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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사쿠라다 리셋 보고 왔어요.

아이콘 냥마루
댓글: 6 개
조회: 2628
추천: 3
2017-10-28 04:37:02


사쿠라다 리셋을 보고 왔어요.

이 작품을 본다고 했던 게 분명 한 달 전이었는데........
정말 길고도 긴 여정이였네요!! 

다른 분들의 조언이나, 후반부 부터 재미있어질 거라는 말이 없었다면

"이런 쓰레기!" 라면서 하차했을 정도로,

저에게 있어 <사쿠라다 리셋>은

굉장히 유쾌하지 못했던 작품이에요.

그건 작품을 다 보고난 뒤인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사쿠라다 리셋 2쿨 ED입니다.)


 <사쿠라다 리셋>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먼저 하나의 간단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보죠.
정말로 아주 간단한 시나리오를요.

당신은 방문 앞에 서있어요.
방문에 걸려있는 문패에는 당신의 절친한 친구의 이름이 적혀있네요.
당신은 그 문패를 확인하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방문을 열었어요. 

당신은 친구가 이 방안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친구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방문을 열자, 친구는 없고 방안은 온갖 종류의 잡다한 책과 인형, 앨범이 널브러져 있는 거예요!
당신이 방안에 서있지도, 앉아서 쉴 공간조차도 부족할 정도로요.

그렇다고 해서 언제 올지 모르는 친구를 밖에서 기다릴 수 있는 곳도 없어요.
결국 당신에게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는 이 방을 정리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이렇게 당신은 선택지에 놓였어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방을 정리할 건가,
아니면 그냥 집으로 돌아갈 건가.

당신은 당신이 치울 필요도 없는 방을
당신의 수고를 들여서 정리하실 건가요?



아~~~~~~~~~
엄청 조잡하고, 아주 일상적이면서도
정말 엄청 간단한 시나리오네요.

그리고 이런 조잡한 시나리오가
 곧, 제가 접한 <사쿠라다 리셋>이었어요.

<사쿠라다 리셋>은
더럽고, 게으른 친구의 방이에요.

방을 소개해줄 수 있는 친구도 없고,
어디에 놓여져 있었는지 알 수 없도록 어질러진 각가지의 물건이 두통을 유발시켜요.
그리고 이 모든 걸 제가 스스로 이해해야하고 정리해줘야하죠.

 제가 원한 건 친구가 소개해주는 온전한 방의 형태였고, 친구의 재미난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사쿠라다 리셋>은 온전한 모습을 보이기 이전에
난잡한 상황에 저를 직면시켰어요.

 물건은 무엇이 어디에 놓여있고, 어떤 곳에 쓰는 건지는 하나도 알려주지 않은 채로요.
정말 불쾌할 정도예요.

그리고 여기 저기에 널브러져 있는 물건은
재미있는 만화책도, 우스꽝스러운 인형도, 재미난 포즈의 앨범도 아닌,
둔기를 연상시키는 복잡하고 두꺼운 철학책과, 피카소 그림 같은 인형과, 진지한 포즈의 앨범이에요.

정말 복잡하고, 어떠한 것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서 어지러워요.
보면서 관자놀이라도 매만지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요.




그러면 다시 이 조잡한 시나리오를 이어가보죠.

당신은 더러운 방이라도 친구를 만나고 싶기에
당신의 수고를 들여서라도 방을 정리해나갔어요.

중간 중간에 널브러진 책을 텅 빈 책장에 넣어보기도 하고,
시리즈별로 잘 정돈되지 않는 것은 다시 빼기도 했어요.
틈이 나면 인형도 맞춰보고 기뻐하기도 했죠.

대략 10분 동안을 그렇게 열심히 정리했어요.
그리고 그제서야 당신이 들어온 방문이 열리고 그토록 기다리던 친구가 들어오네요.

친구는 당신의 옆으로 쪼르르 다가와서
인사하고, 정리하는 것을 도와줘요.

친구는 당신이 정리한 것 중에
아귀가 맞지 않는 것은 빼고,
아귀가 들어맞는 것을 끼워맞춰주죠.

