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20분 부터
Q. 한밤 얘기가 나왔으니, 지금 커뮤니티에서 아주 뜨겁게 떠오르는 질문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 코든 씨, 부탁드립니다.
네. 우선, 저희 질문을 받아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영향력’이나, 요즘 담론이 얼마나 획일화 되는가에 대해서도 공감이 갑니다.
저는 뭐 거대한 인플루언서는 아니지만, 제 플랫폼이 커지면서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다 보면
정말 모두가 같은 주제의, 비슷한 영상을 만드는 현상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되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제가 사과를 드려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지난주에 ‘ 다음 Xbox 가 어떤 형태가 될까’ (what the next Xbox is going to look like) 라는 보도를 냈었는데
혹시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기사에서,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예시로 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커뮤니티에서는 거기에 ‘음모론’이 붙어서, 지금의 한밤 디자인 변화 —
전투 애드온 제한, 스킬 통합, 힐러 차단기 삭제, 인지 부하 감소 (판단 부담 줄이기), 같은 것들이—
“콘솔 진출을 위한 단순화 작업이다”, “게임을 ‘대중화’ 하려고 깎고 있다”는 식으로 해석되고 있거든요.
혹시 이 부분, 즉 한밤의 디자인 철학이 그런 방향을 의도한 건지, 아니면 단순한 추측인지를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A.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완전히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게 사실이라면) 숨길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만약 저희가 지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콘솔로 출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작업 중이라면, 그건 분명히 밝힐 겁니다.
“우리는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 아직 해야할 일이 많지만 그 곳에 도달하고자 한다” 라고요.
하지만 지금 우리의 초점은 여전히 PC 기반 경험에 있습니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전반적인 ‘접근성’ 이에요.
WoW는 굉장히 복잡한 게임이고, 그 복잡함을 즐기는 플레이어도 많지만, ‘깊이 있는 게임’과 ‘복잡한 게임’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블리자드의 목표는 항상 같았습니다.
“배우기는 쉽고, 마스터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게임.” (이지 투 런, 하드 투 마스터)
(Blizzard's goals have always been with all of our games to have them be easy to learn and nearly impossible to master.)
한밤의 변화들은 바로 그 ‘배우기 쉬운 (이지 투 런)’ 쪽을 강화하는 방향입니다.
다만 실력 상한선 (skill ceiling) 은 여전히 매우 높습니다.
PvP 최상위 선수들, MDI 참가 선수들, 쐐즌검 유저들, 그리고 월퍼킬 경쟁을 이끌던 팀들, 최정예 레이드 유저 등등
그들은 이번에도 여전히 정상에 설 겁니다.
지난 1년 동안 저희는 이 문제를 철학적인 관점에서 논의해왔습니다.
이번 작업은 한 발 물러서서 게임의 현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게임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 이 무엇인지 뿐 아니라 단지 "플레이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 게임 커뮤니티에서 엔드게임에서 "기본으로 여겨지는 수준" 이 과연 어떤 상태인지
예를 들어, 일반 혹은 영웅 난이도 레이드 공격대, 쐐기돌 파티에서 요구되는 최소 조건 같은 것들이
정말 합리적인가를 검토한 것이죠.
(상대적으로 낮은 난이도의 PVE 수준에서도 지금의 최소 조건이 합리적인가를 검토)
이번 클래스 조정은 과거의 ‘단순한 스킬 정리’와는 다릅니다.
8~10년 전쯤 했던 스킬 가지치기(pruning)는 ‘버튼 개수 줄이기’에 초점이 있었죠.
그땐 플레이어가 자주 쓰지 않는 유틸기들을 많이 잘라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클래스의 개성과 실력 상한선(Skill ceiling)이 확 떨어졌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즉, ‘드물지만 제대로 쓸 때 멋진’ 스킬들이 사라지면서 플레이어가 차별화될 여지를 잃은 거죠.
이번에는 정반대입니다.
우리 게임이 가진 스킬들 중에는 중복된 기능을 하거나, 자주 매크로로 묶여서 같이 눌리는 스킬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엔 사실 깊이 있는 플레이가 거의 없어요.
모든 플레이어가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핵심 전투 루프를 단순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사실상 무조건반사적 (automatic reaction) 으로 매 15~20초마다 쿨이 돌 때마다
무조건 눌러야 하는 스킬처럼 혹은 대부분 매크로로 묶여서 함께 누르는 스킬들처럼
그런 건 깊이를 더한다기보다 단지 복잡도만 높이는 요소일 뿐입니다.
