이 옵니다. '그럼 넌 대충 보니 지금 2위랑 공동으로 가야겠네.'

각을 재 봤습니다. 전력을 다하면 저는 350만 정도까지 가능해 보입니다.

현실적으로는 320만이 한계라고 봐야죠. 전 계산한 만큼 전력투구가 안되더군요.

매번 막판에 지쳐서 나가떨어져서 페이스 떨어지는 게 일상이었으니...

1위님은 350만 페이스, 2위님은 오버페이스하지 않으면 300만 페이스.

하지만 4배수 이벤트라서 50만점 정도는 충분히 오버페이스가 가능해 보입니다.

이건 협상을 거는 게 안전해 보입니다.

'님 공동 2등 하실래요?'

답변: '뭐 괜찮지. 나도 1등은 못 따라잡을 거 같고... 너 300만점 올 수 있음?'

희망이 보이는 대답이었습니다. 바로 OK를 선언합니다.

그리고 이틀 뒤 상당히 맥 빠지는 결말이 났습니다. 2위가 쪽지를 하나 보냈거든요.

'힘들어서 300만점 못하겠네. 이왕 이렇게 된거 밑에 다 공동주차하자.'

라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점수에 주차하고 대가로 저는 어제 하루 휴식을 얻습니다.

전원이 무사히 주차하는 걸 오늘 회사에서 몰래 확인하고...


해냈습니다! 지금까지의 고생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처럼, 저는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코토리 이벤트에서 두번째로 실패했을 때, 저는 문득 애니의 한 장면을 떠올렸었습니다.

애니 '엔젤비츠' 에서, 등장인물 히나타는 전생에 고교 야구선수였습니다.

평범한 파울플라이볼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선수 커리어를 망치고, 결국 인생까지 망쳤죠.

주인공 오토나시는 히나타와 팀을 이뤄 야구 시합에 나갔다가, 히나타를 보고 뭔가를 느낍니다.

'너, 이 공을 잡으면... 성불해서 사라져버리는 거냐?'

그땐 마치 저도, 이 드래곤볼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면 성불해서 사라져버리는 거 아닐까 싶었죠.

하지만 지금의 저는 이미 중2병이 다 나았는지, 전혀 그런 기미가 없네요.

오히려 앞으로는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가볍게 슼페를 즐길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럽벤에서 활동한지도 여러 해가 지나가고, 많은 분들이 떠나시는 걸 지켜봐 왔습니다.

제가 스쿠페스를 계속해온 이유 중 하나가 이렇게 끝났지만

아직 제가 스쿠페스를 계속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지금의 기분이 정말 다행입니다.

지금은 온전히 성공의 기쁨을 여러분과 함께 누리고 싶습니다.

3년 전부터, 혹은 최근에 저의 미션을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제가 정확히 원하는 순위에 주차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에게는 더욱 감사를 드립니다!

한쿠의 Crisis(위기) 님께서 3년 전에 도와주신 것에 특별한 감사를 드리며
Special Thanks to 'Player of LLSIF World Server'
Bri, RHA, Mi, Kintolesky and Histy

Lv88 Any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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