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뻘소설은 올려야 제맛 -2-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엄마!”
찌루는 늘 먹던 빵이었지만 생일을 기념한다며 들고 자신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엄마에게 와락 안겼다. 엄마는 그런 찌루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고, 찌루가 자유롭게 세상으로 날아 갈 수 있길 속으로 빌어 주었다.
“찌루엄마!!”
“무슨 일이세요?”
같은 노예이긴 하지만 공작 부인의 비위를 잘 맞춰 노예들을 관리하는 주콰미가 찌루엄마를 찾고 있었다. 노예라는 신분이면서 다른 노예들에게 마리앤보다 더 심한 고통을 안겨 주는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여기 있었구만. 빨리 마님에게 가봐!”
“저.. 오늘 찌루랑 장을 보러 가는 날인데..”
“시끄러워! 감히 노예 주제에!”
“…네.. 찌루야 엄마 얼른 갔다 올께. 조금 있다가 빵 사러 가자꾸나”
“네! 엄마! 헤헤”
찌루는 15번째 생일을 맞은 것이 너무 기뻐서 연신 웃음만 짓고 있었다.
“마님”
“뭐 이렇게 느려!”
다짜고짜 뺨부터 치는 마리앤이었다. 찌루엄마는 마리앤에게 연신 허리를 굽히며 용서를 구했다.
“내 방이 왜 이렇게 더러운거지?”
“얼른.. 얼른 치워 드리겠습니다”
“당장”
“네..네..”
마리앤은 의자에 앉아서 있는데로 고상한 척을 하며 책을 보고 있었다. 찌루엄마는 걸레를 들고 바닥을 열심히 닦고 있었다. 찌루엄마의 머릿속에 자꾸 시장에 함께 가고 싶어서 발만 동동 구르는 찌루의 모습이 떠올랐고, 그녀의 손은 바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의 조급함은 결국 일을 만들고 말았다.
“앗! 차가워!”
“죄..죄송합니다! 마님”
“이런 망할 년을 봤나!”
걸레를 빨다가 많이 튀긴 것도 아니고 한 방울의 물이 마리앤의 발등에 떨어졌고, 마리앤은 그때다 싶어서 있는대로 그녀를 괴롭히며 구타하기 시작했다.
“감히 노예년이 내게 물을 튀겨!”
“죄..죄..컥..죄송합니..다..”
“아직까지 주둥이는 살아 있구나!”
마리앤은 주변을 두르며 자신이 휘두를 것을 찾았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은빛 촛대였다. 그녀는 그걸 들고는 있는 힘껏 찌루엄마를 내리쳤다.
“악!!”
비명이 울려 퍼졌고, 밖에서 그녀를 안쓰러워하며 발만 동동 구르던 노예들은 그 소리에 놀라 방으로 들어갔다. 그들의 눈에 보인 것은, 피가 잔뜩 묻어 있는 촛대를 든 마리앤과 바닥에 쓰러져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찌루엄마였다.
“찌..찌루엄마!”
“너희는 뭐야!”
“마님.. 제발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마님..”
“당장 이 년을 내 눈 앞에서 치워!”
“예..예.. 감사합니다”
찌루엄마와 같이 일을 하는 노예들은 그들에게 불똥이 튈까 싶어 얼른 찌루엄마를 업고 밖으로 나왔다.
찌루는 아무것도 모른채 낡아빠진 옷이기는 했지만 자신이 아끼는 옷을 입고 엄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와 그녀의 엄마가 기거하는 낡은 오두막 문에 벌컥 열렸다.
“엄마 왔…어??”
“찌루야! 엄마가 많이 다쳤어”
“어..엄마!!”
찌루는 그녀의 엄마를 붙들고 흔들었다. 다른 노예들은 그런 그녀가 안쓰러웠지만 자신들이 일을 하고 있지 않고 이곳에 계속 머물러 있다가는 자신들도 저 꼴이 될거라 생각하며 얼른 발길을 돌렸다.
“엄마. 엄마.”
“찌..찌루야..”
“엄마! 많이 아파?”
“아니야.. 우리 찌루랑 오늘.. 시장에.. 못 갈..꺼 같네.. 미안해..”
“아냐. 엄마. 성당에 가자.. 성당 가서 치료 받자..”
“엄마는 괜..찮..아..”