물론 아직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알파, 베타 기간 동안 계속 피드백을 듣고 다듬을 겁니다.
Q. 이해합니다. 사실 저도 한밤 알파에서 흑마법사를 좀 만져봤어요.
저는 거의 20년 동안 악마 흑마법사(Demonology Warlock) 하나만 해왔습니다.
딴 직업이나 다른 특성은 거의 안 해요.
물론 고흑이나 파흑도 할 수는 있지만, 제 악흑은 불성부터 함께한 동료예요. 그 친구가 제 브로죠.
그래서 미드나이트에서 제 액션바를 봤을 때 좀 놀랐습니다.
이제는 액션바가 두 줄밖에 없더군요.
예를 들어, 생명력 이전 (Health Funnel) 이 생명력 흡수(Drain Life) 와 합쳐진 것 같은 변화요.
그건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이렇게 단순화하다 보면 “너무 쉬워졌다”는 피드백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실 제 주변에서도 초반 구간이 너무 쉬워서 오히려 몰입이 안 된다는 얘기를 많이 듣습니다.
혹시 그런 지점에서 “우리가 좀 과했나?” 싶으면 다시 되돌릴 계획도 있나요?
저는 흑마지만 한때 수양 사제(Discipline Priest)를 해봤는데… 진짜 뇌가 터지는 줄 알았어요.
힐러들을 존경하게 됐습니다.
A. 네, 물론 그럴 가능성은 있습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금이 아마 가장 단순한 상태일 겁니다.
가지치기(pruning)나 단순화 작업은 대부분 초기에 끝냈어요.
만약 플레이어들이 “너무 비었다”, “사라진 스킬이 아쉽다”고 느낀다면
그건 당연히 피드백으로 받고, 필요하다면 다시 되돌릴 수도 있습니다.
또한 모든 전문화가 똑같은 난이도를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조금 더 단순한 특성과 복잡한 특성이 공존하는 게 이상적이에요.
예를 들어, 야수 사냥꾼(Beast Mastery Hunter) 은 오랫동안 ‘쉬운 특성’의 대표였죠.
그렇다고 심심한 게 아니라, 접근성이 좋아서 가장 인기 있는 특성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클래스를 야냥 수준으로 낮출 생각은 없습니다.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특성’과 ‘숙련자를 위한 복잡한 특성’을 함께 두는 것이 목표입니다.
물론, 오랫동안 한 특성을 플레이해온 분들 —
예를 들어 당신처럼 20년 간 악마 흑마법사를 해온 플레이어에게
“사랑하던 감정을 빼앗는” 식의 변화는 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새 확장팩이 나올 때마다 정점 특성(Apex Talents) 이나 티어 세트 효과처럼 새로운 요소들이 계속 추가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누적되어 게임이 스스로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도록,
일정한 주기로 가지치기(pruning) 와 정리 작업이 필요합니다.
무작정 계속 늘리기만 하면 결국 시스템이 자기 무게로 붕괴될 테니까요.
Q. 완벽하네요.
저는 평생 분노 전사(Fury Warrior) 를 해왔는데,
솔직히 ‘세게 때리는 단순함’이 최고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유지 시켜줘서 감사합니다.
A. 저희도 즐거웠습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주제라면 몇 시간이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네요.
Q. 그럴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이안.
요약)
와우 콘솔화는 생각도 안 하고 있다.
한밤 변화는 이지투런, 하드투마스터 중에서 지금의 이지투런 조차 버거운 사람들을 위해 변경
여전히 최고점을 뽑아내기엔 상당히 어려울 것, 현재의 난이도를 낮출 의도는 전혀 없다. 여전히 고난이도는 어려움
클래스 변경은 깊이는 없고 복잡하기만 한 것들을 정리
(ex, 어차피 매크로로 한 번에 3-4개 누를 스킬들이면 왜 4개씩이나 필요하냐? 하나로 합치는 게 맞다 등등)
깊이 있는 게임과 복잡한 게임은 다르다. 깊이는 그대로 두되, 복잡한 것을 쳐내는 것
전 클래스의 야냥화는 생각도 안 하고 있다.
와우는 확장팩이 진행 될 수록 스킬 및 시스템이 추가되어 자연스레 스킬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스킬 가지치기를 안 해주면, 나중에 답도 없어질 정도로 많아지니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한밤에서 가지치기 들어간 것, 지금이 가장 적고 나중에 자연스럽게 다시 늘어날 것
블리자드 피셜, 게임을 쉽게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