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블리자드가 그 정의라는거에 집착좀 안했으면 좋겠음

스타2 이후로 블리자드가
그 정의로움이라는 요소에만 너무 많이 집착하는거 같음
이때문에 모든 캐릭터가
정의롭냐? 정의롭지 않냐? 라는
단편적인 기준 하나로 성향과 행보가 결정됨.

스타의 경우엔 스1때는
광활한 우주라는 공간에서
서로 나름의 적자생존을 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구도를 잘 잡았고
그렇게 다양한 방식의 생존과
이에 따른 다양한 방식의 악역이 있었기에
짐 레이너나 태사다르라는 선역 또한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음.
캐리건 역시 감염되기 전에도 정의롭진 않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현실적이었고
감염 후엔 악녀가 되었지만
오히려 정의롭지 않았기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다는 아이러니가 있었음
그 외 듀갈 알다리스 등등 역시 입체감이 있었고

워크는 워크 2까지는 오그림이라는 인물에게
결국 침략자이지만, 자기 종족에겐 영웅이라는
양면적인 묘사가 부여됬고
워크 3는 아서스라는 인물로
선악의 기준 자체를 모호하게 뒤틀면서 카타르시스를 증폭시킴

즉 정의로움에 집착하지 않고
그 캐릭터의 독자적인 가치관을 각각 던져주고
이런 서로 다른 가치관이 충돌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유저와 함께 찾아가는 매력이 있었음

반대로 스타 2는 멩스크와 아몬은 정의롭지 않고
나머지는 정의롭다는 단 하나의 기준으로
모든 캐릭터의 성격이 결정됨
즉 캐릭터가 스토리를 풀어나가는게 아니라
개발진이 의도적인 메세지와 함께 스토리를 정해버리는 셈임
게임의 스토리가 모두
'정의는 승리한다' 라는 메세지를 던지기 위한 선전물로 전락해버렸지
그래서 캐리건이라는 캐릭터가 뒤틀려버린거고
캐리건이라는 입체적인 인물을
선악이라는 1차원의 공간에 억지로 쑤셔넣었으니
당연히 캐릭터 자체가 모순덩어리가 되버렸음.

디아3 역시 마찬가지였음
물론 확장팩의 말티엘은 그래도 괜찮았음
간만에 나온
선악의 개념으로 쉽게 단정지을 수 없는 캐릭터였으니까
다만 인게임상 그 입체감을 연출이 따라가지못해서
결국 배경설정을 모르는 사람들 눈엔
그저 타락한 악역이 되버렸지만

결정적으로 와우도 그 행보를 그대로 따르는 중임.
물론 리분까지는 괜찮았음
왜냐? 워크3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그대로 갖다 썼으니까
게다가 나름 각자의 분위기도 잘 살렸다고 생각함
대격변은 조금 아쉬웠지만
판다리아는 정말 좋았다고 생각함.
워크3의 도움 없이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많이 풀어놨고
7개의 죄악이라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입체적인 기준들로
샤오하오, 천둥왕, 가로쉬라는 캐릭터를 풀어나갔으니까

하지만 드군부터 캐릭터들이 너무 평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함
나쁜놈
나빴는데 착해진놈
착했는데 나빠진놈
착한놈
딱 이 4가지에 모든 캐릭터를 끼워맞출 수 있음
단순히 이런 요소를 갖는다가 아니라
이런 요소들만 갖고, 나머지 성향은 다 버려졌음
당연히 드라마틱한 캐릭터 묘사가 있을 수가 없지

RPG라서 어쩔수 없는거라고 변명하기엔
일단 나즈그림 한명으로 반박이 가능함

그리고 그 문제가
실바나스라는 캐릭터에서 완전히 터져버렸음
실바나스를 그냥 나쁜놈으로 그려놓고
인터뷰에선 착한놈이라고 변명함.
그 정의로움 하나 말고
실바나스라는 캐릭터가 갖는
나아가 언데드라는 종족이 갖는 필연적인 모순
그 모순이 실바나스에 의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
그 고민이 전혀 느껴지지 않음.

실바나스가 그래서 왜 싸우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곧 실바나스라는 캐릭터를 정의하는데
결국 싸우는 이유는 절대악인 고대신 때문이고
고대신은 모든 세력과 생명의 적이고
따라서 실바나스는 무조건적으로 정의롭다.
너무 단순하지 않음?

적어도 가로쉬는 자신의 정의가 누군가에겐 악행이었고
그렇기에 나즈그림같이
명예를 위해 정의로운 유저들과 싸워야 하는 아이러니가
그려질 수 있었고
의심, 공포, 절망, 분노, 교만 등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마찬가지로 같은 과정을 거쳤으나 완전히 다른 인물이 된
샤오하오와 천둥왕과는 또 다른 캐릭터가 될 수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