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여행기에서 이어집니다.
러시아 시베리아 벌판 어딘가,
바이칼 호수 근처에서 일어난 사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바이칼 호수 구경도 하고
가는길 작은 마을에 들려 먹거리도 즐기고,
그랬어야 할 여정.
하지만,
골절상에 타박상,
부서진 차와 얼어붙은 배낭까지.
우리는 반파된 차에 올라타고
눈길을 다시 헤쳐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도중에 잠시 마을에 들려
간단한 응급 정비만 받고 다시 출발.
그렇게 눈이 가득 쌓인 도시
이르쿠츠크에 도착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여행에 도움을 주신
몽골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네요.
눈에 덮힌 이르쿠츠크는 춥고..또 춥고..
5월의 날씨가 설마 이럴줄은 전혀 예상 못했기에
우리는 추위에 떨어야만 했습니다.
우선 기차역에 들려 예매해둔
모스크바 행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확인합니다.
기차역 맞은편에 작은 마트가 있네요.
그 곳에서 긴 기차생활을 대비한 먹거리를 삽니다.
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대형 생수를 샀는데,
기차에는 정수기와 온수기가 있으니 참고 하세요.
근처 레스토랑에 가서 간단한 식사를 합니다.
속도 채우고 몸도 녹이는 동안 플랫폼에 기차가 들어옵니다.
여기서 기차를 잘 타야 하는게 잘못타면
모스크바가 아닌 블라디보스톡으로 갈지도 모릅니다.
어찌어찌 시작된 기차 생활.
'시베리아 횡단 열차'
세계 기차 여행자들의 마음을 뜨겁게 만드는
버킷리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낡고 느린 기차를 타고 러시아를 가로지르며
그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 꽃을 피우며 우정을 쌓는 기회.
헌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네요.
우선 기차가 신형으로 교체되어 이전보다 빠르고,
또 티켓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시설이 좋은 만큼 룸으로 나뉘어 있어서
다른 승객들과의 교류도 힘듭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쟁의 여파로 여행하기 좋은 시기가 아니라는 것.
기차에서 보이는 것은 대부분 군인과 그 가족들이고,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아 있습니다.
중간중간 수많은 지역에 들리게 되는데,
그 때마다 많은 젊은 청년들이 기차에 올라탑니다.
확실한 것은 놀러가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
네, 소통이고 나발이고 입다물고 쥐죽은 듯이
있어야 하겠죠.
그 유명한 시베리아의 자작나무 숲과 작은 마을들을 끝없이 지나칩니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빼놓으면 섭섭한 도시락 라면.
옆 방에 탑승한 군인 가족에게 딸이 있는 듯 한데,
그 작은 소녀는 매일 우리 방 앞에서 춤을 추며 놉니다.
며칠을 그렇게 눈인사 하다보니 정이 들어 버렸네요.
하지만 만남 후엔 언제나 이별이 찾아오죠.
그 가족은 중간에 다른 곳에서 하차했네요.
대신에 시끌벅적한 발레단 소녀들이 기차에 탑승해서
기차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네요.
아마도 모스크바가 얼마 남지 않은듯 하네요.
긴 여정을 지나 도착한 모스크바.
여기저기에 각진 빌딩들이 많이 보이네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봐왔던
스탈린 스타일의 빌딩들 인가 봅니다.
몸도 좋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전시 상황의 국가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모스크바에서의 숙박은 포기합니다.
대신 쿠알라룸푸르에서 처럼
원데이 시티투어를 해봅니다.
무거운 짐들은 기차역 지하에
코인 락커에 넣어 둡니다.
(볼쇼이 극장)
(붉은 광장)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붉은 광장, 크렘린 궁, 볼쇼이 극장, 푸시킨 박물관 등
많은 볼거리를 둘러봅니다.
광장 내부는 전승절 준비로 출입이 제한되었네요.
대성당에서는 추모식이 열리고 있었고
전체적인 도시 분위기는 조금 가라앉은 듯 합니다.
대성당 앞에서 촬영중인데,
한 귀여운 소녀가 다가와 말을 걸어옵니다.
대화는 통하지 않지만 열심히 번역기를 돌려봅니다.
그 때 소녀의 아빠로 보이는 (대충 효도르 같은 분)
건장한 남자가 다가와 뭐라뭐라 합니다.
(제가 먼저 말걸은거 아닌데요...)
바짝 긴장했는데,
어찌어찌 웃으며 인사하고 헤어집니다.
모스크바에서는
공유택시 앱(얀덱스)을 이용해서
이동하면 저렴하고 편하게 이동 가능합니다.
