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이런 류의 글을 쓸까 말까 글을 몇번이고 지웠지만 도저히 여태껏 쉴드를 쳐왔던 자신이 부끄러워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Neo-Classic?
트오세가 대놓고 지향하고 있는 포맷은 2000년대 MMORPG 춘추전국시대 갓흥겜들의 포맷입니다. 사실 LOL과 피파, 서든 과 같은 장르의 게임이 지배적이었던 2010년대 이전엔 스타크래프트라는 갓겜이 있긴 했었어도 MMORPG가 강세였죠.
어찌되었건 트오세는 테일즈위버와 라그나로크의 아류작 소리를 들을 만큼 두 게임의 장점을 차용했고 유저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도 충분했습니다. 적어도 초기에는 말이죠.
헌데 좋은 플랫폼을 갖춰 놓고 구체적인 운영은 2010년 양산되었던 똥망겜들의 수순을 그대로 밟아버렸으니 결국 게임이 산으로 가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를 들면,
1. 레벨업 시스템의 괴리
여기서 말하는 레벨업 시스템은 반드시 200~300이 넘는 고렙구간까지 막힘 없이 술술 풀려야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애초에 레벨링 설계 자체가 그들이 엔드컨텐츠라고 이야기하는 닥사를 유도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160구간까지는 퀘스트만 깨더라도 레벨링이 충분하도록 만들어놓고 정작 그 이후엔 오픈베타 기준 만렙이 280임에도 1렙업하는데 날을 잡고 사냥만해야될만큼 헬구간을 만들어놨습니다. 이게 반드시 나쁘다고 할수는 없지만 굳이 이런 특정 구간 자체를 이런 식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었냐는 이야깁니다.
애초에 컨텐츠 소비속도를 늦추고 싶었다면 처음부터 닥사와 퀘스트를 병행하게 했더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겁니다. 예컨대 레벨 15에서 20퀘스트를 받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닥사를 해야하고 그 닥사의 구간이 지겹다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컨텐츠(15렙제 카프리 아이템을 주는 장소가 사냥터가 된다면 템파밍과 더불어 레벨링을 한다는 클래식 MMORPG의 플랫폼을 따라갈 수 있었겠죠)를 넣어놓는 방식으로 설계를 했었다면 특별히 160구간 이후가 문제되지 않았을 텐데 그 전까지를 그냥 죽 달리게 만들어놓고 갑자기 정체구간이 생겨버리니 유저들이 적응을 못하게 되죠.
또 아이템 시스템의 문제도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쓸만한 아이템이 게임 전체를 통틀어 몇개가 안됩니다. 아직 오픈베타인걸 감안하더라도 말이 안되는 수준입니다. 기본적으로 사냥의 목적 중 하나인 레어템 드랍이 몇몇 보스몹과 인던에만 고정되어 있다보니 필드 사냥이 지루할수밖에 없습니다. 경험치도 쥐꼬리만큼 주고 가끔씩 떨어지는 레어템의 희열도 없다면 무슨 자신감으로 닥사를 엔드컨텐츠라고 이야기하는지 이해가 안될 따름입니다.
요는 어떠한 목적에서든 유저들의 레벨링을 너무 쉽게 설계하고 싶지 않았다면 초반 구간부터 체계적인 레벨링 시스템을 갖추어 놓던가, 아스가르드처럼 헬구간의 설정이 필요했다면 적어도 그 구간이 너무 길지는 않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너무 극과 극으로 갈리는 레벨링 부분에서 괴리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2. 말도 안되는 부분유료화 아이템
아무리 부분유료화가 정석이 되고 게임에 조금씩 과금하는 문화가 익숙해졌다곤 하더라도 현재까지의 트오세의 TP상점은 말 자체가 안됩니다. 헤어 코스튬이 3만원에 달하는 금액? 동네 미용실가서 현실 머리 하더라도 3만원은 안받습니다.
