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리니지빠가 바라보는 디아블로3의 비극...

디아블로3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벌써 한달이 다 돼 가는 군요. 그리고 모두들 아시는 것처럼 지금은 망해가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서버 불안정에 이은 해킹 및 자동사냥 등장, 거기에 마지막 마지노선인 아이템 복사 버그와 아이템 증발현상까지 말이죠. 그야말로 최악이라는 최악은 다 등장하면서 망트리를 타고있습니다.

 

그러나 디아블로3의 이러한 최악의 상황에 대해 리니지빠로서 한 말씀드리자면, 매우 안타깝다 입니다.

 

디아블로3 등장 전의 리니지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보신 분은 아시겠습니다만, 게시판의 글들이 온통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했었습니다. 반면에 엔씨의 리니지 운영에 대해선 예를 들자면, (다른 게임에 신경 쓰느라 또, 프로야구단에 신경 쓰느라) 5 년여가 지나도록 리니지엔 제대로 된 업데이트조차 없었다라는 점이라든지, 게임의 밸런스를 파괴하는 과도한 캐시템이나, 정상적인 유저의 수자보다 더 많은 자동사냥을 처리하지 않고 있는 엔씨에 분개하면서 차라리 리니지가 (디아블로3 때문에)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자조의 목소리조차도 적지않았습니다.

 

재차 언급하지만, 리니지유저들은 진심으로 디아블로3가 잘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렇다고 디아블로3나 블리자드사가 좋아서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리니지를 홀대하는..., 리니지유저들을 개 뭣같은 봉으로 아는 엔씨에 절망해서, 그 반발심으로 그랬던 것입니다. 요컨대 디아블로3가 성공하면 엔씨가 정신을 차리고 리니지와 그 유저들에 더 신경을 써 줄 거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던 거죠.

 

그렇습니다. 디아블로3가 휘청거리고, 블리자드사의 이미지가 퇴색되면서 리니지유저들의 엔씨에게로 향했던 원성과 비판의 목소리도 어느새 사그라들고 말았습니다. 더 비극인 것은 엔씨가 그래도 운영은 잘 한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인벤 등, 게임웹진 게시판에서 간혹 보여진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들이 아셔야 할 것은 리니지유저들은 절대로, 아주 절대로 저런 이야기, (엔씨가 그래도 운영은 잘 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 운영이 개판인 것이 어찌 엔씨가 운영은 잘 한다로 귀결될 수 있단 말입니까?

 

어쩌면 지금, 엔씨에선 디아블로3의 비극적 상황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디아블로3의 비극이 엔씨에겐 희극으로, 그러나 리니지유저들에겐 아쉬움이 되고 마는 이 비극..., 리니지빠로서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리니지빠가 바라보는 디아블로3의 비극...

 

글 서두에서 말씀드린 서버불안정, 해킹 및 자동사냥, 아이템 복사버그 등은 리니지에서도 많이 일어났던 일입니다. 리니지를 플레이하셨던 분들은 잘 아시겠습니다만, 리니지의 존폐가 걸렸던 대형 사고들은 꾸준히 발생돼 왔습니다. 그럼에도 리니지가 지금까지 살아남아 순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배경엔, 철저하고도 강력한 그리고 재빠른 사후 대처 때문입니다.

 

아이템 복사버그나 대규모 해킹 등의 문제는, 특히나 현거래가 활발한 게임의 경우엔 한 순간에 게임이 폭파되는 상황과 직결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철저하게 대비해도 100 프로 완벽할 수 없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사후 대처가 그 얼마나 중요한 지는 두말하면 잔소리인 것이죠.

 

수년 전, 리니지에서 발생했던 중국발 대규모 해킹 문제의 경우를 보자면, (중국의 해커들이 리니지 서버를 공격해 유저들의 아이템을 마구 인챈트로 날려버린 사건입니다.) 엔씨에선 과감하게 인정하고 나섰습니다.

 

"유저 여러분은 잘못이 없습니다. 우리 게임사에서 잘못해 발생한 일입니다. 해킹 당하신 모든 분들의 아이템을 철저하게 조사해 모두 복구해 드리겠습니다."

