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또 어떻게 생각해 보면 아찔했던 경험 얘기를 해드리겠음. (음슴체가 딱히 편하진 않지만 트렌드인 거 같아서) 때는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 비가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쏟아지던 여름의 문턱이었음. 대학교 2학년 1학기의 기말고사가 끝나고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랑 한양대 앞에서 열심히 놀다가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가는 방향이 비슷한 친구 한 명이랑 같이 택시를 잡기로 했음. 참고로 둘 다 남자. 시간도 시간이거니와 비가 정말 억수같이 쏟아졌기 때문에 택시를 잡으려는 사람은 많았고 우산 하나를 나눠 쓰고 열심히 손만 흔들던 둘 앞에 약간 후줄근한 택시가 와서 섰을 땐 정말 운이 좋다는 생각만 들었음. 무뚝뚝한 기사한테 말한 행선지는 강남, 대치동 부근. 한양대학교 앞 유흥가에서 출발했으므로 그대로 왕십리역 쪽으로 빠져 무학여고, 성수대교를 지나가는게 가장 빠르고 또한 상식적인 코스이고 택시 기사는 처음에는 그 코스대로 갔음. 무사태평인 친구놈은 뭣도 모르고 창밖이나 보고 있는 중에 나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음. 근거는 다음과 같았음. 첫째.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데 불필요한 곳에서 무리한 차선변경을 한다. 사실 택시기사들 중에 운전 험하게 하는 사람이 많긴 함. 하지만 무언가 다른 느낌이었음. 그 사람들이 자기 실력을 믿고 필요에 의해 난폭운전을 한다면 이 놈은 운전 자체가 서투르다는 느낌. 3m 앞도 제대로 안 보일 정도로 비가 쏟아지는데 성동구청 언저리 커브길에서 2차선씩 휙휙 바꿀 때의 그 느낌이란; 둘째. 기사의 태도. 운전 도중에 핸드폰을 자주 꺼내들었고 (시간을 확인하는 것으로 보였음) 탔을 때 행선지를 물어보지도 않았으며 라디오도 틀어놓지 않음. 과연 이 놈을 택시 기사라고 불러줄 수 있나 싶을 지경. 이 때까지만 해도 단순히 '이놈 수상하네'정도의 레벨이었지만 여기서 결정적인 사태의 진전이 있었음. 무학여고에서 조금 못 미쳤나 조금 지났나 아무튼 그 언저리에서 이놈이 갑자기 샛길로 우회전을 할 기미가 보임. 옆 차선에서 차가 오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지만.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는 생각. '아 이놈이 뭔가 꿍꿍이가 있구나' 무사태평에 길치인 친구놈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멍하니 앉아있고 ㅠㅠ 그렇다고 사태를 설명하자니 '왜 그러는데'라는 소리만 들을 것 같고 내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면 기사놈이 차를 안 세우고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 버릴 것 같았음. "아 돈이 모자랄 거 같네. 그냥 여기 세워주세요." 택시기사는 쓰윽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차를 오른쪽으로 꺾어 무학여고가 위치한 블록을 빙빙 돌기 시작. 그러면서 어디론가 전화를 함; 무학여고 인근은 상점가가 아니라 그런지 그 시간이면 참 깜깜함... 마침 저 앞에 불이 환하게 켜진 GS25시가 보였고 왠일인지 택시기사놈이 차를 세울 기미를 보임. 거기서 긴장의 끈을 풀지 않은 것을 참 다행이라고 지금도 생각함. 편의점 처마 밑엔 그 비가 오는 와중에 나시티 하나만 입은 덩치 큰 형님이 서 있었고 택시가 가까이 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도로 쪽으로 걸어나옴; 차가 서고 그 덩치가 다가오기까지의 그 짧은 시간. 미리 주머니 속에서 세 뒀던 돈을 집어던지듯이 주곤 문을 팍 열고 친구에겐 차도 쪽 반대편 문으로 내리라고 하고 바로 내림. 덩치는 차에서 내리는 나랑 친구를 슥 보더니 바로 택시에 타고 떠남... 단순히 기우였다면 좋았겠지만... 택시기사의 수상쩍은 행동이나 덩치의 등장 타이밍을 보면 도저히 그놈들이 선량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음... 만약 그 때 차 안에서 조금 더 어물쩡거렸거나 친구가 인도 쪽으로 나오려고 했으면 어떻게 됐을까는 정말 상상하고 싶지도 않음... 요약: 택시조심하세요 택시. 간혹 범죄자가 섞여있어서 정말 위험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