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2
무료화 되었다는 소식조차 모른채 무언가에 홀린듯
피시방에서 스타2가 무료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저는 생전 처음 스타2를 키고 들어가게 되었죠
물론 스타1도 안해본 유저인 저로서는 당혹스러웠습니다.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정확히 말하면 스타1은 영 안해본것은 아니지만 친구들과 빠른무한만 중학생시절에 했던지라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거기다 종족은 오직 테란 하나뿐..그런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답조차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였습니다.
피시방 야간 알바를 하고 있는지라 새벽에는 시간이 널널해요 물론 게임은 못하지만 동영상을 보는 정도는 가능했습니다.
거기서 우연히 스타2 프로게이머 명장면 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보게 되었고 입을 벌리고 감탄한채
솔직히 뭐가 뭔지도 모르겠지만 의례 그렇듯 매드무비들이 엄청난 장면들을 연출하며 전투씬을 잡아주는 모습에
매료되어가고 있었죠.
그렇게 다음날 컴퓨터와 1:1을 하던저는 APM이란 개념에 대해 처음 알게되었고 초급을 이긴후 200정도가 나오는 것을 보며 '나 의외로 재능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우쭐한 생각을 하게 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몇판뒤 중급한테 개쳐발린 후에 시발
잘못된 생각이란걸 알게 되었지만 말이에요
아무튼 중요한건 스타2라는 게임에 점점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하루정도를 컴퓨터 중급과 머리끄댕이 잡으며 싸워 어려움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고.
3일정도를 어려움과 싸웠고
더 어려움에서 어려움으로 강등되기를 2차례
이제는 더 어려움 난이도 10승 달성 이라는 업적이 눈 앞에 뜨자 뭔가 내심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지나가 컴퓨터 정예등급을 상대로도 승률이 70프로 이상 나오더군요(뉴비입니다. 이해좀요..)
치터등급은 구경도 못했습니다. 생각보다 요구하는 경험치가 높더라고요 듣기로는 사용자설정에서 만날수 있다지만;
귀찮아서 안해봤어요
그쯤되니 뭔가 사람이랑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제 뇌피셜로는 친선전은 뭔가 엄청나게 잘하는 사람을 만날 것 같고 순위전은 제 실력에 맞춰서 상대를 내어줄 것 같았습니다.
제 계획은 순위전 한두판을 개떡발리면 알아서 MMR이 폭풍 하락할테니 브론즈등급을 내어주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였죠
그렇게 매우 긴장한 채 첫 경기를 하게되었습니다. 제 종족은 테란이였고 상대방은 저그였죠.
초보를 위한 강의#1 뭐 대충 이런 제목을 하고 있는 유튜브 동영상 같은 것들을 봐서 그나마 바이오닉이 할만하다고 판단해서 무난하게 바이오닉으로 조합을 맞추고 의료선 본진드랍으로 일꾼들 죽이고 하다 보니 이상하게 이겨버렸습니다.
이겼어요 이상하게
그것도 상대방이 패드립을 뱉고는 나가더라고요
뭐지..? 내가 뭘 했나? 왜 항복하고 나가는거지? 라는 생각이 일순 들었지만 아 브론즈는 아닌가보다 라는 생각에 뭍혀
금방 사라졌습니다.
두번째 판은 나름 치열했습니다. 상대방은 프로토스였어요
도대체 업토스가 뭔진 모르겠지만 대기실 전체 채팅창의 분위기가 프로토스 약해영 힝힝 하면 조상 대대로 욕을 먹을 분위기였기에 프로토스가 강력하다는 것만 대충 눈치채고 긴장하고 있는 상태였죠.
그런데 이번에도 2/2업 되어있는 해병 의료선 불곰+해방선 조합으로 이기게 되었습니다.
엘리전 비슷하게 되었지만 제 멀티하나가 날아가는 동안 저는 상대방 멀티와 본진을 털고 있는 상황이라 GG치고는 나가시더군요.
짜릿했습니다. 이게 승리라는건가 싶기도 하고 일주일간 기초부터 탄탄히 하자는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해주는 것만 같았죠
그런데 문제는 3번째 판에서 일어났죠
시작할때 닉네임과 종족이 보이잖아요?
