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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공개된 간수의 모델링, 그리고 컨셉아트와 디자인의 차이점

아이콘 Yutornia
댓글: 11 개
조회: 6022
추천: 4
2020-05-02 21:27:34


얼마전 어둠땅 확장팩에 쓰일 나락의 '간수' 모델링이 공개 되었습니다.

공개 직후의 반응은 꽤나 호불호가 갈리는 모습인데요.

단순히 디자인이 좋냐 안 좋냐의 문제보다는,
'어째서 기존에 공개된 이미지와 생김새가 다른가?' 에 대한 논란이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걸 좀 설명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게시판 성격과 딱히 맞아 보이진 않지만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고, 그 생리를 어느정도 알고 있는 입장에서 설명을 좀 하고자 합니다.


1. 컨셉아트와 디자인의 차이.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영화 같은 '보여지는' 콘텐츠는 항상 세 가지 과정을 거쳐서 제작됩니다.

기획 - 실행 - 보정
의 세 과정이죠.

이 과정을 거치는 가장 궁극적인 이유는 '자금의 낭비를 없애기 위함' 입니다.
드라마를 촬영한다고 가정 해 볼께요,

배우에게 대사까지 다 짜서 넘겨 줬어요.
촬영감독이 현장을 진두지휘 하는 중 입니다.

그럼 그냥 그대로 배우들에게 연기 하라고 지시하고 촬영 들어가면 될까요?

어거지로 할 수는 있겠지만 이런 경우 십중팔구 10컷을 촬영하면 7컷은 다시 찍습니다.
다시 안찍고 원테이크로 뽑아버리면 조명 톤이 안 맞든, 잡음이 섞여 들어갔든, 배우들 시선이 안 겹치든, 서로 다른 감정이 담겨 있는 등 십중팔구 망합니다.

재촬영은 현장에 있는 모든 스텝들의 인건비, 메모리, 베터리, 체력, 시간 등의 자원을 소모하게 됩니다.

배우마다 스크립트를 이해하고 머릿 속에 그려낸 연출방식이 다 다르고, 현장의 스텝들 역시 이해하고 있는 바가 전부 제각기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런 낭비를 없애기 위해서 스토리보드라는 과정이 중간에 개입 합니다.
중심을 잡고 있는 연출자가 하나 따로 기용되는 것으로 모든 배우와 스텝들이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림으로 그려진 연출 지시사항이 하나 생겨납니다.

물론 사람의 생각은 전부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이미지를 보고도 해석하는 방향은 달라지지만, 어느정도 통일되는 구간이 생기겠죠. 

그럼 10번 찍어서 7번 재촬영 들어가던게 10번 중에 2번만 재촬영 할 수 있게끔 낭비가 줄어드는 것이죠.

이와 같이 캐릭터의 디자인도 한번에 뚝딱 뚝딱 하고 그려버리는 게 아닙니다.

1차적으로 컨셉아트를 그리고, 그렇게 나온 컨셉아트들 중 괜찮은 것들을 몇개씩 추려 공통사항을 걸러 낸 뒤에
2차적으로 디자인으로 다듬는 과정을 거칩니다.
3차적으로 완성된 디자인을 기반으로 모델링을 작업하는 거죠.

보통은 스케치 몇개 쓱싹 쓱싹, 스케치 중에 쓸만한거 채색 쓱싹쓱싹 이 정도의 과정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데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건 그냥 기본인 거고 체계라는 개념 안에 들어가지도 않아요.

게임 내의 스토리, 세계관, 설정, 디자인, 컨셉아트 같은 것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획이라 합니다.
그리고 공개된 저 간수의 모델링은, 기획 과정을 넘어 서서 실행과정의 결과물 인 것이죠.



초기에 공개된 원화는 이런 느낌입니다, 분명히 완성된 모습과는 차이를 보이죠.
원화의 느낌이 더 멋지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고, 완성된 모델링을 더 멋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뭐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컨셉아트는 항상 필연적으로 디자인으로 다듬어지는 과정 중에 변합니다.

예시로 옆동네 게임의 컨셉아트와 디자인을 비교 해 드리겠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 나오는 '파이크'의 컨셉 아트 입니다.