친구가 도와주니까,
방을 알지 못했던 당신 혼자할 때보다도
훨씬 빠르게 방은 제 모습을 찾아갔어요.

점점 깔끔해져가는 방안을 본 당신은 자그마한 여유가 생겨났어요.
그래서 친구에게 재미있는 얘기가 있으면 해달라고 했죠.

그러자 당신의 말을 들은 친구는 돌연 질문을 했어요.

"어째서 잔잔한 음악을 들었을 때 감미롭게 들리는 걸까?"

당신은 얼떨떨해하면서 대답했죠.

 "그야 감미롭게 들리니까."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 잔잔한 음악은 재미없게 들리는 음악이래.
그렇다면, 잔잔한 음악은 감미롭지 않은 걸까?"

"그냥 사람마다 다른 거 아니야?"

그리고 내 대답을 들은 친구는 작게 웃으며 당신을 향해 이어서 말했어요.

"네가 전차 선로를 따라 걸어가고 있다가 전차를 목격했어.
전차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지만, 전차 운전사가 기절해 있는 거야.
그런데 전차 앞쪽 선로를 보니 5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치일 위기에 놓였지.
그런데 다행히 네 옆에 진로 변경 장치가 있어.
그것을 작동시키면 전차는 선로를 변경하고, 5명의 인부는 살아남을 수가 있을 거야.
하지만 운이 나쁘게도 너는 다른 쪽 선로로 한 명의 인부가 일하고 있는 걸 알아챘어.
네가 만약 장치를 작동하면 그가 죽게 되겠지.
그러면 여기서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당신은 곰곰히 고민하다가 말했어요.

"다섯 명이 죽는 것보단 한 명이 죽는 게 낫겠지?"

여기서 친구가 다시 이어서 말했어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네가 육교 위를 걷고 있었어.
 그런데 육교 아래쪽 선로를 보니까 저 멀리서 전차가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이고,
 그 앞에 인부 5명이 일하고 있는 것을 너는 보게 됐지.
그런 상황에서 너는 선로에 무거운 물건을 던지면 전차가 그 물건으로인해 멈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
그리고 때마침 옆에 전차를 충분히 멈출 만한 무게의 뚱뚱한 남자 한 명이 네 옆에 있는 거야.
게다가 그 사람은 아래쪽 선로를 구경하느라 난간 위로 몸을 숙인 상태였고,
네가 살짝 밀치만해도 선로 위로 떨어트릴 수 있어.
그렇다면 넌, 뚱뚱한 남자를 밀어서 전차를 멈추고, 다섯 명의 인부를 구할 거니?"



짠~!
저의 조잡한 시나리오는 여기서 끝이에요.

망할!
제가 애니 리뷰를 쓰면서 트롤리 딜레마를 적을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아무튼, <사쿠라다 리셋>은
이런 윤리적 딜레마가 정말 많은 애니였어요.
다시 말하면 굉장히 철학적인 애니였어요.

주인공을 수많은 윤리적 딜레마 속에 빠트리면서
갈등을 일으키고, 올바른 것을 찾게 하죠,

즉, 작품은 주인공을 통해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윤리적 딜레마 속에서
주인공이 말하고 행동해서 도달한 결말은 과연 올바른가?
아니면 틀렸는가를 계속해서 되묻고 있어요.

그리고 작품은 이런 물음을 위해 주인공의 신념과,
주인공의 신념과는 대립하는 신념을 가진 인물이 서로 대치하게 하며 싸우고 설득시키게 만들죠.
이게 굉장히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기 하고, 그렇기에 설득되면 짜릿할 정도로 통쾌하기도 해요.


이제 진짜 작품을 다 본 지금의 시점으로 감상을 말하자면,
작품을 통해서 담고자하는 작품의 의도를 멋드러진 녹인 스토리는
 정말 좋았어요.

그것을 꾸며주는 멋드러진 연출과 
아름다운 OST는 가슴을 울리기도 하고,
상황의 분위기를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줬어요.
  
입체적인 인물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신념을 잘 보여줬고,
시청자가 그 신념을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게 해줬어요.