사실상 정액권에 해당하는 토큰도 별다른 기능이 없는데 그렇다고 구매를 안하자니 게임 이용이 불편한 상황입니다. 요컨대 토큰을 사서 불편한 게임 진행이 편해지는 게 아니라 여전히 불편한 데 그래도 좀 낫다는 느낌인거죠. 1:1 거래가 안되게 해놓은 것은 던파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데 솔직히 트오세의 게임 플랫폼 자체가 마켓 시스템과 어울리는지 조차 의문입니다. 토큰 시스템을 통해 이윤창출을 위해 억지로 끼워맞췄다는 생각밖에 안들거든요;
경험치권의 경우도 애초에 앞에서 언급드린 헬구간에서의 사냥이 정말 오랜 노가다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활용한다는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또 모르겠습니다 만렙이 280인 게임에서 1업을 위해 2만원씩을 투자하실 분이 있다면)
다크에덴처럼 배율템이 많아서(이걸 긍정적으로 보는 건 아니지만) 효율이 돈값어치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머리에 총맞은 가격설정으로밖에 안보이네요.
3. 밸런스와 끊임없는 버그
하하맨이라는 웃기지만은 않은 단어가 생겨나고 인던 파티에선 링커와 힐러가 귀족 대접을 받고 아처는 묵묵히 고행의 길을 걷고. 이런 현재의 분위기 자체가 반드시 나쁘다고는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어느 게임을 가더라도 약간의 효율성 차이로도 소외받는 클래스가 생기고 환영받는 클래스가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근데 이놈의 게임은 애초에 대놓고 편애를 하고 있다보니까 문제가 됩니다. 단순히 클래스의 성능만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 설계조차도 무슨 양손검만 오지게 떨어집니다. 당장 마켓열고 아처계통이 쓸수 있는 아이템과 하하맨이 쓸만한 아이템을 비교해보시면 답이 나올 겁니다(혹시나해서 말씀드리는데 필자는 하하맨과 아처계통 둘 다 플레이했습니다)
사실상 밸런스 문제는 앞으로 개선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버그의 경우엔 심각합니다. Neo-Classic이라고 2000년대 초반 게임의 핵이랑 버그까지 그대로 가져온건지 뭔지 말도 안되는 버그의 악용과 게임 진행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렉, 서버 상태등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ㅆ망입니다. 예컨대 필자의 경우 부케 육성을 하는 와중에 지하감옥 3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에서 위치렉이 하루동안 안풀려서 게임 진행자체를 못한 적이 있습니다.
Open world?
트오세가 지향하고 있는 두 번째 표어가 바로 오픈 월드입니다. 일랜시아나 라그나로크의 느낌을 살려서 유저들이 단순히 레벨링 외에도 재미를 가질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고, 정형화된 틀 자체를 거부하겠다는 이야기인데요. 이 단어 생각해 낸 IMC 관계자 제가 만나서 일기토 신청하고 싶습니다. 템 드랍 X, 코스튬이나 콜렉션의 필요성 X, 쓸데없이 많은 맵에서 그대~~~~~~~로 반복되는 퀘스트 양식. 어디가 오픈월드라는 건지요..?
개발자들은 클룡인들과 짝짝쿵해가면서 눈귀입 싹닫고 지들 갈길만 가는 와중에 어디가 대체 열려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열려있는 문이 있다면 게임 접고 현실세계로 돌아가는 게이트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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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쓰고 싶은 말들이 많았는데 괜히 분탕질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저도 이전까지 징징충들 떠나면 정상적인 게임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입장에서 제 글이 불편하신 분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른 의견 이야기하셔도 괜찮습니다. 이런 단점들에도 트오세만의 장점을 발견하시고 게임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굳이 말리진 않겠습니다.
다만 단순히 인벤의 흔한 물타기 수준이라 생각했던 제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피부로 와닿는 개줮망운영에 혀를 내두를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