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지 많은 분들이 <로큐브>와 <천사의 3P>를 동등한 선에 놓고 보는 경우가 잦아요.
거기에 더불어서 제목 중 하나인 <3P>는 선정적인 의미를 유도시켜서 더욱 안 좋게 보는 분들도 많죠.
그 탓에 <천사의 3P>는
주연인 로리를 이용한 로큐브의 밴드화 작품이다, 라고 불려지고,
선정적인 제목 탓에 변태 같다면서 보기를 꺼려하는 분들도 많아요.
하지만, 제가 본 <천사의 3P>는 그렇게 폄하하고, 꺼려할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린이-로리-가 작품의 주인공이고, 어린이-로리-가 작품을 이끌가는 작품이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스토리, 즉 담고 있는 메세지가 심오하기 때문이죠.
사회에 도태되고만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
<천사의 3P>는 여러 인물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청자의 눈과도 같은 인물인 남주인공과,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로리 3인방, 남주인공과 동갑인 여학생 등등 다양하죠. 이들은 제각기 귀엽기도 하고, 까칠하기도 하며, 약간 멍한 인물이기도 해요. 같은 점보다는 다른 점이 훨씬 많은 인물들이죠. 하지만, 그들에게는 땔래야 뗄 수 없는 하나의 연관성이 있어요.
그건 인물 대부분은 좋든 싫든 사회에서 도태된, 즉 동떨어지고만 인물이라는 거죠. 보이지 않는 억압에 상처받고 도망치기도 하면서, 보이지 않는 억압에 맞서 싸우기도 해요. 그래서 작품을 통해 그들의 속사정과 상처받은 마음을 직간접적으로 접하고 인식하게 되죠.
작품은 그런 서글픈 난투극에 음악(로리)을 가미시켜서 순화적으로 보여줬어요. 음악을 연결고리 삼아 인물을 한 데 묶게 하여 만나게 했고, 음악을 통해 서로에게서 상처를 이겨내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어요. 그리고 음악을 통해 함께 이겨내게 해줬죠. 그렇게 하면서 작품은 보이지 않는 억압에 짓눌리고 두려워하는 인물이 자신이 외면하려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모습을 낱낱이 보여줌으로서, 감상하고 있는 사람에게 그들의 두려움을 공감하게 해주고 있어요.
사회에서도, 작품에서도 도태되고만 남주인공.
작품에서 우리는 남주인공을 통해서 상처받은 인물을 살펴보게 돼요. 직접적으로 보기도 하고, 다른 인물의 얘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알아가게 되기도 해요. 어떠한 형태로든 남주인공을 '통해'서 그들의 바람과 상처를 깨닫게 되죠. 하지만, 작품은 간과하고 있는 게 있어요.
바로, 남주인공이에요.
앞서 말했지만, 대부분의 인물은 사회에서 동떨어진 인물들이고, 작든 크든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인물들이기도 해요. 그건 우리의 눈이기도한 남주인공도 포함되죠.
남주인공은 히키코모리이에요(이건 스포가 아니에요. 바로 1화에서 알게 되니까요). 다른 인물들처럼 남모를 아픔을 간직하고 있어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을 꺼려하고, 자존감은 비정상적으로 뚝 떨어진 상태에요. 다른 인물처럼 보이지 않는 억압에 고통스러워 하죠.
하지만, 작품은 이런 남주인공의 아픔을 간과하고 말았어요. 내버려두고 말았어요. 로리(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인물)에 너무 많은 초점을 맞추면서, 남주인공의 고충과 억압으로 발생된 두려움을 다른 인물을 통해 떨쳐내고, 수동적인 태도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모습은 다른 인물과는 보다도 훨씬 멀게 느껴지게 만들었어요.
작품에서 남주인공의 고민을 표현하는 시간은 너무 적었어요. 그러다보니 고충을 드러내는 독백과 행동, 그리고 결정은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지게 되고, 남주인공에게서 느껴지는 동질감은 모래알 보다 못한 수준으로 없어지면서 남주인공의 변화하는 마음가짐과 태도는 너무나도 부자연스럽고 언짢게 느껴졌더군요.
오히려 남주인공보다 더 적게 나오는 다른 인물이, 더 적은 대화로도 자신의 감정을 여실히 잘 드러내면서 자신을 옭아매는 아픔과 그를 이겨내는 모습을 훨씬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표현했고, 공감하게 만들었어요.
