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찾와왔을 때는 충분히 슬퍼하라.....
이 세상 끝까지 함께 걸어가자고
이제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길은 갈렸다.
침묵이 이어졌다.
돌이킬 수 없는 그러나 귀중한 침묵이었다.
우리의 몸 전체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잊고 서로를 껴안으면
다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다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똑같은 일이 생긴다.
더 혹독하고 더 괴로운 형태로 벌어지리라는 것을 알기에
우리는 손조차 마주 잡을 수 없었다.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다만 마음속은 갈가리 찢어져 피가 맺힐 정도였다.
요시모토 바나나 / 왕국
하고 싶은 말들은 너무 많지만,
우리들의 시간이 이미 다 지나가버렸다는 걸, 알고 있어요.
달콤한 나의도시 중에서
나를 사랑한다고 믿고 있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미안해, 내가 실수를 했어" 라고 말하는 걸 듣는 것 , 그런 게 인생이다.
전화를 잘못 걸어온 사람이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군요" 라고 말하면,
"괜찮습니다. 그럴 수도 있죠"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것,
그런 게 인생 아닌가.
안나가발다 /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사진첩에서 사진을 내렸고
비밀클럽 하나를 폐쇄했으며
핸드폰에 입력돼 있던 이름을 지웠다.
그러나 머리에, 가슴에,
담긴 것들은 어떡해야 하나.
난.감.하.다.
실연, 그후
내가 잃은 건 네가 아니라
자.신.감.
오요나 / 내 방에는 돌고래가 산다
슬픔은 머물지 않는다.
슬픔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을 때조차
슬픔은 조금씩 흘러가고 있다.
어쩌면 머무는 것은 슬픔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다.
떠나보내야 할 것들을 떠나보내지 못하고 잡고 있을 때
우리는 계속해서 슬픔 속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것은 잃어버린 것을 인정하느니
차라리 슬픔 속에서 살겠다는 마음과 같다.
왜냐하면 슬픔 속에서는 적어도 투정하고 울고
그리고 그가 되돌아오리라는 기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슬픔이 찾아왔을 때는 충분히 슬퍼하라.
그리곤 그 슬픔을 놓아 주라.
그러면 당신은 슬픔이 남기고 간 선물들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선물은 다름 아닌 우리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는 기억과
그 기억들을 소중히 간직하는 법,
슬픔을 서로 나누는 법과 사람과 인생을 사랑하는 법
그리고 인생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이다.
김혜남 / 어른으로 산다는 것
웁시다
슬프면 슬픈 만큼,
아프면 아픈 만큼
힘들면 힘든 만큼 웁시다
하늘도 우는 날이 있는데
바다도 폭풍이 부는 날이 있는데
가진 것 하나 없는 우리가
어떻게 기쁜 일만 생기는 삶을 살 수 있겠습니까
펑펑 웁시다
슬프면 슬픔이 다하도록
아프면 아픔이 다하도록
힘들면 괴로움이 다하도록
펑펑 웁시다
그러고 나서 다시 웃읍시다
비갠 하늘이 더욱 더 맑고 푸른 것처럼
폭풍이 지나간 바다가 더욱 더 깨끗하고 투명한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삶에 감사하며 서로를 위해 웃읍시다
이제 다시 울지 않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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