러시아 최대의 단점은 국제 사회의 경제제재로 인해서
카드 사용이나 ATM출금이 어렵다는 점이었죠.
다시 기차역으로 돌아와
상트페테르부르크 행 기차에 탑승합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이하 상트)
소련시절에 레닌그라드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도시로,
러시아 제국 시절의 수도였으며, 러시아 제 2의 도시이기도 하죠.
러시아 서부에 위치하며,
유럽의 관문이라고도 불려서
펜데믹과 전쟁 이전에는 수많은 여행자들이
이 곳을 거쳐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기도 했습니다.
북유럽 핀란드로 이어지는 철로가 있는데,
원래라면 그걸 타고 이동해야 겠지만,
지금은 철로가 막혀 있기에 다른 루트를 찾아봐야 합니다.
우선은 상트에 가서 생각해 봐야 겠네요.
몸이 정상이 아니라서 쉬면서 생각을 해봐야 겠습니다.
러시아의 기차역은 이름이 조금 난해합니다.
모스크바에 여러 기차역이 있는데 모스크바 역은 없습니다.
모스크바에 있는 레닌그라드스키 역에서 기차를 타면
레닌그라드(상트 페테르부르크)가 목적지인 기차에 탈 수 있죠.
반대로 상트에 있는 모스콥스키 역에서 기차를 타면
모스크바가 목적지인 기차를 타게 되는거죠.
처음엔 헷갈리는데, 이것도 곧 적응 됩니다.
상트에 도착하기 전에 기차에서
숙소부터 예약을 해둡니다.
보통 해외 여행시 잘 모르는 곳이라면
싸고 저렴한 숙박보다는
글로벌 체인 호텔로 예약을 합니다.
안전하기도 하고 대부분 교통이 용이한 장소에 있으며,
무엇보다도 시설이 깨끗하기 때문이죠.
혼자라면 게스트하우스도 방법이 되겠지만,
일행이 있다면, 조금 더 보태서라도
체인 호텔을 추천합니다.
3성급만 되어도 가성비 좋고 머물만 한데,
이비스가 그 중 한 곳입니다.
혹 여유가 된다면 4성급 노보텔도 좋은 선택이죠.
5성급에 머물 여유가 된다면 더 따질것도 없겠죠.
우린 가난한 여행자이기에 이비스로 정해봅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짐을 두고 밖으로 나옵니다.
유럽과 가까운 상트에는 유럽문화가 섞여있고,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가 있습니다.
러시아라기 보단 북유럽과 동유럽이 섞인
다국적이고 이국적인 분위기가 매력적 입니다.
발트해와 네바강이 만나는 지점에 있어
더 다양한 자연풍경을 선사하기도 하죠.
(예카테리나 궁전)
(성 이삭 성당)
(에르미타주 미술관/궁전 광장)
(카잔 대성당)
상트에서 절대 빼놓아선 안되는 볼거리를 둘러봅니다.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에르미타주 미술관.
러시아 제국의 황궁, 예카테리나 궁전,
성 이삭 성당과 카잔 성당 등
다양한 볼거리를 둘러봅니다.
(밥보다 중요했던 아(이스)아(메리카노))
상트에는 한국인 교민들도 많이 살고 있습니다.
덕분에 여러곳의 한식당을 찾을 수 있습니다.
최대 번화가인 네브스키 대로 근처에서
'밥집'이라는 한식당을 찾았는데,
이 곳에서 그토록 마시고 싶던
제대로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파네요.
가격도 싸서 한식과 함께 들이켜 봅니다.
그리고 숨겨진 한식 맛집도 있는데,
'엄마네'라는 이 곳은 러시아 유학생의
어머니께서 밥해주러 오셨다가 아들은
한국으로 귀국하고 본인은 이 곳에서
한국 식당을 차렸다는 유명한 곳입니다.
맛있게 잘 먹고 여러 정보도 얻습니다.
하지만, 몇가지 음료는 꼭 찝어서 말하고 싶네요.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해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철수를 했고, 그로 인해 비워진 자리는 러시아의
비슷한 기업이나 제품들이 채워져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코카콜라 같은 탄산음료와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이 대표적인데요.
탄산을 좋아하는 일행이 탄산음료를 몇번 샀는데,
살때마다 미묘한 그 맛에 놀라곤 했습니다.
콜라는 달기만 했고, 과일탄산음료는 칵테일 같았죠.
실제로 술 마시는게 아닌가 싶은 맛이 나더군요.
커피는 훨씬 심각했습니다.
나름 커피 마니아이고 카페인 중독이라
커피를 찾아 다니는데,
러시아 곳곳에 스타벅스가 빠져나간 자리에
스타스라는 러시아 브랜드가 들어가 있었죠.