그렇기에 말할 수 있어요. 이 작품의 최대 실수는 로리(다른 인물)에 너무 초점을 맞춘 탓에 한쪽으로 치우쳐지고, 남주를 멀리해버린 거라는 걸요!
제작진에게 버려지고만 불쌍한 남주 탓에 종종 몰입감을 해쳐버리면서, 주인공이 남자라도, 로리가 아니여도 조금 만 더 관심을 줬다면 좋았을 텐데하고 아쉬워하게 되네요.
나는 이미 성숙해졌어.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는 라이브.
작품 속 라이브는 굉장히 독특했어요. 시련을 이겨내는 장소로 이용되는 라이브가, 마치 시련을 이겨낸 것을 축하해주고, 보여주려는 파티 같았죠.
원래 여느 음악 애니에서 사용되는 장치인 라이브는 굉장히 무서운 단두대와도 같아요. 주인공은 홀로 서있으며, 지탱해주는 이 하나 없는 상태에서 피부로 와닿는 공기는 오직 긴장감과 압박감뿐이죠. 부담감을 이겨내기 위해 계속되는 내적 갈등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초조하게 만들지만, 그것을 이겨내고서 얻는 관객의 호응은 짜릿한 희열로 느껴지죠.
하지만, <천사의 3P>의 라이브는 그렇지 않았어요. 긴장감과 압박감이라는 건 느껴지지만, 같은 것이 아니었고. 인물 혼자서 서있는 것 같지만, 실상 지탱해주는 이 하나 없는 것은 아니었죠. 심지어 라이브 도중에는 부담감을 이겨내기 위한 내적 갈등이 또렷하게 일어나는 것도 아니었어요. 거기에 라이브를 끝내고서 느껴지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여 느껴지는 짜릿한 희열이 아닌, 성장한 인물이 관객의 호응에 녹아들면서 만들어내는 잔잔한 여운과 감동이었어요.
이처럼 <천사의 3P> 속 라이브는 여타 다른 음악 애니와는 다른 것이었어요. 그건 <천사의 3P>에서 갈등의 장치 역할인 라이브가 다른 형태로 이용되기 때문이죠.
처음부터 살펴보자면, <천사의 3P>의 작중 인물은 라이브를 통해서 시련을 넘어서지 않아요. 그러나 여타 다른 애니처럼 성장을 일으키는 원동력으로 라이브가 이용되는 건 맞아요. 흠...... 그냥 쉽게 말할게요. <천사의 3P>는 라이브를 하기 위해 행동하는 과정 속에서 인물 자신의 문제를 발견하고 직시하게 되여, 다른 이와 함께 시련을 넘어서게 되는 장치로 활용되죠. 여기에는 많은 얘기를 하게 되지만, 스포이기에 넘어갈게요.
아무튼 내용을 진행시켜서, <천사의 3P>는 라이브를 열기 위한 과정 속에서 이미 시련을 넘어섰고, 동시에 이미 인물은 내적으로(아쉽게도 외형은 똑같지만) 성장했습니다. 그러니 라이브는 자연스레 인물이 이전의 자신이 겪은 사회적(외적) 갈등을 이겨낸 모습을 뽑내는데 활용됐죠. 그래서 라이브는 여느 긴장감과 압박감은 느껴지지 않고, 인물의 성숙함을 엿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넘쳐나게 돼요.
이런 독특한 활용 때문인지, 라이브에서 매번 바뀌는 멜로디를 비롯한 가사 전반은 모두 시련을 이겨내면서 겪은 과정이 녹아들어있었서 희열보다는 시련을 이겨낸 여운을 보여주게 돼요. 그래서인지 라이브를 들으면 아픔을 이겨내고 성숙해지는 과정을 정리해주는 결말 같았고 덕분에 깊은 여운이 굉장히 상쾌하게 느껴지더군요.
심지어 작품은 라이브를 통해서 강하고, 뚜렷하게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전달하게 돼요. 인물의 아픔을 다시 한 번 새기면서, 그 아픔을 이겨낸 인물에 대해 기뻐하고 그 과정이 무의식적으로 떠오르게 되네요. 그리고 이런 라이브를 비교하면서 작품이 진행될 수록 인물의 발전하는 정도를 비교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죠.