거기에 무슨 금박테두리가 있는겁니다. (이게 뭔지 모르겠어요 골드 테두리인가요? 롤처럼?)
속으로는 '아 ㅈ댓다' 이러고 있었지만 내심 혹시..이길수도 있지않을까? 라는 생각도 있었죠
현실의 벽은 높더군요 테란 미러전이였습니다.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해병조차도 몇기 없을때.
무슨 수를 썻는지 겁나빠른 해방선이 경고음을 못들은 제 귀와 눈을 지나쳐 본진의 일꾼을 다 터트려 버렸고
제 병력의 3배는 되어보이는 바이오닉부대가 가난해서 구성조차도 제대로 갖춰주지 못한 제 부대를 삼켜버리는 것으로 게임이 끝났습니다.
그냥 변명할 것도 없이 개발렸어요 진짜로
그렇게 GG 라는 2글자를 채팅창에 치고 나가는데 뭔가 멍-하더군요
그렇게 게임을 끝내고 병력가치 그래프를 보면서 '리플레이나 봐야겠다 어떻게 한건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바코드 닉네임을 가지고 계신 저를 생선가시 바르듯 발라버리신 그분에게서 귓이 왔습니다.
'혹시 뉴비임?'
그래서 전 대답했죠
'네..시작한지 이제 일주일 좀 넘었어요'
그러자 그분이
'지금 시간댐?'
라고 하시는 겁니다. 마침 쉬는 날이기도 했고 그때가 시간이 새벽3시였는데 전 밤샐 생각으로 피시방에 있었던지라
상관없다고 했었죠.
그러자 파티초대가 오더니 대충 눈치껏 받은 저는 어디론가 납치되었습니다.
그러자 방금판의 리플레이 더군요.
배속과 정지 슬로우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봐요 여기서 왜 해방선에 털렸을 것 같아요? 정찰이 전혀 없어서 그래요 반면 제 일꾼은 이 시간대에 정찰을 왔죠?'
이런식으로 하나하나 세세하게 알려주시더군요.
뭔가 속성과외를 받는 기분이였습니다.
그렇게 약 15분 정도되는 강의를 듣고는 '정말 감사합니다..뭣도 몰랐는데..' 라는 말과 함께 배운것에 대해 생각해 보려는 찰나에...
'가긴 어딜가요? 이제 시작인데.'
'?"
'이번에는 마스터티어 프로토스랑 이긴거 보여줄게요 잘봐요.'
'??'
그렇게 불곰 컨트롤 업그레이드 방법 최적화 이런저런 빌드,대처법 등등 셀수도 없이 많은걸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3시간 동안이나요.
솔직히 좀 지치긴 했습니다만 나름 재미있었어요. 어디가서 이런 경험을 하겠냐 싶기도 했고 와..진짜 여긴 고인물을 넘어서 썩을물로 향해서 뉴비만 보면 핥으려고 하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 바코드 닉네임을 가지고 계신분의 본캐 티어는 그마라고 들었습니다. 일부러 간간히 내려와서 시찰(?)중이라고 하시더군요
찾을수도 없고 친추도 되어있지 않아 혹시라도 보실까 하는 마음 반 이러한 노력을 하고 계신게 한두분이 아닐텐데 라는 마음 반 이런저런 마음이 섞여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고인물 여러분 이제 여러분의 도움으로 컴퓨터 정예등급을 상대로도 승률 100프로를 찍어가는 뉴비가
이번 주말에 한번 배치를 받아볼까 합니다. 아직 몇판 남았어요.
뉴비에게 접대겜 하시는 분들도 그 방법이 틀렸다는 건 아니에요. 솔직히 무작정 발리는데 게임에 흥미느낄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이런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한사람 한사람 붙잡으라는 소리가 아니에요 그저 개인적인 생각이기는 하지만 이길때의 쾌감보다는 뉴비가 성장해나가는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타2 생각보다 재미있어요
오늘도 좆투충 양산을 위해 분발하시는 모든분들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