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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아수라 감상

아이콘 작은찻집
댓글: 3 개
조회: 1047
2017-06-19 12:45:05



이 부분은 D라이센스 분들이 원치 않은 스포일러를 피하게 하기 위해 적는 의미 없는 부분입니다. 구미 귀여워, 구미 귀여워. 적고 싶은 내용을 적으려면 스포일러가 어쩔 수 없이 작품 내용을 담아야 할 것 같아서요. 구미 귀여워. 구미 귀여워.



변덕스럽게 집어든 애니메이션 중 하나입니다. 하드고어했고, 짧고 굵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누구보다 순수했던 아이가 사람으로 자라나는 이야기였습니다. 대기근이란 상황 속에서 산후의 고통 속에서도 도끼를 휘둘러 주인공을 지키려고 했던 어머니가 배고픔이란 본능을 견디지 못하고 불 속에 주인공을 내던지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누구에게 인간다움을 배우지 못한 아이는 순수하게 짐승처럼 살아갑니다. 배고프면 손톱과 이빨, 그리고 날 선 도끼를 휘둘러 사람을 잡아먹습니다. 사람을 잡아먹는 건 나쁘다는 걸 배우기 전에 배가 굶주리면 먹는다는 본능을 먼저 알았으니까요. 이때의 주인공은 네발로 뛰어다니고 말도 제대로 못해서 으르렁거리기만 하는 게 짐승과 똑같습니다.

이 짐승을 만든 환경은 대기근으로 곡식과 사람이 말라 죽어가고, 시체가 길바닥에 널브러져 파리가 들끓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생지옥 같은 곳에서 주인공은 두 명의 사람을 만나 한 명의 인간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스님과 와카사라는 소녀입니다.

스님은 ‘아수라’라는 이름과 ‘나무아미타불’이라는 말을 가르쳐주며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주인공을 저지하고 음식을 나눠줍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간다운 마음을 깨닫고 마음의 아미타를 찾아나서는 누구나 부처님이 될 수 있다는 염불을 어설프게 따라 읊으며 아수라는 나눠준 음식을 먹습니다.

만남 이후에도 아수라는 발톱 같은 손톱과 짐승 같은 이빨로 마을을 돌아다닙니다. 아직까진 아수라에게 있어서 세상은 ‘배고프면 사냥해서 먹는다.’는 본능으로 이루어진 세상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주인공은 ‘와카사’라는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스님이 윤리적인 면으로서의 인간을 가르쳐주었다면 그녀는 사회적인 면으로서의 인간을 가르쳐줍니다.

아픈 곳을 치료해주고, 먹을 게 부족함에도 자기 것을 나누어주고, 기쁜 것, 슬픈 것, 옳고 그른 것을 가르쳐주는 그녀에게서 주인공은 만나지 못했던 어머니의 정을 느낍니다. 말도 많이 늘고 도끼 없이 두 발로 걷기도 합니다. 여기서 주인공의 세상은 와카사라는 사람으로 넓어집니다. 그 세상에 침범한 와카사의 남자친구를 해치려고 하기도 하고요.

사람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사람답게 사람들과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나가는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대기근이 지나고는 엄청난 폭우 때문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가 수해로 무너져 내리고 이어서 다시 가뭄이 이어지는 상황이 일어나서요.

배고픔이 다시 그들에게 찾아왔습니다. 이성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배고픔이란 본능에 서로 돕고 살아가던 사회는 무너지고, 먹을 걸 가진 사람을 해치는 등 참사들이 일어납니다. 이 상황 속에서 또 하나의 인상적인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와카사의 아버지입니다. 처음에 그나마 입에 풀칠하고 살 때는 자기 딸래미를 팔아서 쌀을 벌라는 말에 화를 버럭 내던 사람인데, 배고픈 걸 견디지 못하자 그때 딸을 팔지 않은 걸 후회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본능과 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장면은 뒤에 아수라가 와카사를 위해 고기를 가져오는 장면에서도 드러납니다. 주인공이 가져온 말고기를 인육으로 오해한 그녀는 끝까지 고기를 먹지 않지만 아버지는 걸신들린 듯이 먹어버립니다. 결국엔 아사할 것임을 알면서도 끝까지 고기를 먹지 않는 장면은 사람이 사람들과 모여 살아가는 면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성적인 태도를 갖추고도 사람을 베어버리고, 먹고 살기 힘든데 자기의 재산만 비축해나가는 상황은 그저 자신의 배를 채우기위해 본능적으로 사람을 먹고 살던 주인공의 태도와 대비되어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식인이 이성을 가진 사람들이 벌이는 살인행위보다 더 나쁜가?’를 보는 사람에게 물어봅니다. 마지막에 포상에 시뻘개진 눈으로 아수라를 쫓는 장면에선 굉장히 마을 사람들이 비이성적이고 역겹게 보였습니다. 그런 지옥도에서 주인공은 괴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하고요.

결국에 아수라는 불교에 귀의하게 됩니다. 나무아미타불처럼 스님이 된 거에요. 비극뿐인 삶의 매듭은 이렇게 맺어지게 됩니다. 마지막에 스님이 남긴 말이 기억에 남아요.

바다에서 태어난 생명을 앗고, 들에서 태어난 생명을 앗으며 사람은 살아간다.
죄를 등에 지고 그럼에도 주어진 명을 다하기 위해 살기위해 노력하는 것
그렇기에 이 세상은 아름답도다.

넓게 보면 사람으로서 한 아이가 자라나는 성장통이었고, 좁게보면 사람을 먹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투박하고 거친 그림체는 이 비극적인 분위기를 더해주었고 짧은 영상 시간 때문에 전개는 급한 감이 있었지만 메시지는 날 것 그대로 와 닿았습니다.

대단히 슬픈 작품이었습니다. 찝찝한 감정이 남는 것도 그렇고요. 드문드문 나오는 주인공의 짐승과 같은 울부짖음은 구슬펐고요. 번민이라고 해야할까요? 머리와 가슴이 미온의 물 속에서 서서히 끓는 기분입니다.

인상깊고, 잘 봤습니다.


여담.

네이버N스토어에서 단돈 1000원에 볼 수 있습니다.

우와 글 못쓴다.

Lv79 작은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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