아, 참고로 이전에 본 <복면계 노이즈> 같이 겉돌기식으로 음악을 이상하게 활용하지 않았던 점도 좋았어요. 음악에 대한 순수한 고민과 성찰은 작품이 정말 음악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이게 음악 애니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죠. 음악 애니이면서 음악을 이상하게 활용하면 정체성을 잃어버린 탓에 몰입감이 제로로 확 떨어지고 말잖아요.
세심한 디테일이 부족? 2% 아쉬운 움직임을 보인 작화.
우선 기본적인 작화는 굉장히 흡족했어요. 정말 로리를 참 잘 그려요. 어째 로리만 그렇게 매력적으로 잘 그렸는지 모르겠어요. 괜히 신사 저격 애니 아니랄까봐. 아!! 여성을 잘 그렸어요. 괜히 이상하게 말할 뻔 했네요. 여성 한정으로 마치, 루비나 자수정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 같은 눈동자와 도톰하고 윤깔있는 입술은 핣.........흠흠! 맛...... 귀여웠어요. 네, 귀여웠어요. 그리고 홍조를 띄고 있는 볼살도 캐릭터를 귀엽게 꾸며줬죠. 거기에 딱히 심각했던 작붕도 없었던 거 같았어요.
하지만, 세심한, 어떻게 보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일상에서의 디테일적인 부분은 감상을 하는데 언짢게 만들기도 했어요. 예를 들어, 기타를 치고 있을 때에 인물이 코드를 잡는 손이 가만히 있다던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는데도 금붕어처럼 입만 뻥긋되고 별 움직임도 없는 모습이 그랬죠.
별로 심각한 건 아니였어요. 그치만 신경 쓰고 싶지 않아도, 친구가 입고 온 깨끗한 하얀 셔츠에 가격표가 붙어있는 걸 봤을 때처럼 이상하게 신경쓰이네요. 예산 때문에 그렇겠지 싶지만 이런 사소한 것에 아쉬움은 어쩔 수 없나봐요.
라이브에 모든 것을 쏟아붓다.
-수준 높은 연출과 작화와 성우의 연기 정말 모든것을 보여주는 라이브-
방금 기타 코드를 집는 손의 움직임 같은 사소한 문제로 아쉬움을 토로했잖아요? 그거요? 사실 라이브에서 다 해결됩니다.
아, 앞서 라이브에 대해서 얘기했죠? 그거요? 라이브가 주는 의미에 대해서 얘기한 거에요. 지금 말하고자 하는 건 라이브 외견이거든요.
한 마디로 말할게요, 미쳤습니다. 노래도 좋고, 연출도 기가막히게 좋고, 작화도 수준급으로 좋고, 성우가 캐릭터를 잘 드러낸 목소리로 노래 부른 것도 엄청났어요.
먼저 작화부터 말하자면, 라이브에서 심벌의 떨림과 기타를 잡는 손의 세세한 움직임은 모든 게 다 자연스러웠어요. 손톱과 손가락 사이 부분의 살집을 표현하는 세세함에 놀라웠죠. 노래와 목소리에 맞춰 자연스럽게 바뀌는 입의 크기와 몸의 흔들거림, 그리고 전등의 불빛에 달아올라 생긴 땀 같은 디테일은 가히 미쳤다고 표현해도 좋아요.
또 연출도 정말 좋았어요. 사회에서 동떨어진 인물이 사회의 인물인 관객과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관객과 어우러져서 함께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연출은 그야말로 압권. 그러나 다른 점은 말하기 조금 어려워요(스포니까). 그러니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캐릭터 성우의 연기는 진짜 대단했어요. 캐릭터 목소리를 유지한 채로 노래 부르는 건 엄청 어려운 일인데, 라이브에서 성우는 캐릭터에 맞춰 시원하게, 느긋하게, 가냘프게 부르면서 캐릭터성을 잃어버리지 않았어요. 그러니 진짜 캐릭터가 부르는 것처럼 만들어줬어요. 덕분에 몰입감은 엄청 났고, 감동과 여운은 한층 강해졌다고 생각해요.
그냥 라이브는 한 마디로 모든 예산을 투자한 것 같아서 진짜 미쳤습니다.
작품 4화에서 나오는 라이브 장면이에요. 앞으로 <천사의 3P>를 감상하시겠다는 분들은 감상을 자제하셔도 좋아요! 그렇지만 보시고 나서 작품을 보셔도 크게 상관은 없을 거에요. 라이브를 하게 되는 과정이 감동적인 거지. 노래를 하는 라이브 때문에 감동적인 건 아니니까요.(보시는 건 1분 25초부터 보시면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