그리고 이게 최종적으로 완성된 디자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모델링이죠.


많이 달라졌죠?

하지만 잘 살펴보면 마냥 달라지기만 한 건 아닙니다, 어느정도의 유사성을 가지고 있죠.

간수의 경우 푸른 빛의 창백한 피부색, 사슬, 뾰족한 모양의 장신구라는 키워드가 공통사항이고
파이크의 경우 뱃사람 같은 느낌의 복장, 흑인, 뼈를 활용해 만든 무기와 장신구 라는 키워드가 공통 사항이죠.

이 공통 키워드가 핵심입니다.

컨셉아트라는 것은 일종의 '가안' 이미지입니다.

기획팀에서 이런식으로 피부는 창백하고 장신구는 뾰족하고 사슬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무시무시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컨셉 아티스트는 이 키워드에 맞춰서 여러가지 '가안' 이미지를 내 놓습니다.
쉽게 말하면 컨셉아트라는 과정은 특정한 어떤 '느낌' 에 가까운 이미지를 구체화 하는 과정이라 볼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와 컨셉아티스트의 근본적인 차이가 여기서 드러납니다.

컨셉아트는 '느낌', 말 그대로 '컨셉'을 표현하기 위한 그림이고

디자인은 그렇게 뽑아진 컨셉아트 중 '실제 프로젝트에 사용 될 그림' 으로 정리하는 그림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많이들 오해하고 계시는 부분이 캐릭터 디자이너 같은 직업들은 캐릭터를 직접 만든다고 오해하는 부분이죠.

컨셉 아티스트에게 '아티스트'라는 명칭이 붙는 이유와 디자이너에게 '아티스트'라는 명칭이 붙지 않는 이유도 이걸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몇 가지 키워드만 가지고 자기가 스스로 생각해서 뭔가를 창작 해 내는게 컨셉아티스트,
창작된 가안 이미지를 기반으로 실제 프로젝트에 쓰일 수 있도록 규격화를 해 내는 게 디자이너의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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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현실

원론적으로 컨셉 아티스트와 디자이너는 분명히 서로 다른 영역에 있는 직업입니다.
같은 디자이너 끼리도 캐릭터 디자이너, 프랍 디자이너, 텍스트 디자이너, 로고 디자이너, 건축 디자이너 등등 같은 명칭을 공유하지만 하는 역할이 완전히 달라 서로간의 영역에 뛰어들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하는데

명칭부터 다른 컨셉아트와 디자인이 어떻게 같을 수가 있겠어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직 많은 게임업계는 이 두 직업군을 완전히 분리하지 못하는 곳이 많습니다.

그래서 생겨난 직업이 뭐냐면,

'게임 원화가' 입니다.

일반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접할 때 컨셉아트와 디자인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 모델링이 공개됐을 때 왜 컨셉아트랑 다르게 생겼냐고 따지고 드는 근본적인 이유가

이들을 컨셉아티스트나 디자이너로 소개하는게 아니라 '게임 원화가'로 소개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하면 게임원화가는 컨셉아트와 디자인을 둘 다 하는 합쳐진 직종이거나, 둘 중간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직종입니다.

어지간히 큰 회사가 아니고선 이 직업군을 분리하지 않고 기용하죠.
심한 곳은 일러스트, 컨셉아트, 디자인을 '그래픽' 이라는 한 파트에 묶어버려서 전부 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분명히 전부 다른 일인데도 불구하고요.

그래서 대중적인 인식은 게임회사에서 그림으로 그려서 뭔가를 해먹는 직업은 분명히 원화가가 맞는데,
블리자드 같은 큰 회사에선 컨셉아티스트와 디자이너가 분리되서 작업을 했으니,
원화랑 모델링이 달라 괴리를 느끼는 겁니다.

사실은 이 방식이 정석대로 제대로 파이프라인이 굴러간 경우인데,

우리나라 3N회사들이 과거에 작업한 원화를 보면 모델링이랑 거의 흡사합니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젝칼리온 컨셉아트 입니다.
여기서 보이는 게임 원화가들의 고충이 뭐냐면,

상위에 보이는 컨셉아트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컨셉아트는 저렇게 정면, 측면 이미지라던지 장신구 디테일이라던지 이런걸 설계하는 직업이 애초에 아닙니다 (...) '느낌'을 살리는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거죠.