 

아데나 (리니지의 게임화폐)복사 문제가 발생했던 때도 그랬습니다. 문제가 발생하자 마자 곧바로 다 압류해 버렸습니다. 아덴을 복사한것으로 의심되는 계정은 물론이고, 그 복사 아덴을 받고 장비를 넘겨준 정상적인 거래 유저 조차도, 또 중계사이트에서 현금으로 복사아덴을 산 유저도 압류해 버렸음은 물론, 심지어 아덴복사 범인이 마을에서 땅바닥에 버리고 다닌 아덴을 (복사아덴인 줄 모르고) 집어먹은 유저들의 계정조차도 싹 다 압류해 버렸습니다. 일단은 그러고 나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선의의 피해자, 억울하게 압류된 피해자에 대해선 압류를 해제해 준 것이죠.

 

그러나 블리자드사는 지금 어떻습니까?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하게 대비하지 못했음은 물론, 사후 대처시스템조차도 제대로 구축해 놓지 않았지 않습니까? 황당한 거죠. 게임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특히나 디아블로3처럼 공식적으로 현거래를 전면 허용한 게임이 사후 대처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 놓지 않았으리라고는 그 누구도 (더구나 게임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우리 대~한민국 유저들에겐 더욱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기에 말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리니지유저들은 이 부분(사후 대처)에 있어선 엔씨를 믿습니다. 내 잘못이 아닌 이상, 나의 아이템을 게임사에서 100 프로 책임져 준다라는 확고한 믿음 말입니다. 그러나 이 믿음은 하루아침에 이루어 진 것이 아닙니다. 무려 십 수년이란 세월 동안에 차곡 차곡 쌓아 올려진 믿음과 신뢰입니다. 이건 (리니지로 하여) 게임 아이템이 곧 현금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우리 대~한민국의 게임 역사가 만들어 낸 빛나는 유산인 것입니다.

 

따라서 디아블로3의 사태는 어쩌면 일어나야 할 일이 당연하게 일어난 것이라고 봐야 옳습니다. 블리자드사를 보자면 게임 아이템 현거래 역사의 흐름상, 이제 막 걸음마 단계라고 봐야 합니다. 그러므로 유저가 가지고 있는 아이템의 중요성이나 소중함을 머리로는 알지만, 가슴으로는 모를 수밖에 없다는 거에요. 경험해 보지를 않았을 테니...

 

반면에 엔씨사는 리니지를 운영하면서..., 수많은 우여곡절과 가시밭길을 거쳐오면서 유저들 한명 한명마다의 해당 아이템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가치인지를 뼈저리게 절감 수 있었던 거죠. 그런 이유로 해킹이나 아이템복사 등, 문제에 있어서 마치 미친늠처럼, 미친듯이 사전에 철저하게 대비를 합니다. 만약에 발생할 지도 모를 급박한 사태에 재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 거기에 더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미친늠처럼 사후 대처 복구시스템도 강력하게 구축해 놓습니다.

 

그렇다고 엔씨가 운영을 잘 한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잘 하지는 않지만, 아주 못하지도 않는다 그런 거죠. 예를 들자면, 아이템의 소유권은 게임사에 있다는 약관조항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여전히 현거래를 전면 금지하고 있죠.

 

글 마무리합니다.

 

현재 시점에서 보자면 블리자드사의 디아블로3 현거래 전면 허용이라는 승부수는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전 대비나 사후 대처에 있어서 현거래를 전면 허용하고 나설 수준에 도달하지 아니하였음에도 겁도없이 뛰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엔씨의 경우를 보자면, 현거래를 전면 허용해도 좋을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현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현재 수준의 대비나 대처책으로는 100 프로 자신할 수 없다라는 자체 판단도 포함될 거라고 봅니다. 말하자면, 똑같은 일이 벌어지더라도 즉, 현거래 금지 게임보다는 허용 게임에서 발생하는 해킹이나 복사 문제가 게임사에 더 큰 타격을 입히는 것은 물론, 책임의 범위도 더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죠.

 

끝으로 리니지빠로서 블리자드사에 바라는 것은, 이 난국을 잘 대처해 극복했으면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저들이 노력해서 얻은 아이템을 현금가치로 인정했다라는 블리자드사의 마인드> 자체가 사라져 버리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선 블리자드가 엔씨보다 낫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블리자드사는 많은 걸 깨달았을 거라고 봅니다. 엔씨에선 십 수년 전에 이미 깨달았던 그 것들..., 그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거죠.

 

*** 유저들은 현금, (캐릭터와 아이템)을 게임사의 금고, (서버)에 맡겨두고 있다. 게임사는 금고지기이다. 유저들의 현금을 지켜주지 못하는 게임사는 게임을 서비스할 자격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