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세계는 인간을 공격하는 AI 로봇들이 활개 치는, 황폐한 세기말입니다.
주인공 아카네는 폐품처리장 한켠의 판잣집에서 로봇과 함께 조용히 살아가고 있죠.
그러던 어느 날, 깊은 잠에 빠져 있던 그녀는 밖에서 들려온 폭발음에 잠에서 깨어나 집 밖으로 나섭니다.
8월 7일 출시된 1인 개발 게임, 아르티스 임팩트(ARTIS IMPACT)의 이야기입니다.

▲의욕 넘치는 신입 사원 아카네
아카네는 아-리트라는 기관에 소속되어 임무를 수행합니다.
미궁과 가상세계를 조사하는 임무부터 시작해, 영향력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지죠.

조작 방식은 키보드 방향키와 Z, X, W, SHIFT 키 정도로 대부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좌측 상단에 뜨는 메인 임무를 따라가면 뭘 해야 할지 헤맬 걱정도 없죠.

▲이러한 모션들을 1프레임 단위로 직접 그렸다고 합니다
전투는 턴제로 진행되며 대체로 단순합니다. 아카네를 따라다니는 봇이 턴마다 힐을 주기 때문에, 너무 강한 상대가 아닌 이상 무난하게 이길 수 있고, 레벨도 몹 한두 마리 잡을 때마다 오르는 수준입니다.
커맨드도 일반 공격 및 방어, 기술, 아이템 사용으로 구성되어서, 전투를 어렵게 만들지 않으려는 의도가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모션이 쫀득하고 타격감이 찰져서 좋았고, 전투에서 승리했을 때 춤을 추는 모션도 재미있었습니다.

던전을 탐색하다 보면, 간혹 미지의 상대가 대놓고 등장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요.
이걸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당연히 지금 수준으로는 잡을 수 없는 엄청 센 보스가 등장했고

펀치 몇 방 맞고 저세상으로 가버렸죠.


▲어라... 데자뷰인가...
그런데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저장을 해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나중에 레벨이 많이 올랐을 때 다시 찾아오고 싶게끔 만든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 배경은 암울하고 삐뚤어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경찰관은 아카네를 음흉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예쁘장하게 생겼잖아? 번호 좀 물어봐'라며 쑥덕거리고

기관의 남자 동료는 '여자는 집에서 밥이나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데요'라는 말을 대놓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카네는 감정 소모를 하는 대신 묵묵하게 자신의 할 일을 수행하며, 때로는 웃음으로 승화시킵니다.
그 덕분인지 그녀의 주변에는 호의적이고 친절한 사람들도 많죠.

아카네의 성격을 잘 알 수 있는 일화로, 육지로 잘못 점프해서 올라온 거대한 연어를 다시 물속으로 던져준 적이 있는데요.

'저 정도 크기의 연어라면 꽤 값이 나갈 겁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곧 풀이라도 뜯어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라며 봇이 지적하자

아카네는 냉큼 눈앞에 보이는 풀을 뜯어 '좀 먹어 볼래?'라며 농담을 건네죠.

아카네의 동료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까 여자를 대놓고 무시하던 남자 동료가 임무에서 중상을 입고 복귀하자
'어머니가 너를 알아보시던?'이라며 티배깅을 하죠.

이처럼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가볍고 유머러스한 분위기가 강합니다. 문득 저도 이런 여유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기에 일본 만화 같은 연출이 곁들여져 재미를 더해줍니다. 일본어가 자주 등장해서 일본 게임인가 했는데, 말레이시아 개발자 혼자서 4년 동안 만든 게임이라고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순정 만화 개그 코드의 느낌도 많이 녹아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개그 자체가 재미있다기보다는 하는 짓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온다고 할까요.
실제로 맵을 돌아다니다 보면 랜덤한 이벤트가 매우 자주 발생하는데요. 이러한 이벤트를 하나하나 발견하면서, 소소한 일상 이야기를 보는 걸 좋아하는 분들께 제대로 취향 저격이 아닐까 싶네요.

▲그날 인류는 떠올렸다...
아르티스 임팩트는 시리어스와 유머러스가 공존하는 가운데, 정성이 잔뜩 들어간 도트 아트 그래픽과 모션 연출들을 감상하는 맛이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카네가 절망적인 상황들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기대되는 게임이기도 하죠.
그녀를 따라다니는 봇조차 '동료들을 버리고 도망치는 것이 가장 높은 생존율을 보장합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철저하게 이성적인데, 과연 아카네는 끝까지 인간으로서의 감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녀의 여정을 끝까지 따라가보면서 확인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