저런식으로 수학적 설계를 하는 직업은 디자이너가 해야 하는 일 인 것입니다.

그런데 게임 원화가가 둘 다 하고 있죠 (...)



게임 원화 기반으로 제작된 모델링입니다. 거의 다르지 않죠?

이게 좋게 말하면 게임 원화가들의 '능력이 좋은 것' 이고,
나쁘게 말하면 캐릭터의 완성 과정이 '비 체계적' 인 것입니다.

국내에 런칭되는 게임들이 대부분 최적화 문제를 달고 사는 이유도 이런 문제점이 한 몫 합니다.

컨셉아트->디자인->모델링의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실제 모델링으로 완성 했을 때 소모되는 데이터 용량의 문제, 모델링을 애니메이팅 시키킬 때 리깅을 박아두는 효율적인 구조까지 고려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게임원화->모델링을 다이렉트로 꽂아 버리는 이런 과정에선
일단 원화가가 설정 세세하게 짜 줬으니까 그대로 모델링을 올려버려야 하는 구조라서 사용되는 폴리곤의 갯수라던지, 애니메이팅 연산과정의 메모리 과다사용이라던지 하는 낭비가 심합니다.

고려하지 않고 만들었으니까요.

그러면 결국 이 문제는 프로그래머들의 몫으로 돌아가 버리는 거죠 (...)

천만다행인 점은 데스크탑 등의 유저 하드웨어 성능이 매 해 기하급수적으로 좋아지고 있고, 동시에 런칭 이후에도 프로그래머들이 최적화를 신경쓰면서 후속과정을 거쳐주기 때문에 최적화가 좀 덜 된 상태로 런칭을 했어도 결국 밖에선 데스크탑의 성능이 금새 스펙을 뛰어 넘고, 안에선 프로그래머들이 어떻게든 문제를 조금씩 해결하는 과정이 2중으로 겹치면서 어금새 굴러 갈 수 있다는 것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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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결방안

아쉽게도 이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방안은 딱히 없습니다.

첫 번째로 이미 게임업계는 이런 구조로 직무가 고착화 된지 오래됐습니다.
그러니까 게임 원화가라는 직업이 가진 역할이 이미 그런 것으로 인식이 끝나 있다는 뜻입니다.

두 번째로 트랜드가 점점 빨라집니다.
빠른 기획, 빠른 완성, 빠른 출시, 빠른 피드백...세상 모든 유저들이 원하는 사항들이죠.
게임 업계는 트랜드를 잡고 흔들어야 합니다, 한 발 늦게 내면 망해요.

유튜브마 봐도 옛날엔 예능 프로 한시간 짜리도 다 참고 봤지만 요즘은 유튜브 영상 하나에 30분 넘는거 보시는 분 계세요? 이미 5분~10분 내외의 영상이 집중력이 가장 높게 유지된다는 통계적 그래프까지 공식처럼 만들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세 번째로 탄탄하게 만들지 않아도 수익을 내는 게임이 너무 많습니다 이미.
그렇게 욕하는 양산형 모바일게임들이 그렇게 많은 욕을 얻어 먹으면서도 기어코 계속 튀어나오는 근본적인 이유가 돈이 되기 때문이죠.

오랜 시간 탄탄한 과정을 거쳐 만든다는 얘기는 곧 그만큼 많은 자금을 들여 제작한다는 구조고, 그만한 수익을 내지 못하면 리스크가 너무 커져버린 현실이 와 버렸습니다.

그 와중에 대충 표철해서 대충 뚝딱뚝딱 만들고 한탕 치고 빠지는 게임들이 옆에서 승승장구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제작자들 입장에서 얼마나 한탄이 나오겠어요.

가시밭길을 가지 않아도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증거가 매일 매 시간 매 초마다 증명이 되고 있는데
명작이라는 타이틀 하나를 위해 그걸 전부 감수할 만큼 큰 멘탈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Lv76 Yutor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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