다만,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워요.
주인공의 신념을 이해하지 못하면, 더더욱 난잡해지고 말죠.

그렇기에 말할 수 있어요. 
제작진은 큰 실수를 저지른 거예요.

애니는 1화는 라노벨의 3권에 해당하는 부분이라고
갓무위키가 알려줬어요.

이 말인즉슨 가뜩이나 어려운 내용을 제작진들은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는 거예요.

이미 제시되어 있는 1권과 2권 속의 내용을
애니에서는 그냥 툭 던져주고, 알아서 이해하도록 만들었어요.

화가 진행될수록 1권과 2권의 내용을 알게 되어서 정리가 수월해지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도 험난해요.

그래서 작품을 접한 사람들은 <사쿠라다 리셋>은
참고 견뎌서 봐야하는 애니라고 해요.

확실히 견디고 나면 좋은 작품인 건 맞아요.
그런데 그게 엄청 힘들어서 그렇지..,


아, 그리고 <사쿠라다 리셋>은
에피소드가 바뀔 때마다 시간 순서가 갑자기 휙휙 바뀌면서
"갑자기 뭐지?"라고 생각했네요.

그 탓에 이전 화를 다시 보고, 시간을 확인해볼 정도로 복잡하게 느껴졌고요.
제작진이 이 복잡한 시간 차를 잘 이해시키기 위해 처음부터 과거인 3권을 썻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아휴.........






간단한 평가


,
모든 에피소드가 하나의 연결점을 가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고 비춰지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냈고
 그들의 신념을 이해하면서 공감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에피소드를 거칠 수록 뿌려지는
각가지의 복선을 모두 깔끔하게 회수한 스토리는
작가의 의도와 주제까지 잘 담아내면서 감탄이 나올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인물의 감정을 잘 묘사해준 연출과
 상황의 분위기를 잘 드러내준 OST는
인물과의 몰입을 극대화시켰습니다.

작화도 굉장히 안정적이고, 어디도 모나지 않아서
 온전히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줬고요.



다만,

아무리 좋은 연출과 OST, 스토리, 인물, 작화던지 간에
안 보게 되면 장땡입니다.

작품은 시청자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음에도
그대로 방치했으며, 볼 사람은 봐, 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사쿠라다 리셋>은 인물의 내적 심리와 갈등을 즐기는 작품이지만,
작품은 인물이 가지고 있는 신념 같은 것들을 알아가고 공감할 수 있는데까지의 기간을
제작진의 불찰로, 마치 이름과 나이만 알면 돼. 라는 식처럼 너무 짧게 담아냈습니다.
때문에 시청자는 초반에 인물의 신념을 공감할 수도, 그렇다고 상황을 이해할 수도 없는
마치 바다 한복판에서 조난 당한 배처럼 혼란에 빠지게 되네요.




평점 10점에
5점





왜케 점수가 짜냐고요?
다시 말하지만, 안 보면 장땡이니까요!

원래는 3점이나 2점 주고 싶었습니다...

만약, 제가 분기마다 챙겨보거나 했으면
엄청 욕하면서 이딴 거 안 본다고 했을 거예요.

너무 어렵고 머리를 지끈거리게 만드는 초반이
작품의 모든 매력을 잃게 만들 정도네요



제 기준으로는 10화부터 조금씩 재미를 찾아갔습니다.

그때까지 그 역겨울 정도로 심한 난잡함을 참고 견딜 수 있는 분들에게는

적극 추천할 정도로 좋은 작품이지만,

아닌 분들에게는 절대로 접하면 안 될 작품입니다.



끝으로,
사쿠라다 리셋에는 그 수많은 질문이 나와요.
그리고 그 수많은 질문을 통해 답을 도출시키는데 도움을 주죠.

다만,
질문은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을 복잡하게도 만든다는 것을 작품은 간과하고 말았다고 생각해요..

즉, 작품을 보다가 정보량 과다 섭취로 인한 객사?

인벤러

Lv78 냥마루

네이버 블로그 운영 중: https://blog.naver.com/zkdlsk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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