스타스는 내부 인테리어나 시스템, 심지어
직원들마저도 스타벅스 그대로 인계된 듯 싶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메뉴가 다르다는 것!
말이 통하지 않지만 중국과는 달리,
"아이스 커피, 아메리카노, 노 슈거" 정도는 통하더군요.
덕분에 받아든 아아를 들고서 신나서 한모금 크게 들이켰는데,
이게 뭔... 극불호하는 민트의 맛이 목을 타고 쫘악~
가서 물어보니 민트아이스블랙.
(민트?민트? 커피에 민트으으으~?!)
(친절하게 재주문을 도와주며 한참 웃던 두 직원 분)
러시아에서도 먹는 사람이 없는건지
직원도 절 보며 한참 웃더군요.
그래서 "아이스 커피, 노 슈거, 노노노노 민트"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서로 웃으며 재주문 했습니다.
재주문한 커피에는 하트가 뿅뿅이라 잠시 설레였네요.
러시아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가라앉아 있지만,
상트의 분위기는 너무나 평온했습니다.
러시아 내에서의 한국인에 대한 인식은
나름 우호적이라 느껴졌으며,
특히 상트 곳곳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은
매번 우리에게 먼저 인사를 건내기도 했죠.
국경이 완전히 닫힌건 아니지만,
유럽과 러시아간 출입이 이전만큼 쉽진 않다고 합니다.
가장 빠른 루트였던 우크라이나 이동이 불가한 상황.
핀란드 헬싱키로 우회하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핀란드러시아간 기차가 중단되면서
국경을 넘기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새로운 정보를 수집해서
에스토니아 탈린으로 가는 버스가 있음을 확인 합니다.
러시아 이반고로드에서 국경을 넘어
에스토니아 나르바로 들어가는 루트 입니다.
유럽이 유럽연합으로 묶이면서
유럽 내에서의 여행은 무척 쉬워졌습니다.
국경이 열려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작 유럽연합 내로 들어갈 때엔
이전보다 더 철저한 심사가 이뤄집니다.
항공을 통한 접근은 오히려 쉬운데,
전시 중인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들어가는건
생각보다도 더 어려운 도전이었습니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버스 터미널)
야간 버스를 타고 상트 터미널에서 출발합니다.
잠들고 일어나서 도착하면 좋겠지만,
국경 검문소를 거쳐야 하기에
잠을 자기도 쉽지 않습니다.
1차 검문소, 2차 검문소를 거쳐
국경 검문소에 도착합니다.
다행히도 러시아 출국은 쉽게 통과 합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에스토니아 입국사무소로 향합니다.
도중에 같이 탑승한 한 외국인이
우리일행에게 무언가를 부탁합니다.
본인이 짐이 많으니 하나만 대신 들고
입국해 달라는 부탁.
'누굴 빙다리 핫바지로 보나'
이런거 들어주면 절대 안됩니다.
과도한 친절이나 친근한 접근도
해외 여행에서는 항상 주의해야 하죠.
에스토니아 이민국사무소에서 검문이 시작됩니다.
여긴 엑스레이 같은거 없이 모든 짐을
테이블에 다 꺼내서 하나씩 살펴 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임국 심사.
심사관이 한국인이 맞냐고 물어봅니다.
'아.. 우리가 BTS처럼 생기진 않았죠.. 죄송합니다..'
여행중이라고 계획을 설명하니
다른 심사관이 다가와 짐도 들어주고
엄지 척도 해주며 응원까지 해줍니다.
우린 무사 통과 했는데,
아까 우리에게 짐을 부탁했던 외국인이
통관에 문제가 생겨 붙들려 있습니다.
특이하게도 이곳은 다른 것보다도
담배나 술 같은 관세품을 더 엄하게 취급합니다.
결국 그 외국인은 물품을 압수당하고
한참 뒤에서야 버스로 돌아옵니다.
그렇게 버스는 밤을 내내 달려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으로 향합니다.
*모든 여행은 허가된 곳으로만 다닙니다.
출입 금지 구역이나 위험 지역은 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사건사고는 언제든지 생길 수 있으므로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생각만큼의 쓸모는 없지만)
여행자 보험은 필수로 들어둡니다.
* 이 여행 이야기는 유튜브
'신피디럽트립 ShinPD Luvtirp' (@shinpd042)
에서 영상으로 감상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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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영상에 질문 남겨주시면 답변 드리겠습니다.
추가로 영상도 글도 싫으신 분들은
본 여행기를 웹툰으로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제가 그린건 아니지만 심심하시면 보세요 ㅎㅎ
네이버 웹툰에서
'세 얼간이의 유라시아 육로 횡단 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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