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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패치] 검은 마법사와의 마지막 대면. 키네시스, 루미너스, 아란

어흐어흐
댓글: 2 개
조회: 3054
추천: 5
2018-09-09 19:56:56
키네시스



"자네도 고생이 많네. 이세계의 사람이 말이야."

"시공이 뒤틀린 마당에 남 일도 아니고, 모른 척 할 수만은 없으니까."

"그래. 지구라고 하지? 그곳의 나는 어떤 사람인가?"

키네시스는 마침내 검은 마법사와 단 둘이 대면하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이상한 놈이야. 얼마나 대단한 이상을 가지고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그는 검은 마법사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며 손 위의 체스말을 띄워 만지작 거렸다.

폰과 킹이였다.

여러가지 의미를 새기며 골라온 말이였다.

마지막 상대인 검은 마법사를 의미하는 킹, 자신을 포함한 모든 평범한 이를 의미하는 폰.

시작이자 끝.

그는 열 걸음 정도를 남겨두고 걸음을 멈추었다.

"더 가까이 오지 않겠나. 마지막 대화가 될 것 같은데."

"싫어. 부담스럽거든."

치직.

'키네시스! 어디야! 들리는 거야? 갑자기 어디로 사라진 거야!'

키네시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귀에 꽂힌 통신기를 뺏다.

"자네 세계의 기술이지?"

"그래. 이곳엔 없는 기술이야."

"편리하군. 부러운 기술이야."

"이곳에도 편리한 게 많아."

하얀 마법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는 침묵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마지막이네. 이곳은 자네와 상관없는 세상이야. 모른 척 하려면 모른 척 할 수 있지 않은가. 그 힘으로 자네의 세상을 지키게."

"내 마음이야."

하얀 마법사는 조금씩 까맣게 물들어 갔다.

"이제 곧 자네를 죽일 것이네. 물러난다면 쫓지는 않아."

"혀가 왜 이리 긴거냐?"



루미너스



"왔어? 이리와. 여기 앉아."

하얀 마법사의 모습을 하고 루미너스를 맞이한 그는 창조의 힘으로 의자 하나를 만들어 앉기를 권유했다.

"오랜만이지? 마지막으로 만날 녀석이 너라서 기분이 좋아. 알잖아. 다른 녀석들은 조금 불편하거든. 그런데 너는 나의 일부였고. 음. 무슨 말인지 알지?"

루미너스는 천천히 걸어와 의자에 앉았다.

자신과 꼭 닮은, 원래 자신이였던 검은 마법사와 마주앉았다.

"그런데 그런 생각 안해봤어? 네가 나의 일부라면 나와 비슷한 길을 걷지 않을까. 루미너스 너의 본질은 내가 아닐까 하고 말이야."

검은 마법사는 루미너스가 싸움 내내 가졌던 불안과 의문을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통렬하게 찔러댔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너와 같은 길을 가지는 않아."

루미너스의 목소리에 짙은 노기가 서렸다.

"하하. 아니, 그런 얘기가 아니고. 그렇게 생각하기엔 뭔가 좀 다른 위화감이 있지 않았었냐 하는 거지. 널 내보내기 전 나는 창조의 힘도 없었는데 그저 인간의 일부가 어떻게 그렇게 완벽한 하나의 인격체가 될 수 있냐는 거야."

루미너스는 잠자코 듣고있었다.

알고 싶었다.

자신은 무엇인가.

"넌 나에게 깃들었을 뿐. 내 일부가 아닌, 빛의 오버시어의 일부야."

"뭐?"

루미너스가 무슨 말을 하냐는 표정으로 묻자 검은 마법사는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빛 그 자체라고. 루미너스. 지금의 너가 되기 전의 기억은 없어지는 바람에 원수가 됐지만, 우린 아주 절친한 사이였다고."

그는 옛 생각을 하는 듯 했다.

"그런 네가 루미너스가 돼서 날 죽이겠다 찾아왔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 하지만 그때는 지금처럼 이야기를 나눌 여유도 없었고, 그렇게 할 수도 없었지. 운명의 여정이 너무 많이 남아있었으니까."

검은 마법사는 루미너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루미너스. 그건 원래 내 이름이야. 인간이길 거부하고 초월자가 되기로 한 날. 너와 함께 버린 이름."

루미너스는 자신의 이름을 되새기는 듯 했다.

"그렇기에 더 각별했어. 내가 버린 일부가, 내가 버린 이름을 주워들고, 나를 만나러 왔다는 것. 어쩌면 그때부터 운명이 뒤틀리기 시작했는지 몰라. 아니, 내가 이런 식으로 말하면 안되지. 그때부터야. 대적자의 탄생이 시작된 것은."

검은 마법사의 주변으로 검은 마나가 불꽃이 일듯 일렁였다.

그는 일어섰고, 앉아있던 소박한 의자는 불에 타 어느새 재가 되고 부서져갔다.

"자, 루미너스. 나의 이름이여. 시간이 되었다. 이제 마무리를 짓자."



아란


피로하다.

손에 든 무기가 방해라고 느껴질만큼.

사실은 오고싶지 않았다.

지칠대로 지쳐있었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여유가 없었다.

'가!'

팬텀의 목소리였다.

'지금 전투력이 가장 높은 건 아란 당신입니다. 당신이 막아야해요. 부탁드립니다. 당신 밖에 없어요. 길을 열고 있는 것이 고작이라 미안합니다.'

에반은 슬픈 듯이 말했었다.

진심이였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이곳에 왔어야 했다.

세계의 끝.

검은 마법사에게 봉인을 당한 후, 그때의 힘을 회복하지 못한 채 다시 뛰어든 싸움은 준비가 부족했다.

"힘들어보이는구나. 아란."

"입 닥쳐."

검은 마법사는 하얀 마법사 시절의 모습을 한 채 세계의 끝에서 아란을 맞이했다.

"좀 쉬겠나?"

그리고는 소박한 의자에 앉아서 똑같은 의자를 순식간에 창조해 앉기를 권유했다.

아란은 폴암을 등에 둘러매고 허리를 바로 세우고 의자에 앉았다.

살 것 같았다.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였다.

"많이 약해져있군. 처음 봤을 때의 모습과 다르게 말야."

그는 조용히 말을 시작했다.

"누구 덕분에 말야. 으리으리한 의자에 앉아 잘난 척하기 바쁜."

"하하. 내가 그랬는가. 마지막인데 마하를 볼 수 없어 아쉬울 뿐이군."

그는 아란의 폴암을 보았을 때를 떠올렸다.

"이 세계에 초월자가 없었다면 말이야. 어쩌면 자네가 세상을 지배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어. 전무후무의 전사. 만명을 능히 상대해 낸다는 만인지적의 무사."

"과소평가 됐군. 세상 모두가 덤벼도 끄떡없었어."

"하하하!  멋지군. 역시 영웅이야."

검은 마법사는 유쾌하게 웃었다.

"마지막으로 오랜 친구를 볼 수 있어 즐거웠네. 이제 그만 작별 인사를 하도록 하지."

Lv2 어흐어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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