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화재대피훈련 이야기

어제 기숙사에서 화재대피훈련을 했습니다.

 

 

화재 경보 방송이 나오면 물에 적신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만을 이용하여 집결장소인 기숙사 주차장으로 가야 했습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어느 학기에나 그랬듯이

그 누구도 물에 적신 손수건 같은건 하나도 가지고 나오지 않고

그냥 느릿느릿 밖으로 나오기 마련입니다.

 

 

1학년 1학기 당시 진짜로 그걸 해야 하는 줄 알고

마침 세탁을 돌리려 했던 옷가지를 적셔서 그걸로 코와 입을 막고 나와서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뭐지 저 미친놈은 하는 반응을 이끌어낸 경험이 있었기에

저도 다른거 안 들고 그냥 나왔습니다.

 

 

 

 

 

각본대로 진행되는

연기 풍기기 → 불이야~ → 소방차 도착 → 물뿌리기 → 갇혀있던 사람 구조

를 감상했고

 

 

진행될때 마다 나오는 주위에서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저거 하시는 분들도 여러모로 고생하신다고 생각했고

 

 

비가 부슬부슬 오는 관계로 이 다음 교육은 식당 들어가서 하겠다고 해서 모두들 들어갔습니다.

 

 

 

 

 

 

저번 학기 훈련 때에는 소화기와 방독면, 산소호흡기 사용법을 가르쳐주고 실습도 해봤는데

이번에는 시간이 없는 관계로 심장 압박, 소화전 설명, 간단한 프레젠테이션 정도로만 끝낸다고 했습니다.

 

 

소방대원 분께서 말씀하시다 중간에 간단한 질문을 합니다. (불이 나는걸 알았다면 제일 먼저 뭘 해야 할까요?)

물론 언제나 그랬듯이 아무도 대답하지 않길래 제가 간단히 대답했더니 (일단 신고부터 해야겠죠.)

맞다고 하면서 계속 이어갑니다. 그리고 기숙사 직원분이 슥 오시더니 명부에 이름을 적어달라 합니다.

적고 나니 5000원 이라고 적힌 상품권이 담긴 봉투를 주더군요.

 

 

실습이나 질의응답 같은걸 하면 뭘 줄거라는건 예상했던 일입니다.

사실 저번 학기 때부터 그런걸 한 학생들에게 쿠폰 같은걸 주기 시작했지요.

그 전 학기까지만 해도 훈련을 하면 다들 핸드폰 보고 있고 외국인 학생들 몇명 정도만 실습에 참여하곤 했기에

이런 잿밥이라도 넣어둬야 애들이 뭘 참여하건 말건 할거라는 판단이었나봅니다.

 

 

그때에는 학교 자치 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쓸 수 있는 3000원 어치 쿠폰을 줬는데

이번에는 액수도 늘어나고 뭔가 봉투에 담겨있는 그럴싸해 보이는 상품권인걸 보고

올ㅋ 잿밥이 좀 더 맛있어졌군 했습니다.

이런 일에 굳이 보상을 줘서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 현실에 안타까워하는건 저번 학기에 이미 했으니까요.

 

 

어쨌든 그 뒤로 저 외에 2명 정도가 그런 질의응답을 하고 상품권을 받아갔습니다.

실습용 소화기로 가져온건 안에 가루가 제대로 차 있지 않아서 레버를 누르니 가루가 스멀스멀 나오기도 하고

한켠에 세워둔 비상도구함은 훈련에 쓰지도 않을건데 왜 가져왔나 싶기도 하고...

 

 

그런거 저런거 다 생략해가면서 후다닥 훈련을 진행하고 나니

마지막 차례로 생활관 행정실 간부 분께서 무언가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우리 학교가 이 동네 시범학교로 선택되서 다른 학교에서 많이들 참관을 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거 하자고 그렇게 빨리 끝낸거였나 하고 생각하는데

아까 상품권을 주신 직원분이 외국인 학생들에게 다가가십니다.

 

 

가만히 앉아서 듣고 있던 외국인 학생 몇명에게 명부를 주고 이름을 쓰게 하고 상품권을 줌으로서

남아있던 상품권을 모두 나눠주시더군요.

 

 

 

 

할때마다 여러가지 의미로 어메이징한 화재대피훈련이었습니다.

 

 

 

 

뒷이야기)

끝나고 나서 올라와서 보니 이 상품권은 기숙사 지하의 카페에서 쓸 수 있는 5000원 권이었습니다.

참고로 이걸 써서 차액이 생길 경우 거스름돈은 없다고 적혀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