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가 워크시절부터 쭈우욱 이어져서 근 30여년이 다 되어가는데 장수한 게임이니만큼 스토리텔러가 바뀌면서 설정변경이 심하게 일어납니다.
예시로 가장 많이 들리는게 호드 쪽 설정인데, 워크1~2시절만 하더라도 호드는 불타는 군단급의 악역이었음. 재해석의 여지가 없는 그런 절대악이었죠. 그러다가 스랄이 등장하고 신생호드가 생기고나서부터 구 호드와 신생호드의 선긋기가 본격화됩니다. 즉, 호드의 성격을 설명하는데 있어 재해석의 여지가 없던게 있을 수 있다는 식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크리스 멧젠 체제하에서 그런 기조를 유지하던 호드의 성격은 그가 은퇴하고 나서 더 심하게 요동치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이는 크리스 멧젠과 후임 스토리텔러의 세계관 이해 차이로 보이며, 스토리에서 세부설정의 중요성을 기계로 비유하자면 컴퓨터의 부품 하나가 바뀜으로 컴퓨터 전체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과 같음.
후임이 틀렸다고는 안해요. 다만 추구하는 바는 다른지 확실히 호드에도 어느정도 배정되었던 도덕적 정당성이 상당 부분 상실되었습니다. 예를 들자면 역병폭탄 사용이 있죠. 최근에 블자가 페미 논쟁 등으로 인해 정치적 올바름을 꽤 추구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와우는 얼라이언스와 호드 간의 대립을 골자로 하는 게임입니다. 제가 볼 때는 양쪽 다 옳아야 한다는 쪽으로 스토리를 짜면 머리가 아파오니 차라리 얼라가 선, 호드를 악 이라는 간단명료 이분법적 체계로 회귀하려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제가 생각하는 이런 사례가 군단 스톰하임서 겐과 실바나스가 싸웠고 이로 인해 겐과 실바나스에 대한 도덕성 논쟁이 터진 일입니다. 그 때 저는 겐의 편이었고 많은 얼호 유저들이 여기서 많은 논쟁을 했습니다. 옳았네 마네 하면서요. 근데 이 논쟁에 공식소설을 써서 쐐기를 박은게 다름아닌 블자에요. 저도 겐을 편들긴 했지만 단순히 실바나스에 대한 복수심을 긍정하기 때문이었지, 알고보니 실바나스도 스톰윈드를 칠 생각을 했다 식의 서술을 블자가 쓸줄은 몰랐거든요.
다만 이러한 설정변경은 기존 각 진영의 성격을 이해하고 플레이 해오던 유저들에게 있어 좋은 소식은 절대 아닙니다. 막말로 내가 애정을 담아온 진영이 한 확장팩만에 음모와 통수를 기꺼이 치는 악당으로 설정이 바뀌면 기분 참 더럽겠죠. 특히나 스토리 덕후들에 있어선 거의 신성모독 수준일거라 생각됩니다. 판다리아 때까지만 하더라도 거의 존재감 없던 얼라이언스와 호드 각 유저들이 여기를 포함해 인터넷 등지에서 싸우기 시작한 일도 이러한 설정변경이 기원이 되었습니다.
즉, 모든 것을 블자가 조작한다면 역게에서의 토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글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