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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 도시 록소나는 잔뼈 굵은 모험가들도 꺼려하는 곳이었다. 강한 몬스터들은 차치 하더라도, 석화의 저주와 그 저주에 당해 자신의 몸이 서서히 굳어가며, 그 무력하고도 끔찍한 절망의 표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서있는 수많은 석상들은 그 자체로 지옥도의 한 장면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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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움직임이 있다는 보고를 받고 근처 망루에서 주변을 살핀지 하루가 지났지만, 가끔 지나가는 몬스터들과 내 옆의,언제부터 이 망루를 지켰을지 모를 석화된 병사 하나가 내가 기록한 것의 전부였다. 오보였나 싶던 그때 장인의 거리에서 밝은 빛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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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그닥터 한명이 소각으로 근처를 불태우고 있었다. 새부리 가면을 쓴 그...그녀인가? 그 닥터의 주변엔 이미 숯처럼 검게 탄 몬스터들이 쓰러져있었다. 주변의 몬스터를 모두 정리한 닥터는 화염방사기를 내려놓고 소독기를 꺼내 자신의 몸을 소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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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뒤쪽에 쓰러져있던 몬스터 하나가 슬그머니 일어나 공격을 하려 했고, 난 그 몬스터를 화살을 쏴 제압했다. 닥터는 뒤를 돌아보고 당황한듯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난 클로킹을 해제하고 앞으로 나왔다.)
-이곳에 저 말고 다른분이 계실줄은 몰랐네요. 구해주셔서 감사해요.
(새부리 가면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알아듣기 힘들었지만, 닥터가 여성이란것을 알수 있었다. 닥터는 장인의 거리 가운대에 있는 폐가로 나를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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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의 지하에는 실험실에서나 볼법한 온갖 기구들이 즐비했고 이곳에 오래 머물렀는지 곳곳에 생필품들과 빨래감들이 쌓여있었다. 빨래감들을 안보이는 곳에 던져넣을때 닥터는 여전히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보이는듯 싶었다.)
-...누가 올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서 정리를 안했더니..
-왜 이곳에 있냐고요?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이쪽으로 오세요
(닥터를 쫒아가니, 석화된 석상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방이 나타났다.)
-록소나 석화의 저주는 기원부터 그 파훼법까지, 알려진것이 없어요. 다들 피하기 바쁘죠.
-...전 이 저주를 풀고 싶어요. 이곳에 머물면서 석화에 내성이 생긴 몬스터들을 해부하고 약을 제조하는 중이에요.
-...하지만 제가 얼마나 버틸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새부리 가면으로도 석화의 저주를 완전히 막을수는 없더군요.
(닥터가 두꺼운 장갑을 벗자, 회색빛을 띄는 손끝을 볼수 있었다. 손을 어루만지는 닥터의 얼굴은 가면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손과 목소리로 그 표정을 짐작할수 있었다.)
-당신도 이곳에 오래 있다간 저들처럼 굳을지도 몰라요. 전 걱정 마시고 돌아가세요.
(석상들이 가득한 방에서 나오며, 책상 위의 실험기구들 사이에 있는 자그마한 액자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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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 속에는 밝게 웃는, 플레이그 닥터 옷을 입은 여성과 갑옷을 입은 남성 소드맨이 있었다. 그리고, 석상들의 방에서, 난 그 소드맨을 꼭 닮은 석상을 본것 같았다.)
ㅡ성게 문학 - 어느 스카웃의 수기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