찌루는 엄마를 업고 달리기 시작했다. 아직 15살 밖에 되지 않아 체구가 작은 찌루가 업는데도 찌루엄마는 가볍게만 느껴졌다. 노예 생활에 몸이 상해서 그런거였다. 찌루는 스톰윈드 공원 옆에 있던 공작가부터 성당까지 뛰기 시작했다. 저택의 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도 그런 그녀를 저지할 수 없었다. 아주 작은 소녀가 눈물을 펑펑 흘리며 피범벅이 된 엄마를 업고 뛰는데 누가 그런 그녀를 막을 수 있겠는가..
“저기요.. 저기요!! 우리 엄마가 죽어요!! 제발 치료 좀 해주세요!!”
“넌 누구냐?”
“전 찌루라고 하는데요.. 우리 엄마가 죽을 것 같아요.. 힐링 포션 한병만.. 포션 한 병만..”
“하암.. 졸려 죽겠는데..”
성당의 경비를 맡고 있던 경비병들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귀찮다는 듯이 하품만 연신하고 있었다. 찌루는 발을 동동 구르며 주변을 쳐다 봤고, 저 멀리 대주교 달핀이 오는 것이 보였다. 달핀은 대주교의 인자함을 가장한 가식적인 웃음을 띄우며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를 받고 있었다. 찌루는 그런 그녀에게 한달음에 달려가 무릎을 꿇었다.
“예쁘게 생긴 소녀구나. 나에게 축복을 받고 싶어서 온거구나”
달핀은 찌루의 외모가 마음에 들었다. 같은 여자였지만 달핀의 눈은 탐욕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저희 엄마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대주교님.. 제발 저희 어머니께 포션 한병만..”
포션이라는 단어를 들어서일까? 순간 달핀의 얼굴에 짜증이 스쳐 지나갔다. 달핀은 찌루의 엄마를 보기 위해 가까이 갔고 피범벅이 되어 있는 그녀를 보며 속이 뒤집히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녀는 싫은 내색을 할 수 없었다.
“이런. 어머니가 많이 다쳤구나. 내가 축복을 내려 주마”
달핀의 말은 정말 가관이었다. 그녀는 딱 봐도 “난 노예입니다”라는 듯한 행색의 찌루엄마에게 손도 닿기 싫었고, 자신의 신성력을 쓰고 싶지도 않았다. 사실 신성력따위는 애초에 사라진지 오래였다. 그녀는 오른손을 내밀어 찌루엄마의 머리에 한참 떨어트린채 신성력을 불어 넣는 시늉만 하더니 축복을 내렸다고 하는 것이었다.
“대주교님. 포션 한병만”
“내가 축복을 내렸으니 괜찮아지실거야”
“제발.. 포션 한병만..”
어린 찌루의 눈이었지만 달핀이 사기를 치고 있는걸 모를리가 없었다. 찌루는 황급히 무릎을 꿇고 달핀의 다리에 매달렸다.
“흐억..”
달핀은 더럽고 피가 묻은 찌루가 자신의 하얀 외출용 정장을 붙잡자 기겁할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옆에 있던 자신의 수행원에게 눈짓을 했다.
“대주교님이 축복을 내려 주시지 않았더냐!”
수행원은 찌루의 머리채를 잡아서 멀리 던져 버렸다. 찌루는 한참을 구르다가 나무에 부딪혔지만 다시 일어나서 달핀에게 달려 왔다.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얼른 들어 가시지요. 대주교님”
“들어 가자”
달핀은 수행원들에게 둘러 쌓여 성당 안으로 모습을 감추었고, 찌루는 경비병들에게 막혀서 들어 갈 수가 없었다.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은 건물로 들어 가버렸고, 성당 앞에 있는 벤치에 찌루는 엄마를 눕혔다.
“엄마..”
“찌루야.. 얼른 들어가 보렴.. 엄마..엄마는 괜찮아..”
“엄마.. 다른 방법이 있을꺼야..”
“괜찮아.. 하아.. 괜..찮아..”
“엄마? 엄마?”
“엄마가 조금 피곤해서.. 그런가봐..”
“엄마!”
“조금.. 자면.. 괜찮..을거야..”
그렇게 찌루엄마는 눈을 감았다. 찌루는 망연자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울고 있었다.
“복수 할거야.. 언젠가.. 복수 할거야.. 이 더러운 세상.. 우리 엄마를 내게서 빼앗아간 이 더러운 세상에 언젠가 복수 할거라고!!”
찌루는 차갑게 식어 가는 엄마를 업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하이킹베어 공작가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를 본 사람은 그녀가 엘윈숲을 지나 붉은마루산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그녀는 모두의 기억속에서 지워져 버렸다..